새로운 나라에 온 기분에 긴장을 해서인지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우리나라 시간으로 5시 30분쯤에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왔따... 아직 오늘 새벽에 나에게 문을 열어준 숙소 어린 직원얘가 잠을 자고 있어서 깨울까봐
조심스럽게 나가려고 하다가... 다시 숙소의 옥상(우리나라처럼 옥상이 있었다.. 신기했따... )의 다른 방들과
빨래 너는 곳도 구경하고.. 슬쩍 옆집 모습을 훔쳐보다가... 에잇... 꺠우더라두 지루하니까 밖에 나가서
구경을 하기로 했따.. 직장에서 스케줄 조정으로 베트남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16일 새벽부터 18일 밤까지...
그 짧은 시간에 다른 것은 제외하고 베트남 음식 실컷 먹고 오자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 시간이 워낙
짧고 베트남 소녀 결혼식에도 참석해야만 하니, 어디 먼데 구경다니기는 힘들고.. 해서...
풍경이 중국 90년대 동네 모습이랑 아주 흡사하다.. 틀린 점이라면 가게라든지 가옥 구조가 좀 다를뿐...
이른 시각인데두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산책도 하고.. 한다...
호기심이 발동했따... 손목시계를 베트남 시간으로 우리나라 시간보다 두시간 느리게 맞추고, 여행책자와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 거렸다...
배가 고팠다.. 내가 해외여행을 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잘 먹고 더 많이 먹는지라... 난 왜 그런지 한국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다... ㅎㅎㅎㅎㅎ~~ 오죽하면 중국에서 있었을때두 김치랑 고추장 된장을 안 먹었을까....
바로 숙소 앞의 쬐그만 쌀국수 집이 보인다... 거기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백인이 가격을 묻는다...
쌀국수 푸는 아주머니가 영어로 1만5천동이라 한다... 백인이 소고기 쌀국수를 사고 있는데 내가 옆에서
물어봤따.. 그거 가격이 비싼거냐.. 아니면 싼거냐? 그럤떠니, 대부분 여기 동네 쌀국수가 2만동 정도 한단다..
켁~ 그렇게나 비싸??? 가이드 북에 있는 것처럼 유명한 집도 아니고 보통 쌀국수 집에 그 정도라니.. 하노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더니.. 이 정도인가??? 우리나라 보다 더 많은 돈의 '0'들.... 역시나 금방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선량해 보이는 아줌마의 얼굴을 보고 또 백인얘가 비싼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가격이라는 말을 믿고 나두 소고기
쌀국수를 시켜서 안으로 들어갔따... 탁자에 앉아 있으면 서빙해 준다.. 의자는 대부분 예전 우리나라 목욕탕
플라스틱 의자(의자 앉는 부분 중간이 동그랗게 원형 모양으로 뚫린 것..)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빨간색 의자에
앉는 것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그 의자를 '목욕탕 의자'로 지칭하기로 한다.. 편의상...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처음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 나를 위해서 그 백인얘는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줬따..
우선 레몬? 같은 것을 짜서 쌀국수 안에 넣고, 옆에 있는 칠리 소스 같은 것도 넣어서 먹고, 그것으로 양이 안차면
베트남 빨간 고추를 섞어서 먹어도 된다... 나는 매운 것을 별루 좋아하지 않아서 약간 칠리 소스를 섞어서 쌀국수를
맛나게 먹었따.. 음.. 맛이 괜찮았다.. 예전에 중국에서 더 맛있는 쌀국수도 먹어본 경험이 있던 터라 나에게 쌀국수는
그렇게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따.. 단지 아침으로 쌀국수를 먹는다는 것이 좀 특이했따.. 중국얘들은 아침에
죽이나 튀긴 꽈배기.. 등등 여러가지 다양하게 아침을 먹기 때문에, 금방 배가 꺼지는 쌀국수를 먹어서 어떻게
점심까지 허기 지지 않을 수 있을까.. 궁금하기만 했따... 베트남 사람들은 겉모습이 중국인보다 말랐을뿐더러
먹는 양이 중국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거 같았다... 뭐든지 중국이랑 비교가 된다... ^^;;
백인얘가 여러가지 묻는다.. 베트남 처음이냐고 놀러온 거냐고.. 난 베트남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따... 유럽인이라서 억양이 좀 다르지만 여러가지 정보도 얻고 좋았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인도를 제외하고 영어가 가장 잘 통하는 나라 중의 하나인거 같았다.. 중국.. 영어 잘 안통한다..
ㅎㅎㅎㅎㅎㅎ~~ 암튼 베트남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베트남 사람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쌀국수를 먹고 산책을 한다... 내가 어제 골라잡은 숙소는 호안끼엠 호수에서 5분거리답게 쬐금 걸었떠니
바로 호수에 도착을 했따.. 호수앞쪽에 있는 교차로와 상점들이다.. 오토바이들이 많아서 길을 건너는데 굉장히
힘들다... 질서도 없고 신호등도 잘 안지키는거 같은데 잘 다닌다... 길건너기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옆에 또 관광온 백인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하고 그 할아버지가 내 팔을 잡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친절하게 길을
건네 주었다.. ㅎㅎㅎㅎㅎㅎ~
오토바이가 많을때 길을 건너는 방법은 오토바이 운전수의 눈을 쳐다보면서 자기가 길을 건너려고 한다는 신호를
보내라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굉장히 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있으니까 주의만 하면 길건너는 요령을
터득할 수가 있단다.. 음.. 난 아무래두 길건너는 것이 무섭다... 아침부터 오토바이의 매캐한 연기를 마시면서
호안끼엠 호수 근처를 얼쩡거려본다...
하노이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호안끼엠 호수... 이렇게 가까이에 호수가 있는 동네가 있다뉘.. 나두 항구도시인
인천사람인데 근처에 호수가 있지는 않아서 신기하기만 했따... 호수가 꽤 길게 뻗어 있었다... 사람들이 호수
둘레에서 열심히 음악을 틀어놓고 체조도 하고 산책도 한다...시내 길이 그리 크지 않다.. 오토바이도 많고
길도 좁다란 것이 꼭 대만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 같이 쌀국수 먹은 백인 얘의 말에 의하면 호수 둘레를
한바뀌 도는데 30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뭐, 더워서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선다...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길치'인 나.. 여기 베트남 동네는 정말 복잡하다... 골목도 좁고... 그래서 기억하기가 더
힘들다... 일단은 온 길을 더듬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바로 길건너편에 있는 깔끔한 유스 호스텔
발견이다.. 이룬..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깔끔한 숙소가... 하지만 지금 하노이 시내에는 계속해서 이보다
더 새로운 유스호스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음.. 나는 로비로 가서 도미토리 가격을
물어보았다.. 하루에 5$란다... 오늘 어쩌면 하루를 묵게 될지도 모르니깐 일단은 가격을 물어보고..
이 숙소 앞에서 한국인을 우연히 만난다.. 나이를 알 수 없으나 그냥 오빠라는 호칭을.. 후훟...
이름도 모른다.. ㅎㅎㅎㅎㅎㅎ 그 오빠는 세계여행을 마치고 내일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세계여행을
마지막 종착지가 베트남인 셈이다... 부럽다.. 나두 세계여행 적금을 하나 들긴 했는데 몇년 후에나 가능할꺼 같다..
오늘 밤에 마지막으로 함꼐 여행을 하던 유럽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구 시간이 되면 나보고 합류하자고 한다...
이 오빠를 다시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ㅎㅎㅎㅎ
숙소로 돌아와서 퇴실 준비를 했다....
아쉬움은 없었다.. 주인이 친절하기는 했지만 워낙 시설이.. 음... 주인에게 한국에서 온 '아몬드 빼빼로'를 줬더니
딸한테 선물로 줄꺼라면서 너무 좋아한다... 후후... 내가 느끼기엔 생각헀던 것보다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햇볓에 그을려서 그렇지 아주 깔끔하고 부지런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머리의 비듬과 손톱 때를 여기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다... 단지 피부가 까마니까 지저분
할꺼라구 생각하는 것은 편견.. 실제로 본 베트남 사람들은 진짜 깔끔했다...
내가 퇴실을 하는데 오토바이 삐끼 아저씨들이 우루루 따라 온다... 내가 베트남 소녀의 주소를 보여주자 각기
가격을 부르는데 사람마다 다 가격이 다르고 또 걸린다는 시간도 다르다... 음.. 여기 사람들은 우선 건수를 잡기
위해서 모르는 위치도 안다구 하고 또 거기 데려다 준다면서 엉뚱한 위치에 잘 데려다 주는거 같았다... 일단은
삐끼들을 물리치고 다시 건너편 유스호스텔 로비로 가서 베트남 소녀 핸펀에 전화를 했다... 소녀는 나에게
자기 친구를 보낼테니 하노이에 온 김에 관광을 좀 하란다... ^^;;
알고 봤더니.. 소녀의 집은 하노이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걱~~~~ 하노이에서도 3~4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다른 시에 집이 있었다... 음... 몰랐다.. 이 사실을... 알았으면 캐리어 대신에 배낭을 메고 올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따....
여행중 반성한 점 :
1. 캐리어 대신에 꼭 배낭을... : 이동에 편리하다....
2. 여행지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첫댓글 전 아직 벳남을 가보지 못해서 마음만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 님은 친구 결혼식 참석차 가셨군요 . 전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베트남 살다온 제친구를 통해서 베트남 사람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은터라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 , 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어볼 께요 ^*^
지금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저도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아직 베트남은 못가봤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