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향후 5년 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티핑포인트(임계점)인 1.5도를 넘으면 에너지 식량 재해 등 3대 위기가 세계적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7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온실가스와 엘니뇨 현상으로 향후 5년간 지구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전과 비교해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할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마지노선이 돌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WMO는 향후 5년 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할 확률을 2020년에는 20% 미만, 지난해에는 50%로 예측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가장 따뜻했던 해는 2016년이지만 5년 내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은 98%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어두운 전망이 발표된 것은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 여름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지구를 더욱 뜨겁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에 비해 0.5도 이상 높은 기후 현상을 가리킨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온도가 0.2도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텔리 타라스 WMO 사무국장은 "향후 몇 달 안에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데려갈 것이라며 이는 건강, 식량안보, 물관리 및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 에어컨의 저주
아직 엘니뇨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아시아와 북미 국가들은 벌써 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들은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고온현상을 겪으며 역대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세계적으로도 3월은 1850년 이후 사상 두 번째, 4월은 사상 네 번째로 더웠던 달로 기록됐다.
에어컨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인도네시아 등 인구 밀집국에서 소득과 기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에어컨 가동도 크게 늘었다. 중국 남부 윈난성은 최근 40도가 넘는 이상고온 탓에 수백만 가구가 에어컨을 틀어 이미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냉방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전력 부족을 겪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에서 10억 대 규모의 에어컨이 추가될 것으로 추정했다.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나라 중에는 아직 화석연료에 의존해 전기를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이 많다. 인도의 경우 전체 전력 생산량의 72%(2020년 기준)를 석탄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에어컨 사용 증가가 온실가스 추가 배출을 초래하고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은행 기후변화 전문가인 Abhas Jha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 기준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지구는 말 그대로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