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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문장 쓰기 레시피
1. 단문으로 쓴다. : 한 문장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하나만 담는 단문은 전달력이 높다
2. 주어와 서술어 호응에 신경 쓴다. 주어와 서술어가 맞아야 정확한 문장이다
3. 수식어는 최대한 삭제한다 : 수식어를 많이 쓰면 문장이 야단스러워진다
4. '나는'으로 된 주어는 가급적 생략한다 :'나는'이 생략되면 글맛이 달라진다
5. 피동문은 가급적 피한다 : 사물 주어나 수동태적인 표현은 영어식 문법 이다.
6. 수사법을 연구해보자 : 대구, 대조, 반복, 비유, 직유는 잘 사용하면 세 련된 느낌을 준다
7. 조사를 다양하게 써보자. : 같은 조사는 반복하지 않고, 뜻이 통하는 범위 내에서 조사를 생략하면 문장에 리듬감이 생긴다.
8. 동사는 튼튼한 걸 고른다 : 빨리 뛰었다' 보다는 '쇄도하다'가 역동적이다.
9. 잘 읽히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강원국의 글쓰기/'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발췌 정리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있다
-스티븐 킹-
타고난 재주도 없고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도 받은 적 없었다. 머릿속 생각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다. 늦은 나이에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 관련 학과를 선택했다. 첫 과제는 커다랗게 X 표시가 되어 반려되었다. 담당 교수님의 코멘트는 단 한 마디었다
"쓸 줄 모르면 단문으로 써!"
기본도 몰라 과제를 제출조차 못했던 흑역사의 소유자가 문장 쓰기를 언급하려니 염치가 없다. 훌륭한 작가들의 노하우를 정리해 놓은 '기본 문장 쓰기 레시피 '를 참고하여 꾸준히 연습해보자. 이것이 본 편의 핵심이다 교수님께 최초의 피드백을 받은 후부터 현재까지 나는 단문을 쓴다. '단문을 쓰라'는 일갈은 마법의 주문이 되어 나를 작가의 길로 인도했다. 유시민 작가는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해서가 아니라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고, 주술 관계가 허나뿐이어서 쉽다.며 단문 쓰기를 추천한다. 단문은 단순한 짧은 문장이 아니다. 단문을 쓰면 엉켜있는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서 교집합으로 재배열 하기 유리하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아야 하기 때문에 설익은 생각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분량 늘리기 등 눈가림이 통하지 않는다. 단문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그렇다. 군더더기를 덜고 거짓 없이 가볍게 자판기를 두들기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단문을 쓴다.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이라는 무대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올려놓고 연출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개성을 발산하며 아우라를 형성하는 장이다 그것이 글쓰기의 매력이다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
단문이 만능 치트키는 아니다. 단문은 글쓰기 기초훈련에 적합한 문장이지만,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기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문장을 찾아야 한다. 단문 쓰기는 수단에 불과하다. 작가의 개성과 글의 성격에 따라 스타일도 달라진다. 내가 단문을 쓰는 이유는 팍팍한 감성을 지닌 나의 캐릭터와 단문이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이다.
'7년의 밤, '28'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정유정 작가도 단문을 선호한다. 정유정 작가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집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에서 단문은 속도감 있게 읽히고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정유정 작 가는 단문이 서술 흐름을 거칠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치법, 주어나 동사 생략, 단독으로 부사 사용하기, '은, 는, 이, 가' 활용 등 문장과 문장 사이에 리듬을 넣을 방법을 총동원한다. 힙합 가수의 랩처럼 속도감 있게 읽히는 문장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 전개에 안성맞춤이다. 정유정 작가 소설의 강렬한 문장은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문체는 또한 글쓴이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모든 글에는 글 쓴 사람의 캐릭터가 묻어난다 웃기는 캐릭터, 진중한 캐릭터, 터프한 캐릭터, 자 상한 캐릭터 등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이미지나 기질을 떠올릴 수 있으면 캐릭터 창조에 성공한 것이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자신을 파악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가. 기대하는 반응이 무엇인가
⁃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는 '나보코프의 문학 강의'에서 '문학은 뭔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그 자체다'라며 '문학은 이렇게 별것 아닌 묘사로 이뤄진다'고 설명하였다. 문장이 모여 단락이 되고, 단락 속에서 문체 즉 작가의 스타일은 발견된다. 나보코프가 말한 '별 것 아닌 묘사'를 읽다 보면 말투처럼 작가 특유의 글투가 감 지된다.
글투는 형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글투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담긴 독창적 표현이다. 어떤 글은 글투 자체가 목적이 된다. 글투는 작가의 성격과 기질의 반영이다. 글투는 문장 길이, 존대, 수사 법, 문단 안에서 문장 배열, 장문과 단문 혼합 비율 톤 앤 매너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작가 자신에게 맞는 문체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독자를 속일 수는 없다. 몇 번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드러난다. 그러니 처음부터 진솔한 게 낫다. 촉촉한 감수성을 가진 작가와 날카로운 이성을 지닌 작가의 문장은 달라야 한다. 문장으로 멋을 부리면 내용이 흐릿해진다. 작가가 투명해야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다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을 쓴다고 고백한 김훈 작가의 글은 칼날처럼 예리하고 단호하다. 작가의 실제 모습을 알지는 못하지만, 우연이라도 만나게 되면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황정은 작가 소설은 마치 한 글자 한 글자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 같다. 간결하고 압축적인 문장이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격 때문인지 무게감 느껴진다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에 출연한 황정은 작가의 방송을 들은 적 있다. 질문에 신중하게 답하는 황정은 작가의 느릿한 말투는 글과 꼭 닮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닮은 문장 쓰기'는 '감 잡을 때까지 무작정 쓰기' 방법만 안다. 혹시 더 쉽고 효율적인 비법이 있다면 연락 부탁드린다. 일단 우리는 '기본 문장 쓰기'를 훈련해보자.
오늘도 적정글쓰기에 도전하는 하루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