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해물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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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미역국

                                     by. but.but.but.♬                          

"조심히 가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으음... 김대리도 잘 가게."

김대리는 만취한 직장상사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포장마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김대리는 구석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서양여자에게 다가가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궁상맞게 무슨 술을 혼자 마셔요? 라니나씨."
"궁상맞아 보여요?"
"네, 많이 그래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그냥... 나 자신이 한심해서요."

니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잔을 기울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분위기가 아닌 것은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었다.

연거푸 술을 마시던 니나는 술이 다 떨어지자 소주 한 병을 더 시키려고 했지만 김대리가 그것을 막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마셔요. 몸에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취하고 난 뒤의 일은 어떻게 감당 하시려구요."
"몰라요. 그런 것 까지 생각하고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냥 적당하면 됐지."
"너무 지나치십니다. 도대체 몇 병을 마신 겁니까."

정말 몇 병이나 마신건지 테이블 위엔 참이슬 소주 여러 병이 너부러져 있었다.

안주는 입도 대지 않은 것 같다.

김대리가 끝까지 막자 니나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울기 시작했다.

"제발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요..."
"그렇게 울면 제..."

제 입장이 난처해지잖아요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으면서 마시는 술은 아닐 것이고,

말리는 대도 기꺼이 마시겠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자신의 입장보다는 니나의 입장이 훨씬 더 좋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몇십분째 울기만 하는 니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김대리는,

니나의 두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고싶을땐 우는 게 좋지만, 혼자 울지 말고 나한테 털어 놓아봐요."

김대리의 자상한 말에 감동을 받은 듯, 니나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은...."

니나는 주구장창 사연을 늘어놓았다.

하는 말을 들어보니 상사에게 무시를 당하는 일이라던가

매일 실수만 해대서 혼나는 것 이라든지 등등의

직장에서 일어날만한 뻔한 얘기 이었지만, 김대리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직장에 있으면서 그녀를 지켜보아왔고 또한 그녀가 겪은 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니나는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화가 치밀었는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그때만큼은 김대리도 막지 않았다.

김대리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보았다.  벌써 새벽 한시. 슬슬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네요. 한시예요. 이제 그만 가죠, 바래다줄게요."
"그래...요.."

니나가 핸드백을 챙기며 일어나자, 술기운 때문인지 휘청거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취기가 확 도는 것이 금방이라도 필름이 끊길 것 같았다.

김대리는 계산을 하고 니나를 부축하여 택시를 잡아탔다.

"니나씨, 집이 어디예요?"
"......"

김대리는 몇 번이고 불러보고 뺨도 살살 때려봤지만 아무 말 없는 니나였다.

"아....이거 곤란한데요.."
"이봐요, 안갈 거요?"
"아, 갈 겁니다. 풍덕천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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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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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가운 것이 보통 날씨가 아니었다.

게다가 강풍도 불어서 니나의 긴 금발과 김대리의 보라색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며 찰랑거렸다. 김대리는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니나에게 해주고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니나씨는 은근히 무겁네요. 힘이 든 건 아니지만."

니나를 업는 것이 힘든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대리는 혼잣말을 해본다.

무슨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으로 들어오자 김대리는 니나를 침대에 놓고는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었다.

니나는 술 때문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코를 골며 자는 것이 평소 지적인 이미지의 니나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니나씨는 이렇게 귀여운 구석도 있었군요?"

무슨꿈을 꾸길래 이렇게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잘까.

김대리는 그윽하게 니나의 얼굴을 쳐다본 후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보았다.

이어서 부드러운 볼, 코, 그리고 입술....

평소에도 그랬듯 노 메이크업인 니나의 붉은 입술이 매우 매력적이다.

김대리도 남자여서 이런걸 보고 참는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 일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상황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김대리는 고개를 두어 번 젓더니 이내 방을 나갔다.

이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 곤란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뇌리에 니나의 붉은 입술이 다시 상기되자,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놀라서 김대리는 그날 밤 잠 한숨도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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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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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씨, 일어나세요. 이러다 지각하겠어요."
"으....음??"

니나가 눈을 떠 보니 아침이었다.

낯선 곳에 누워있고 낯익은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버린 니나는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은 것인지 주먹부터 나가기로 결심을 한 걸까.

제 멋대로 상황파악 해놓고 자초지종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니나는 김대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끼약! 이 변태!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아...아니. 진정하세요. 진정!"

김대리는 그저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을 지으려고 앞치마에 국자까지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맞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베게에 맞아 김대리의 머리끈이 풀리며 보라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찰랑거렸다.

"잠깐만요! 내 얘기 좀 들어봐요. 변명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김대리는 니나의 팔목을 잡고는 천천히 어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여기 와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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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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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식탁위에 정성스레 차려져 있는 2인분의 아침식사.

비록 김치에 국뿐인 볼품없는 메뉴였지만.

"미안해요. 괜한 오해를 해서.... 나도 참, 주책이라니까."
"아니에요. 주책은 무슨... 국 식겠습니다. 어서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니나는 국을 한번 떠먹어보더니 "아..." 하는 말과 함께 밥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비리죠? 하긴, 미역국에다가 해물을 넣었으니...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바닷가에 살아서
이렇게 먹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요.. 다른 거 드릴까요?"

"아니에요 안 그러셔도 돼요. 음....해물 미역국이라. 사실 조금 비리긴 하지만,
솔직히 감동받았는걸요.  남이 차려주는 밥상, 몇 년 만이거든요. 혼자 사니까."

"기쁜데요. 감동받으셨다니."

니나는 살짝 웃어 보이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비록 해물미역국은 입도 못 댔지만,

평생 동안 니나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질 그가 만든 해물미역국.

"잘 먹었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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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얼마만의 소설인지. 현대물은 처음 써보는군요.

사실 제피를 쓰고 싶었는데 생각나는 건 이 소재뿐.

그래서 현대물이긴 하지만 제피를 기반으로 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라니나'라는 여자는 피리아, '김대리'는 제로스.

대충 이렇게 구성을 하고 쓴 건데, 성격은 잘 못 드러난 것 같아 아쉽군요.

음...아무튼 부족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renia〃]

오오, 굳乃

[『丹』]

//ㅁ//꺄악! 역시 제피였군!읽으며 짐작을 했지 후훗. 잘 봤어....!필력이 느는군(<-)! 건필!자주써!>ㅅ</

[디엘라]

멋집니다요. ;ㅁ;)b

[ひみつです]

재미있습니다 ;;

[하강천녀]

아아- 제피, 정말 좋아합니다- 아무튼 잘 봤습니다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