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엽기 혹은 진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모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HSKD
카페 구석 테이블 위에 냉커피 3잔이 놓여있다.
두 잔은 마치 한 사람처럼 꼭 달라붙은 연인 앞에 놓여있었고,
나머지 한 잔에선 커피 주인의 초조한 마음을 말해주듯 얼음 굴리는 소리가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 준영아 잘 생각해봐, 누가 해달래도 안 해줄 마당에 너한테 소개해주는 거야.
우리 통해서 만나는 거면 얘도 자리에 무조건 나올 생각 있거든? 너 외롭지 않냐? "
준영의 친구 진우가 불쑥 내민 스마트폰 화면엔 그리 화려한 미인은 아니지만 활짝 핀 미소가 매력적인 아가씨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그 짧은 찰나에 '와, 예쁘다.' 하는 마음이 준영의 마음을 스쳤지만 이내 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진우야. 니 마음은 고맙거든, 근데 나 준비가 안 됐다. "
" 미친놈아, 무슨 준비? "
" 아니… 그게. 생각해봐, 내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연애하냐… 졸업하면 취업해야 하고,
안 그래도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고 토익 학원까지 등록해놓은 마당에…
만날 때도 아니고, 잘해줄 자신도 없어. "
" 아. 또 시작이네. 결혼하랬냐? 소개해준다고. 소개. "
" 맞아요~ 준영 오빠. 만나봐요, 얘도 똑같이 바쁜 애예요. 얘 시립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오빠 학원도 거기 있지 않나? 됐네, 됐어. 그죠? "
준영의 친구 진우와 그의 애인은 계속해서 화면 속의 여인을 준영과 이어주려 애쓰고 있었다.
준영이 주저하자, 진우는 타이르듯이 재촉했다.
" 결혼하랬냐? 사귀랬냐고. 친구야, 친구. 너 나랑 친구 아니냐?
너 나랑 뭐 결혼하려고 만나냐? 아는 사람이니까, 친구니까, 아니야?
얘도 그냥 그 정도로 만나보란 거야. 내가 뭐 얘보고 맞선보러 오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랑 만날 때 너도 불러서 넷이 놀아도 되는 거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둘이서 볼 때도 있는 거지,
내가 지금 '자네 우리 딸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나?' 뭐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거냐?
그냥 아는 여자애 소개시켜주는 거야. 부담 갖지 마. "
" 아니… 그게. 아… 고마워, 고마운데, 하… "
" 오빠, 진짜 얘 그런 애 아니에요. 누가 능력 있고 없고, 대학 어디 나왔고, 이런 거 신경 쓰는 애 아니에요.
그런 애였으면 왜 제가 오빠 소개해줘요. 저도 준영이 오빠니까 소개해준다고 나서는 거에요. 얘 예쁘죠? "
" 너희 마음은 고맙거든, 그리고 나도 이 아가씨가 뭐 속물이다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난… 자신이 없어. "
" 일단 만나봐. 일단 만나보는 것도 안돼? 야, 너 나이가 몇인데 이제껏 연애 경험 한 번 없어.
너 열심히 사는 건 알겠는데 그 핑계 대고 한 해 두 해 미루다가 기회 놓친다. "
" 왜 또 그런 얘기를 해. 그냥, 나 알아서 할게. "
" 알아서 안 하니까 내가 나서서 이러지. 아우, 답답해… 야, 얘 남자친구 생기는 거 금방이야.
너 안 기다려준다고. 나하고 얘하고 우리 둘이서 내 친구 만나보라고, 좋은 애라고 붙잡아두고 있는 거야.
얘도 사람은 만나봐야 아는 거라고 기다리고 있는 거야. 너 이렇게 나 바보 만들 거야? "
" 야… 난 가만히 있었는데 뭘 그렇게까지 또 했어… "
" 아- 말자… 일단 얘한테는 약속 안 되겠다고 말해야지 뭐. 네 말대로 너 취업도 하고 이거저거 다 정리되면
그때 한 번 더 알아볼게. 너 이렇게까지 하는 친구 없단 것만 알아라. 내가 너한테 고마운 일이 많아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 같은 친구 없다. "
" 음… 준영 오빠가 우리 오빠 제일 친한 친구고, 저도 준영 오빠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자리 만들어보려는 거에요.
곤란하게 해드린 거면 죄송해요, 근데 진짜 얘 괜찮은데… 얘만한 애 없어요… 아쉽다. "
" 응. 고마워. 내가 미안하다. "
애써 웃는 준영의 속이 타들어 가고, 준영은 남은 얼음을 와르르 삼켜 속을 달랬다.
자신의 앞에서 커피를 나란히 들고 커플 셀카를 찍는 친구 커플의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괜히 연애 주제로 속이 편치 않은 탓인지 평소엔 느껴지지 않는 외로움이 슬며시 옆구리를 찔러왔다.
'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난 자신이 없어, 아직… '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달래봐도 돌아오는 건 자신의 안에 있는 자격지심의 화살뿐.
- 소심한 새끼, 솔직히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외모도 안 되니까 두렵지?
' 아냐. '
- 언젠가는 결혼해있을 거란 낙관적인 상상은 잘도 하면서, 당장 내년에 연애할 자신은 없잖아?
' 그건… '
- 병-신, 너보다 못한 애들도 다 사귀는데, 너 뭐 결함 있는 거 아니냐? 어디 한군데 모자란 놈 아니야?
' 그건 아냐, 그건 아니야. '
- 이 새끼 병신 맞네, 네가 걔들보다 못하니까 못 사귀는 거야. 넌 수준 이하야, 그렇지?
' 아니야, 난 할 수 있는데 그냥 미루는 거야, 그냥, 필요를 못 느끼는 거야. '
- 언젠가는 결혼할 거라면서, 연애는 왜 필요로 못 느낀다는 거야?
그럼 왜 외로워하지? 연애는 사치라면서, 왜 지금 부족함을 느끼는 거지?
필요한 만큼의 사랑도 못 채워서 외로워하면서, 연애가 사치라는 건 니가 생각해봐도 모순 아니야?
' 그만해. '
" 야! 뭐하냐. 뭘 얼이 빠져있어. "
한참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준영을 깨운 건 진우의 외침이었다.
" 응? 아. 아니. 하하… 괜히 생각이 많아지네. "
" 흐응, 준영 오빠 외롭긴 한가보다… 오빠, 빨리 말해줘요. "
진우의 애인이 더 호들갑을 떨며 진우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 준영이 너 승식이 알지? "
" 최승식? 아니면 배승식? "
" 피팅모델. "
" 최승식? 왜? "
" 걔 단체미팅에 한 명 빈다고 내일 대타로 와줄 사람 없느냐더라? "
" 야, 설마. "
" 대타야, 대타- 머릿수만 채워주면 되는 건데 뭐, 어떠냐? "
" 안 돼, 나 내일 일 많아. "
" 무슨 일. 너 알바도 안 하지, 학원도 다음 주부터 개강이지,
학교는 휴학이지, 무슨 일? 무슨 일? 예비군 아저씨 군대 다시 오래냐? "
" 어… 그게, 모의토익도 봐야 하고… "
말하면서도 준영은 말도 안 되는 핑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 준영아. "
갑자기 진지한 친구의 표정에 준영은 핑계 대기를 멈췄다.
" …… "
" 나, 니 친구다. 딴 놈들 아무리 소개 좀 해달라고 해도 안 해줘.
내 이름 걸고 사람 이어주는 거, 쉬운 일 아니잖아. 근데 너라서 이렇게까지 한다.
누가 너 바짓가랑이 붙잡고 부탁까지 하면서 여자 만나보라고 하고, 자리까지 만들어줘.
너 어디까지 내 성의 무시할 거냐? 서운해지려고 그런다. "
" …… "
" 오빠- 나가 봐요… 그냥 애프터는 신경 쓰지 말고, 식사하고 온다고 생각하셔도 돼요… "
준영은 친구의 계속된 배려가 미안했고, 진우 옆에서 진우와 준영의 눈치를 번갈아가며 보는 진우의 애인에게도 죄스러웠다.
" 나가볼게, 자리라도 채우고 올게. "
그 말에 진우의 표정이 한층 풀어졌다.
" 그냥 나하고 있을 때 반만큼만 떠들어도 넌 입담이 좋아서 예선 통과는 할 거야,
얘 말대로 밥이나 먹고 온다고 생각해라, 곤란하게 하려는 마음 없는 거 알지. "
" 알았어. "
ㅡ
준영은 집에 와서 단체 카톡 방의 메시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까지 포함해 8명, 내일 미팅에 참석할 사람들이 전원 포함된 단톡방은 왁자지껄했다.
[유미] 근데 한 분은 왜 말이 없어요? 같이 얘기해요 ㅋㅋㅋㅋ
[유미] 사진
애교를 부리는 익살스러운 고양이 사진 옆에 '유미'라는 여자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올린 사진 속 고양이를 닮은 듯 눈코입 모두 시원한 미인이었다.
'말이 없는 한 분'이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준영은 이런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차라리 국어능력인증시험을 풀라면 잘 풀겠는데, 뻔히 톡방의 숫자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니 더욱 분위기에 섞이지 못할 것 같았다.
[승식] ㅎㅎ 준영이 카톡 켜놓고 자나 봐요 전 내일 기대돼서 잠이 안 오네욬ㅋㅋ
[윤지호] 다들 뭐 좋아하세요?
[김은비] 스파게티 나만 좋아하는 거…? :)
다들 잘 생기고, 예쁜 저마다의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놓고
대화창에도 수시로 자신의 잘남을 증명해줄 사진을 번갈아가며 올려대고 있었다.
서로 친해져 갈수록, 아무 사진도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놓지 않은 준영의 프로필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어쩌다 끼어들어서 'ㅋㅋㅋㅋ'도 쳐보고, 자신에게 들어오는 질문에는 '네ㅎㅎ' '아뇨ㅎㅎ' 대답도 했지만
얼굴도 마주 보지 않은 가상의 테이블 속 이미 투명인간이 되어있는 자신이 느껴지자 준영은 의기소침해졌다.
아… 그냥 안 간다고 할 걸, 안 간다고 할 걸,
[김은비] 준영 오빠도 사진 보여주세여~~
[유미] 맞아ㅋㅋㅋㅋㅋ 혼자만 신비주의 ㅋㅋㅋㅋㅋ
아…
준영은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봤지만 있는 사진이라곤 시골집에서 작년 설날에 찍은 남루한 차림의 셀카가 한 장,
토익학원 등록할 적에 쓰려고 대충 찍은 증명사진을 저장해둔 한 장, 이렇게 단 두 장밖에 없었다.
앞머리를 이리저리 넘기며 거울 앞에 서봤지만 거울 앞에 선 건 실수였다.
… 자신은 결코 첫인상에 매력적인 얼굴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어릴 적에 야구공에 맞아 살짝 휘어진 코가 오늘따라 신경 쓰였다.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부쩍 올라온 피부, 언제 생겼는지 모를 왼뺨의 점 하나,
그냥, 그냥 평소엔 거울을 봐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왠지 카톡방의 저 미인들 앞에 서면
자신을 괴물처럼 쳐다볼까 봐 두려웠다. 날 혐오하는 거 아냐, 아니면 최소 비웃거나.
그 생각에 다시 거울을 쳐다보니 얼굴도 별로인 게 정색까지 하고 있으니 더욱 엉망이었다.
첫인상이 중요하댔어, 일단 인상만 좋으면 나머지는 얘기하면서 알아가는 거지,
웃어보자, 씨익…
준영은 빙긋 웃어봤지만 자신의 어색한 모습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학원, 아니면 학교, 아니면 알바, 아니면 집.
학원, 학교, 알바, 집, 학원, 학교, 알바, 집…
사육장 속 햄스터처럼 일정한 공간만을 돌고, 일정한 행동만을 해오느라 어느새 표정이 굳어있었다.
준영은 단톡방의 모두가 '내일 뵐게요'를 마지막으로 잠에 들 때까지 거울 앞에서 웃는 연습만을 하고 있었다.
'그냥 가서 밥만 먹는다고 생각해.'
자리에 소개해준 친구의 조언은 어느새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비웃음 당할 거야, 왜 그렇게 굳어있는 거야, 자연스럽게 웃어, 웃는 것도 못 하냐 너는!'
자격지심의 화살이 다시 비 오듯 쏟아지며 준영의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었다.
ㅡ
하하호호,
분위기 좋은 술집,
평범 그 이상의 선남선녀들이 모여 자아내는 훈훈한 분위기.
은근한 썸.
이미 여섯 명은 여섯 아닌 셋이 되어 찰싹 붙은 채로 화기애애해져만 간다.
나머지 둘.
그중 하나는 준영이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승식이 테이블 위에 농담을 던지면 어김없이 터지는 모두의 웃음,
그 농담만큼은 정말 웃겼기에 준영도 헤헤, 하고 같이 웃지만 그러고 나면 준영은 미칠 노릇이었다.
'야! 잘 돼가냐?'하고 날아온 친구의 카톡을 무시한 채 준영은 시계만 슬쩍슬쩍 쳐다봤다.
승식의 농담에도 웃지 않는 단 한 여자는 어제 사진을 보여달라던 김은비였다.
몹시 퉁명스러운 얼굴로 스마트폰만 가지고 노닥거리고 있었다.
" 은비 씨 왜 자꾸 스마트폰만 쳐다봐요! 낯설어서 그래요? 준영이랑 팀 맞춰요!
우리 커플 대항전으로 게임 한 번 하죠? "
" 아… 그게요… "
준영과 팀을 맞추란 말에 은비는 화들짝 놀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앞에 놓인 오징어땅콩을 오독오독 씹고 있던 준영은 그 눈치를 보느라 씹던 걸 멈췄다.
" 죄송해요, 저 갈게요. 집에 바쁜 일이 생겨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
죄송하다며 은비는 허겁지겁 일어나 짐을 챙겨 나섰지만,
누가 봐도 그 표정은 죄송한 표정이 아니라 불쾌해서 떠난다는 식의 화 난 표정이었다.
준영의 입이 다시금 되새김질하듯 우적, 우적 조용히 씹기를 시작했다.
나머지 여섯 사람이 준영의 그런 얼굴을 흘끗 쳐다봤다.
커플게임을 하기 민망해진 분위기에 남자들의 헛기침이 몇 번 오갔다.
어떤 바보라도 은비가 집에 바쁜 일이 생겨서 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은비의 맞은 편에 준영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아있을 때부터 준영을 애써 쳐다보지 않던 은비였다.
나머지 셋은 피팅모델 승식과, 그런 승식의 가까운 지인들로 외모, 키, 학벌,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수재였지만
의외의 참여자인 준영은 은비의 마음에 들 구석이 전혀 없었다. 준영 스스로는 보통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평균 이상의 사람들 옆에 선 준영은 보통 이하였다. 은비는 승식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하고 애교를 부리며
적극 공세를 펼쳤지만 승식은 자신의 맞은 편, 자신처럼 이목구비가 시원한 유미와 제일 먼저 달라붙었고
이윽고 나머지 두 남자도 자신의 파트너를 고르자, 이번 게임에서 은비의 파트너가 될 유일한 상대가 준영이
되었단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듯 뾰로통해져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짝이 저 남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스마트폰만 쳐다보던 와중에,
하하 호호 눈을 맞추는 잘난 세 커플과 커플게임까지 하라니 그런 굴욕을 당할 순 없다는 듯 먼저 빠져버린 거겠지.
테이블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
오징어땅콩의 개수도 더는 줄지 않았다.
누가 볼까봐 테이블 밑으로 한참을 내려놓은 준영의 두 손이 벌벌 떨렸다.
'내가 망친 거야, 내가 괜히 여기 와서…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왔으면 네 커플이서 웃고 떠들고
화기애애했을 건데, 내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 와서… 돼지같이 밥이나 처먹으러 와서…
오징어땅콩이나 주워 먹다가… 이게 무슨 행패야…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 분위기 어떡하지. '
단체 미팅을 망쳐버렸단 생각에 준영이 바들바들 떨 무렵,
승식의 옆에 앉아있던 유미가 승식의 옆을 떠나 준영의 옆에 떡하니 앉았다.
달콤한 향기가 오징어땅콩의 냄새를 가시게 했다.
마치 준영의 옆에 조명이라도 켜놓은 듯 준영의 옆자리가 환해졌다.
" 참나,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그렇지. 준영 씨! 준영 씨가 왜 그런 표정 지어요?
준영 씨가 뭐 어때서요? 좀 조용하면 어때요? 착한 사람 좋다는 여자 얼마나 많은데!
저도 준영 씨처럼 착한 사람이 좋아요, 저 오늘 재밌게 놀려고 나왔어요, 진심으로 친해지려구요.
승식 씨는 주최자니깐 MC나 봐주세요! 전 준영 씨하고 짝할래요~ "
승식은 난처해하던 와중에 잘 됐다 싶은 듯 환히 웃으며 MC를 자처했다.
" 그럼 준영이랑 유미 씨가 새로 한 팀 짜는 걸로 시작하죠! 역시 게임은 진행하는 사람도 있어야죠. "
" 재밌겠다~ "
우물쭈물 거리며 준영이 오징어땅콩에 다시 손을 가져가자,
유미가 호호 웃으며 오징어땅콩을 뺏더니 자신의 입에 쏙 가져다 넣었다.
볼이 불룩해져서 방긋 웃는 모습에 준영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신의 그런 숙맥 같은 모습이 뻔히 보일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 정말~ 자신감 좀 내보세요~! 우리 게임 이겨야죠! 힘내요 힘! "
유미가 오징어땅콩 하나를 집어 들어 '아~!' 하더니 준영의 입에 넣었다.
왠지 준영은 그 오징어땅콩을 씹기가 힘들었다.
" 와 저 커플 세다 하하하 "
" 게임해요 게임! "
ㅡ
" 너무 재밌었어요! 새로 친구들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우리 자주 봐요. "
" 저도요, 이런 분위기라면 일도 제쳐놓고 와야죠. "
" 아쉽다~~ "
한 쌍은 벌써 분위기가 무르익어 함께 걸어가고,
나머지는 각자 가는 길이 달라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늦은 밤거리, 무수히 많은 간판 속 무수히 많은 사람 사이에 섞이자 서로는 금세 보이지 않았다.
준영은 게임을 하면서 러브샷 팔짱을 꼈던 자신의 팔에서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는 걸 맡았다.
그러자 유미의 방긋거리는 웃음과 시원시원한 성격이 다시금 떠오르며 기분이 핑 돌았다.
흙 묻은 등산화에 한줄기 소나기가 내려와 흙을 씻겨 내려가자, 등산화가 원래 가지고 있던 천연색이 돌아온 것처럼
자신의 인생에 단 몇 시간일 뿐이었던 이 순간이 자신의 묵은 때를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다.
- 진우야, 잘 다녀왔다. 고맙다.
자리에 끼워 넣어준 친구에게 카톡을 먼저 보내놓고,
잠시 주저하다가 준영은 단톡방에 들어가 승식을 친구로 추가한 다음,
승식에게도 선톡을 날렸다.
- 승식아 나 준영이다. 친추 ㅎㅎ 오늘 너무 재밌었다. 다음에도 다 같이 모이면 꼭 불러줘.
왠지 기분이 들떴다. 팔짱을 낄 때 자신에게 안겨온 유미의 체온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 따스했다.
여태껏 그냥 칙칙하게 알바 끝나고 남자들과 스트레스 푸려고 마시는 술만 술인 줄 알았는데,
러브샷 자세로 마시는 술은 사랑의 묘약을 마시는 것처럼 달콤했다.
그 이목구비, 그 고운 머릿결, 그 하얀 목선…
연애… 라는 건 아직 시기상조겠지만, 이성을 멀리하는 건 확실히 바보 같은 짓이 분명했다.
친구, 그래, 그냥 친구! 지금처럼! 사귀는 건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 같이 모여서 가끔 웃고 떠들고 놀고,
그렇게 지내면 되는 건데 왜 지금까지 어렵게 생각했지?
나한테 뭘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니까 친하게 지내면 되는 거잖아, 쉽네.
준영은 인생에 새로운 눈을 뜬 것처럼 앞이 환했다.
부르르, 카톡 진동 소리에 준영은 카톡을 확인했다.
[승식] ^^~ 그래 와줘서 고맙다 기회 되면 또 보자
아, 정말 기분 좋다…
준영은 유미를 다시 볼 생각에 벌써 기분이 들떴다.
누가 봐도 나머지 셋보다 떨어지는 자신의 옆에 스스럼없이 앉아서 자신의 짝이 되어주고,
말을 걸어주고, 소심하게 친 농담에도 크게 웃어주고, 웃을 때 내 어깨를 때릴 적의 감촉이 싫지 않아,
준영은 길거리에 선 채로 자신의 망상에 빠져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몇몇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준영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제 자신이 거울 앞에서 남의 시선을 지레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상상 속에선 벌써 다음 모임이 열려있었다. 자신의 옆에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치마를 내리며
전전긍긍하는 유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덮어주자 시원한 미소로 고마움을 대신하는 유미,
그간 서로의 이야기를 얘기하다가, 자신의 이야기에 크게 맞장구치는 유미, 그 타이밍에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다시금 분위기가 고조되자 우리 또 게임 하자고 먼저 외치는 유미, 승식은 새로 온 사람과 짝을 맺고,
사람이 늘어서 더욱 재밌는 게임… 이런 또 졌네, 벌칙으로 러브샷, 이건 나한텐 벌칙이 아니라 상인데, 후후후,
자리를 파하고 헤어질 때… 이번에는 유미 씨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거야… 그렇게 밝고 쾌활하게 웃던
유미 씨가 왠지 머뭇거리다가, 작은 손으로 번호를 꾹꾹 눌러주곤… 자기답지 않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카톡하세요', 헤헤…
준영은 그 인파 속에서 자신이 지금 제일 행복한 사람일 거라고 자신했다.
팔짱을 꼭 낀 채로 지나가는 젊은 저 커플, 저게 미래의 자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와, 어쩐지 유미 씨를 닮았네… 어라, 정말 닮았잖아,
유미 씨는 반대방향 호선을 타야 한다고 했는데… 닮은 것치곤 너무 똑같은데…
준영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느끼고 허겁지겁 옆의 선간판 뒤로 몸을 숨겼다.
" 씨팔, 뭐야.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지나가는 취객과 부딪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슬쩍 사라지는 남녀의 실루엣.
대로 쪽이 아니라 골목으로 들어가잖아, 저 골목은…
준영은 몸을 최대한 숨기며 둘의 뒤를 따라붙었다.
'뭐야. 설마.'
인상착의를 보아하니 익숙했다. 짧은 바지를 입은 유미는 확실했고,
키가 크고 포마드로 머리를 꾸민 남자는 아무리 봐도 승식이었다.
'아니야, 유미 씨는 반대편 호선 타고 집에 간다고 했어.
승식이는 게임 진행만 했고, 아니야? 아니야? '
준영은 자신이 누군가를 미행한다는 죄의식은커녕 자신의 사랑하는 애인이 불륜을 저지르는 행위를
발각한 것처럼 몹시 분노를 느끼며 둘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모텔 앞에서 두 남녀의 사담이 들릴 만큼의 거리가 되자 준영은 그제야 뒤로 돌아 얼굴을 숨겼다.
" 너, 좀 서운했어~? 걔 옆에 갑자기 가버리고. "
" 안 그랬으면 분위기 어쩔 뻔했어~ 그리구 그 사람도 불쌍하잖아… "
" 걔는 걔고. 나랑 더 친해졌어야지. 어차피 다음번엔 걔 말고 원래 올 애 부를 거야. "
" 더 친해지고 말고가 어딨어, 사람 데리고 여기까지 와놓구선. "
" 아무튼.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옆에 앉지 마. 약속. "
" 되게 남자친구처럼 군다~ 진짜 바람둥이인가 봐. "
" 너 걔 옆에서 되게 잘 웃드라? 나 네 친구 은비한테 죽일 놈 돼서 어떡하냐? 지금 카톡 엄청 온다. "
" 원래 온다는 사람 패션샵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 아냐? 그 사람이랑 잘 이어줘 봐~ "
" 하아… 하필 물어본 애가 자기는 애인이 있대서 대신 아는 애 추천해주길래 급하게 덜컥 받았더니…
폭탄도 뭐 그런 핵폭탄을 보내냐. 뭐냐 이게? 물 흐리지, 분위기 다운되지, 은비한테 사과까지 해야 하고. "
" 그러게 사람 함부로 부르는 거 아니야. 반성해! 반성! 들어가자, 나 추워… "
" 추워? 미안. 미안. 들어가자. "
꼭 안은 채 건물 속으로 사라지는 승식과 유미를 바라보며 준영은 허탈감을 느끼며 벽에 기대앉았다.
' 나 뭐한 거야. '
부르르, 얄궂게도 그 순간에 친구의 카톡이 도착했다.
[진우] 야~ 제법이네 거봐 다녀오니까 되잖아 ㅋㅋㅋ 잘 해봐! 파이팅!
…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자 카톡 목록에 승식에게 보낸 자신의 카톡이 눈에 들어왔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준영은 그 카톡을 클릭했다.
- 승식아 나 준영이다. 친추 ㅎㅎ 오늘 너무 재밌었다. 다음에도 다 같이 모이면 꼭 불러줘.
[승식] ^^~ 그래 와줘서 고맙다 기회 되면 또 보자
다음에 모이면 불러줘, 기회가 된다면 보자,
한껏 들떠서 다음을 기약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그 말에 '기회가 된다면' 부르겠다고 답하는 승식의 답변이 우문현답으로 느껴졌다.
스마트폰 옆 버튼을 눌러 다시금 스마트폰을 잠금 상태로 돌리자 곧 꺼진 화면이 주위의 간판불에 반사되어 준영의 얼굴을 비췄다.
아주 무시무시한 무표정이었다.
변한 건 없었다. 소나기가 아니라, 일종의 신기루에 불과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아니라, 인생 최악의 조롱을 당한 기분이었다.
연애는 해볼 만한 거고, 친구부터 시작해보자고 힘차게 다짐한 자신이 얼마나 병신스러운지.
넌 여전히 기뻐하지도, 또는 화낼 줄도 모르는 놈이야.
애초에 그 자리에 갔을 때 환히 웃으며 자리에 앉지도 못했고,
찡그리는 은비 때문에 신경이 쓰여 전전긍긍하다가,
동정심에 옆에 앉은 남의 여자 덕분에 헤죽헤죽 웃다가, 혼자 사랑에 빠졌다가,
그걸 통째로 배신당하고도 승식이 얼굴에 침 한 번 못 뱉는…
소심한 놈,
그 무표정 속에서 숨겨진 씰룩대는 네 얼굴을 눈치챌 사람은 없겠지,
너…
아니, 솔직히 말해, 난 나를 공격하는 이게 자격지심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이란 걸 잘 알아.
그래.
나.
나… 왜 이렇게 불쌍하냐.
나 왜 이렇게 못났냐.
ㅡ
준영이 집을 향해 옮기는 발걸음은 몹시도 늘어져 있었다.
터덜터덜, 생기를 잃은 동공은 흡사 좀비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대로 집에 가봤자 이미 늦은 시간,
내일은 알바 하는 날.
그리고 다음 날은 학원 첫 수강.
학교, 알바, 학원, 집, 네 곳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구질구질한 옷차림, 꼬질꼬질한 반찬,
표정없는 얼굴로, 목적 없는 삶을 이어가려고.
아무 의심 없이 옮긴 발이 '물컹'하고 무언가를 밟자 그제야 '엇…'하며 준영이 현실을 마주했다.
사람이라도 밟은 건가, 급히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건 해파리처럼 생긴 물렁물렁한 가죽이었다.
" 뭐야… "
언뜻 보면 정말 해파리 같았기에 다시금 쳐다보자 그 생김새는 해파리보다 더 괴기스러웠다.
얇고 투명한 그 가죽은 일종의 마스크처럼 생겼는데, 인간의 얼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표정이 자연스러웠다. 눈, 코, 입이 인간의 모습을 완전히 재현해내고 있었다.
'윽…'
단지 마음속으로 준영이 혐오감을 느낀 그 순간, 가면이 동시에 씰룩거렸다.
준영의 마음을 대변해주듯 엄청나게 싫은 표정을 지었다.
'어라?'
그러자 그 순간 눈썹 부분이 으쓱거리며, 의아해하는 표정이 확실해졌다.
'… 뭐야 이거.'
아주 이상한 걸 발견했다는 듯 몰두하는 표정,
" 참나, 뭐 이런 게… 하… "
반신반의하면서 입꼬리가 반쯤 올라가는 것이 생동감이 넘쳤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처럼.
준영은 그 가면을 집어 들었다.
어떤 원리일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인지는 몰라도 그 가면엔 이상한 마력이 있었다.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하고 슬플 때 슬퍼하지 못하고 늘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늘 자신의 감정에 배신당해온 준영이 잃어버린 것.
자신의 표정.
거울 앞에서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어색해하며, 그 버릇이 남들 앞에서도 그대로 전해져 어딜 가나 어색한 사람,
투명인간이 되어온 준영에게 없는 생생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가면이었다.
준영은 이윽고 누가 볼세라 옆에 세워진 한 트럭의 창문에 얼굴을 비추곤,
겁도 없이 그 가면을 아득바득 자신의 얼굴에 씌웠다.
" 익… 이익… "
가면은 몹시 달라붙으며 겨우 준영의 얼굴에 들어맞았다.
잘 붙었나? 준영이 뺨을 어루만지자, 가면이 온데간데없이 맨살이 만져졌다.
뭐야, 준영이 뺨을 꼬집자, 아픔이 느껴졌다.
" 뭐야? "
그러나 트럭 창문에 비친 의아애하는 자신의 표정을 보고 준영은 깜짝 놀랐다.
평소에 자신이 짓던 지을 듯 말 듯한 표정이 아니라, 몹시 풍부하게 움직인 얼굴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지은 표정이 아니었지만, 그 표정은 아주 압권이었다.
평소 아무리 연습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지어지지 않던 살아있는 표정.
씰룩대는 가면이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준영은 어느새 그 가면이야 있건 없건 무언가 달라진 자신의 얼굴에 흠뻑 빠져있었다.
지금쯤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을 승식과 유미 따위야 될 대로 되라는 듯,
준영은 싱글싱글 웃음이 나왔다.
반쯤 미친 사람처럼 웃었지만 그 모습은 아주 놀라웠다.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준영을 한 번쯤 뒤돌아 보게 할 정도로 아주 기분 좋은 미소였다.
모두가 닮고 싶어 하고, 가지고 싶어하는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ㅡ
" 저… 준영 오빠. "
다닌 지 1달 정도 지났을까, 토익 학원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한 살 아래의 여학생이 준영을 넌지시 불렀다.
" 정아야, 왜? "
살짝 웃는 준영의 얼굴은 분명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 미소가 너무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서,
쳐다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를 주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사실 이는 준영이 1달 전 뒤집어쓴 (그 가면의 실존은 불투명해졌지만) 가면이 가지고 있던 마력을 닮은 것이지만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 가면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 오빠의 그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제가 아플 때 걱정해주는 표정도 너무 좋아요.
제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오빠처럼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오빠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
" … "
준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준영의 말을 대신 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모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물론 기쁘지만 사랑을 키워가기보단 동생으로서 아껴주고 싶은,
그 마음이 한껏 우러나와서 그걸 쳐다보는 정아는 마치 신 앞의 사제가 된 것처럼 그 얼굴을 경건히 쳐다보다가,
" 죄송해요. 역시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
" 정아야. "
" 전 진짜 괜찮아요, 제가 너무 앞선 거에요. "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책가방으로 겨우 가린 채 도망가듯 교실을 빠져나간 정아를 바라보며
학원의 다른 남학생 두 명이 휘파람을 불며 준영을 놀렸다.
" 이야, 준영이 형… 대박인데요, 우리 학원에서만 세 번째 아니에요? "
" 와… 진짜 형 보면 매력이 중요하단 말이 뭔지 알겠다니까… 뭐 특별한 것도 없는데. "
" 야, 세상 사람들이 다 속물이 아니야. 사람이 가진 매력이 통한다는 얘기야. 아오, 부럽다. "
" 그래도 우린 안 생겨! "
" 야야. 그만 놀려… 나도 난처해. "
준영은 두 동생을 살짝 타이르듯 말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 의문의 가면을 뒤집어쓴 날 이후로 준영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호감을 주고자 하면 지어지는 자연스러운 미소는 서비스업에 오래 종사한 베테랑을 연상시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처음 보는 이도 자연스레 미소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으며,
첫인상 이후에도 '와 이 사람 인상 좋네'하는 생각을 지속해서 주면서 작은 농담도 커다란 위트처럼 여겨지고,
작은 호의도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내 편이야'하는 신뢰를 심어주어 누구와도 허물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찬가지로, 학원에서 벌써 세 번째 이성으로부터의 고백을 받은 것만 봐도
준영의 지난 인생과는 차원이 다른 삶이 열렸단 걸 보여주는 증거였다.
언뜻 떠오르는 유미 생각에 잠시 준영의 기분이 언짢았지만 이내 환히 웃을 수 있었다.
지금만 같으면 언제라도 연애할 수 있어, 내 인생은 달라진 거야,
그런데 그 순간 두 동생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분명 준영 자신은 환히 웃고 있는데…
" 어… 형 정아 고백은 진짜 곤란한가 보다. 형 그런 표정 처음 봐요. "
무슨 소리지? 웃고 있었는데?
" 형, 형이 정색하니까 무서워요~… 다른 사람 같아요. "
" 내가 정색했다고? 아닌데… "
무슨 말이야, 웃고 있는데…
준영이 허겁지겁 거울로 달려가 보니 아뿔싸,
지극히 예전의 표정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 전 고백을 받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거울 속 자신이 마귀처럼 느껴졌다.
뭐야, 좀 웃어… 얼굴에 생기가 하나도 없어.
" 어라? "
" 형 장난치지 마요~ 야, 야, 저 형 장난이야 장난! 아 속을 뻔했네! "
" 어? 아~ 아나 당했어! 와! 저 형 표정 연기 소름! 와 진짜 정색하는 줄 알았어, 형 먼저 가요~ "
" 어… 그… 그래. "
준영은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목소리만 내어 대답했다.
둘마저 나가버리자 교실엔 준영 자신만이 남아있었다.
준영은 숨죽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 휴… "
거울 속엔 아주 풍부한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자신이 있었다.
ㅡ
" 준영아, 슬아가 벌써 시집을 간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너도 얼른 취업해서 장가가라. 엄마가 그래야 잊어버리지. "
" 엄마도 참… 취업도 못 했는데 장가부터 얘기해요. "
" 그냥 슬아가 시집간다니까 기분이 그르네. 이상하네.
그나저나 우리 아들 요즘 표정 참 좋아… 너 정말 장가가는 거 아니야? "
" 에이 참. 무슨 소리에요. "
사실 준영이 엄마와 이렇게 살가워진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원래 집에 오면 밥 먹었니, 네, 공부는 잘되니, 네, 이런 식의 단답만이 오가던 모자 사이였다.
이 또한 준영이 표정이 좋아지고, 사람과의 관계가 나아지자, 덩달아 어머니와도 쉽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되어 그간에 없던 애교도 부리는 탓에 진전된 것이었다.
가면 이후의 삶이 지난 삶을 압도하고 있었다.
슬아는 준영의 사촌 누나로 준영과 어머니는 슬아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해 앉아있었다.
-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
결혼식의 가장 주목받는 순간,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슬아가 고모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아주 아름답고, 축복해주고 싶은 순간이었기에 모두가 환히 웃으며 쳐다봤다.
준영 또한 그 모습에 환히 미소를 짓는데…
" 으후후흐으!! 으흐후후으으으!! "
무슨 소리야, 식장에 엄청난 위화감이 감돌았다.
" 으후후흐으으으! "
내가 왜 이러지, 준영은 깜짝 놀랐다.
기쁜 마음으로 웃는다고 웃었는데, 자신의 입에서 나온 건 처절하게 울부짖는 절규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황당함에 옆을 돌아보자 충격에 빠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어머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엄… 엄마. 아니에요. 아니에요. "
식장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 모두가 웅성거렸다.
사회자가 진정시키려고 애쓰는 방송이 울렸다.
" 아- 지금 신부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모두 생애 가장 기쁜 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신부를 위해 정숙해 주세요~ "
슬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몹시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준영은 미안해서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 아핫하하하하! 갸하하하하! "
" 야 이 미친 새끼야! "
신부 손을 잡다 말고 고모부가 뛰어와 준영의 뺨을 때렸다.
"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
어머니가 고모부의 손을 잡고 말렸다.
" 얘가 어디 아픈가 봐, 응? 김 서방, 이러지 말고 앰뷸런스부터 불러, 준영이가 어디 아파서 그런 거야. "
고모부는 흥분한 채로 달려들고, 어머니는 울면서 말리고, 슬아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고,
사회자의 갈피를 못 잡는 목소리가 울리고, 하객들은 웅성거리고, 준영은 황당함과 미안함과 수치스러움이
한데 뒤섞여 분명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데 표정은 난데없이 입이 귀에 걸리도록 깔깔거리고 있었다.
몹시 경박하고, 남자의 웃음소리라고 듣기 힘든 소리였다. 익살스러운 표정은 더욱 그 경박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 갸하하하! 갸하하하하! "
깜짝 놀란 가슴에 이어 귀청을 때리는 기괴한 웃음소리에 몇몇 군데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른들은 화를 내는 사람이 반, 말리는 사람이 반으로 하객들끼리도 다툼이 이어져 완전히 슬아의 결혼식이
엉망이 되었다. 이미 신랑은 두근거리며 신부를 기다리던 마음이 엉망이 되어 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을 떠나버린
뒤였다. 준영이 이 모든 상황을 벗어나려 할수록 표정은 자신을 배신했다.
갸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하,
모든 게 미쳐가고 있었다,
준영에게 모든 것을 열어준 가면이 이제 모든 것을 가둬가고 있었다.
이제 준영은 인정해야 했다, 파티는 끝났다는 것을.
ㅡ
[진우] 아현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와줄래. 가는 길에 인사라도 해야지.
… 학원도, 학교도, 알바도 그만둔 채 방구석의 폐인으로 전락한지 한 주를 넘어가던 무렵,
외부의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은 채 철저히 외톨이가 되어버린 준영에게 진우의 카톡이 도착했다.
준영은 차마 그 카톡만큼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 갈게.
방구석에 누운 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스마트폰 화면이 다시 어두워지자,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이자 자신에게도 너무나 잘 해주었던 아현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더욱 우울해진
자신의 얼굴이 비춰졌다. 분명 최저의 기분이었음에도, 광대처럼 헤벌쭉 웃고 있었다.
" 으아악! 씨발! "
준영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어두운 방 안을 공포가 휘감았다.
귀신 때문도 아니고, 살인마 때문도 아니고, 허나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기분이었다.
온몸이 벌벌 떨렸지만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간의 자기혐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무서워하는 끔찍한 공포.
어느 쪽이 자신인지, 지금 혹시 실은 아현의 죽음에 정말 기뻐서 웃고 있는 건 아닌지,
예전처럼 감정을 숨기는 원래의 모습이 가면의 마력 때문에 그 감정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지금 나를 지배하는 건 위선이고 실은 이 표정이 정말 나의 그대로를 투영하는 건 아닌지,
그렇게 생각할수록 준영은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다.
누군가를 만나도 두 얼굴의 자신을 조우해야하고, 어느 쪽이 거짓인지 모를 표정을 짓는 자기 자신은
그야말로 진정한 '괴물'이 되어있었다.
…가겠다고 약속했어, 지켜야 해.
준영은 일어나서 세수하기 시작했다.
거울은 쳐다보지 않았다.
덕분에 대충 한 면도 자국은 상처투성이였다.
ㅡ
병원 장례식장 아래에 들어서자 국화가 무수히 놓여 있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깊은 관계를 많이 쌓은 사람이었단 걸 말해주듯이,
많은 사람이 그녀의 영정사진 앞에 다녀가고 있었다.
" 준영아… "
" … 진우야. "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안아줄 뿐.
준영은 절을 마친 후 진우의 옆에 앉았다.
진우는 술을 이미 많이 마신 듯, 잔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준영은 억지로 술을 따르지 않았다.
그저 들썩거리는 진우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장례식장의 우울한 분위기와 가장 친한 친구의 절망, 그리고 자기 자신의 폐쇄되어버린 세상에
생각이 이르자 준영 또한 소중한 친구 하나를 더 잃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때가 늦었다.
이번엔 확실히 자신도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심지어 말도 안 되는 느낌이 이어졌다.
분명 '슬픔'이 기폭제가 되어 나오는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까무러치듯 웃게 될 거란 건 그간의 이상한 경험들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와 다른 느낌이 준영의 몸을 휘감았다.
준영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려 하자, 갑작스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단순히 감정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울고 있지만 웃는 것이 아니라,
울기도 전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은, 진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아니야 미친, 씨발, 아니야, 아니야! 제발 멈춰줘, 가면이든 뭐든 제발… '
이성은 처절하게 웃지 말라고 울부짖지만, 준영의 기분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 우하하하하. 아-하하하하! "
준영은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있는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상태에서 입을 틀어막은 건 어쩌면 실수였다.
" 읍흡흐흐흐흐, 프흡흐흐흐흐ㅡ "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채 막은 입 사이로 주체할 수 없이 새어나오는 웃음,
누가 봐도 그건 만족하는 웃음이었다.
" 누구신지 몰라도 나가주세요! 죽은 딸아이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
아현의 어머니가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자, 진우가 준영을 말리려 애썼다.
" 야, 왜 그래. 왜 그래? 왜 웃는 거야. 분위기 파악 좀 해라 너… "
" 흐흐흐흡흡흡, 프흡흡흡… "
그러자 준영은 진우의 팔을 뿌리치고,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은 채 장례식장을 떠나 도망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웃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모두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아주 즐거워 보이는 웃음소리가 멀어졌다.
' 갸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 - '
ㅡ
" 끄으으으으읍, 끄으으으읍 "
지이이익,
" 끄으으으읍, 끄으읍 "
지이이익,
" 그으읍… 그으읍… "
지이이익,
" 읍읍… "
지이이익,
" …… "
준영은 마지막으로 입가에 붙인 테이프가 웃음소리를 완전히 가두자 테이프를 거칠게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곤 책상에 앉아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정신을 놓기 일보 직전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이상현상은 더욱 심해져 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표정이 자신의 감정을 거스르는 것에 이어,
이제 표정이 자신의 감정을 조종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표정은 모든 것을 망가뜨려 놓았고,
'우울할수록 터져 나오는 웃음'은 갈수록 준영을 우울하게 만들었고,
그 우울증이 심해질수록 웃음은 더욱 심해졌다.
우울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비웃는 자기 자신의 웃음소리를 듣는 고통을 아는가?
자기혐오가 아닌, 자신이 아니지만 자신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공포가 준영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고 있었다.
투둑,
' 안 돼! '
투두둑,
' 테이프, 테이프! '
준영이 허둥거릴수록 투둑거리며 테이프는 더욱 빠르게 터지고 있었다.
달달 떨리는 손가락은 테이프의 시작점이 어딘지 찾는데 헤매고 있었다.
투두둑!
" 갸하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 "
마침내 최고조의 우울함과 함께 최고조의 엔도르핀이 뿜어져 나왔다.
아주 행복하면서도, 아주 죽어버리고 싶은 역설적인 감정이 어두운 방을 기괴하게 감돌았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갸하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 "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준영은 겨우 아득히 멀어져가는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갸하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 "
준영은 테이프를 끊기 위해 더듬거리며 잡은 커터칼을 쳐다보더니 테이프를 놓아버리곤,
터벅터벅, 마치 처음 가면을 줍던 그 순간처럼 발을 질질 끌며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갸하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 "
준영은 마침내 아주 오랜만에 거울 속의 표정과 조우했다.
씰룩대는 가면, 오랜만이지,
마침내 이별할 시간이 왔어,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갸하하하하하하, 갸하하하하하! "
써걱,써걱,
주르륵, 농도 짙은 피가 와르르 발등 위로 떨어졌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꺄하하하하! 꺄하하하하! "
'나는 나야, 나는 나야,'
써걱! 써걱!
'나는 나야'
" 꺄하하하! "
써걱!
'나는 나야'
써걱!
써걱!
'꺄하하하!'
나는 나야
'써걱!'
"꺄하하하!"
써걱
'나는 나야'
" 갸흐흐으… "
뚜두둑, 뚜두둑,
핏물이 발밑에 가득 고였다.
" 씰룩대는 가면, 이제 이별이다. "
웃음을 겨우 멈춘 준영의 두 손 위로 커터칼과 함께 가면이 하나 들려있었다.
그러나 처음에 모습을 감춰버린 투명한 가면이 아닌, 그것은 피범벅이 된 준영의 얼굴 가죽이었다.
그 가죽은 마치 준영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얼굴처럼 매우 정색하고 있었다.
" 나는 원래의 내 모습을 찾은 것이다. "
준영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아득해지는 정신에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 나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
준영은 두 손마저 땅바닥에 짚었다.
얼굴 가죽과 커터칼이 바닥의 핏물 위를 떠돌았다.
얼굴에선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바닥을 적셨다.
" 이게 원래 나의 모습이다. 남이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내가 웃을 때 웃을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할 것이다. "
그리곤 꺄하하하하,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웃음만큼은 거짓이 아닌, 가면이 아닌, 정말 준영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것 또한 원래 준영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단 것이리라.
핏물 위를 부유하는 얼굴 가죽 하나가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순간 활짝 웃었다.
[ 자료 출처 : http://todayhumor.com/?panic_86930 ]
첫댓글 처음부터 존나한남이라 못읽겠네...ㅋㅋㅋㅋ 예쁘고 나보다 잘난 남자 옆에 있던 여자가 '먼저' 본인한테 다가오길 바라는 한남판타지~~~~
ㄱㅆ) 웅ㅋㅋ근데 의외로 여혐(공격적인)은 없어!ㅋㅋ약간 이토준지 만화 느낌이라 가져와봄ㅋㅋ
아그래?? 그렇다면 다시 읽어볼게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거기서 그만 읽을뻔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허 재밌네.. 글 읽으면서 숨막힐뻔 ㅅㅂ
나오는 사람들 대화의 디폴트가 한남대화같아서 읽기어려웠는데 자꾸속물속물어쩌고 하는거때매 근데 소재가 참신하다 정말 이 글쓴사람은 주인공을 찌질하게만드려고 일부러 이렇게 쓴걸까 아니면 자기가 그런걸까...궁금스
글 재밌긴 한데
남자가 쓴거 너무 티나....
바탕에 여혐이 기본으로 깔려있고
표정 좋아졌다고 여자한테 고백받을수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너무 웃김ㅋㅋㅋㅋ
ㄱㅆ) 마쟈 남자가 쓴거야ㅋㅋ여혐 없는걸로 골라서 가져오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ㅜㅜ막 여자한테 공격적인 여혐 아니면 그냥 들고 오고 있엉!
처음부터 뭐 능력 안본다고 속물아니라는거 부터 보기 싫어졌다 시발연애가 자원봉사냐? 글쓴 옮겨와쥰건 고마워
저렇게 여혐인듯 한게 더 현실같아서 소름돋아서 읽음!!! 고마워 여시!
아진짜 한남냄새ㅠㅠㅠㅠㅠㅠ시발 여자여자 여자못읽고 그놈의 여친에 결혼못잃어
222 존나 남자가 쓴거 티난다.. 여자 못잃어;;;; 연애 못하고 결혼 못하면 망한인생이고 핵폭탄이어도 잘 웃으니까 고백받음~
이래서 촌놈한테는 손도흔들어주지 말라는건가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