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사는 '스타일'이 있다. 작게는 밥먹을때나 얘기할때도 자기 스타일이 있고, 크게는 인생을 사는 방향에도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그건 사람들이 뭐라하건 무척 고치기 힘든 것들이다. 자기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을 어느순간에 바꾸기도 힘들고, 자신이 고칠 마음이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스타일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제각각일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한번 만들어진 스타일은 어지간해서는 바꾸기 힘들고, 그러는 사이에 그 뮤지션에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좀처럼 깨기 힘들다. 편견이란 매우 안좋은 것이지만, 그런 편견들은 어느정도 그 뮤지션이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과 행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렇게 자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팬도 만들고, 반대로 적도 만들었다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조PD는 조PD다
개인적으로는 조PD도 그런 뮤지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스타일하나는 확실한 래퍼이자 프로듀서였다. 모노톤이 생각날정도로 조금은 탁하고 불분명하게 잡은 사운드, 의도적으로 촌스러움을 내세운듯한 앨범 재킷, 인터넷과 mp3를 통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그리고 대중에게 처음으로 한국힙합이 이런 '욕설'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래퍼가 바로 그였다. 또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을까 싶을정도로 기발한 가사쓰기나 샘플링, 그리고 좋게 봐주면 독특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매우 어색한 톤(심지어 그 톤으로 노래까지 부르는)을 가지고 있는 그의 스타일은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또 조PD야?'라고 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재기넘치고 공격적이며 'A급'을 능가하는 'B급정신'으로 충만한 '의도적인 B급'으로 생각되거나, 혹은 말그대로의 'B급 래퍼'로 보일만한 뮤지션이 조PD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런 그만의 스타일과, 평행선을 가듯 뚜렷한 그에 대한 반응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됐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놀랍게도 다르다. 그가 자기 스타일을 어느정도 '미래형'으로 수정하며 한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다른 뮤지션들을 자신의 음악속에서 프로듀싱하며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고, 그의 스타일속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요소들을 첨가시키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며,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은 어느정도 절제하며 조PD는 조PD이되 '미래형'의 조PD를 만들어낸 것이다. 말그대로 'PD'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FUTURE STYLE'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급스러워진 사운드
이 앨범은 일단 앨범 재킷부터 조PD의 스타일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나온 앨범들중 가장 독특한 아이디어를 자랑한다고 해도 좋을만한 이 앨범재킷은 프라모델로 조립되는 조PD의 'Head model'을 내세워 의도적인 촌스러움이나 거친 이미지를 내세운듯한 지난 앨범들과 달리 매우 미래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도 '80년대' 가요를 샘플링하고, '한국 최초의 하드코어 래퍼'를 내세웠던 그가 그 정반대편에 있다고 해도 좋을 이런 아이디어를 이렇게 멋지게 소화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리고 앨범으로 들어가면 이 앨범을 통한 조PD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그는 이 앨범에서 그가 새롭게 내세운 뮤지션 집단 'FUTURE FLOW'라는 이름만큼이나 '라임'이 아닌 '플로우'를 기반으로 이전 앨범과 어느정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층 발전한 사운드 메이킹과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통해 매우 새롭고 고급스런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트로인 'STARDOM'S CEO'는 그의 변화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그의 랩은 여전히 라임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첫 부분부터 '난 C to the H to the O, P, D요. 스타덤의 C to the E O, C에다 H에다 O, P,D 오....'하는 식으로 라임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사운드를 바탕으로 그것을 플로우삼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어서 이전에 비해 보다 높은 완성도를 들려준다. 랩의 플로우는 중간중간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리듬의 시작과 종료에 맞춰 흐름을 조절하기에 어색하게 '씹히는' 느낌이 들지 않고, 더불어 조PD의 독특한(혹은 어색한) 톤역시 마치 사운드 위의 또 하나의 사운드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플로우의 기본이 되는 사운드의 완성도다. 우선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녹음의 측면에서 이곡, 그리고 이 앨범 전체의 사운드는 매우 선명하고 고급스럽다. 이전의 앨범들이 '아날로그'의 느낌, 혹은 샘플링을 정말 그 샘플 그대로 가져온 것과 같은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면 이 앨범의 사운드는 하나하나 선명하고, 풍부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나름대로 분위기는 독특했지만 뭔가 허술하거나 촌스러운 듯 보였던 이전의 뮤직비디오와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미래적인 컨셉과 스타일,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번 뮤직비디오의 차이같다고 할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런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으로 만들어진 사운드의 완성도자체이다. 지난 앨범들이 하나의 샘플링, 혹은 하나의 리듬 프로그래밍이 가지고 있는 리듬이나 멜로디 하나에 의지해 계속 그것을 반복시켰다면, 이 곡은 사운드를 반복시키되 그 리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하면서 그 사운드들이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이미지로 곡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예를들면 조PD 2집의 'Fever'는 매끈하게 뽑혀나온 전자음으로 이루어진 리듬프로그래밍하나에 의지해 랩과 이정현의 피춰링 보컬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곡에서 조PD는 비슷한 리듬이지만 그것을 각각 건반부터 드럼까지 다른 톤의 사운드들로 만들고 그것을 정교하게 배치해 보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랩의 플로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고, 곡의 이미지를 보다 화려하고 세련되게 만들어낸다. 이전부터 보여준 감각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재능에 보다 정교해진 기술이 합친 결과이자, 동시에 자신뿐만 아니라 재능있는 뮤지션들의 능력을 자신의 음악에 결합시킬 수 있는 'PD'로서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What's up?
이 앨범에서 사운드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믹싱과 레코딩, 그리고 마스터링은 조PD가 아닌 재기넘치는 R&B 뮤지션이라 할만한 wassup에 의한 것이고, wassup은 사운드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 고급스러운 R&B 멜로디라인을 통해 곡을 보다 짜임새 있게 만들어내고 있다. 비록 그가 직접 부른 것은 아니지만 이 인트로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훅 'i know i think i gotta come back now. u know my flow i ll show you right now'는 그의 영향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조PD의 앨범들에서 나타났던 사운드의 반복과 랩의 연결에 따른 지루함을 막아주면서 조PD가 이 앨범에서 변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물론 결국 그 훅도 끝까지 별다른 변화없이 랩과 멜로디의 반복으로 이어지다가 페이드 아웃으로 끝낸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곡이 인트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문제삼을 부분은 아닌 듯 싶다. 적어도 인트로를 통해 그는 확실하게 자신이 보여줄 'Future Flow'의 한자락을 보여준 셈이다.
그 다음곡 'bye bye'부터 'U', 'Back in the dayz'에 이르는 세곡은 조PD의 음악적 변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트랙들이다. 이 곡에서부터 피처링 보컬로 앨범의 전면에 등장하는 wassup은 지금까지 조PD가 해온 음악들의 구성을 뒤집으면서 훨씬 세련된 분위기를 앨범에 불어넣고 있다. 'bye bye'에서 그는 첫 부분부터 자신의 보컬과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통해 조PD의 이미지를 일신시키고 있다.
wassup은 매우 뛰어난 가창력이나 애드립 솜씨를 발휘하지는 않지만 톤자체가 워낙 색깔이 강해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이 곡은 사운드 자체가 R&B에 맞춰져 있어 조PD는 wassup이 만들어내는 고급스러운 느낌속에서 상당히 이질적인 톤으로 랩을 하기에 그 둘간의 충돌자체가 조PD의 앨범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전의 곡들이 충분히 예상가능한 랩과 훅의 조합이었다면, 이 곡은 훅과 멜로디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마치 조PD가 어느 R&B 앨범의 게스트 래퍼로 참여한 것같은 느낌을 주면서 예상외의 전개를 보여준다.
조PD의 라임은 여전하지만, 그 라임은 사운드의 반복속에서 라임에 대한 집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이제, 챙겨 할 것은 내 형제, 내 미래, that's so crazy. 됐소 자 이제 나가야지...'처럼 '제'를 라임으로 맞추면서 높은 음에서일수록 두드러지던 그의 톤의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그것이 사운드의 리듬에 맞춰져 잘 조화되어 있어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앨범에서는 조PD의 톤이 자신의 앨범에 찬반을 나뉘게 했던 요소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오히려 경우에 따라(여전히 그의 톤이 어색한 곡들도 있다)고급스러운 R&B/랩 트랙에 조PD만의 스타일을 각인시켜줄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 곡은 반복적인 구성이라고는 하지만 이전의 샘플링 위주, 혹은 감각적인 아이디어 하나에만 의존한 리듬 프로그래밍과 달리 랩에 따라 상당히 짜임새있게 변화하는 사운드를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wassup의 보컬라인에 맞춘 R&B 스타일의 리듬프로그래밍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그 사이에는 조PD의 래핑을 받쳐줄 사운드들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곡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고, 반복성을 탈피하고 있다. 1절이 거의 같은 사운드의 반복으로 이어져 있다면, wassup의 훅이 끝난 2절부터는 '좌우로 앞뒤로 공격 받았다'에서 파열음을 넣어 가사의 강세를 보충하기도 하고, '모두 물들어..'에서는 전자음과 드럼의 하이햇 사운드를 배치해 박진감을 더하기도 하고, 아예 가사에 맞춰 병아리 소리를 넣어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훅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건반이 끼어들면서 나름의 클라이막스로 이끌어 마무리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런 보다 정교해진 사운드와 구성의 변화는 곡의 반복성을 없애는 것은 물론, 조PD의 어색한 톤을 가리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사운드가 조금씩 변하면서 조PD의 랩에 맞는 사운드를 제공함으로서 톤의 어색함을 가리고, 곡 전체를 윤기있고 화려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자연스러운 구성에 비해 그만큼 확실한 악센트가 곡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wassup의 고급스러운 보컬멜로디나 조PD와 그 사운드간이 진일보한 조화를 통한 곡의 유연한 변화는 그 자체로 인상적인 것이지만, 이 곡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포인트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훅에 비중을 뒀다면 후반부에서 훅을 보다 강하게 꾸미든가, 아니면 조PD의 래핑에서 더욱 강한 포인트를 잡아냈으면 좋았을 듯 싶다. 'FLOW'가 너무 자연스럽다보니 오히려 곡 전체의 이미지는 조금 약해졌다고 해야할까.
'U'는 이런 'bye bye'의 아쉬움을 더욱 짜임새있는 사운드와 후반부의 확실한 악센트로 더욱 완성도있게 꾸며놓은 곡이다. 이 곡의 사운드는 화려하다고 해야할 정도로 계속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운드는 엇비슷한 리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면서도 조PD와 wassup의 보컬에 따라 서서히 변해간다. 하나의 리듬을 다양하게 변조시키고, 조PD의 래핑은 그 위에서 거의 동일한 플로우를 들려주면서 오히려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박진감을 더욱 살렸다고 해야할까. 'bye bye'가 부드러운 R&B곡 위에 조PD의 래핑을 얹어놓은 것 같았다면, 이 곡은 조PD의 강한 랩 트랙에 wassup이 참여해 멜로디적인 포인트를 주는 것 같은 곡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bye bye'와 여러면에서 비교되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공격적이고 박진감있는 리듬 프로그래밍들과 사운드의 정교함은 'bye bye'보다도 더욱 뛰어나고, 그 리듬에 실린 조PD의 랩은 앞의 곡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강한 비트를 느끼도록 해준다. 또한 wassup의 보컬 멜로디는 'bye bye'처럼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러 충분한 솔로 타임을 가지며 곡을 확실히 마무리한다. 'bye bye'에서 약간의 변화와 여음구정도로만으로 처리하던 곡의 마무리에 비해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반대로 강한 비트를 가진 사운드를 내세웠기 때문에 조PD와 wassup모두 자신들이 가진 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bye bye'에서 조PD의 랩은 자신의 단점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변화하는 사운드속에서 상당부분 가릴 수 있었지만, 이 곡에서는 플로우보다는 비트 중심으로 강하게 끊는 래핑과 그만큼 강세를 가진 라임을 보이다 보니 고음에서 어색한 톤이 더욱 부각되는 그의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로미오가 이름이오, 줄리엣 where you at?..'에서 '엣'을 가지고 하는 라임이나, 'no disrespect for my ladiez, but i m real shady, in nineties, i ve been there done that ladies, babies'에서 'ie'에 대한 라임은 조PD의 이전 앨범에서 느꼈던 어색함(혹은 친숙함)을 다시한번 재현(-_-)해준다.
또한 wassup의 보컬은 달콤한 초콜릿처럼 곡 전체에 R&B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는 매우 좋은 톤이지만 이런 강한 비트에 맞추기에는 지나치게 부드러운 보컬인 듯 싶고,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마저도 너무 고급스럽게 부드러운 진행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애드립을 확실히 하거나 질러줄 때 제대로 질러줬다면 좀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조PD가 재즈를?
앞의 두곡이 조PD의 사운드적 변신과 함께 R&B와 전자적인 사운드의 결합이라는 요즘 트랜드를 들려준 곡이라면, 'Back in the dayz'는 조PD가 말그대로 'PD'의 자리에서 곡을 조율한듯한 곡이다. 이 곡에서 조PD는 짧게 랩을 하는 정도로만 곡에 참여하고 있고, 나머지는 곡을 프로듀싱한 Deze와 보컬 Rich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 곡중 하나가 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피아노 연주로 곡의 재즈적인 성향을 보여준 뒤, Rich의 보컬이 등장하는 부분부터는 베이스연주를 기반으로 재즈적인 피아노와 기타연주를 이어나가면서 거기에 조PD의 랩과 Rich의 R&B보컬을 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마치 재즈 사운드를 샘플(사실은 실제 연주한 것이지만)로 걸고 R&B보컬과 래퍼가 그 사운드에 맞춰 자신들의 목소리를 집어넣은 것 같은 독특한 곡이 되었다. 즉, 'bye bye'가 R&B에 맞는 사운드와 wassup의 보컬사이에 조PD의 랩을 넣으면서 R&B의 고급스러움과 조PD의 특성을 드러냈다면, 이 곡은 재즈 사운드속에서 R&B와 랩을 넣어 재즈적인 느낌이 나지만 또다른 특성이 공존하는 곡을 만들려 하는 셈이다.
여기서 Rich는 R&B적인 창법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back in the dayz..'같은 후렴구에서 재즈적인 성향을 보이며 나름의 조화를 보이는 반면 조PD의 영어래핑은 너무 딱딱하고 '..united hip hop nation. use your imagination, don't depend on other's decision.'같은 부분에서는 재즈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어색한 플로우로 곡의 흐름을 깬다. 차라리 'bye bye'나 'U'처럼 보컬 뒤에서 백킹 보컬을 하는 정도에만 그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연주에 wassup에 비해서 보다 진한 Rich의 보컬 때문에 무난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는 충분하지만 반복되는 사운드에 변화없는 멜로디라인이 랩을 전후로 해서 그대로 반복되어 무난함과 자연스러움 이상의 독특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딱 분위기 전환용 소품이라고 하면 좋을 듯.
'never give up 2'는 전 앨범의 'never give up(part II)'를 잇는 작품. 앞의 곡들이 R&B적인 감성을 끌어들여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조PD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곡은 조PD적인 특성이 보다 높은 완성도로 이루어진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복적인 사운드에 샘플링된 멜로디, 그리고 그것과 랩의 교차라는 점에서 이전의 조PD 앨범의 수록곡들을 연상시키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곡은 전작들보다 한결 나아진 사운드의 완성도와 곡의 연출력으로 인해 한결 나은 완성도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전의 곡들이 '좋은' 샘플링을 단순반복하고 그 멜로디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느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 곡에서는 그것을 자기식으로 소화하여 또다른 느낌으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반부터 이펙트가 걸린채로 중간중간 끼어들며 훅의 역할을 하던 샘플링된 멜로디라인은 '나 찾았어...'로 시작되는 조PD의 나레이션이 진행되면서 그 밑에 깔린 신디사이저의 멜로디라인과 함께 앞의 부분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주며 곡의 이미지를 지배한다. 앞부분의 샘플링이 그저 반복적인 훅의 역할을 한다면, 조PD의 나레이션과 함께 대비되는 샘플링은 곡의 하이라이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샘플링을 쓰더라도 그것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사운드와 랩의 연출을 안다고 해야할까.
특히 이 곡에서 인상적인 것은 샘플링의 멜로디를 내세우는 곡이면서도 사운드는 사운드 나름대로 약간 음울하고 몽롱한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앞의 트랙들이 깨끗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내세워 고급스러운 질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주력했다면 이 곡은 오히려 조PD의 전작, 마치 약간 퍼진듯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내면서 그것을 사운드의 반복성, 그리고 샘플링에 걸린 이펙트를 통해 샘플링의 멜로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내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곡에서도 곡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악센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PD의 성향이라고 해야할지 몰라도, 이 곡,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느낌은 자연스럽고 좋아도 확실하게 곡을 끝맺음하거나 절정으로 올려놓는 부분들이 약한 듯 싶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보다 정교해지고 연출력의 면에서도 좋아졌지만 곡 전체적으로 정해진 패턴의 반복이상은 못한다고 해야할까. 좋은 멜로디와 랩의 반복만으로 끝나는 구성은 이 앨범에서도 여전한 것 같아 아쉽다. 또한 UZI의 래핑은 음울한 곡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낮고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조PD의 랩은 역설적으로 '만약 라임을 이해 못한다면 절대 넌 이런 내 맘도 이해 못해'같은 부분에서부터 하이톤에 딱딱한 라임의 반복으로 곡의 분위기와 조화되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나레이션 부분이라도 UZI가 했다면 보다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면서 UZI의 저음과 샘플링의 멜로디라인이 보다 뚜렷한 대비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달려! 달려!
'shame on you'는 '속도감'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곡. 좋은 리듬을 만들어내는 조PD의 감각과 서로 보다 조화되는 랩과 사운드의 완성도를 끌어낸 이 앨범의 특징을 R&B 보컬없이 랩과 사운드의 반복만으로 보여줬다.
사운드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듯하지만 워낙 리듬자체가 워낙 박진감있게 진행되면서도 박수소리를 연상시키는 이펙트를 넣어 거기에 강세를 주고 있고, 조PD의 랩은 때론 박진감있는 리듬에, 혹은 박수소리에 맞춰 '나나나나..'같은 여음구를 곁들이며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특히 이 곡은 앞의 곡들에서도 보여준 신디사이저의 사용이 인상적인데, 기본적으로 동일한 리듬 프로그래밍을 반복하고 있으면서도 중간중간에 신디사이저로 곡의 긴장감을 높여주고 있고, '...그 졸작 들으면 난 오바이트가 쏠린다고'부분에서 사운드를 최고로 키워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면서 곡을 한차례 확실히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이어져 계속해서 반복되는 '로보트 조종하며 별들의 전쟁, 그리고 내부적으론 끝없는 당쟁. 냅스터 소리바다 끝없는 논쟁'은 박진감있는 리듬라인과 맞물려 자칫 단순해질 수도 있었던 곡을 더욱 강한 느낌을 주며 끝내게 된다. 딱 지루할수도 있을만한 부분에서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보는데, 어떻게 보면 힙합으로 가던 곡을 일렉트로니카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고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반복적인 구성과 몽롱한 느낌은 오히려 일렉트로니카쪽에 가까우니까. 심플하지만 효과적인 연출이 살아있고, 그만큼 직선적인 매력이 있는곡.
또한 이 곡의 가사는 내용자체는 생각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건 요즘들어 '보다가 꺼내쥔 pd 수첩. 불을 붙히려다 결국에 진-mbc-가 토해 낸 불씨 씹을 밥 없으니 맥 없이 꺼졌지 주는 밥만 먹고 약골. 보는 사람도 약골, 불량식품 먹고 다들 좋다는 꼴'같은 가사를 들으니 참 재밌긴 하다. 예전처럼 '하드코어 래퍼'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여전히 자기 스타일의 뼈대는 유지하고 있는 조PD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Shame on you'에서 부분적으로 쓰인 일렉트로니카적인 느낌은 '이런말 하는말'에 이르러 보다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재즈 색소폰과 피아노를 끌어들이면서도 재즈적인 분위기만으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트립합에 가까운 몽롱한 분위기로 그 사운드들을 사용하면서 한층 발전한 조PD의 사운드 메이킹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PD는 다 잘해!
이 곡의 포인트는 곡 분위기를 이끌어나는 재즈적인 연주들보다는 오히려 그 뒤에서 건조하게 반복되는 리듬프로그래밍에 있다. 이 리듬프로그래밍은 랩의 플로우에 맞춰, 마치 타자기를 치듯 똑같이 진행되면서 재즈의 풍성함속에서도 건조한 느낌을 유지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재즈 사운드와 대비되어 일렉트로니카적인 몽롱한 느낌마저 끌어낸다.
'Back in the dayz'가 정석적인 재즈 연주에 랩과 멜로디를 반복시킨 정도라면 이 곡은 보다 자유로운 재즈 연주속에 조PD의 감각적인 리듬프로그래밍이 더해지면서 보다 정교한 구성을 갖춘 곡으로 태어났다. 특히 전반부의 고급스럽고 진한 느낌이 '뜨는 내게 내밀어준 따뜻한 손...'에서부터 점차 공격적으로 변해가면서 '...어른 아이의 도리와 거리'뒤부터 색소폰이 절정으로 치닫고, 건반 연주가 끼어들어 재즈적인 색깔을 진하게 내보이며 곡을 절정으로 이끄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른 곡들이 재즈나 R&B를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쉬운 곡들을 만들었다면 이 곡은 재즈와 일렉트로니카와 랩을 조PD식으로 한데 묶어 고급스러우면서도 음울한 독특한 분위기의 곡으로 만들었다.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조PD의 발전한 역량(자신의 음악적인 능력과 다른 뮤지션을 자신의 앨범에서 다루는 능력 모두)만큼은 확실히 보여주는 곡.
'이런말 하는날'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기는 힘든 곡이라면 'My style'은 확실히 변한 조PD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선정될만큼 뛰어난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곡. 앞의 'bye bye'나 'U'처럼 조PD의 래핑에 R&B적인 감성을 끌어들여 대중적인 훅과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낸 곡인데, 앞의 두곡이 조PD와 wassup의 랩-R&B보컬 반복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이 곡은 피춰링 래퍼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톤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그만큼 wassup의 보컬을 아껴두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조PD의 랩뒤에 바로 wassup을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UZI의 랩을 그 사이에 넣으면서 한번더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곡에 새로움을 주며 wassup의 등장을 보다 인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첫부분에서의 wassup의 보컬은 짧게 처리한 뒤 Digital Masta 뒤에서 긴 솔로 타임을 주면서 곡을 마무리하도록 하여 곡의 변화와 악센트를 함께 이끌어낸다. 'never give up 2'처럼 좋은 멜로디를 가진 훅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한 곡.
그리고 이 곡은 wassup의 훅뿐만 아니라 '내 스타일'이라는 가사를 통해 랩 자체에서도 상당한 강세를 만들어내며 곡을 보다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한다. 다른 곡들에서 보여준 조PD의 랩이 그 톤과 라임의 문제때문에 곡 중간중간에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곡에서는 아예 '내 스타일'을 강하게 반복하면서 일종의 훅처럼 이용해 그 뒤로 이어지는 조PD의 래핑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것처럼 하고, 동시에 그 자체로 곡의 느낌을 분명하게 살려낸다. '내 스타일'로 강하게 치고 들어가는 조PD의 랩과 부드러운 wassup의 보컬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라인은 이 곡을 규정짓는 이미지이고, UZI와 Digital Masta의 래핑은 그것들을 보다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하이톤에 최대한 래핑에 힘을 싣는 조PD의 래핑과 반대로 저음의 목소리에 부드러운 플로우로 분위기를 전환시켜 wassup의 보컬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드는 UZI의 래핑은 눈에 띈다. 또한 강한 리듬 사이에 R&B의 서정성을 유지시켜주는 건반이나 비트와 비트사이를 또다시 쪼개 들어가는 다양한 리듬 프로그래밍으로 각 래퍼들과 보컬의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후반부의 분명한 마무리다. 곡의 진행상 분명히 wassup의 보컬은 보다 확실하게 곡을 끝내줬어야 하지만, wassup은 애드립이나 강한 보컬이 필요한 부분에서마저도 끝까지 'my style'만 유지하며 곡의 포인트를 놓친다. 뒤에 조PD의 나레이션이 깔리는 만큼 보다 강한 보컬을 들려줬으면 어땠을까. 또한 R&B적인 색깔을 이어나간 'bye bye'와 'U'를 제외하고는 그 다음트랙부터 계속 사운드와 분위기를 달리하며 'My style'까지 이어져 앨범의 통일성에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발전한 능력을 너무 많이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하긴, 옛날부터 이게 조PD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keep on'은 'My Style'까지 이어졌던 곡의 흐름을 다시한번 '정리'하면서 'Back in the dayz'처럼 랩과 재즈, R&B를 Rich대신 wassup을 데리고 섞어본 곡이다. 'Back in the dayz'와 얼핏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곡은 그 요소만 비슷할 뿐 섞는 방법은 꽤나 다른데, 'Back in the dayz'가 거의 반복적인 재즈 연주를 래퍼와 R&B 보컬리스트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지 보여준 것에 가까웠다면 이 곡은 랩과 보컬 모두 재즈가 만들어내는 우울한 감성에 충실하게 맞추면서 재즈적인 색깔을 보다 드러내고 있다.
어느 한부분의 확실한 훅보다는 재즈의 흘러가는 느낌에 맞춰 다른 곡들에 비해 한차례 숨을 죽인 조PD의 래핑과 wassup의 보컬 톤이 만들어내는 '블루'의 느낌에 충실했다. 특히 중반이후에 등장하는 긴 피아노 솔로와 그에 이은 wassup의 고급스럽고 잔잔한 보컬과 맞물리면서 내는 서정성은 조PD의 곡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힙합 앨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재즈적인 느낌만 강조하는 곡으로 될 수 있었던 것을 wassup의 보컬이 첨가되면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시종일관 너무 잔잔하기만 해서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즈 '샘플'이 아닌 '재즈적'인 느낌의 힙합을 한국에서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봐야될 곡.
갑자기 왜이래?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곡 이후로 또 앨범의 성격이 급변한다는 것이다. 조PD는 이 앨범에서 R&B, 재즈,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이전부터 보여준 샘플링을 이용한 음악들을 쓰고 있는데, 이것들이 정서적으로 잘 연결되기 보다는 마구 뒤섞여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비애 2'부터 보너스 트랙인 '떠나야할때'는 거의 리메이크내지 샘플링음악 모음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뽑아낸 곡들을 적극적으로 샘플링하면서 앨범의 분위기를 흩뜨리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앞의 곡들이 'never give up'과 '이런말 하는말' 정도에서만 제한적으로 샘플링을 쓰는 것과 달리, 이 곡들에서는 'Run'을 제외하면 샘플링과 리메이크를 계속하면서 곡마다 편차가 심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좋았던 앨범의 완성도를 상당부분 깎아먹는다.
'비애 2'는 국내에서도 'Life in mono'로 잘 알려진 일렉트로니카 그룹 mono의 바로 그 곡을 리메이크해 나름대로 자신의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한데, 'never give up 2'가 Barry White의 'never gonna give up'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하나의 완성도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면 '비애 2'는 거의 'Life in mono'를 계속 돌린 상태에서 그 멜로디에 의지해 '샘플링 + 랩'이라는 이전의 조PD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처음에 잔잔하게 시작한 샘플링뒤에 강한 리듬이 터지면서 격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곡의 구성은 괜찮지만 사운드 자체가 조PD의 독창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Life in mono'의 그 느낌을 재현한 것에 가까워서 앞의 창조성을 생각하면 매우 아쉽다. 'Life in mono'의 나른한 이미지를 이용해 한 여성에 대한 애증과 사랑의 고통을 격하게 표현한 것은 좋지만 앞에서 이미 이것보다 좋은 곡들을 독창적으로 만들었던 그가 갑자기 이런 곡을 실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사운드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그것뿐이라고 해야할까. 특히 'never give up 2'와 달리 샘플링을 새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그냥 반복만 시키다가 페이드아웃 시키는 마무리는 상당히 아쉽다.
이는 'Take my breath away'를 샘플링한 '아가씨와 건달'이나 한 여성의 조PD에 대한(이름은 안나왔지만 앨범에 실렸으니 이렇게 해석해도 되겠지?) 절절한 마음을 담은 스킷이 지나간 뒤 등장하는 'Real Love 3'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 곡에 쓰인 샘플링의 멜로디라인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 곡들은 단지 그 곡들의 멜로디가 좋았다는 것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 거기다 '노래'까지 wassup이나 Rich도 아니고, UZI도 아닌 조PD가 부르니 앞의 뛰어난 완성도의 곡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치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참았던 자신의 성향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never give up 2'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자신만의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했다면 좋았겠지만, 이 곡들에서 남는 것은 정말 원곡의 멜로디가 참 좋은 곡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조PD의 재치있는 가사들 정도이다. 아무리 원곡이 좋다고 하더라도 원곡의 멜로디와 리듬에 맞춰 그대로 노래를 부른다든가, 리듬따라 그대로 랩을 하는 곡을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힙합이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시기였다면 모르겠지만, 2002년에 이런 리메이크내지 샘플링은 그냥 조PD가 이런 것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효과는 가지지 못할 듯 싶다.
Run motherfucker!!!!!!
반면 'Run'과 보너스트랙으로 들어있는 '무제'는 이 앨범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Run'은 앨범 부클릿내에는 써있지 않지만 오히려 이 앨범의 곡들중 가장 창의적으로 샘플링을 사용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Run Motherfucker Run Run mother fucker!'같은 반복되는 후렴구는 바로 핌프록 그룹 Coal Chamber의 1집에 수록된 'Sway'의 한 부분을 매우 새롭게 바꾼 것이다. 조PD는 'RUN'에서 핌프록 그룹의 나직한 읊조림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위에서 강력하게 폭발하는 후반부의 후렴구로 만들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모르는 사람도 신나게 들을 수 있고 아는 사람은 더 재밌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곡에서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조PD의 일렉트로니카음악에 대한 욕심이다. 이 곡은 조PD의 앨범에 실려있어서 그렇지 다른 테크노 뮤지션의 앨범에 실려있었다면 조PD를 피처링 래퍼로 쓴 드럼앤 베이스 곡이라고 해야될 만큼 힙합보다는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가 짙은데, 조PD의 감각적인 리듬메이킹이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만나면서 정말 '달리는' 곡이 나왔다. 'Shame on you'에서도 그랬지만 시종일관 공격성을 더해가다가 끝에서 더욱더 빨라지며 그 반복성이 만들어내는 박진감을 극대화시키는 조PD의 이런 스타일은 앞으로 그가 보여줄 방향에 대한 암시가 될 듯 싶다. 조PD의 래핑역시 곡이 워낙 빨라서 그런지 그냥 '잘 달린다'는 생각만 들 정도. 앨범의 가장 뛰어난 곡은 아니지만 가장 '재미있는' 곡의 역할은 충분히 하는 곡이다.
또한 이런 박진감있는 리듬을 만들어내는 조PD의 재능은 때론 힙합과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는 곡으로 탄생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보너스 트랙에 실려있는 '무제'이다. 한국의 힙합초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듀스의 '무제'를 가져온 이 곡은, 기본적으로 원곡의 리듬라인과 랩 가사의 일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것이 만들어내는 박진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제의 감동!
조PD는 '무제'의 원곡 초반에 등장하는 리듬 프로그래밍을 곡 전반에 내세우면서 원곡의 베이스라인이나 약간의 멜로디라인대신 오직 강력한 비트와 래핑만으로 곡을 이끌어가며 이 곡이 얼마나 다이내믹했던 곡이었는지 정말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원곡의 리듬 프로그래밍을 재현한 상태에서 우직하게 래퍼들의 랩만으로 이끌어가는 구성은 일견 단순한 듯 하면서도 원곡에 비해 보다 선명하게 살아난 리듬의 힘으로 인해 래퍼들의 랩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꽉 짜인 사운드에 조PD의 랩만으로 곡의 대부분을 이끌었던 정규 트랙들이 뛰어난 퀄리티에 비해 랩을 듣는 재미가 다소 떨어진 반면, 이 곡은 래퍼들이 박진감넘치는 리듬의 반복속에서 자신의 랩을 자유자재로 들려주고 있다. 특히 원곡자인 이현도의 래핑과 조PD의 소개와 더불어 등장하는 카슨의 빠르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래핑은 더욱 인상적이다.
정말 한국판 '올드스쿨'의 힘을 보여줬다고 해야할까. 이미 '무제'가 한국 힙합의 고전이 된 상태에서 원곡자인 이현도까지 참여해 그때보다 더 빠르고 힘차게 '힙합'을 외치는 장면은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감동이다. 정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그 가운데에서 'Future style'을 외쳐도 정말 중요한 것은 듣기만해도 엉덩이가 들썩거리는(hiphop!) 신나는 리듬과 래핑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만약 앨범 후반부에서 그냥 'Run'만 남기고 정규트랙을 끝내고, '무제'로 보너스트랙을 끝냈다면 훨씬 앨범의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킷 포함한 16곡이나 스킷없는 11곡이나 둘다 충분히 많다.
마지막 보너스트랙 '떠나야할땐'은 그냥 조PD가 하고 싶은거 했다고 해야할 곡.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싱어보다는 래퍼가, 래퍼보다는 PD가 어울리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래퍼는 물론 싱어에 대한 소망도 버리지 못했는지 이런식으로 노래를 부르곤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 구태여 이승철의 보컬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음정이나 박자 못맞추거나 감정처리 미숙한건 다 참을 수 있어도 아예 발라드가 어울리지 않는 보컬톤은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다. 그 자신이 스스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지 않는한 그가 보컬로서 인정받기는 힘들 것 같다. 뭐 정말 팬서비스라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충실하게 복고적인 느낌을 내려한듯한 올갠 소리는 남는다고 해야할까.
조PD flow to the future
조PD의 이번 앨범은 들으면서 'PD'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앨범이다. 끝까지 자기 스타일만 고집할 것 같은 인물이 스타덤 패밀리의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자기 음악에 조화시키면서 앨범의 퀄리티를 'B급'(좋은 의미건 나쁜의미건)에서 'Future Flow'로 바꾸었고,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R&B, 재즈, 일렉트로니카까지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스타덤 패밀리, 그중에서도 wassup만큼은 대중이 앨범 프로듀서로뿐만 아니라 R&B 보컬로서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을만큼 그에게 몇몇곡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내주었다. 스타덤 패밀리의 CEO로서나 앨범프로듀서로서나 매우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장족의 발전을 보이는 사운드의 퀄리티나 리듬을 만드는 감각은 그가 정말로 현재보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기승전결이 뚜렷한 짜임새있는 곡을 만드는 방법이나 감각적인 리듬에 비해 창조적인 멜로디를 만드는 부분이나 그의 어색한 래핑은 아쉽고,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프로듀싱'은 매우 아쉽다. 지난 앨범에 비해 많은 발전을 보인 때문인지 몰라도 조PD는 욕심이 과했던 듯 지나칠정도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다. 차라리 이전 앨범처럼 좀더 피처링 래퍼를 많이 썼다면, 그리고 후반부의 곡들을 보다 간결하게 정리했다면 앨범의 완성도는 훨씬 올라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담은 앨범의 방향은 그의 재능과 노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앨범의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오히려 이런 앨범의 형태라면 자신의 프로듀서적인 역량을 확실히 보여줄 일종의 스타덤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었다면 더 재밌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인터넷도 있는만큼 아까운 미발표곡은 인터넷을 이용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지난해 매우 좋은 앨범이고, 지난해 매우 인상적인 앨범들이 여러장 나왔던 한국힙합계에서도 충분히 주목할만한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이 앨범이 '이슈메이커' 시절의 그것에 비해 대중적인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이 앨범은 '이슈 메이커'였던 조PD를 다시 'Future flow'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로 올려놓게 될 것이다. 그의 'Future style'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