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바람길이 된 삶 >
곶자왈, 테우리 길 따라
일흔의 세월을 품은 노인들 오늘 하루를 태우러 숲으로 들어선다.
숲은 길을 열어 주고,
노인은 치열했던 삶을 돌아보며 남은 열정의 불씨를 불어 올린다. 가슴이 뛴다.
아직도 살아 있다는 듯, 숲은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듯.
죽음 위에 다시 돋아난 잎사귀, 덤불과 잡목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비틀려도 끊어지지 않는 생의 끈질김을 보여 준다.
뿌리와 뿌리가 서로를 붙드는 연근지,
가지와 가지가 서로를 기대는 연목지,
세월을 견디며 이루어 낸 푸르고 푸른 연대.
땔감으로 잘려 나간 나무 밑동에서
다시 새순이 솟아오르고,
숲은 또 한 번 넉넉한 그늘을 만든다.
낭은 돌에 뿌리를 얹어 생을 붙들고,
돌은 낭의 몸을 품는다.
나무와 돌, 시간 속에 묻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곶자왈.
노인이 한 걸음 내디디면
숲은 눈을 뜨고,
숲속 생명들의 이야기는 바람에 실려
돌담 사이로 흘러간다.
끓어오르던 젊음의 열정, 그 불길을 모두 쏟아낸 뒤
가슴에 바람이 스며들 구멍 하나, 둘, 쑹쑹 뚫린 돌담처럼.
노인의 삶은
바람을 통과시키며 조용히 숨을 쉰다.
오래전 용암 끓어오르며 분출했던 화산암,
시간이 흘러 검어지고, 바람이 파고들어 구멍이 나고, 부서져 돌담이 되었듯,
노인의 젊음도 한때는 불처럼 타올라
스스로를 녹여 내며 흘렀으나,
이제는
후손을 위한 바람길이 되어 서 있다.
나무 터널 아래 데크의 울림은 발끝에서 가슴으로 전해지고,
피톤치드가 흐르는 숲길,
숨골은 땅의 젖은 심장을 드러낸다.
넉넉한 가슴 같은 동굴에 지하수가 흐르고,
상처를 품은 채 생명의 노래를 되뇌인다.
생은 꼬이고 비틀려도 서로를 붙들며 살아내는 것.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 이 숲속에 숨 쉬는 생명의 환희여.
곶은 숲, 자왈은 덤불, 테우리는 목동의 길,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어
첫댓글
무플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심오한 글의 깊이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지만
꼼꼼히 읽었슴의 흔적
남깁니다.
건필 응원드려요 홧팅!^^
처음 글 감사합니다.
우리가 노인들이라
여행 중 곶자왈을 걸으며 안내판의 의미를 새겼던 것입니다.
여행 중에 보신 풍경 허투루 보시지 않고 아름다운 글로 남기신 어게인님 제주 방언 잘 배웠습니다.
제 나름 지역의 말을 좋아해서 입니다.
때론 가게의 이름도 물어 보기도 합니다
방문하여 주싱니 고맙습니다.
올리신 글을 보고
제주에 가면 꼭 곶자왈을
가보겠습니다
곶자왈 가보시면 삶이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