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문장 가득한 소설 외에
시집도 한 권 내셨죠!
그 중에서, 읽은 분들이면 아마 다들
좋아하는 시가 아닐까 해서 한 편 올려봐요
제목은 ‘서시’ 입니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카페 게시글
★ ··· 자유토크방
한강 작가님 시 한 편 읽어 보세용!
모과차
추천 1
조회 257
24.10.11 16: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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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