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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연 원장은 “등산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골밀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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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는 한옥으로 치면 기둥이자 대들보나 다름없습니다. 기둥이 무너지면 집이 무너지지 않습니까? 척추에 이상이 오면 몸 전체가 망가지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하늘스포츠의학크리닉 조성연 원장(스포츠의학전문의 의학박사)은 “사람에게 척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이렇듯 중요한 척추는 등산을 통해 튼튼해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조 원장은 “특정 근육만 단련시키는 헬스 운동과 달리 등산은 맑은 공기 속에서 산을 오르는 사이 척추 주변뿐 아니라 신체 곳곳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된다”며 “여기에 행위자가 언제든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운동”이라 말했다. 그는 “2년 전쯤 엄홍길 대장이 요추가 좋지 않아 크리닉을 찾아온 적 있다”며 “치료 당시 꽤 아팠을 텐데 찡그리지 않고 밝은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이 험난한 히말라야 고산을 등반하는 사이 얻은 좋은 기운과 인내심 덕분일 것”이라며 등산이 정신세계에 주는 효과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근력강화·균형유지·체형교정에 치료 효과
조성연 원장은 “IMF 직후만 해도 산은 퇴직자들이나 다니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지금은 기업체의 극기훈련이나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의 체력단련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등산이 정신과 신체 건강에 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조 원장은 “특히 등산은 자세 교정뿐만 아니라 평소 굳어 있는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효과가 크다”며 “그러나 디스크나 협착증 환자들에게는 등산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이런 환자들의 경우에는 운동요법과 신경치료요법, 주사치료요법, 심한 경우 수술요법을 병행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산을 올라갈 때는 허리가 앞으로 굽어지고 하산할 때는 상체의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립니다. 그런데 디스크 환자에게 허리가 앞으로 굽혀지는 자세는 매우 나쁘기 때문에 하산할 때의 자세가 디스크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해가 되는 거죠.”
그러나 조 원장은 “등산이 신체의 모든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 종합운동인 것은 틀림없다”고 등산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적당한 강도의 등산은 특히 한 자세로 오랜 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데에 효과적이고, 노약자들에게는 골밀도를 높여주는 효과도 가져온다고 한다. 이러한 운동 효과는 헬스 운동으로는 쉽게 얻을 수 없다고 한다.
조 원장은 등산은 허리 균형뿐만 아니라 체형교정 효과도 있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이게 되고 그 사이에 비뚤어진 척추가 바로잡힌다는 것. 이러한 효과는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 환자들도 기대할 수 있으며, 휜 다리를 바로잡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조성연 원장에 의하면, 모든 동물 가운데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만이 요통을 느낀다.
이렇듯 허리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호랑이가 네 발로 어슬렁거리면서 걷는 호보법(虎步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나무나 바위와 같은 산길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등산용 폴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평소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뒤쪽으로 치우친 상태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배낭을 가슴에 메고 산행을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때 배낭에는 수통이나 간식 정도의 가벼운 내용물이 들어 있어야 한다. 적당한 무게의 모래주머니를 차고 걸으면 허리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근육을 단련시켜 결과적으로 허리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가벼운 아령을 들고 팔을 위아래로 휘저으면서 걷는다면 파워워킹의 효과를 가져와 상체뿐 아니라 하체운동도 겸하게 되고 칼로리 소모가 더욱 많아져 감량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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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한쪽 무릎 세우고 허리 곧추 세우기. 2 옆으로 엎드려 상체 세우기. 3 엎드린 상태에서 상체 일으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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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원장은 “아무리 좋은 운동도 사람에 따라 나쁜 영향을 미치듯 등산도 지나치게 살찐 사람이나 심혈관계통 환자에게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뇌와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 산을 오르는 게 안전하다.
조 원장은 “산행할 때 몸에 오는 모든 부하의 40%가 척추로 몰린다”며 “특히 하산길에는 경사에 따라 체중의 대여섯 배에 해당하는 부하가 걸린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 나가는 사람이 급경사 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면 최대 420kg에 이르는 엄청난 무게가 허리에 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산행 중 오른 열이 심장에 부담을 줘 펌핑 기능을 약화시키고, 무릎과 발목 등에 무리를 가해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조성연 원장은 산행 중 꼭 지켜야 할 주의 사항도 당부했다. 특히 척추에 이상이 왔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쉬거나 심할 경우 구조대가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다친 부위를 바로잡아주겠다고 허리에 힘을 가하다 보면 척추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영원히 불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의를 요했다.
또한 머리와 허리를 연결해 주는 경추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기도 확보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입을 최대한 벌린 상태에서 이물질을 제거해 주고 혀가 말려들면서 기도를 막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의식이 없다 싶으면 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인공호흡을 실시해야 한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5~6분이면 뇌세포에 괴사가 오기 때문.
또한 조 원장은 “산행 중 낙상했을 때 4, 5번 척추나 고관절 혹은 엉치뼈 부근이 다칠 경우가 많은데 당장 느끼지 못하기도 하는 것은 근육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기 때문”이라며 “낙상 후 계단 오르기와 양반자세로 앉는 것이 어렵다 싶으면 꼭 병원을 찾으라”고 당부한다.
평소 스트레칭으로 허리근육 단련시켜주는 게 바람직
조성연 원장은 산행에 앞서 준비운동과 평소의 운동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10분 정도 허리와 다리를 중심으로 스트레칭을 해주고 가벼운 걷기를 통해 심장에 잠시 후 운동을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는 것. 단, 차에서 내려 산으로 접어드는 거리가 15분이 넘는다면 특별한 준비운동이 필요 없다고 한다. 또한 평소 체력을 키우는 데에 좋은 운동으로서 줄넘기와 같은 운동을 권한다.
한편,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물리치료사인 심기동씨는 허리 스트레칭과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엎드린 상태에서 상체 일으키기’,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상체 일으키기’, ‘무릎 꿇고 허리 곧추세우기’ 등의 스트레칭 방법을 권해 주었다.
심 치료사는 “허리질환은 복근과 허리근육의 약화와 허리근육의 근 긴장 상태에서 나타난다”며 “평소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 근육과 복근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칭은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킨 상태를 10초 정도 유지하도록 하고, 3~5회 반복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조성연 스포츠의학 전문의로서 체육학박사 과정 수료하고 의사협회 스포츠의학학회 이사, 삼성의료원 성균관의대·연세대 의과대학·고려대 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팀닥터를 역임했고, 현재 LG트윈스 팀닥터, 국가대표 피겨 김연아·스포츠클라이머 김자인 선수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