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kg 연탄으로 365일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전예슬(오산시의원)
집마다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며 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연탄은 이제 희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산 관내에도 연탄을 연료로 난방을 하는 가구는 단 세 가구만 남았습니다. 이 중 두 가구는 사전에 차량으로 배달 완료했고, 이날은 구옥이 밀집된 좁은 골목에 홀로 생활하시는 어르신 댁에 500장의 연탄을 배달했습니다.
이번 봉사는 나사오사 주최로 오산세교라이온스클럽, 오산인포커스 운영위원회, 필발란티어가 함께했고, 특히 원일중학교 학생 봉사자들이 많이 왔습니다. 덕분에 오산천 환경정화 활동과 연탄나눔 봉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됐는데 연탄 봉사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학생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다음번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연탄봉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목장갑을 낀 봉사자들이 줄지어 서서 연탄을 나릅니다. 수북이 쌓여있던 연탄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 손에서 손으로 전달됩니다. 따뜻한 마음과 체온이 더해진 연탄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좁은 공간에 조심히 내려놓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구슬땀이 흐릅니다. 이는 어르신께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한마음 한뜻으로 계속됩니다.
화창한 가을 날씨에 점점 더워지고 허리가 아파져 옵니다. 잠시 물을 마시며 대열을 정비하는 쉬는 시간에도 촘촘한 구옥에 거주하시는 분들께 소음공해가 될까 작게 대화합니다. 목을 축이고 다시 연탄을 전달하기 시작합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슬슬 끝이 보입니다. 마지막 한 장까지도 집중하여 전달하고 나니 끝이 났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나니 ‘연탄’ 하면 생각나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 삶이란 / 나 아닌 그 누구에게 /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 (중략) / 생각하면 / 삶이란 /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 나 아닌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 한 장, 안도현)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kg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이 연탄 한 장이 꼭 필요한 곳에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온기를 전합니다. 나사오사를 비롯한 모든 봉사자분들께서는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어 세상을 밝히는 일을 실천해주고 계십니다. 저도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오산 지역 내 연탄으로 난방하는 가구가 없는 그날까지 함께 봉사하기로 다짐을 해봅니다. 배려와 상생의 마음이 담긴 3.65kg 연탄으로 365일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