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 기간 : 2015. 5. 16(토) 05:00 ~ 17(일) 01:00
- 대상 : 요리연구회원/남성요리반/지인 등 40여 명
- 장소 : 완도/청산도
- 인솔 : 김원영 농업기술센터 계장님, 이영희 요리연구회 회장님
1. 미역 국밥
새벽길을 나서면 간편하게 김밥으로 요기합니다. 나는 한때 ○○○주유소 김밥을 선호하였습니다. 단체 여행 때 두어 번 주선하였으며, 맛있다며 국장질 총무직 잘한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청산도 여행 전날 나는 벌교로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차 속 황○○님으로 부터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집은 밥에다 미원 철갑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좋다 나쁘다 논쟁이 끊이지 않는, MSG(화학조미료) 아닙니까. 다행히 청산도행 아침은 미역국 밥입니다. 상하기 쉬운 게 김밥이고, 40여 명분을 사려면 비싸고, 싸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미역국 몇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며 배를 두드립니다. 속 깊은 회장님의 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후루룩 먹고, 얼른 싸고 얼른 탔습니다. 바쁘다 바빠.
2. 튀김 닭
“뉘집 통닭이고, 아~ 맛없네.”
닭 다리를 뜯으며 아내와 나는 동시에 입을 뗐습니다. 하룻밤 냉장고에서 자다 나온 퍼석 닭 같았습니다. 맥시칸과 지코바 맛이 그리웠습니다. 요즘의 동네 사람들은 회 맛 여행을 가끔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읍내 버스터미널 옆 맥시칸 닭 맛을 봅니다. 길쭉 날개와 오동통 다리에 청양고추를 흩뿌린 매콤 고소한 맛입니다. 지인들도 즐기는 기차역 앞 지코바는 훈제 맛이 코를 누비고, 쫄깃한 떡볶이가 일품이지요.
“이 통닭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허걱! 존경하옵는 선임교관 이영희 회장님께서 밤새 튀긴 닭이랍니다. 맥시칸이나 지코바에 들 삼십 수만 원을 단돈 십만 원으로 줄인 닭이란 것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아끼느라 수고한 마음이 고마워 박수를 보냈습니다. 완도→청산도 선상 소주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막걸리엔 전이나 고추요, 소주엔 삼겹살이나 튀김닭인 줄만 알았더니 아니었습니다. 주당들은 소주가 막걸린 냥 자꾸만 고추로 손이 갔습니다. 감사와 맛은 별개가 아닌가 싶습니다.
3. 청산도 막걸리
서편제 아리랑 길을 걸었습니다. 정겨운 길입니다. 세월엔 장사가 없다지요. 낡은 안내판이 그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포동포동 오정해는 시집 가 잘 살고, 임권택은 늙어 더 어눌하고, 김명곤은 장관질한 뒤론 모르겠고, 김규철은 뻐드렁니를 들어내며 광기 어린 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로 분하였습니다. 폐교 음식점 점심 뒤끝이라 갈증이 더하였는지 컬컬한 막걸리가 구미를 당겼습니다. 그 길섶 막걸릿집이 제법 붐빕니다. 술 끊은 박 서방네가 맛보기 입을 적시면서 한마디 합니다.
“아~ 맛없네.”
음식이란, 선입견이 한몫을 합니다. 누군가 맛없다면 맛있을 리 없습니다. 역시나 싱거우면서 텁텁합니다. 우린 오직 산수유 대빵이야, 그 맛을 그리워합니다. 손님이 몰린 탓인지 주모들이 우왕좌왕 합니다. 서빙을 기다리다간 하세월이라 계장님이 파전을 나릅니다. 설 총무님이 딱 그만큼 설설 깎습니다. 맛보다는 인정스런 청산도인 듯합니다.
4. 전라도 소주
생전의 할아버지는 안동소주를 반주로 즐기셨습니다. 35도 그 소주에 성냥을 그어 붙이면 알코올처럼 불이 너울거렸습니다. 독했던 것이지요. 소주 회사가 20도를 허물 때 마치 마지노선처럼 고민했다더군요. 매출이 줄지 않을까 싶었던 게지요. 걱정도 팔자 셔라, 이젠 17도, 머지않아 15도선이 허물어질 거랍니다. 세월에 장사 있을까, 그 안동소주를 제치고 대구의 금복주가 우리 고장을 주름잡기 시작하였습니다. 비싼 증류식보다 싼 희석식을 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역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의성사람들도 달콤들큰한 배불뚝이 소주에 입을 맞췄고, 그 끈끈한 정은 참소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완도는 전라돕니다. 소주 주소, 하면 잎새주 아니면 참이슬인 지역이지요. 음식이나 술이나 온도가 관건입니다. 퇴근길 연탄 삼겹살 집 얼음 통에 거꾸로 처박힌 소주 맛을 아시나요? 근데 그보다 앞선 건 역시 어떤 술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입맛만큼 간사한 게 없지요. 함께 자리한 여 회원님이 입에 대자마자 찡그리며 한마디 합니다.
“아이고, 써라.”
나도 그렇습니다. 나발 불 참소주라면 전라도 것들은 반 꺾기도 급급합니다. 그 누가 이슬이를 굴린다 했을까, 참 맛 없네.
5. 선상 회
청산도 아리랑 길섶에서 마신 막걸리 속이 텁텁한 채 되돌아오는 선상입니다. 어지간히 여독들이 쌓여 시들한 모습입니다. 정신 줄을 놓은 남모를 어느 주당酒黨의 주절거림이 잦아들었습니다. 이 분위기 어쩌나, 살려야 합니다. 술은 찹찹하건만, 안주가 시원찮습니다. 옆자리 다른 팀을 보니 회가 잔뜩 있습니다.
“아이고, 회 좀 주시소.”
군바리 정신에 화답하듯 가져 가시소, 통째로 주네요.
“초장도 쫌 주이소.”
쭉쭉 짜다 양에 차지 않으니 통째로 줍니다. 주는 회야 고마운데 발로 집나 손으로 집나, 젓가락이 없습니다. 담배 주니 불 달란 격입니다. 에라이~ 몽땅 드소, 마저 얻은 마늘 고추에 회를 버무린 계장님은 제조상궁, 계량이 적확한 쏘맥이 절묘합니다.
“조크러~.”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분위기가 맛이요, 이웃 정이 조미료입니다.
6. 회춘탕
맛 기행의 하이라이트, 회춘탕입니다. 일정이 바빠서 좀 이른 저녁입니다. 문어 한 마리가 풍덩 익사한 냄비입니다. 바느질 가위가 언제부터 식탁을 자르기 시작한 것일까요. 주인 여자가 서슴없이 가위질을 해대는군요. 나는 여인네의 월남치마를 좋아합니다. 제 수필 ‘삼겹살’의 한 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주인장은 아줌마가 편하며, 기둥서방 없는 과부는 더 편하다. 뚱뚱한데다 궁둥이마저 펑퍼짐하면 푸짐하고 후해 보인다. 살 뺄 여유 없이 장사에 전념하였을 것이므로 그만큼 음식 맛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울퉁불퉁 하다못해 늘어졌을 여인네 뱃살을 숨기기엔 월남치마가 좋겠으나, 나 좋아하라고 한물간 그 치마를 입어 줄 리는 만무하다. 바지를 입은들 어쩌랴, 소주회사 판촉용 앞치마로 월남치마 시늉을 해주는 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반찬쟁반을 든 손은 여느 촌부처럼 툭박지고, 설거지하다 그냥 들어온 양 젖은 손이 좋다. 그 손에 들린 얼듯 말 듯한 소주병은 괴뢰군 방망이 수류탄을 닮아서 폭발적으로 구미를 당긴다. 신발은 사시사철 싸구려 막 신이어야 좋다. 휙 지나치는 바람에 약간 쉰내가 난들 어떠랴. 서방 없으니 그럴 것이고, 일에 치여 그럴 것이고, 볶은 머리 아까워 그럴 것인 즉.’ ☜ 의성문학 27집 '삼겹살' 중에서
장터의 삼겹살집과는 달리 회춘탕 여주인은 이집트 여인 차림입니다. 풍성한 살들이 출렁입니다. 한 상에 10만원이면 두당 2만5천원으로서, 비싼 음식입니다. 음식에도 격이 있습니다. 회춘탕만의 고급스런 격이 후줄근 몸빼에 늘어지는군요. 회춘탕의 의미와 역사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하는 이 회장님의 평가가 예리합니다.
7. 고장 난 버스 맛
23시 경이면 의성일 테고, 공생병원 장례식장 조문을 하자고 아내와 속닥입니다. 그런데, 섬진강 휴게소를 뜨자마자 버스가 섰습니다. 꽁무니에서 연기가 납니다. 냉각수 관이 터진 것입니다. 100리 먼 곳 진주 고속도로 순찰차가 달려와서 꽁무니를 지켜 섰습니다. 위험을 감지한 운전자들이 신고한 것입니다. 그 후에도 계장님은 무섭게 질주하는 차들에게 경고신호를 보내고 섰습니다. 말은 않지만 긴장감이 흐릅니다. 흥은 돋우면서도 유사 시 안전을 책임지는, 행사 전담 공무원의 전형입니다. 그런 중에도 기사와 우리는 함께 용을 썼습니다. 먹을 물들을 자진 반납하고, 그 물들이 온통 채워졌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시간 반이나 흘러 대체버스에 오르고, 이영희 회장님과 계장님은 죄송하다, 사과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정비를 소홀한 기사 잘못이지요. 이렇듯 책임은 엄중한 것입니다. 고장이 없었다면 황홀한 금매주 몇 잔을 들이켰을 테고, 뒤끝은 그만큼 질펀하였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머니를 회상하며 울컥! 한 감동이나, 상큼한 ‘풀꽃’ 시에 못잖을 뒤풀이기도 하였겠습니다. 노래방이 빠질 리 없었을 테고, 내가 불렀을 노래는 딱 두곡입니다. 나는 역시 쉰 세대, 박일남과 배호는 언제나 심금을 울립니다.
‘마음은 서러워도~♪’
‘비오는 남산~♪’
두 번째 노래는 앙코르에 못이기는 척 불러 젖힐 노래였답니다. 하하하~
☞ 정신 줄 놓은 부산 양반
☞ 회와 부속물 일체를 기증한 사람들, 의성 홍보물을 들고 폼을 잡았다.
☞ 이웃 잘 둔 덕에 흥겨운 회원들
첫댓글 아따
선상에서의 소주 일병은 한마디로 사막의 오하시스 였습니다
ㅎㅎㅎ 김작가님 술 빠지면 곤란하죠 ㅎㅎㅎ
참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ㅎㅎㅎ
아하! 그렇게 된 일이군요 요즘은 창작에 이어 요리도 배우시는가요 ㅎㅎㅎ
암튼 즐겁고 행복한 여행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다리 품 팔 수 있을 때 다녀야 겠더라구요. 숨 차고, 다리 아파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읽고 보는 재미가 감칠맛 납니다
옆에 살았으면 따라가는건데....
멀리 있어도 그리운 사람 아닙니까. 이렇듯 만나 뵈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덕에 감칠맛나는곳에 두루두루 눈요기 하고나갑니다
팔도문학기행온기분같겠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가까우시면 맛도 보여 드리는 건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