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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spring]
1년의 4계절 중 첫 번째인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내용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5월을 말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춘분(3월 21일경)에서 하지(6월 21일경)까지이다.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 2월 4일)에서 입하(立夏, 5월 6일) 전까지를 말하며, 음력으로는 1∼3월을 말한다. 또 자연계절로는 일평균기온, 일최고·최저기온, 강수량 등으로 계절을 나누며, 봄은 또 초봄·봄·늦봄으로 구분된다.
초봄은 일평균기온이 5∼10℃, 일최저기온이 0℃ 이상으로, 서울에서는 대체로 3월 19일경에서 4월 11일경까지이다. 봄은 일평균기온이 10∼15℃, 일최저기온이 5℃ 이상인 기간(서울에서는 대체로 4월 12일∼5월 6일)이며, 늦봄은 일평균기온이 15∼20℃이고 일최저기온이 10℃ 이상이 되는 때(대체로 서울에서 5월 7일∼5월 28일)이다.
생물계절(生物季節)로는 봄의 화신(花信)이라 불리는 개나리·진달래가 남쪽에서 시작하여 봄의 진행과 함께 북쪽으로 올라온다. 진달래의 개화가 가장 빠른 곳은 울산으로 3월 25일경이며, 같은 시기에 개나리는 남해안 지방에서 개화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에서는 4월 5일경, 평양 일대에서는 4월 10일 이후, 개마고원 일대에서는 4월 20일 이후로 늦어진다.
본격적인 봄꽃인 벚꽃의 개화일은 제주가 3월 30일경, 남해안 지방이 4월 5일경, 서울 일대 중부 지방이 4월 15일경, 신의주·함흥 이북의 북부 지방이 4월 30일경, 청진 이북은 5월 10일 이후이다. 봄을 알리는 제비를 처음 보는 날은 남해안에서는 4월 중순이다. 북쪽으로 올라감에 따라 늦어져서 평안북도와 함경남도에서는 4월 하순이고 함경북도 일대는 5월 상순이다. 봄철이 되면 겨울 동안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져 북서 계절풍도 약해진다. 약화된 고기압에서는 그 일부가 분리되어 성격이 변질된 양쯔강 기단이 생성된다. 우리 나라 봄철의 날씨를 지배하는 이 양쯔강 기단은 비교적 온난한 기단이며 이동성 고기압으로 동진해 온다. 이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 나라를 통과할 때는 날씨가 맑고 일조량(日照量)도 증가하여 기온이 올라가 따뜻한 봄날씨가 된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르는 저기압은 봄비를 내리는 궂은 날씨를 나타낸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봄날씨는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빈번한 통과에 기인한다. 한편, 이른봄에는 때때로 시베리아 기단이 되살아나서 꽃샘추위 또는 되풀이한파가 나타나기도 한다. 꽃샘추위는 벚꽃의 개화기까지도 나타나며 겨울 한파가 다시 되돌아온 것과 같은 봄추위를 느끼게 한다. 또 봄철에는 황사현상(黃砂現象)이 일어난다. 황사현상은 고비사막이나 화북 지방과 같은 중국 내륙의 건조 지역의 황진(黃塵)이나 황사가 고층 기류에 운반되어 우리 나라를 지나 멀리 북태평양까지 운반되는 과정에 발생한다. 황사현상은 4∼5월에 4∼5회 정도 일어나며 시계(視界)를 나쁘게 한다. 봄철에는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데 이것은 빈번한 저기압의 통과와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이동성 고기압의 통과가 주원인이다. 또한 대기 상하층의 온도차에 따르는 난류(亂流) 등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
저기압이 한반도 북쪽을 통과할 때는 따뜻한 남풍이 불어 들어 기온을 높이고 화창한 봄날씨를 보인다. 봄철 강수량은 겨울철 다음으로 적어 연강수량의 25∼15%에 불과하며,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15∼20% 내외이다. 따라서 봄철에는 가뭄이 발생하기 쉽다. 봄철 가뭄은 건조한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 나라를 중심으로 띠모양으로 오래 정체할 때 발생하며, 이때 이상건조현상(異常乾燥現象)도 일어난다. 보통 3·4월의 평균 습도가 60∼70%이지만, 고기압 내에서 기온이 상승하면 상대 습도는 낮아져 30% 이하가 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상 건조와 강한 봄바람은 산불을 발생시킬 위험성이 높다. 이 봄철 가뭄이 초여름까지 계속되고 여름 장마도 늦어지는 해에는 극심한 한발을 일으킨다. 또 봄철에는 낮 기온은 높으나 밤 기온이 낮아 일교차가 심한 것이 특색이다. 그 결과 야간의 복사냉각(輻射冷却)에 의하여 안개가 발생하기 쉽고 때로는 늦서리도 내려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동식물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는 하나 계절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종일토록 청려장 지팡이를 짚고 봄을 찾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매화나무 가지 끝에 봄이 와 있더라.”고 하는 표현과 같이 어느 사이엔가 봄이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은 역시 꽃의 개화이다. 우리 나라의 산야에는 식물의 종류가 풍부해서 봄을 알리는 꽃의 종류도 다양하다. 호젓한 산기슭과 잔디밭 또는 풀밭에 고개를 내미는 할미꽃은 스치는 찬바람 속에서도 문득 느껴지는 봄기운을 상징한다. 눈부셔 태양을 쳐다보지 못하면서 고개 숙여 수줍어하는 모양을 우리는 예로부터 사랑해왔다. 꽃잎 바깥쪽이 흰 털로 덮여 있어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수수께끼에서도 ‘젊어도 할머니 노릇하는 꽃’이라고 하여 봄을 흥겨워하였다. “뒷동산에 할미꽃은 늙으나 젊으나 꼬부라졌네.”라는 내용의 동요도 예로부터 봄철에 불리어졌다. 꽃이 지면 긴 흰 털을 덮어쓰는 꼴이 역시 늙은이를 닮았다고 해서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신라의 설총(薛聰)이 신문왕을 위해서 한 이야기에 “모란은 화왕(花王)이 되고 장미는 가인(佳人)이 되고 할미꽃은 장부가 되어 포의(布衣)에 가죽띠를 매고 머리에는 하얀 털을 늘어뜨리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와 허리를 굽히면서, ‘나는 서울 큰 길가에 있는 백두옹입니다. 장미는 임금을 유혹하고 장부는 바른 말로 임금께 충간하는데…….’”라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장부로 표현된 할미꽃이 외양이 화려한 장미나 모란보다도 사랑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할미꽃의 꽃잎은 식물학상으로는 진정한 꽃잎은 아니고, 여섯 개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 꽃을 꺾어 긴 술을 머리처럼 땋아서 처녀의 머리에 견주어 놀기도 하였다. 높은 산에는 눈 녹은 틈을 찾아 얼레지꽃이 피어나는데, 이 또한 할미꽃처럼 고개 숙여 피는 모습이 엄청난 자연의 장엄성에 외경을 표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낙엽수의 잎이 돋아나기 전에 양지 바른 곳에서는 바람개비꽃이 신화처럼 산과 숲을 단장하는가 하면, 들과 길가에는 민들레꽃이 봄을 말하여 준다.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란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 중에서도 가장 이르게 개화하는 꽃으로 맑은 향기와 청아한 꽃은 고결한 자세로 봄소식을 전한다. 매화는 가난하여도 그 향기를 파는 일이 없다는 맑고 지조 높은 마음씨를 우리 민족에게 심어 주었다. 매화에 가까운 것으로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라는 가사는 우리 민족이 꽃피는 궁궐 안에서 봄이라는 시간을 보내었음을 말하여준다. 여기에 오얏꽃이 뒤질새라 피어난다. “도화야 떨어지지 말아라. 어자(漁子) 알까 하노라.”라는 것은 복숭아꽃으로 단장된 화려한 자연을 감당하기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살구꽃은 그 화사한 꽃색과 대단한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고 겨우내 음산하게 웅크려 있던 마음과 몸을 밖으로 끌어내고는 하였다.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은 낮게 떠 있는 구름같이 보인다. 경기도 등지의 중부 지방에서는 이 나무를 동백나무라고도 불렀다. 역시 노란 꽃으로 산을 수놓는 것에는 생강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의 산야에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노란 꽃의 모임은 산 속에 감추어져 있던 정열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봄의 아픔이라고도 생각된다.봄을 수놓은 노란 꽃에는 또 개나리가 있고 황매화도 있다. 개나리는 왕성한 번식력과 땅을 가리지 않는 강한 적응력 때문에 어디에서나 군집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개나리꽃을 입에 물고 달아나는 병아리 떼의 모습은 우리 나라 어린이들에게 꿈과 평화를 심어주는 봄의 광경이었다. 진달래는 우리 나라 산야에 특히 많아서 노래와 시에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화전놀이 등의 세시풍속과도 관련이 깊다. 철쭉은 진달래보다는 꽃 피는 시기가 늦지만 함께 사랑을 받았다. 설악산·한라산·소백산 등지의 철쭉은 유명하다. 이는 이른바 ‘철쭉제’라고 하여 산신에 대한 제사를 겸한 등산인들의 행사로 나타나기도 한다. 철쭉은 오히려 철로 보아서는 늦봄이지만 그 생육 장소인 산지의 기후로 보아서는 초봄으로 볼 수 있다. 초봄을 장식하는 꽃으로는 또한 목련을 들 수 있다. 목련은 우리 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것이지만, 외국에서 들여온 백목련도 많이 심어져 있다. 백목련은 목련과 함께 흰 옥돌과 같은 깨끗한 모습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꽃다운 애정과 향기로운 생각이 얼마인지 아는가, 집을 떠난 산승이 목련꽃으로 인하여 출가를 후회하더라(芳情香思知多少 惱得山僧悔出家).”라는 시는 목련꽃이 지닌 가치를 대변해 준다. 목련은 절에 흔히 심는 자목련과 함께 다분히 종교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깊은 계곡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얼음 틈새에서 찬물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될 때 아직 군데군데 흰 눈이 남아 있는데도 버들강아지는 부끄러운 듯 봄을 알린다.
겨울 동안 얼어붙어서 찾지 못하던 개울가로 빨랫감과 빨랫방망이를 들고 나서면 버들강아지가 마음을 출렁거리게 하는 것이다. 갯버들·키버들 등도 다투어 초봄을 알린다. 무르익어 가는 봄을 알리는 것으로 명자나무가 있다. 붉으면서도 앳된 꽃의 생김새는 항상 발랄한 분위기를 주며 생동하는 봄기운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가씨꽃이라고도 하는데, 그 별명처럼 이 꽃은 봄과 더불어 생리의 절정을 상징한다. 싱그러운 봄날 아침 뜰의 먼지를 쓸고 물을 뿌린 뒤 깨끗한 공기를 깊게 호흡하고 나면 뜰 구석의 명자나무꽃을 볼 수 있다. 비스듬히 내려온 아침햇살을 받아 이 꽃은 늙음을 멀리하는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횟잎나무와 두릅나무의 새순은 그 독특한 향기와 맛으로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패랭이꽃·씨름꽃(제비꽃)은 갸날픈 아름다움으로 봄을 장식한다. 패랭이꽃은 산뜻하고 깨끗하여 구김새 없는 젊음을 상징하기에 우리의 눈길을 끈다. <화개월령 花開月令>에 보면 정월에는 매화·동백꽃·두견화가 피며, 2월에는 매화·홍벽도(紅碧桃)·춘백·산수유꽃이 피며, 3월에는 두견·앵도·살구·복숭아·배·사계화(四季花)·해당·청향·능금·사과꽃이 핀다고 하였다. 봄은 붉음으로, 여름은 초록으로, 가을은 흰색으로, 겨울은 검정으로 상징되는데, 그렇다면 봄의 그러한 상징은 울긋불긋한 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3월 3일은 삼짇날이라고 한다. 강남에 갔던 제비도 이 날이 되면 옛집을 찾아온다고 하며 마음씨 좋은 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추녀 밑에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깐다고 믿었다. 이처럼 제비는 항상 반가운 남쪽으로부터의 봄손님이었다. 두견새의 애달픈 부르짖음이 노래가 되고 학들이 모여드는 봄날은 길게 느껴지고는 한다. 또한 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활동을 하고 곤충들도 활동을 시작하여 노랑나비·흰나비·벌 등이 날아다닌다. 이처럼 봄은 갓 피어난 꽃,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 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지는 젊음과 생명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세시풍속
세시풍속에서의 봄은 사계절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한 해의 시작이므로 어느 계절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계절 가운데 봄의 세시풍속이 가장 다양하다. 특히 봄철의 첫달인 음력 정월에 세시풍속이 집중되어 있다. 봄철의 대표적인 명절로는 설날인 정월 초하루와 대보름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2월 초하루 머슴의 날, 3월 3일의 삼짇날이 있다. 정월 초하루와 대보름은 8월 한가위와 더불어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초하루는 원단(元旦)·세수(歲首) 또는 연수(年首)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는 설 혹은 설날이라고 한다. 설날 아침 일찍 사대부의 집안에서는 세찬과 세주를 마련하여 사당에 차려 놓고 제사를 지냈다. 이를 다례(茶禮)라고 하는데 보통 차례라고 말한다. 차례는 4대조까지만 지낸다. 사당에는 4대까지만 신주(神主)를 모시고 그 윗대 조상은 10월 시제(時祭) 때 산소에서 제사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웃어른께 새해 첫인사로 세배를 드린다. 집안의 어른들에게 세배가 끝나면 세찬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가 친척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린다. 정초에 서로 만나면 세배 때와 마찬가지로 덕담(德談)을 주고 받는다. 덕담은 새해의 소원 성취와 기복(祈福)에 관한 것들로, 예들 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십시오.” 등이 주로 쓰인다. 이 밖에도 설날은 1년 동안 복되기를 빌기 위하여 대문에 세화(歲畫)라 하여 장군상(將軍像)을 그려 붙이거나 호랑이·용 등의 글씨를 써서 붙인다.
삼재(三災)가 든 사람은 부적을 붙여서 액을 막고 복조리를 사서 매달아 두기도 한다. 또 원일소발(元日燒髮)이라고 하여 1년간 머리를 빗을 때마다 모아두었던 머리칼을 태워 액막이도 하였다. 설날 새벽에 거리로 나가서 처음 듣는 짐승 소리로 그 해의 운수를 점치는 청참(聽讖)이라는 풍습도 있었다. 까치 소리를 들으면 풍년이 들고 행운이 오며, 참새 소리를 들으면 흉년이 들고 불행이 올 조짐이라고 한다.ㅜ 그 밖에도 상치세전(尙齒歲典)·법고(法鼓) 풍속 및 야광귀(夜光鬼) 예방 풍속을 비롯하여 정초 십이지일(十二支日)의 각종 금기가 있다. 정월 대보름은 새해 들어 첫 만월 때이어서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설날의 풍속이 제석(除夕 : 섣달 그믐)의 수세(守歲)에서 이어지듯이 상원풍속도 열나흗 날부터 시작된다. 열나흗 날 농가에서는 화적(禾積 : 볏가릿대)을 세운다. 화적은 짚으로 깃대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벼·기장·피·조의 이삭을 집어 넣고 목화를 장대 꼭대기에 매단 것이다. 그 해의 풍년을 비는 풍속이다. 또 이날이나 보름날 아침에 가수(嫁樹)풍속이 있다. ‘나무 시집보내기’ 혹은 ‘나무 장가보내기’라고도 하는데, 과일 나무를 가진 집에서는 나무의 벌어진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둔다. 성행위를 상징하는 일종의 주술 행위로써 역시 과실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추나무·감나무·밤나무·배나무 등 과실이 많이 열리는 다산성(多産性) 나무를 시집 보낸다.
정초에 삼재면법(三災免法)이 있듯이 보름 전날에는 직성(直星)을 예방하는 풍속이 있다. 사람에게는 나이에 따라 운수를 맡아보는 아홉 직성이 있는데, 그 중 액운을 주는 것으로 제웅직성이 있다. 제웅직성은 9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게 되는데 남자는 열 살, 여자는 열한 살 때 처음으로 든다고 한다. 제웅직성이 들면, 제웅이라는 짚인형을 만들어 허리나 머리 부분의 속을 헤치고 돈이나 쌀, 액년이 든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한지를 함께 넣어 밖에 버린다. 지나가는 사람 중 제웅을 보는 사람이 그 액을 가져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웅을 본 사람은 침을 세 번 뱉고 발을 세 번 구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제웅 속에 든 돈을 갖기 위하여 놀이로도 즐겼다. 열나흗 날 밤이면 동네 아이들은 문밖으로 몰려와서 제웅을 내던지라고 한다. 제웅을 주운 아이들은 허리 부분을 파헤쳐서 돈만 꺼내고 나머지는 길에다 내버리며 노는데 이를 제웅치기라 한다. 제웅은 처용(處容)을 말하며, <처용설화>와 관계가 있다. 대보름날 자정이면 마을에서는 동제(洞祭)를 지낸다. 동제는 지역에 따라 산제·서낭제·별신제 등으로 불리는데, 자연 마을 중심으로 동민 전체가 추렴을 하여 공동의 금기를 지키며 마을의 평안과 행운을 비는 제사이다. 제사의 형태도 유가제례형(儒家祭禮型), 농악패가 주축이 되는 마을풍물굿형, 도당굿형 등이 있으나 오늘날에는 유가제례형의 간소한 동제가 주류를 이룬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고 더위를 판다.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면 재빨리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더위를 팔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눈치 채고 있는 사람은 보름날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데 이를 학(謔)이라고 한다.
이날 저녁에는 달맞이를 한다. 달이 뜰 무렵 뒷동산이나 집안에서 달이 잘 보이는 장독대에 올라가서 달이 솟을 때 제각기 소망을 빈다. 남보다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은 1년 동안 운수가 좋다고 믿는다. 그리고 달의 빛깔이 붉으면 가뭄이, 희면 장마가 들 징조로 점친다. 또 달의 윤곽과 달무리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달의 사방이 두터우면 풍년, 얄팍하면 흉년, 차이가 없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농점(農占)은 보름달 외에 콩으로 하거나, 보리 뿌리를 보고 풍흉을 점치는 맥근점(麥根占)도 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나무 조롱을 허리에 차거나 부잣집의 흙을 훔쳐다 자기네 부뚜막에 바르는 복토(福土)훔치기 등 여러 가지 풍속이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진다. 이렇게 정월을 명절로 보내고 나면 실제 기온상 봄을 맞게 된다. 입춘이 설 무렵에 드는 수가 있지만, 대개 정월은 절기상 봄이라고는 해도 실제 날씨는 겨울에 가깝다. 입춘일에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 입춘절식으로 먹는 풍속과 ‘입춘대길(立春大吉)’ 등 좋은 뜻의 글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풍속이 있다. 봄을 느끼게 되는 시기는 2월부터이다. 2월에는 크게 명절로 삼는 날이 없다. 다만 2월 초하루를 머슴날이라고 하여 주인은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머슴들은 농악을 울리며 노래와 춤으로 하루를 즐긴다. 또 이 날을 노래기날이라 하여 ‘향랑각시 천리속거(香娘閣氏千里速去)’, ‘노낙각시 천리속거’라는 글을 써서 벽에 붙여 노래기를 예방하고 콩을 볶아 먹는다. 여기서 향랑각시나 노낙각시는 노래기를 대접하여 일컫는 말이다. 콩을 볶을 때는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 등의 주문을 외는데, 이는 새와 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2월 초순께는 바람신인 영등할머니를 맞아 집집마다 부엌이나 장독대에 음식을 차려 놓고 절을 하며 소지(燒紙: 신령 앞에서 비는 쪽으로 종이를 불살라 공중으로 올리는 일)를 올려 소원을 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영등맞이굿을 대대적으로 벌여 평안과 풍어를 빈다. 3월이 되면 삼짇날이 있는데, 크게 여기지는 않고 작은 명절로 지킨다. 강남 갔던 제비도 삼짇날이면 돌아온다는 이 무렵이면 날씨가 온화하여 꽃이 피기 시작하며 뽕잎으로 누에를 친다. 삼짇날에는 처음으로 본 나비의 색깔로 점을 친다. 노랑나비나 호랑나비 등 색깔이 있는 나비를 보면 길조이고, 흰나비를 보면 부모의 상을 당하게 될 흉조라고 한다. 부녀자들은 삼짇날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물 흐르듯이 소담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봄철에 꼽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우선 설날·대보름·삼짇날 등의 명절식을 들 수 있다. 설날의 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멥쌀을 가루내어 쪄서 만든 떡국이다. 차례상에도 오르고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먹은 것으로 여긴다. 떡국에는 만두를 빚어 넣기도 한다. 세주(歲酒)는 설날에 마시는 찬술로서 산뜻한 봄을 맞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보름의 명절식으로는 오곡밥·진채식·약밥, 그리고 부럼 등을 들 수 있다. 오곡밥은 찹쌀·차수수·조·콩·팥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밥인데, 정월 열나흗날 푸짐하게 만들어 보름날까지 먹는다. 특히 대보름에 여러 집의 오곡밥을 먹어야 좋다는 백가반(百家飯) 풍속이 있다. 오곡밥은 곧 복이 담긴 음식이라 생각하므로 복을 많이 먹는 셈이 된다. 오곡밥에는 반드시 진채(陳菜 : 묵은 나물)를 먹는다. 진채로는 산나물을 주로 쓰는데, 박나물·버섯·무고지·호박고지·가지나물·고사리·고비·취나물 등 여러가지가 있다. 진채식은 여름철 더위를 막는다고 여겼다. 또 김을 굽거나 배추잎을 삶아서 밥을 싸먹는 복과(福裹, 복쌈)도 보름의 명절식이다. 약밥은 찹쌀에 대추·밤·기름·꿀·간장 등을 섞어 함께 쪄서 잣을 박은 음식이다. 약밥의 유래는 ≪삼국유사≫ 사금갑(射琴匣)편에 기록되어 있다. 즉, 상원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하는데, 이날 까마귀에게 약밥을 지어 제사를 함으로써 위로하고 은혜를 보답하였다고 한다. 대보름날 이른 새벽, 해가 뜨기 전에 생밤·은행·잣 등 견과류를 깨물면서 “1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을 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고 주언을 왼다. 이를 ‘부럼 깨문다.’고 한다. 부럼을 깨면 이가 튼튼해지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또 보름날 아침에는 이명주(耳明酒)로 차가운 청주 한 잔을 마신다. 이 술은 귀가 밝아지고 1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듣게 해준다고 한다.
2월 초하루 머슴날에는 콩을 볶아 먹고 보름날 볏가릿대를 털어 흰떡(백설기)이나 송편을 해 먹는다. 삼짇날에 부녀자들은 야외로 나가 진달래꽃을 찹쌀 반죽에 붙여 화전(花煎)을 지져 먹으며 봄놀이를 한다. 화면(花麵)·수면(水麵)도 봄의 시절식으로 즐긴다. 영남 지방의 <화전놀이노래>가 내방 가사로 유명한 것만 보아도 삼짇날 무렵의 화전은 별미였다. 이 밖에도 3월의 시절식으로는 탕평채와 애탕(艾湯, 쑥국)·산떡[散餠]·환떡[環餠], 그리고 두견주·도화주 등의 온갖 꽃술이 있다. 봄철의 놀이는 정월 명절의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정월에 집중되어 있다. 논두렁·밭두렁을 다니면서 불태우는 쥐불놀이와, 이 놀이가 격해져서 벌어지는 횃불싸움이 있고, 편을 갈라서 하는 줄다리기·석전(石戰)·고싸움·동채싸움·농기세배·원놀음 등이 있다. 달밤에 집단적으로 놀며 즐기고 승부를 겨루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또 지신밟기·소놀이·거북놀이를 하여 가내의 평안을 빌고, 달집태우기로 그 해의 재앙을 예방하였다. 그리고 탈춤·답교(踏橋, 다리밟기)·연날리기·윷놀이·팽이치기·종경도놀이 등으로 제액초복(除厄招福)하며 명절의 흥을 돋우었다. 윷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한데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로서 승부의 결과로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마을끼리 놀이를 벌여 이긴 편은 그 해 농사에 풍년이 든다고 믿는데 이는 대보름의 대표적인 놀이인 줄다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줄다리기는 남자와 여자편(총각은 여자편에 속함.)으로 갈라 여자편이 이겨야 풍년이 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여성의 출산과 생산력을 연관시키는 것이다. 이긴 편의 줄을 썰어서 논에 뿌리면 풍년이 들고, 고기잡이배에 실어가면 풍어를 한다고 믿는다.
연날리기는 정초, 때로는 섣달 중순께부터 한다. 겨울 동안 날리던 연을 대보름에 날려 보내는데 연에다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을 써서 날린 다음 연줄을 끊는다. 지신밟기 역시 정초부터 보름까지 계속된다. 지신패(또는 농악대)가 마을을 돌며 풍물을 울리고 각 가정의 지신을 밟아 주는데 이렇게 하면 가내가 평안하고 농사도 풍작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삼짇날 무렵이면 산야에 꽃과 풀이 돋아나므로 소년·소녀들은 풀피리·풀각시놀이를 하며, 활터에서는 궁술대회가 열린다. 또 산야로 화류희(花柳戱 : 꽃놀이)를 가는데 오늘날의 벚꽃놀이도 여기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겠다. 화류희 역시 노래가 있을 만큼 봄놀이로는 유명하였다. 이상과 같이 봄철의 세시풍속은 정월에 집중되어 있지만 각 달마다 크건 작건 명절이 있어 계절의 마디로서 하나의 리듬을 준다. 정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이 달이 계절의 첫 달일 뿐 아니라 한 해의 첫 시작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정초는 우주의 시작과도 같아 모든 만물이 생성되기 이전의 특별 기간(신성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신성력(神聖力)으로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온갖 민속 행사가 행해진다. 섣달 그믐에 수세·폭죽 등 불과 관련된 행사가 있듯이 대보름에도 쥐불놀이·횃불놀이 등 불과 관련되고 소란스러운 놀이가 많다. 이는 과거의 시간을 소거시키기 위한 행사이다. 섣달 그믐날 묵은 해를 소거시켜 새해를 맞이하는 한편, 대보름에는 이제까지의 특별한 기간에서 벗어나 일상의 상황을 찾기 위한 소거이다. 그래야만 일상의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로 치면 봄철은 파종기이다. 정월에는 농사일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풍작을 비는 온갖 예축적인 행사가 벌어진다. 특히 대보름을 전후하여 보다 많은 행사가 있는 것은 보름의 만월과 풍요와의 관계 때문이다.이렇게 풍농과 풍어를 예축하는 세시 행사를 치르고 나면, 2월에는 초경(初耕)을 하는 등 파종 준비를 하고 3월에 본격적인 파종이 시작되는 것이다.
죽어 천년의 주목 그현장에서
내려가다 할라산 정상을 보고
감꽃과 귤꽃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너무 예쁘고 신기합니다.
2023-01-23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