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안갈때만 골라서 여행가는 구리오돈이 이번에는 가족을 다 데리고 가게 되었다.
작년가을에, 남들은 신종플루 무섭다고 벌벌 떠는 때에도 갔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지난 6월 태국으로 가려 했으나, 방콕 유혈사태를 걱정한 와이프의 만류로 좌절되었고,
방학때 가게 되는 관계로 가격이 훌쩍 오르는 비행기보다는 배편을 선택하게 되었다.
투어인케이씨는 작년 봄에 북경여행에 갔다 온 이후로 배낭여행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곳이기에
이번 바캉스에 합류하기로 했다.
여행을 결정하고서는 중국 위안화 환율을 매일 눈여겨보았다.
나는 외환계 담당자와 친하게 지내온 터라 수수료를 많이 깎아주는 편이다.
2007년 하이난에 갔다 올 때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출발하는 패키지상품이 초특가로 나와서 갔다왔음)
위안화가 130원이었는데, 작년봄 북경에 갈때에는 200원가량 되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185원에 구입하였으니 조금 싸게 구입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해 본다.
1인당 500~600위안 예상이라니 2,000위안을 환전하였고,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도 만들었다.
작년 태국,홍콩,마카오여행시에 큰 불편을 느겼던 것이, 아직 쓰지도 않을 홍콩돈을 태국에서 내내 지니고
다니는 것이 어찌나 불편했는지...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정답이 이방법이었으니...
중국은행연합과 제휴되어있어서 Union Pay라는 로고가 찍힌 곳에만 가면 엄청 싸다고 해서 만들었고,
이번 여행에서 일부러 필요하지도 않은돈을 테스트할 목적으로 500위안 찾아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족.
500위안을 찾고나서 오늘 은행가서 통장 찍어보니, 90,017원이 환전된 돈이고, 거기에 수수료가 2,765원 붙었다.
1위안당 따져보니, 수수료를 빼고 계산하면 180.034원이고, 수수료를 더하면 185.564원이다.
그러니 좀더 큰 금액을 찾는다면 그만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처음 중국에 내려서 은행까지 갈때 사용할 돈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청도 지도를 미리 보려고 해도...못찾은 관계로 지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캐리어를 가져가려다가 간단하게 옷 몇벌 가져갈 것이기에 1인당 배낭하나씩 자기옷 넣어서 가는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지난 번 태국에서 사온 모자를 가져가면 중국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을 것 같은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는데...
비가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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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작년 태국여행때 짜뚜짝주말시장에서 찍은건데, 그때 산 모자이다.
어찌나 저 모자 쓴 사람이 부러웠는지...보자마자 샀다.
그리고 강렬한 햇볕아래 칭따오해변에 저 모자쓰고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을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이 강한빗속에 저런 모자를 쓰고 인천까지 전철타고 갈 생각을 하니...이건 아니다 싶어서 몇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집밖으로 나와서 몇발짝 걷다가 포기하고 다시 집에가서 두고 나왔다.
일단 용산행 전철을 타고보니 실감이 난다.
드디어 가는구나.
아이들도 조금 신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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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아이들이 배 타고는 안간다 그랬었다.
타이타닉 영화를 무척 감명깊게 본 내가 몇번씩 다시보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배는 다 그렇게 가라앉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어쨌든, 몇번이고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고, 몇백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이라고 알려 준 후에야 안심하는 눈치였다.
...
구리오돈은 맛집이라 그러면 좀 멀더라도 찾아다니며 먹는 습성을 지녔다.
그래서 인천 신포시장 닭강정이 맛나더라는 말이 생각나서 동인천역에 내려 시장으로 갔다.
줄이 얼마나 길던지...
30분을 줄선후에야 우리차례가 되었고, 어린마음에 大자를 시켰다.
드디어...'아기다리고기다리던' 강정이 나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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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워서 먹을수가 없었다.
이 거센비를 헤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동인천역에서 지하상가를 타고 여기까지 걸어걸어 왔는데, 참으로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한두점 입에 대어보기만 하고 포장 해 달라해서 나왔다.
매운입을 달래느라 결국은 옆집에서 파는 찐빵과 만두로 우리의 점심은 해결되었다.
택시를 타고, 제2국제터미널에 도착.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앉을 자리도 없어서 "도착"하는 곳 앞에서 30분간을 더 기다리다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가서 클레어K양과 톰소여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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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이렇게 사람이 많고 복잡해도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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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집 내무부장관(?)은 벌써 초죽음이다.
사실은 오늘새벽부터 목이 퉁퉁붓고, 몸이 않좋아서 병원 문 열자마자 진료받고 약을 한보따리 받아 왔기에...
의사선생님은 "몸도 안좋은데, 쉬시지 뭔 여행을 가신다고..."하며 말렸다던데...
우리 와이프도 나만큼이나 여행에 목숨거는 스타일인가보다...
3시에 만나고서도 한참을 더 기다린 후에야 배에 오를 수 있었고, 우리 방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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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이라고는 하던데...우리만의 방이었다.(남자방)
몇몇 빈자리가 있어 좁지 않게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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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애는 벌써부터 한자공부에 열심이다.
지난 하이난 여행때 한자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가 잊을즈음 다시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지만 방학숙제까지 펼치면서 열의를 보이던 우리 주영이는 이날이후로
공책펴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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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이 작은 아이 생일이었던 관계로 저녁식사 시간에 모두의 생일축하를 받는 횡재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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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보니 비바람이 아직도 친다.
그래도...
아무리 비가와도....
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잠시 접고 여행을 간다.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 도전을 하러 간다.
호화유람선은 아닐지라도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도슨이 희망에 찬 모습으로 갑판에서 친구와 환호하는 부분이 떠오른다.
나는 로즈양을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대신 토끼같은 처자식이 있지 않은가.
분명 잭도슨보다 성공한 삶을 살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강한 비바람이라는 불청객과 함께이긴 했지만, 이렇게 중국으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첫댓글 멋진 글입니다. 글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부끄럽네요. 힘내서 나머지도 빠른시일내에 올리겠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몇번을 고민하다 이번여름에도 청도 여행을 포기했는데, 덕분에 나도 갔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됩니다.
여행의 맛은 역시 출발할 때 흥분되는 기분....아닐까요..
그맛에 사는거죠. 이번 추석에 싼티켓 나오면 가족끼리 일주일정도 태국쪽 알아보는데, 비싸네요. 이런 행복에 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