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이라는 말이 연못에는 연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가 ?. 연못의 연으로 유명한 선교장의 활래정.
연이 한창 필 때는 연 피는 소리, 연의 꽃잎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곳이다. 이 선교장에서 열리는 한여름 밤의 국악 한마당. 6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매주 토요일 밤이면 벌어지는 말 그대로의 한 마당이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의 자그마한 마당에서 평상을 몇 개 깔아 두고 안방과 평상이 무대가 되어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사람이나 보거나 듣는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 버린다.
국악이라니 ?, 하고 한 귀로 흘려보내다가 한 번 가 본 게 그냥 홀 딱 빠져 버렸다. 티비나 영상으로 보고 듣던 거와,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사방으로 멋진 기와의 선이 완만하게 휘영청 휘어져 있는 것을 배경으로 오붓한 공간에서 육성으로 들으니 이게 정말이지 우리 가락의 진수였다.
거문고 소리를 들어보셨는가 ?. 야아~~~!, 이렇게 박력 있고 웅장할 줄이야. 현을 타는 것도 박력 있고 기운차게 탁탁 하고 튕기듯이 타지만 그 현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냥 힘이 철철 넘쳐흘러 주체를 못하는 청춘의 소리였다.
아는 만큼 느낀다 ?. 먹어 봤어야 맛을 알고, 해 봐야 느끼고, 들어봐야 알겠다. 어릴 때부터 많이 듣고, 많이 가 보고, 많이 먹어 보고, 많이 해 봐야 제대로 그 진수를 알 수 있겠다. 또 그래야 자신의 자질이 어느 쪽인지, 뭔지 빨리 알 수도 있겠구나 !
가까이의 양양에 낙산사가 있다.
작년 이맘때 낙산사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를 다녀왔었다. 2005년 양양의 산불로 소실된 낙산사를 복원하는 불사가 2009년 10월에 총 24채의 전각이 완공 복원되어 이를 기념하는 경축행사로 낙산사 산사음악회가 2009년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출연진은 정수라, 나무자전거, 이동원, 안치환, 적우 그리고 장사익.
언젠가 본 어느 분의 수필 내용 중이다.
단골로 다니던 자동차수리 공업사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분이 다음 달부터 그만둔다고 인사를 하더란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 오래 전부터의 소원이 가수를 하고 싶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가수를 해 보려고 그만 둔다는 것이었다.
◜이건, 아닌데, 10대, 20대 젊은 애들이 주름잡는 가요판에 나이 50이 되어가지고, 이제 뭘 하겠다고?. 제발 꿈에서 깨어났으면 좋으련만◞ 하는 마음이었지만 속으로만 삼키고 듣기 좋은 소리로 인사치레만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보니 대성공,,,,, 그 사람이 바로 장시익이다.
공연이 끝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뒤에서 걸어오는 몇 명의 일행들 이야기.
“야, 대단해 장사익, 찔레꽃 장사익, 봄날은 가고 장사익”
“우와 ~~~ 멋져, 장사익”
아줌마들의 장사익 타령이 끝도 없다 했더니, 웬걸,
“아, 그만해, 장사익, 장사익, 귀에 딱지 앉겠다”
아마도 남편되는 사람인가보다, 걸걸한 소리에 짜증이 묻어 나왔다.
이제 장사익 타령이 끝났나 보구나 하는데 웬걸,
“그럼, 그렇지 ? 환상적이야 장사익, 이미자 동백아가씨, 장사익”
“흰 한복도 얼마나 멋져 ?, 장사익”
“심금을 울리던데, 장사익, 장사익”
반항이라도 하듯이, 대 들기라도 하듯이, 옆의 다른 아줌마가 바톤을 이어 받아 주차장에 다다를 때까지 한참 걸리는 길에 계속 장사익이었다.
◞◞
올해 2010년에는 10월 8일 금요일, 낙산사 빈일루에서 노사연 조관우 양하영 우순일 고한우 정민 적우 국상현 이한(테너)가 나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