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온도와 저체온증, 그리고 동상
날씨를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바람이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으로 만져지지도 보
이지도 않기에 그 존재가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날씨 변화는 공기의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
는다. 옛날에 중국이나 이집트 사람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알기 위해 바람개비를 만들었다
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종대왕 때 ‘풍기죽’이라 불린 풍향계를 ‘풍기대’에 꽃아 깃발이 날리는 방
향으로 풍향을 관측했다는 기록도 있다.
바람이 불 때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을 우리는 체험적으
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이용한 온도 지수가 바로 체감온도다.
캐나다 환경국에 따르면 겨
울철에 야외 훈련이나 운동을 할 때 체감온도에 따라 인체가 받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체감온도가 영하 9℃에서 16℃까지는 노출된 피부가 냉각되며, 영하 17℃에서 영하 23℃까지는
동상이 증대된다.
영하 24℃에서 32℃사이에서는 단 시간 내에 노출 피부가 동상에 걸린다. 영
하 32℃미만인 경우에는 극히 위험하므로 야외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기온이 낮지 않더
라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더욱 두툼한 옷을 챙기는 것이 삶의 지혜다.
겨울철에 체감온도 못지않게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저체온증이다. 차가워진 날씨에서 밖에 노
출되면 저체온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 저체온증은 장시간 몸이 추위에 노출됨으로 발생한다.
예
전에는 체온이 29℃이하로 내려가면 의식 불명 상태, 26℃이하로 내려가면 심장이 손상되고 뇌에
의한 호흡 조절이 이뤄지지 않아 사망한다고 했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최근 젊은 사람들은 추위에 대한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져 체온이 30℃로
내려가도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니 미리 주의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
질 것으로 예상될 때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
특히 야외 작업 시에는 충분한 방한복을 입어야 하고
오랫동안 작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옷이 물에 젖었을 경우 마른 경우보다 20배 이상 체온 저하를 가져오므로 빨리 마른 옷으
로 갈아입어야 한다.
체감온도와 저체온증 못지 않게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동상이다. 어
렸을 때 겨울만 되면 매일 밖에서 뛰어 놀다 보니 손과 발은 항상 동상에 걸려 있었다. 어른들은
동상 걸린 손의 얼음은 얼음물로 빼내야 한다며 얼음물에 손을 담그게 했다.
의학적으로 동상은 추위로 인해 혈관기능이 침해되어 피부세포가 질식 상태에 빠지는 질병이다.
동상은 상태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피부가 확장되어 붉은빛을 띠게 되는 홍반성동상을 1도
동상이라고 하며, 피부가 더욱 냉각되어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붓는 단계를 2도 동상인 수포성동
상이라고 한다. 3도 동상은 피부가 밀랍처럼 희어져 만져보면 차갑고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로
괴사성동상이라고 불린다.
동상은 겨울철 군 작전이나 훈련에서는 물론, 전쟁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 한국전쟁 중의 장
전호 전투는 추위와 동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말해준다.
미 해병 1사단은 이 당시의 전
투에서 동상으로 인한 인명 손실이 7313명으로 전투 중 사망한 병력보다 더 많았으며, 미군과 맞
서 싸웠던 중공군 9병단에서는 동상으로 인한 사상자가 5만1000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그만큼 동상의 위력은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장진호 동쪽에서 싸웠던 미 7사단 장병들은 동
상으로 인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부대 지휘관인 7사단장이 병사들에게 마른 양말을 자주
갈아 신게 하고 발을 계속 움직여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혜로운 지휘관을
만난 병사들의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저체온증의 증상과 초기대처법
산에서의 저체온증은 기상조건에 체온을 빼앗겨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인데 초기에 응급처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날씨가 춥거나 바람이 불 때 우리 몸은 체온
을 급격히 빼앗긴다.
외부 환경이 어떠하든지 인간의 체온은 항상 36.5℃를 유지해야 한다. 빼앗
기는 체온만큼 다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지 못할경우 체온이 36.5℃에서 35℃
로 내려가면 이가 떨리고, 소름이 돋는 것이다. 이것은 신체의 자각반응으로 마찰을 일으켜서라
도 체온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자 저체온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저체온증에 이르면 걸음걸
이가 느려지고, 격렬한 떨림 현상이 나타나며,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감소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을 꺼내어 껴입는데, 이보다는 음식섭취가 우선되어야 한다. 옷은 생산
된 열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이지 열을 생산해내는 기능은 없다. 연료가 없어 불이 꺼진 차가운 난
로에 이불을 덮는다고 따뜻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먹을수 있는 기력마저 소진되었다면 보온
병의 따뜻한 꿀물이라도 우선 마시는 것이 좋다.
이러한 초기 대처를 하지 못하고 체온을 계속해서 빼앗겨 33℃까지 내려간다면 보행이 불가능하
고 발음이 부정확해 진다. 이때 뇌 기능도 저하된다. 뇌는 신체 중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탄수화물만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에너지의 고갈로 뇌 기능도 저하되는 것이다. 산행시 문제가
되는것은 이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뇌기능 저하로 인해 잘 걷지 못하면서 실족과
추락사고로 연결되는 것이다.
31℃에 이르면 떨림 현상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진다. 30℃부터는 피부가 파래지고 호흡과 맥박이
감소하고 졸음이 쏟아지며 주요 장기의 기능, 운동능력, 정신력 등이 크게 저하된다. 그리고 25℃
에 이르면 사망한다. 저체온증에 빠져든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2시간 정도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해도 너무 맥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체온증 발생시
응급처치가 필수다. 저체온증에 이르면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열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강제로 체온을 36.5℃로 끌어올리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여건
을 고려하여 체온을 올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침낭을 가지고 있다면 체온으로 데운 침낭 속에 들어가게 하고, 젖은 옷을 모두 벗긴 후 동료가
침낭 속에 알몸으로 들어가게 하여 따뜻한 몸으로 감싸안는 피부접촉(skin to skin)이다. 산에
서는 텐트를 치고 스토브로 안을 훈훈하게 한 다음 알몸 마사지를 해도 좋다. 그리고 따뜻한 꿀물
이나 설탕물, 따뜻한 고탄수화물 유동식(미음, 죽, 수프 같은 음식)을 먹이도록 한다.
텐트나 스토브가 없을 때는 바람이 차단된 곳에서 모닥불을 피워 온기를 제공해준다. 잠들지 못하
게 하고,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저체온증의 증상으로 인해 몸을 떨고 있는
사람에게 열을 올려준다고 술을 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잠깐은 신체의 열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효소를 분해하기 위해서 그나마 남아 있는 에너지를 빠른 시간에 소비하게 만들어
버리므로 겨울등산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글/반기성(예보센터장)/김성기(목포대)
첫댓글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중요한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님과 형님 너무 멋있다.
1,3주 일요일은 늘 제일과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