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
고유선
뚜껑을 열어라!
인생이 벼랑 끝자락
춤추는 아낙네가 될지언정
뚜껑을 열어라!
단단한 인연의 끈이
썩은 동아줄일지언정
뚜껑을 열어라!
내가 걷는 이 길이
피투성이 가시넝쿨 될지언정
바람이 입김 한번 불면
휑하고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나의 청춘이여!
과감히 열어라!
또 아느냐!
내 인생이 로또가 될지
* 창작동기 : 내가 선택의 시점에 놓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토끼가 내게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더 생각 좀 해 본다고 하였다. 그러니 친구는 내게 인생은 어차피 복불복이다 하고 하면서 내게 조금은 무심하게 말은 던졌다. 그래서 사실 복불복이란 의미와 이 시의 의도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써보았다.
쉰 살의 아버지
고유선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던 날
풀 내음 아지랑이 필 때
똘망진 눈으로 세상을 품었더란다.
소낙비 내리던 어느 날
따가운 햇볕도 자취를 감출만큼
피 끓는 사랑을 했더란다.
다홍빛 단감나무가
버젓이 자태를 뽐내던 날
한가로이 담뱃불을 붙이며
무성히 커가는
우리 남매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을 짓더란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는 그날에도
우리 아버지
눈물로 우리를 덮으실까.
오늘도 하염없이 눈물짓더란다.
* 창작동기 : 이제 쉰 살이 넘으신 좁은 어깨의 아버지를 보며 써보았다. 언제나 내겐 강해 보였던 아버지가 한없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 촌평 : 시에 묻어 있는 감성이 좋군요. 그러나 시를 많이 읽은 것으로 보이는 않는군요. 읽은 만큼 쓰는 것입니다. 언제나 시는 시를 낳는 법입니다. 시도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시를 좋아하면 시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좋은 시를 많이 읽으세요. 위와 같이 정리를 해보았으니 참고하여 시를 완성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