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5일 의정부·동두천·양주 지역의 농협 직원들이 작년 12월과 지난 8월 2억원을 모아 여야 의원들에게 소액(少額)으로 쪼개 후원금을 낸 혐의로 지부 사무실 11곳을 압수수색했다. 산재의료원 노조 조합원들은 노조 집행부가 2008년 12월과 작년 7월 1억5160만원을 여야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쪼개 줬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쪼개 낸 이익단체들이 청원경찰친목협의회 말고도 많다는 이야기다.
이익 단체 회원들이 의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소액 후원금을 주는 것은 합법이다. 그러나 단체 집행부가 자금을 모은 뒤 회원들 명의로 나눠 후원하는 것은 법인과 단체의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에 어긋난다. '여의도의 관례'였다 해서 이런 불법이 용납될 수는 없다. 일부 의원은 이익 단체 임원에게 후원금을 쪼개 내도록 먼저 요구하고 뭉칫돈까지 받은 혐의가 있다고 한다. 의원들이 입법 청탁과 함께 후원금을 받았다면 뇌물죄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합법적 후원과 불법적 후원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내 기업이나 소속 상임위의 피감(被監)기관이 직원들이나 회원들에게 권유해 내도록 한 소액후원금이 대다수 의원 후원금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의원들은 이런 관행들까지 문제 삼는다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드물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다.
여야는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아래 정치자금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해 후원금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불명확한 점이 있다면 고치는 게 낫다. 그러나 그것이 의원들의 편의만 도모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단체와 법인의 소속 회원 또는 직원 다수(多數)가 특정 의원에게 소액후원금을 냈을 경우 그 사실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장치의 도입부터 논의할 일이다. 의원들은 소액 후원자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은행이 후원금 계좌에 송금한 사람의 신원을 컴퓨터로 파악해 줄 수도 있다. 사실 특정 단체 소속 인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후원금을 보내왔다면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하다. 여야는 정치자금을 낼 수 없는 단체나 법인도 연간 120만원 이하의 소액은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을 손대려면 국회의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조항도 도입해야지 이런 식으로 불법적인 후원금 모금 관행을 합법화하려고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