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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를 쓸 만큼 혹독하게 공부하지도 못했고, 특별한 학습 tip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에 글을 쓰기 전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제가 처음에 공부 시작할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이 바로 합격수기였기에,
미흡하지만 후배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자 써보겠습니다.
★ 입시결과
<일반편입>
고려대 법학 - 1차 합격, 최종불합격 : 94.0/100, 0.12%
한양대 법학 - 합격 : 가채점 영어 83.75/100(감점제), 국어 모름
성균관대 법학 - 합격 : 가채점 89~90/100
+ 배짱 좋은 척 하며 원서 3개만 써놓고 발표 전에 상당히 긴장하던 날들이 기억나네요.
★ 편입동기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누구나 어떤 ‘동기’를 가지고 편입을 시작합니다.
이 동기라는 것은 수험생활에 지칠 때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산 넘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취업, 학벌, 진로변경 등의 훨씬 더 현실적인 동기로 시작하신 분들이 보시면 철없고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은 발상이었지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은 은근하지만 집요하게 저를 괴롭히더군요. 뭔가에 도전하려 해도 바보같이 위축되어서는 힘들 거라고 지레 포기하려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것이 내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오르다가 다치고 쓰러지더라도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토록 가고 싶던, 다시 말해 저의 동기였던 고려대는 결국 떨어지고 말았지만,
적어도 그 산을 쳐다만 보다가 포기한 게 아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 학습과정
편입을 결심한 뒤 1월 말부터 2월까지는 정보수집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점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목표는 (건방지게도) 고득점이었기에,
주로 높은 점수를 받으신 분들의 합격수기를 위주로 공통분모들을 찾아내려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의 공부방법이 있는지라,
그 공통분모 안에서 나만의 커리큘럼을 짜서 효율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월별로 계획을 짜고, 학습파트별로 또 계획을 짰습니다.
영어라는 언어를 몇 개월이나 몇 년 만에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수험영어’는 ‘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요령을 알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는 월별로 어떤 공부를 했느냐보다는, 파트별로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특별한건 없겠지만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으면 좋겠네요.
※ 독학(3월~7월) + 학원(8월~12월)
[어휘]
가끔 게시판을 보면 어떤 교재가 좋고 어떤 교재는 나쁘다 이런 식의 글들이 있는데요.
저는 사실 아무거나 자기 마음에 들게 편집된 교재를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의 경우 초반에 17문제가 어휘문제라서 저도 수험기간 내내 어휘 때문에 꽤나 고생했고
막판엔 워드스마트 (무려)Genius edition까지 보는 노력 아닌 노력을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시험에선 예년보다 쉽게 나오는 바람에 조금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진정한 실력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무기입니다.
독학기간동안은 MD33000을 기본 교재로 하고 따로 노트를 하나 마련하여
교재에 없는 어휘나 헷갈리는 어휘, 시사어휘 등을 확장해가며 공부했습니다.
어휘를 외우는 방법은 접두어, 연상, 독해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세요.
예를 들면, ‘ingrained'라는 단어는 접두어를 통해 외우면 편할 수 있고,
‘propitious'라는 단어는 prof(p)it을 가져오는~ advantageous의 뜻으로 연상할 수 있으며,
‘elude'라는 단어는 “Sorry, your name eludes me." (죄송합니다만, 당신의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군요.)
이런 식으로 문장을 통해 외우면 잘 외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MD를 처음 1회독 할 때 단어의 뜻을 일일이 종이 영영사전 찾아서 옮겨 적으며 천천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느라 1회독에 거의 2달 가까이 걸렸지만(표제어만) 2회독에는 2주, 3회독에는 1주일정도 걸리더군요.
4회독부터는 빈출어휘와 고급어휘도 함께 보느라 다시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7회독 이후부터는 사실 회독수가 별 의미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많이 볼 수 있게 됩니다.
학원을 다니게 된 8월부터는 수업 듣고 복습하기 바빠서 독학할 때 4~5시간씩 하던 어휘학습시간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박민 선생님의 즐겁고 알찬 강의로 충분히 보충이 가능했습니다. 젊은 감각을 지니신 분이라(아, 실제로도 젊으시고… ^^;)
수험생활 하느라 디씨질 못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용어들도 가르쳐 주시고,
자전거에 대한 열정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시기도 했지만
그런 면들 이전에 많은 학생들이 오빠나 형처럼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선생님이셨습니다.
자신만의 노트를 만드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초반에는 그저 많이 외우자는 생각에 북미산 스라소니 따위(제가 스라소니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의 단어가 노트에 적혀있는 것을 보니 좀 무모했다싶기도 하네요. 하하 ^^;
영어공부 1년하고 말거 아니니까 틈틈이 많이 접하고 익히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문법]
독학하는 동안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고, 학원 다니면서도 늘 개념 없는 질문으로 이강원 선생님께 구박받던 파트이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누가 가정법이니 관계대명사니 하는 것들을 묻는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는 부분인지라
별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영어를 좋아하고 늘 가까이 해왔기에 감(感)에 의존해서는, ‘어라 이거 이상하네?’식의 풀이로
운 좋게 버텨왔던 터라 저런 풀이로는 접근하기 힘든 편입영어를 공부하며 자주 좌절했던 부분입니다.
학원을 다니든 독학을 하든지 자신의 선택이지만,
문법에 자신이 없으신 분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학하는 기간에는 두꺼운 기본서 하나 마련해서 강의와 함께 듣고,
토플형식의 문제집 한권과 1020제처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제들 구해서 풀었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이강원 선생님의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는 강의를 들으며,
진정한 영어고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좌절했지만
수업시간에 들은 수많은 tip들은 실전에서 문제 풀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법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독해에서도 아주 큰 힘이 됩니다.
[문장완성]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고, 또 나름대로 자신 있었던 부분입니다.
(자꾸 건방져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4가지 영역 중 그나마 제일 잘했던 분야라서… ;;)
빈칸 채우기 혹은 논리완성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문장완성 문제를 푸는 일은 마치 초등학교시절 배우는 과일방정식(예: 과일 가게에서 철수는 9900원을 주고 사과 4개와 배5개를 사고, 영희는 7800원을 주고 사과3개와 배4개를 샀습니다. 사과 한 개의 가격은 얼마입니까?)을 푸는 일처럼 재미도 있고 단서를 찾으면 답도 정확히 나오기에 매우 흥미롭습니다.
쉬운 예로,
Because time in India is conceived statically rather than dynamically, Indian languages emphasize nouns rather than verbs, since nouns express the more ________ aspects of a thing.
(A) paradoxical (B) preval!!ent (C) temporal (D) successive (E) stable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다보면 자신만의 기호를 만들어 푸는 방식을 익힐 수 있는데, 여기선 기호가 힘드니 색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Because time in India is conceived statically rather than dynamically, Indian languages emphasize nouns rather than verbs, since nouns express the more (E)stable aspects of a thing.
~하기 때문에 라고 시작했으므로 같은 방향으로 나간다는 표시를 → 이런 식으로 해주시고,
문장 안에서 같은 항(색)을 소거해 나가면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습니다.
독학 중에는 GRE교재로 공부했고, 학원을 다니면서부터는 학원교재를 주로 하여 되도록 많은 문제를 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재 외에도 워낙 나눠주시는 자료가 많아 나중에는 다 풀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수백문제를 풀어야 했던 어느 오후가 생각나네요.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건방지게도 자신 있던 분야였기 때문에 선생님과 답이 다를 때에는 자주 따지러(?) 갔었는데요.
대부분 저의 편견으로 제가 틀린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게 따져보는 과정에서 skeptical mind가 형성되어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독해]
초반에 만만하게 봤다가 후반에 좀 고생한 부분인데요. 모든 합격수기에서 얘기하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수능영어 버릇 못 버리고 눈으로 대충 읽어가며 쉽게 풀려고만 하다가 정신 차리고 한 문장 한 문장 정확히 해석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독학 중에는 그냥 유명한 독해 교재 하나 구입해서 1회독 하고, 타임지 정기구독하며 마음에 드는 article만 뽑아서
서너 번 읽고 난 뒤 새롭거나 참신한 표현들 정리하고 어려운 문장은 표시해 두고 종종 읽어보았습니다.
뒤돌아보며 생각해보니 독해는 특별히 교재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정확하게 다독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기왕이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주요 신문에서 관심 있는 글들을 찾아서 읽으며 ‘이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거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떤 지문이 나와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을 단순히 해석해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많기에 ‘이해’하며 글을 읽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자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고려대 시험 일주일 앞두고는 거의 어휘와 문장완성에 치중하느라 독해를 손 놓다시피 해버리는 바람에 실전에서는 독해에서만 3문제를 틀려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 드리고 싶은 말씀
밑에 벌써 몇 분께서 수기를 남겨주셨는데, 그 분들에 비하면 제 노력은 너무 하잘것없어 보여서 조금 쑥스럽네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각도 많이 하고, 학원 다니기 시작한 초반에는 저녁 6시 넘으면 고시원으로 ‘귀가’해 버리는 등
별로 스파르타식의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할 슬럼프도 없었고요. 좀 재수 없게 느껴지실 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제 스타일에 맞게 공부했어요.
천재는 노력하는 자에 못 이기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 못 이긴다고 하죠?
저는 워낙 아침잠이 많고, 천재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공부를 즐기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험기간 내내 대체로 즐겁게 공부했죠. 생활영어를 익힌답시고 미국 시트콤인 Friends를 보았고,
편입영어에는 있지도 않은 Listening 실력을 기르겠다고 가끔은 Eminem의 랩을 dictation하려는 무모한 짓도 많이 했지만,
이런 즐거움 말고 그냥 단순히 공부 자체가 재밌어서 즐겁게 할 때에는 정말 기분도 좋고 능률도 좋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노는 것이 더 좋긴 했지만) 한창 재밌었을 때는 “배우고 또 익히니 즐겁지 아니하랴.”같은 거창한 문구를
노트 앞에 붙이고 다니면서, 영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랬던 경험이 있어서, 이제 새로 시작하시는 후배님들도 즐겁게 공부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영어 따위가 재밌어질리 없잖아 짜샤!”라고 말씀하실 분도 있겠지만,
수단으로 억지로 배우는 영어는 지치기 쉬울뿐더러 진정한 실력을 갖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도 즐겁게 공부하는 건 불가능하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이 길을 선택한 여러분의 열정과 용기로 끝까지 한번 달려보세요.
앨빈 토플러가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며 강연 중에 했던 한마디 인용하며 조잡한 수기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젊은 날의 매력은 결국 꿈을 위해 무엇을 저지르는 것이다.”
[[펌]]
첫댓글 음 편입을 준비하는 저에게 가슴깊이 간직하고 싶은 글입니다.감사합니다.
ㅠㅠ 님처럼 공부하고 싶습네다!!
글 쓰느라 진짜 수고하셨네요 하하 잘 읽었어요 ㄳ
대단하네요 굳굳!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