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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트라우마 극복 어떻게
지난해 69일 동안이나 갱도에 갇혀 있다 기적적으로 전원 구출된 칠레 광부 33명 이야기는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이들 생환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줬지만 그들 삶까지 희망으로 돌려놓지는 못했다. 최근 이들 중 14명은 정신적ㆍ신체적 사고 휴우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사고 후에도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PTSD는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지속적인 공포감과 고통을 느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증상이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항상 장애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69)는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트라우마가 일상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긍정심리학` `행복학` 창시자이자 심리학계 구루로 불린다. 그는 `외상 후 성장(PTGㆍPost Traumatic Growth)`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 중 일부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기력증에 빠지지만 일부는 PTG를 경험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미국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 신청을 낸 것을 시작으로 월스트리트는 혼란기를 겪었다. 당시 펜실베이니아대 MBA를 졸업하고 당당히 월가에 입성했던 두 친구 더글러스와 월터는 나란히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에 자기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예기치 못한 일을 겪은 두 청년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심각한 우울증세에 시달렸고, 삶의 의욕마저 잃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아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 두 직장인에게 닥친 상황은 같았지만 2주 후 이들이 취한 대처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더글러스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해고당한 이유가 경기 때문이지 자기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 주입했다. 반면 월터는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는 금융업이 본인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었다. 더글러스는 이후 월스트리트에 있는 기업 문을 10곳 이상 두드렸지만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내려갔다. 고향에서 6개 기업에 이력서를 냈고 결국 이 중 한 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반면 월터는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직장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고향에 돌아갔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더글러스와 월터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소위 비등한 `스펙`을 쌓았고 비슷한 사회적 지위까지 갖췄지만 한 번 실패한 후 정반대 인생을 걷게 됐다. 긍정심리학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69)는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차이가 두 사람 인생을 결정지었다"고 말했다.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베스트셀러인 `긍정심리학` `학습된 낙관주의` 저자이며 최근 국내에서는 `플로리시`를 출간해 관심을 모았다. "이 사람은 양극단적 실패대응법을 가지고 있었어요. 더글러스와 같은 부류는 얼마간 시련을 겪은 후 금세 회복할 뿐 아니라 지난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대로 월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말지요." 그는 "실패는 아무도 겪고 싶어하지 않지만 분명 직장생활 중 일부분이며 인생에서 겪는 수많은 트라우마 중 하나"라며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실패 위에 우뚝 설 수 있는 더글러스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ㆍPTSD)`보다 시련을 겪은 후 오히려 더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ㆍPTG)`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를 해 보면 PTSD에 대해 아는 사람은 97%에 달하지만 PTG를 아는 사람은 10%도 안 됩니다. 하지만 PTG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기업과 조직이 성장하게 마련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위기를 넘어 회사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도 조직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지요." 그렇다면 조직에서 외상을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을 처음부터 구분할 수 있을까?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사람들은 초반에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느냐,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느냐는 한참 후 문제입니다. 전자와 같은 부류가 많을수록 회사는 발전하지만, 나조차도 많은 시간을 들여 대상자를 일일이 검사하지 않고서는 이런 기질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교육과 훈련이다. 실제 그는 미군과 그 가족 100만명 이상이 트라우마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 말을 기억하세요.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법입니다." ■ 셀리그만 교수는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194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심리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위스 웁살라 대학 명예박사, 매사추세츠 전문 심리학 학교 명예박사 학위도 있다. 행복, 긍정적인 사고 등을 연구하는 `긍정 심리학`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이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면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는 `학습된 무기력증` 이론을 발표해 심리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110만명에 달하는 미군과 회복 탄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펜실베이니아대 긍정심리학 센터장이기도 하며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국립노화연구소, 국립과학재단,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애틀랜틱 자선 재단 교육부 등에서 연구 후원을 받는다. 그의 긍정심리학 웹사이트는 미국 심리학자 웹사이트 중 13번째로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외상 후 성장 이론과 함께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플로리시(flourish)`(물푸레 펴냄)를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긍정 심리학`,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tic), 낙관적인 아이(The optimistic child) 등이 있다. ① 트라우마를 제대로 이해하라 지피지기면 백전무태(百戰無殆)라 했다. 셀리그만 교수 역시 트라우마에 맞서는 제일 첫 번째 무기는 "트라우마 자체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충격에 빠지면 많은 이는 극심한 우울함과 절망감, 무기력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진다. 하지만 셀리그만 교수는 이러한 심리 상태가 "충격 후 오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심리적인 외상, 마음에 입은 큰 상처가 당신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 결함이 아니다. 많은 이는 이런 심적 상태에 봉착하면 자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트라우마와 이에 따른 반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② 불안을 통제하라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과 이미지를 스스로 통제하는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는 게 셀리그만 교수의 두 번째 조언이다. 불안감을 줄여라. "예를 들어 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부하직원은 아마도 `나는 앞으로 승진이 어려울 거야. 나는 자질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최악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내 평가를 그렇게 내린 건 그 사람 실수야` 혹은 `앞으로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상담 요청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최악, 최상, 보통 등 세 가지 상황으로 구분해 사고하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③ 트라우마를 당당하게 공개하라 셀리그만 교수는 "트라우마를 감추면 심리적인 상처와 신체적인 증상이 모두 악화될 수 있다. 당당히 털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주변인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④ 트라우마를 `스토리텔링`하라 본인이 겪은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잃으면 얻는 것도 있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감사할 일도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경험을 서술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 와중에 본인의 어떤 강점을 발견했는지, 어떻게 인간관계를 회복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게 된다." ⑤ 도전에 맞서 삶의 새 원칙을 정하라 "스스로에게 트라우마의 생존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고, 실패 후 성장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 ⑥ 사회적 회복탄력성의 힘을 믿으라 셀리그만 교수는 자신의 트라우마뿐 아니라 타인의 트라우마를 관찰하는 능력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인 회복 탄력성이란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차이점을 활용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면서 보다 성장할 수 있다." 그는 상대가 느끼는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군인들에게 가르쳐 왔다, "군인들은 먼저 뇌 활동에 대해 이해하는 강연을 들은 후 사진을 여러 장 보고 구분하며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분하는 연습을 한다. 타인이 고통받는 것을 목격할 때 본인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운다." 국내 최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던 그는 `업무가 많아 살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했다. 그는 이 밖에도 인사 문제, 실적 압박, 조직 내 갈등 때문에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밖에서는 수억원대 연봉을 받고 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경영자들 겉모습을 보고 많이 동경하지요. 하지만 조직 내에서 가장 많이 상처받고 스트레스받는 이들 역시 경영자라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경영 컨설팅 회사 타워스왓슨 박광서 사장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경영자와 직장인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경험하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 가운데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받고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놓는 곳이 많아요. 어떤 곳은 이를 의무화해 상담을 받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기도 해요. 경영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뿐만 아니라 직원 고충 처리소도 미약한 수준이고요." 박광서 사장은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나 해고에 대한 두려움부터 시작해 배우자 죽음까지 그들이 정신적으로 상처받을 수 있는 많은 부분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사경영컨설팅 회사인 휴잇의 박경미 사장은 "국내에도 대기업을 시작으로 EA(Employ assistant)를 고용해 직원들이 실패나 괴로움을 상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회사가 직접 해결해 주기 힘든 회색지대 문제, 즉 가족 간 불화나 금전적인 문제와 같은 직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방치해둘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감에 빠져 있거나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이 역시 회사에 굉장히 큰 손실이 됩니다. 회사가 그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함으로써 이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우종민 인제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사내외에서 겪은 크고 작은 충격으로 인한 외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조직 내에서 돕는 프로그램은 조직원이 성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지만 아직 기술적인 접근은 별로 없는 편"이라며 "한국 조직문화는 `남들 다 겪는 거야` 정도로 접근을 할 때가 많지만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요? 이 생각부터 부정해야 합니다." `트라우마(Trauma)`라는 단어는 주로 심리학에서 정신적 외상이나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실패, 재해 등 큰 충격을 받으면 사람들은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ㆍ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헤어나오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장애`가 아닌 `성장`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다. 그는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트라우마는 `외상 후 장애`가 아니라 `외상 후 성장(PTGㆍPost traumatic Growth)`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베트남에 포로로 잡혀서 오랫동안 고문을 당했던 미군 중 60% 이상이 당시 겪었던 고난이 심리적으로 유익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더 심한 고문을 당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 내재되어 있는 회복력을 발견하라 -트라우마가 오히려 더 건강한 인생을 가져다주는 요소라는 것인가. "트라우마 자체를 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트라우마가 종종 성장하는 데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든 정신 장애라고 여기고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 정말 견디기 힘든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해도 3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극복한다. 단지 사람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통제 불가능한 충격 앞에서 그저 손을 놔 버리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학습된 무력감`에 관해 연구했다. 학습된 무력감이란 어떠한 충격을 받은 후 이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이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그가 시행한 임상시험 대부분은 이 원칙에 부합했다. "견디기 힘든 소음이 발생하지만 이를 제어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 하루 동안 갇혀 있던 사람 중 70%가 이후 제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도 소음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들이 손만 뻗으면 되는 곳에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도 누르려 하지 않았다. 무력감을 학습해 버린 것이다." 오랜 임상시험을 통해 학습된 무력감이 실제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린 후 그는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무력감을 학습하지 않은 30%에 대한 연구였다. "무력감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15년간 연구하다 내린 결론은 그들이 가진 `긍정적 사고`가 이들을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건져낸다는 것이었다. 긍정적 사고를 가진 이들은 역경을 겪거나 충격을 받은 후에 `이 상황은 일시적인 것일 뿐`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는 잠깐의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셀리그만 교수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트라우마의 늪 속에서 사람들을 건져내고, 더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트라우마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 충격 그 자체가 아니다. 한쪽 구석에 치우쳐 극복을 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수십 년간 연구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대부분 사람은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 외상 후 장애와 성장은 종이 한 장 차이 셀리그만 교수는 "불안이나 충격, 역경에 대처하는 사람들 태도는 정규분포"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극심한 충격을 받으면 우울함과 불안증세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처하는 행동은 달라진다. 한쪽 끝에는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이다. 가운데 분포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초반에 우울증세와 불안증세를 보이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충격을 받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역경에 대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잘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단순한 회복을 넘어 더욱 더 강인해지고, 성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는 이를 PTG(Post traumatic Grouthㆍ외상 후 성장)라고 부른다. 이들 역시 처음에는 극심한 불안감과 무기력증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은 1년도 안 돼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게 된다." -외상 후 장애를 겪는 사람과 외상 후 성장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처음부터 구분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해고, 전쟁, 재해, 누군가와 사별 등 고통과 역경의 순간에서 사람들이 처음 겪고 느끼는 행동은 같다. 누구나 눈물을 흘리고, 우울해하고, 식욕을 잃거나 혹은 폭식을 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모든 사람이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초반 반응을 보고 이들을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상 후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회복, 즉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것 역시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처음 겪는 충격 속에서 `앞으로 더 우울해질 거야` `이런 상황이 계속될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는 건 비정상적인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다. 정말 정상적인 것은 더 우울해지는 것도, 외상 후 장애를 겪는 것도 아니다. 회복되는 것이 제대로 된 답이다." -PTG 범위 안에 들려면 좌표 선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초점을 당장 앞에 놓인 우울함이나 불안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이후 다가올 회복의 순간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우울함이나 현재 상황은 미래를 방해하는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문제가 닥치면 눈 앞에 놓인 것만 보게 되지 않나. "물론 자기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관찰자 관점에서 이 상황을 본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절망에 빠져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위로할 때를 생각해 보라. 놀랍도록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관찰자 시선으로, 즉 객관적으로 자기 상황을 보는 법을 트레이닝해야 한다." ◆ 사회적 관계가 회복에 중요한 영향 사실 트라우마란 일생 동안 겪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피할 수 없으면 극복해야 하는 법. 트라우마를 겪은 후 매몰되지 않고 극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곧 성장이 된다는 그의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여전히 생소함이 남는다. -트라우마가 성장을 가져오는 이유가 뭔가. "사람은 상호 소통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고통을 겪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트라우마를 가져다 주는 사건들, 즉 전쟁이나 해고, 사별에 대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새로운 삶의 원칙을 만들어 준다. 회복 탄력성, 즉 회복력이 큰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더 발전적인 원칙을 만들어낸다." -회복력이 큰 사람들이 외상 후 성장에 보다 쉽게 이를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은데. "그렇다. 회복 탄력성이 매우 큰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낄 새도 없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거나 혹은 이전 상태 이상으로 성장한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울해지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회복 탄력성은 어느 정도 선천적인 성품이기도 하다. 검사를 해 보면 일란성 쌍둥이는 거의 유사한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해본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사람 중 50%는 선천적으로 `긍정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긍정적인 사람은 대부분 `밝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인가. "보통 행복지수, 긍정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높은 회복 탄력성을 가진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눈앞에 닥친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 법이다. 이들을 연구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돈이 많은 것도, 더 나은 외모를 지닌 것도 아니다. 항상 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이들이 굉장히 사교적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이 있으며 즐거운 시간이나 괴로운 시간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낸다. " -사회적인 관계가 외상 후 성장에 중요한 몫을 한다는 이야기인가. "인간은 생태계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동물은 아니다. 속도가 느리고 체력이 약하다.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유하는 능력과 목표를 추구할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을 하고,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서로의 절망을 극복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상대적으로 타인과 소통이 적은 내성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회복력이 떨어진다는 말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그건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다. 행복해지는 요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하는 요소는 사회적인 관계만 있는 건 아니니까. 일례로 어떤 사람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몰입을 택한다. 이들은 몰입, 고도의 집중을 하다 보면 다른 고통이나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나는 이를 `행복한 몰입`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상위 0.1% 수재들이 모여 있는 명문대에서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해 사회적으로 큰 염려를 낳았다. "한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자살은 주로 현실을 가망 없는 극심한 절망 상태라고 느낄 때 발생한다. 수재들을 포함한 많은 학생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나 현실을 헤쳐나갈 기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종종 잃어버리는 때가 생긴다. 미래를 막연하고 흐릿하게 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삶을 살면서 죽을 것 같이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둘러보면 어느 곳엔가 새로운 문은 열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절망감 속에 빠져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없나. "40여 년 전 내가 심리 치료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나는 누군가의 우울함과 화, 걱정을 덜어주는 게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와 치료를 계속 하면서 내가 느끼는 건 공허함뿐이었다. 내가 접근했던 방식으로는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었다. 이 치료에서 최선은 이들을 그나마 덜 불행하게 하는 것이었다. 수십 년간 연구하면서 내가 깨달은 건 행복의 기술, 즐거운 삶의 기술은 고통을 더는 기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당장 닥친 고통을 덜려고 애쓰지 마라. 거기에 쏟을 에너지를 행복해지는 데 쏟아라."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03 10:3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03 21:47
첫댓글 작년의 아픔이 트라우마가 아닌 성장의 기화가 되길 바랍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06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