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내가 즐겨 찾던 책방은 당시 청계천에 늘어선 중고책방이었다.
지금은 풍치가 도는 명소가 됐지만 당시 그곳은 콘크리트로 덮어 차도를 만들고 그 위에 고가도로가 서있던 장소였다.
수없이 늘어선 서점가에 들어서면 먼저 가벼운 흥분이 인다.
그러다 몇 군데 들어가서 원하는 책이 있는지 살펴보거나 묻기도 했다.
아,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몇 백 원을 들고서 흥분된 심정으로 청계천으로 달려가던 시절이여!
그때 구입했던 책 중 기억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어거스틴의 고백록, 파스칼의 팡세, 존 밀턴의 실낙원, 톨스토이의 인생론, 타고르 전집, 존 러스킨의 깨와 백합,
토머스 하디의 귀향, 로맹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 간디의 생애, 그리고 작은 사이즈의 책 몇 권이었다.
그때 책방 주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었지.
"너는 고상한 책만 찾는구나."
훗날 가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도 들어갔었지만, 또 가끔은 인터넷 서점도 이용했었지만
고교시절의 그 생동하는 감동에는 비교할 수 없다.
일단 서점에 들어가면 수만 권의 책들이 종류별로 분류되어 진열되어 있음에 어떤 깔끔한 위압감을 느낀다.
종이책의 형상과 냄새, 독서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 지적 세계의 방대함...
당신은 서점에 들어가면 어떤 원칙에 의거해서 책을 고르는가?
희망하는 서적이 있어 들어갔다면 어려울 것 없다. 찾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책 고르기가 쉽지 않고 나름대로의 원칙을 발휘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책의 장정 상태를 보고, 어떤 사람은 세간에 베스트셀러라고 소문난 책 위주로 고르고,
어떤 사람은 자기 정신 성향을 따라 탐색하고, 어떤 사람은 필요한 정보 서적을 원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단순히 흥미나 소일거리의 책을 찾을 것이다.
기독교서적이든 아니든 나는 우선 세월과 세상의 검증을 통과한 고전 반열의 책을 고른다.
장시간의 시간 경과에도 살아남은 책, 인간의 각종 평판에도 생존하는 책.
둘째는 그 책의 제목을 본다. 책 제목에는 저자의 정신과 책의 본질이 어느 정도 배어있으니.
하지만 경박한 제목이나 상업성이 불거져 나오는 제목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셋째 목차, 넷째 내용 훑어보기 순이다.
사람도 그렇다. 인간의 영혼은 어떤 본질을 가지며 이 본질에 따라 인생이 구성된다.
첫째는 죽은 책이다. 문학과 철학은 인간의 삶과 지성의 세계를 추구하지만 죽은 삶 해악스런 지가 허다하다.
불신자나 무신론자의 생각 속엔 하나님이 없고 그들 삶의 중심은 비어있다.
마치 자기를 키워준 주인을 물려고 달려드는 개처럼 어떤 철학이나 사상은 하나님께 대한 불경도 서슴지 않는데,
그 천박하고 독신적 사상은 독자에게 독을 주입시키며 인생을 해롭게 한다.
둘째는 어수선한 책이다. 아름다운 것 같은데 허무하고,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배합된 세계관과 인생관.
청소년 시기 내가 좋아하고 탐독하던 어떤 독일 작가는 훗날 그에게서 발견한 혼합된 영성에 마음을 돌렸다.
그런가 하면 특별히 알맹이도 없이 늘어놓는 잡담성의 글놀이도 있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정신이 어수선해지고 순수 감정이 손상되며 시간이 아까워진다.
셋째는 살아있고 아름다운 책이다. 고급 장정으로 반짝거리거나 아니면 윤택하지 않거나,
고급 지질이거나 저급 지질이거나, 일급 판매대 위에 있거나 삼급 판매대에서 홀대되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에겐 생명이 있다. 그들에겐 믿음이 있다. 그들에겐 사랑이 있다. 그들에겐 진실이 있다.
그들은 행복을 안다. 또 독자에게 행복을 준다. 그리고 그들은 소박한 정신 성향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떤 책일까? 이들이 누구일까?
그들은 첫째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그 안에서 영생을 누리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든지,
비록 신앙의 색채를 띠지 않더라도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흠모의 정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들의 정신이 책을 투과하여 나올 때 독자에게 행복의 빛을 발산시키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서점 판매대 위에 서있다. 어떤 책인가 당신은?
2023. 8. 19
이 호 혁
첫댓글 아멘! 주의 생명으로 제가 살아있음을...
빛과 소금의 역할로 주님을 드러내게 하소서.
살아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