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균이 제주대학 비뇨기과 병원진료가 있는 날입니다. 지난번에 서울대에서 좋은 결과, 즉 신장결석이 많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통보받았기에 안가봐도 되겠지만 그래도 예약은 예약인지라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서귀포시청에서 찾아야 할 서류도 있어서 오늘은 준이만 주간보호센터에 보냈습니다.
태균이 진료시간은 3시인데 혈액과 신장X레이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하기에 1시 전에는 검사를 마쳐야하고, 준이가 돌아오는 4시반까지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이 모두 빠듯합니다. 그렇게 1시 전에 병원에 도착해서 수납을 하려는데...
수납대 앞에 있던 인턴직원이 '어떻게 왔냐?' 하길래 '예약때문에 왔다' 그랬더니 일반접수번호를 뽑아줍니다. 늘 그렇듯 장애자용 특별창구를 이용했으니 장애자다 라고 했더니 미리 말을 안했다고 괜한 짜증을 냅니다. 아니 말할 시간도 없이 말을 자르더니 미리 말안했다고 이리 혼이 나도 되나? 기분은 좀 그렇습니다.
그렇게 받아든 번호표, 장애용 창구에서의 일처리가 일반수납 창구보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일반과 장애자용 수납비용이 다른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장애창구에서 기다릴 필요가 있나? 다시 대기표를 뽑으려는 순간 제 대기차례인 74이 되었는데... 많이 연로하신 할머님이 그냥 창고로 직진해서는 제 차례를 가로챕니다.
금방 끝나겠지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데 무려 10분이 지나고... 이미 그 전에 길게 창구를 차지하셨던 노인분도 번호표없이 한지라 73번 어른도 다소 뿔난 얼굴! 74번은 떠있는데 제 차례를 일방적으로 빼앗은 노인분은 귀도 어두운데다가 다소 복잡한 서류절차라 하세월입니다. 안되겠다싶어 다시 일반접수번호표를 뽑으니 이미 1시가 넘어 환자들이 대거 폭주, 대기중이라 갑자기 대기번호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급격히 밀려드는 짜증...
1시 전에 검사를 해야 3시 진료를 제시간에 마치고 4시반까지 무사히 집으로 가는데... 벌써 1시 15분! 이미 좀 화가 나있는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창구직원은 74번을 처리했다 오해하고는 75번을 호출해버리니... 제가 달려가서 74번은 어쩌란 말이냐고 소리톤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75번 번호표 환자도 노인분. 창구 가로챌 의도로 창구 앞에서 진을 치던 분이라 자기가 75번이라며 한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문제는 창구직원도 성질이 만만치 않아서 한마디도 지지않습니다. 74번이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 뭐하고 있었냐, 자기한테 화내지마라며 막 저를 나무랍니다. 자기는 먼저 처리한 할머니가 74번인 줄 알았다고 항변. 저도 많이 연로하신 분만 아니었어도 번호표 뽑으라고 이야기했겠지요...
창구직원 입장도 이해 안되는 바가 아니어서 제가 사과하고, 수납하려는데 자꾸 끼어드는 75번 할머님을 창구직원이 또 막 혼을 냅니다. 참 웃기는 아수라장입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주어진 번호와 동시에 환자이름이 기록되는 이 시스템이 절실해보이고, 결례들의 전형적 모습들을 보니 제주도는 아직 시골인 건 맞습니다. 혹시라도 엄마가 열받을까 자리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던 태균이가 제 팔을 잡고 빨리 끝내라고 이끕니다.
남들에게는 스트레스없이 산다고 말을 하면서도 일상 속에 제 자신의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뻗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낍니다. 준이돌아오는 시간에 맞추려는 몹시 조급해지는 마음도 물론 있었겠지만, 늘 쫒기는 듯한 이 못된, 점점 관대함에서 멀어지는 성질은 어찌하나... 서귀포시청 로비에서 스트레스지수를 측정하는 기계를 설치해놓고 60초진단을 해주고 있어 재미있을 것 같아 해보았더니 '스트레스지수'가 엄청 높게 나온 이유가 다 있었던 듯 합니다.
채혈하며 X레이까지 군말없이 얌전히 수행하는 태균이가 엄마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어제는 올레길을 준이랑 둘이서 걸으라고 보내면서 (자주 걷던 길이라) 준이에게 형아에게서 떨어지면 절대 안된다 강조에 강조를 했건만 잠시 일보고 왔더니 태균이는 제자리에 잘 돌아와있는데... 준이가 보이질 않아 기겁! 떠날 때는 이리 잘 붙어가더니...
그저 또 직진했구나!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신천목장 올레길을 지나 그저 앞으로 직진하고 있었으니, 중간쯤에서 너무 더운지라 그냥 돌아서버린 태균이 준이를 챙기지않았고, 준이는 형아 돌아서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고... 또하나의 해프닝으로 준이녀석 잡으러가느라 혼비백산!
다시 아이들 데리고 그 길을 다시 걸으며 준이를 다시 훈련시켜 봅니다.
저로 인해 큰 문제가 해결된 어떤 분들이 우리 아이들 이뻐해하며 저녁사주고 싶다해서 멋진 식당에 가서 공짜저녁도 얻어먹고... 요즘 준이가 아주 안정모드라서 그것만으로도 주말은 행복했습니다.
첫댓글 병원에서 넘 고생하셨습니다. 검사 결과가 설대 병원과 같으면 정말 괜히 갔다 싶습니다.
준이가 형아랑 같이 찍은 사진이 태균씨 혼자 찍힌 사진보다 훨 보기 좋으니 안정 모드가 지속되길 바래봅니다.
대표님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지 않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