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리 땅 우리 강 동강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동강은 흘러야 한다는 소리 없는 외침을 하늘도 받아들인 것이다. 자손만대 삶의 터전을 일궈온 강마을 사람들에게 수몰의 아픔을 안겨줄순 없었으리라…………
오늘도 동강은 흐른다.
지난여름 사람들은 동강이 흘러야 한다고 모두들 동강을 찾아가 난리 법석을 떨었다. 덕분에(?) 한동안 동강은 심한 몸살을 앓고 병들었었다. 아니 두 동강이 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동강을 터전 삼아 살고 있는 비오리 원앙이 수달부부…..올 여름에는 또 얼마나 시달릴까. 제2의 정동진이 되는 건 아닌지…. 이런 저런 우려를 하면서도 필자는 또 동강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옛 생활문화가 가장 고스란히 간직된 곳이 동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랜드캐년, 한국의 마지막 비경 등 동강을 소개하는 언론매체가 쏟아낸 수많은 찬사들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식어를 믿고 동강을 찾는다면 십중팔구 실망하고 만다. 왜냐면 동강은 가장 한국적인 멋이라 할 수 있는 소박하고 한가로운 여유로움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강, 지금은 흐르는 물소리도 잠재울 만큼 고요하다. 동강답사는 주로 고무보트를 타고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오는 방법을 이용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동강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트레킹이 제격. 동강이야기는 한가롭게 트레킹할 수 있는 코스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태백 금대봉골 검룡소에서 발원한 동강
태백 금대봉골 검룡소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송천(구절천)과 여량 아우라지에서 어우러져 흐르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을 받아들이고, 정선과 평창 땅을 유유히 흘러 영월 땅에 들어서며 비로소 동강(東江)이란 이름을 얻는다. 동강은 이름이 여럿이다. 정선 사람들은 조양강, 또는 골짜기 안쪽이란 뜻으로 골안이라 부르고, 영월 사람들은 동강이라 부르는데, 영월을 기준으로 북서쪽에서 들어오는 강을 서강, 그리고 북동쪽에서 흘러온 강을 동강이라 부르는 것이다.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어라연 된까꼬리여울
동강 150리 물길 중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어라연은 영월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류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어라연은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기라도 하듯 골짜기 안쪽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는 길은 그리 쉽지가 않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거운리 섭사강변에서 10리 길로 1시간 이상 다리 품을 팔아야 하는데, 거운분교 맞은편 가파른 산길을 더듬어 올라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영월댐 건설 예정지였던 만지나루. '찰 滿' '못 地' 가득찰 연못이란 뜻으로 언젠가 댐이 들어설 것이라는 예언성 지명이다. 그 예언이 어긋나길 바라며, 다시 20여분 강변 길을 따르면 갑자기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세찬 물줄기가 급류를 형성하는 곳, 바로 정선에서 내려온 뗏꾼들도 두려워했다는 '된까꼬리 여울'이다. 물살이 하도 세고 거칠어 뗏목이 뒤로 꼬꾸라질 정도라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실존 인물인 ‘전산옥’이라는 여인의 객주집이 있던 곳이기 도하다. 얼마나 유명했던지 당시 뗏꾼들이 부르던 노랫가락에도 전산옥 여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가세요
황새여울 된까꼬리에 떼를 띄어 놓았네
만지산의 전산옥이야 술상 차려 놓게나"
기암절벽 사이로 솟아 오른 노송과 어우러진 옥빛 강물
요란한 물소리가 멀게 느껴질 무렵 양안은 온통 험준한 기암절벽으로 둘러쳐있고 희디흰 백자갈밭이 드넓게 펼쳐진 어라연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옥순봉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가 작은 섬을 이루고 있는 어라연은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 하여 이 세 봉우리를 삼선암(三仙岩) 또는 정자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기암절벽 사이로 기이하게 솟아오른 늙은 소나무와 옥빛 푸른 강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은 극치를 더한다.
어라연의 제1경은 뮈니뮈니 해도 이른 아침 피어 오르는 물안개. 가장 조망하기 좋은 곳은 어라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너머 마을이란 뜻의 너벨 언덕이나 두꺼비바위로 확 트인 시야가 시원스럽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신갈 분기점-영동고속도로-남원주-중앙고속도로-제천-38번 국도-영월읍. 또는, 중앙고속도로-신림-88번 도로-주천-영월읍. 영월역에서 태백방향 700m 지점에서 좌회전(어라연 표지판 있음) 9km 가량 달리면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거운리 섭사강변이다. (지난해 영월군에서 널찍한 주차장을 만들어 놀았다) 거운교 다리를 건너 거운분교 맞은편 산길이 어라연 가는 길로 약 5km,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대중교통은 영월에서 문산마을까지 하루 5회(06:20, 08:30, 13:00, 15:30, 18:00) 운행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거운교에서 하차, 영월에서 20분 소요.
(여기서 주무세요)
# 예스, 아름다운 연인 통나무집 033-374-9888
영월역에서 어라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통나무집은 인근에서 가장 멋스러운 집이다. 최봉학 씨 내외가 손수 지었다고 하는데, 산비탈 경사를 이용 자연스런 멋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3층 구조로 1층은 민박, 2.3층은 찻집. 3층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동강이 운치있고, 통나무집 만큼이나 멋쟁이인 집주인의 친절한 동강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영월역에서 2.3km. 미역을 넣고 끓인 찹쌀 수제비가 별미로 4천원, 차종류는 3천원.
# 너벨언덕 이해수 씨댁 민박 033-375-0825
어라연 뱃사공으로 불리는 이해수 씨댁은 너벨 언덕에 위치해 동강 10경 중 하나인 이른 아침 환상적인 물안개의 정취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집 주변은 푸른 초원으로 야영도 가능.
(추천 트레킹 코스)
거운교-거운분교-마차재-만지나루-어라연-(도강)-삼선암-(도강)-논들-문산분교-문산마을(약 9km, 3시간 소요)
어라연 트레킹은 거운리 섭사강변에서 시작한다. 거운분교 맞은편 '어라연 가는 길' 표지판을 따라 20여분 산길을 오르면 마차재, 섭사강변의 시원스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다시 소나무 숲길을 따라 10여분 가량 지그재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잠시 멀어졌던 동강과 만나고, 이제부터 한적한 강변 트레킹의 시작이다. 짙푸른 물빛만큼이나 넉넉한 강변 길을 잠시 걸으면 세상을 온통 댐문제로 떠들썩하게 만든 만지나루다, 1천3백리 먼 여정에 잠시 쉬어가기라도 하는 것일까, 큰 연못을 연상케 하듯 흐르는 물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잔잔하다.
만지나루를 지나면 드넓은 자갈밭이 펼쳐지고, 강줄기는 좌(左)로 90도 가까이 꺾어진다. 옛날 뗏목을 나르던 뗏꾼들이 잠시 쉬어가던 객주집이 있던 곳으로 된까꼬리 여울이다. 요란한 물소리와 세찬 물줄기, 보기만 해도 뗏꾼들이 그토록 두려워 했던 연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어라연은 300m 거리, 하지만 어라연의 모습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데, 강물은 다시 우(右)로 90도 꺽어지기 때문, 집채만한 돌밭 사이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10여분 더 올라야 V자 협곡에 숨은 듯 앉아 있는 어라연의 전경을 만날 수 있다.
어라연에서 조망하기 가장 좋은 너벨언덕과 두꺼비바위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세 봉우리가 작은 섬을 이룬 삼선암을 가기 위해선 도강을 해야하는데, 어라연 뱃사공 이해수 씨의 배를 이용해야한다. 배삮은 2천원, 삼선암을 거쳐 논들을 지나 문산분교까지의 코스는 길이 없다. 옛길의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인데, 그리 험하지 않고 한적해 자갈밭 돌밭 숲길을 헤치며 걷는 묘미도 색다른 맛이 있다. 문산분교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로 인적이 드물어 운이 좋다면 비오리나 원앙이 등 동강의 또 다른 주인들과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가 볼만한 곳)
# 단종 유적지
영월하면 단종이 떠우르듯, 영월은 단종과 관련된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청령포로 유배되었던 단종이 열 일곱 어린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한 곳인 관풍헌, 단종이 유배되 오던 날 하늘도 서러워 소낙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지명인 소나기재,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단종 시신을 거둔 영월 호장 엄홍도 사당과 단종 묘인 장릉, 단종이 처음으로 유배되었던 청령포 등은 꼭 찾아볼만하다
MEMO : 장릉 보리밥집 033-374-3986 장릉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 신선한 채소와 산나물을 감자를 넣은 보리밥에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 영월책 박물관 033-372-1713 http://www.bookmuseum.co.kr
박대헌 박물관장의 정성과 의지가 담긴 산물, 책문화에 관한 자료를 발굴하고 전시, 연구할 목적으로 설립한 영월 책 박물관에는 아름다운 책, 어린이 책, 개화기 사진실 등 3개의 전시실에 6천 여권의 책을 전시하고 있고, 호산방이라는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단종 애사가 깃든 영월 여행 길에 가족과 함께 꼭 들러 볼만한 곳이다.
MEMO : 고운 마을이란 뜻의 영월군 영월읍 광전리 골말에 위치. 폐교된 신천초등학교 여촌분교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콘크리트 숲속의 도시 아이들에겐 좋은 놀이공간이 되기도 한다.
중앙고속도로-신림-88번 도로-주천-신천-당마루휴게소를 지나 500m 지점, 작은 주차공간도 있다.
# 동굴바위강변
강변에 거대한 동굴이 있어 동굴바위강변으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거운리 목골에 위치해 있어 목골강변이라고도 부른다. 도로변에 있어 접근이 쉬운 곳으로 둥글바위강변, 섭사강변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자같밭과 백사장이 잘 어우러져 여름철 야영장으론 그만. 피서철에는 오물수거료 명목으로 입장료 2천원을 내야한다.
MEMO : 영월역에서 8km, 문산리행 버스이용.
동굴민박 033-375-0761 (식사가능)을 비롯 마을 주민 대부분이 민박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