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들이 만조(滿潮)를 싣고 모항(母港)으로 닿아있고
침묵은 기척도 없이 부두에 짐을 부린다.
채석장 공사판에는 넋을 쓰고 누운 돌들.
노을이 철쭉빛으로 이 산복(山腹)을 다녀간 후
뜨거운 정(釘) 소릴 먹고 하늘빛은 살아났고
쪼개진 가슴팍들이 목련처럼 터졌었다.
기폭만 달아 주어도 만선으로 떠날 혼령들
서천(西天)에 날빛을 띄울 채반만한 연(蓮)이거나
아홉 층 하늘을 다스릴 숨결 고른 탑이거나.
나목들 숨 쉬는 소리 솔빛 보태는 소리
겨울 강 물밑을 거슬러 돌아드는 고기떼들
지금 막 눈 뜬 돌들이 비늘 돋혀 놀고 있다.
- 이청화(1944~ ), ‘채석장 풍경’ 전문
넓은 뜻으로 만다라(曼茶羅)에는 만덕장엄(萬德莊嚴).능생(能生).적집(積集)의 세 가지 뜻이 있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만다라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좁은 뜻으로는 한 곳에 여러 불보살(佛菩薩)을 모신 것을 말한다. 그 중 극락정토의 모양을 그린 정토변상(淨土變相)을 ‘정토만다라’라고 한다. 옛 선사들이 자성정토(自性淨土)라 했듯이 시인은 만다라의 세계를 시조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바로 극락세계라는 것이다.
홍성란 /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