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 박주용씨, 최근 명인 인증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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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제작한 목지공예 소반을 들고 작품을 제작하기까지 험난했던 여정에 대해 설명하는 박주용 작가. |
28년 적공(積功)에 '주님의 나무꽃'이 피었다. 영어로 플라워(Flower), 곧 꽃을 의미하는
'플로렌시오'라는 이름으로 1981년에 세례를 받은 박주용(47, 서울 장안동본당, 아이또바
대표)씨는 세례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년 넘게 냉담했다. 1987년 심장병을 앓을
당시 수술비 3800만 원이 없어 "살려 달라"고 성모께 전구를 청하던 열심은 다 어디로 갔는
지, 심장병을 치료하자마자 병원비를 일부 대준 친척 일을 돕다가 서울 을지로4가 골목에서
시작한 나무종이, 곧 목지(木紙) 제작에만 혼신을 쏟았다. 1980년대 중반, 국회에 나무벽지
를 납품하러 갔다가 일제는 단위당 16만 원에, 국산은 3500원, 그것도 속지로만 쓰는 걸 보
며 속이 상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의 배접무늬목은 도무지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2009년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목지를 소재로 한 목지공예, 목지화 작업이
었다. 그런데 그 작업이 5년 만에 교회에서, 사회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교회에선 지난해 9월
개관한 한국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 내에 당초 일제를 쓰려던 걸 박 작가가 제작한 목지로 대
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예술의 전당 설계자로 유명한 김석철(명지대 석좌교수 겸 아키반건축
도시연구원 대표) 교수는 당시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를 장식할 나무종이로 일제를 쓰려고
했다가 그의 목지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사회에서도 그의 작품은 빛을 봤다. 우연히 그의 작
품을 본 서울 신문로 복합예술공간 에무 관계자가 2011년 8월 한달간 '목연(木椽) 나무이야기'
라는 표제로 기획초대전을 갖게 된 것. 이후 경사가 줄을 이었다. 2012년 6월엔 한국문화미술
협회(이사장 이형준)가 수여하는 작가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12월 연말에도 한국문화미술
협회에서 목지공예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런 그를 두고 박유진(인천교구, 한국가톨릭문화원장) 신부는 '주님의 나무 꽃'이라는 이
름을 붙여줬다. 2009년 그가 목지작업에 도전할 당시 장안동성당 성모님상 앞에서 기도했던
목지공예가로서의 삶을 화려하게 꽃피웠기 때문이다.
"목지 제작을 한지 20년째 되던 날, 장안동성당 성모님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던 원
망이 아직도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앞만 보고 왔는데, 왜 꼴찌입니까, 하도 힘들어서 그
렇게 기도하다 시작한 목지공예, 목지화가 5년 만에 전시를 할 정도까지 됐네요."
최근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사장 하철경)가 주는 목지공예(목지화 상감기법 부
문) 명인 인증(인증번호 제13-1111-21호)까지 받아 경사가 겹쳤다. 원목을 켜서 얇게 깎아
만드는 목지 64가지 색깔을 배합해 빚어내는 목지 작업, 곧 나무예술인 목지공예와 천연
나무종이를 그림물감처럼 써서 표현하는 목지화 작업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5종의 발명특허에 2건의 발명특허 출원, 4건의 디자인 등록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판로조차 없는데도 나무마다 그 성질을 파악해 친구(?)가 되는데 무려 1년이나 걸리는
험난한 여정 끝에 거둔 귀한 결실인 셈이다.
을지로4가 매장 2층에 전시장을 두고 2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전시 중인 작가는 이제
"주님의 나무꽃을 만드는 사람, 플로렌시오 박으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나중에 혹여라도
교황청에서 쓰는 가구나 생활용품 중에 하나를 제 작품으로 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이
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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