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 작가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입니다.
홀로코스트를 색다르게 다룬 영화라고 해서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출동. 다행히 가까운 부평역사관에도 상영을 하네요.
담장 안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소멸되어 가고 있지만,
담장 밖 수용소 소장네 집 뜰에서는 꽃이 피어나고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수용소장 아내는 유대인들에게서 빼앗은 모피 코트를 입어보고
아이들은 유대인들의 물건이었음직한 물건들을(특히 이빨이 충격적) 갖고 놉니다.
수용소 간부 부인들은 모이면 유대인들이 치약에 감춰놓은 다이아몬드를 빼앗았다며 유대인이 머리는 좋다고 이야기하고.
대량학살은 나치에겐 수행해야할 과제이며,
누군가에게는 출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며
실제로 그 일을 잘 해 진급이 되고 보너스를 받기도 합니다.
수용소장 회스 중령은 다른 곳으로 발령받지 않으려 애씁니다.
영화 제목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에서 2차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와 그 주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네요.
영어의 인터레스트는 흥미, 관심을 나타내지만
독일어의 interesse 는 '금전적 이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아우슈비츠에 살면서 홀로코스트와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수용소장 루돌프 가족들을 떠올리게 하지요?
특히 그의 아내는 남편이 설령 다른 곳으로 발령 받아 가더라도 자신은 이곳에 남아 있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들 가족에게 있어서 아우슈비츠는 지상천국이며
그의 아내는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
그들 가족의 집과는 반대로 바로 옆 담장 안에서는 매일매일 소각로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가고,
비명 소리,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소장의 아내는 잠시 다니러온 자신의 엄마에게 수용소 담을 가리기 위해 포도나무를 아주 많이 심었다고 자랑하죠.
'악의 평범성'을 넘어 '악마적 이기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장면은 곳곳에 넘쳐날 정도.
무엇보다 음향 때문에 내내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던 영화.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의 음향은 감독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비명과 아우성 소리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끝까지 자리에 앉아 엔딩 크레딧 음악을 들은 적은 처음...그만큼 충격적이고 이상야릇했었지요.
홀로코스트를 이렇게도 보여줄 수 있구나.
감탄한 영화.
첫댓글 독일의 만행은 끝없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데
일본 이야기도 계속 파헤쳐야겠지요.
그렇지요? 우리도 끝없이 파헤쳐야죠.
잘 보고 오셨군요. 새로운 방식의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말하지 않고 말하고, 보여주지 않고 보여주는.
요즘 이스라엘의 행동은 맘에 안 들지만, 영화의 스토리와 기법은 우리 작가들이 배워야할 점.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작품을 써야 하는 요즘 시대에는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