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책이 한 권뿐이 없다.(×) 한 권밖에 없다.(0)
‘밖에’는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의 뜻을 지닌 말로, 뒤에 부정을 나타내는 말을 데리고 다닌다. 이에 비해 ‘뿐’은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의 뜻을 지닌 말이다. 이미 ‘없음’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뒤에서 따로 부정을 나타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말 문장 바로 쓰기 노트>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두 가지만 생각해본다.
먼저, ‘밖에’는 체언과 붙여 쓰기도 하고 띄어쓰기도 한다. 붙여 쓰는 경우는 밖에가 그 자체로 조사일 때, 띄어 쓸 때는 ‘밖(명사)+에(조사)’일 경우이다. 그런데 많이 틀린다.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이다. 모든 ‘밖’을 바깥으로 보고는 떨어져 있다는 느낌일 것이다.
다음은 오늘 경향신문 기사이다. 기사를 먼저 보자.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이 뉴스에 등장했다. 지난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사회탐구 영역 ‘생활과 윤리’ 과목에 롤스와 관련된 문제가 나왔는데, 이의신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 한 문제에만 260건이 넘는 이견이 제기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 이의신청을 받은 이래 최다 기록이다.
‘문제의 문제’는 ‘해외원조에 대한 갑과 을의 입장과 가장 가까운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었다. ‘갑’은 공리주의를 주장한 호주 윤리학자 피터 싱어이고, ‘을’은 공리주의의 대안을 제시한 <정의론>의 롤스다. 지문에서 갑은 ‘자원을 풍요한 사회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익 증진을 위해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회에 원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을은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원 수준보다 정치 문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회의 정치 문화가 바뀌도록 원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가원이 밝힌 정답은 ‘③ 을: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을 원조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이다. 평가원이 해석한 것에 따르면, 롤스의 주장은 ‘자원이 아닌 정치 문화 수준이 낮은 국가를 원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한 ③번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7일까지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250건이 넘는 문제제기가 달렸다. 의견을 올린 이들 대부분은 선택지 문장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이라는 문장은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스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 중에서도 정치 문화가 질서 정연한지 아닌지를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는데, ③번 문장은 ‘자원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원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만’이라는 조사 하나 때문에 롤스의 <정의론>이 논란거리가 돼버린 셈이다.”
그래서 국어사전에 나온 ‘만’의 쓰임새를 보았다.
“만 : 1. 다른 것으로부터 제한하여 어느 것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2. 무엇을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3. 화자가 기대하는 마지막 선을 나타내는 보조사. 4. (‘하다’, ‘못하다’와 함께 쓰여)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5. (‘-어도, -으면’의 앞에 쓰여) 어떤 것이 이루어지거나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한 조건을 나타내는 보조사.”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을 원조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에서 ‘만’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위 예문의 ‘만’은 4번 용도로 쓰였을 법하다. 즉 정치 문화 수준이 낮은 나라도 원조 대상이 된다고 하니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의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③번 문장은 ‘자원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원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국어사전 어느 부분에 해당될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만’이 아니라 '만을‘을 보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래 생각해야 하니 여기서 접는다. 나중에 또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