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194/200612]세상에 이런 택배가 동시에?

[찬샘통신 194/200612]세상에 이런 택배가 동시에?       어제 생각지 않은 택배宅配 두 건이 왔다. 한 건은 친구가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한 건은 나를 놀라게 하는 완전히 ‘깜깜이 택배’였다. 그 이야기를 하자. 자그마한 상자를 열자, 먼저 남성용 화장품 세트(HERA-HOMME)가 눈에 들어오고, 예쁜 꽃봉투가 눈에 띄었다. ‘신사임당’ 1장이 들어있는 편지 내용이다.   술보다 꽃∼ㅎ모아둔 꽃씨 몇 가지 보내드려요당호堂號 삯과 함께∼ㅎ늦은 감이 있지만 이쁘게 피워 보세요∼ㅎ                                -광주에서 후선당 누이가∼ㅎ   다른 작은 상자 안에는 각종 꽃씨를 담은 ‘비닐 조마니(봉지)’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아항, 알았다. 얼마 전 광주 누이에게 '후선당厚善堂'이라는 당호堂號를 지어주었는데(6월 3일자 찬샘통신 185편 참조), 그 고마움을 이렇게 ‘절묘한’ 선물(꽃씨와 화장품)에 앙징맞은 편지와 함께 보낸 것이구나. 솔직히 피-식 웃음과 함께 기분이 너무 좋았다. 세상을 ‘잘’ 살다보니, 내가 이런 택배도 받아보는구나, 싶었다.   더욱 ‘기똥찬’ 것은 마당꽃밭을 만들고 있다는 ‘통신’을 보고, 모아둔 꽃씨를 보낸 그 정성精誠과 ‘이쁜’ 마음씨이다. 봉다리(비닐봉지)마다 작은 쪽지에 꽃이름과 ‘꽃말’이 쓰여 있었다. 세상에 무슨 연애편지도 아니고, 얼마나 새삼스러운 꽃말인가? 꽃말을 기억하는 여인이 아직도 이렇게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지난해 사위를 맞이한 광주 누이는 여지껏 ‘천상 여자’로구나! 새삼 생각했다('여고생 취향'이라는 점에서). 세상을 살면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흔하겠는가? 흔치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에게나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었다. ‘나 이런 편지, 이런 선물 받았당’. 사진을 받은 아내 “고맙네. 당신은 좋겠슈. 좋은 일”이라는 약간의 ‘질투성’ 카톡을 보내왔다.   꽃씨들을 보자. [천일홍 꽃말: 변치 않는 사랑] [봉선화 꽃말: 아이같은 마음씨] [유흥초 꽃말: 항상 사랑스러움] [분꽃 꽃말: 겁쟁이, 수줍음, 소심, 내성적] [과꽃 꽃말: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믿음직하고 깊다] [백일홍: 떠나간 날을 그리워하다] [메리골드 꽃말: 우정과 예언]. 꽃들의 특징을 담아 그 꽃의 상징을 의미한다는, 원래 영국이 원조元祖라는 꽃말은 ‘꽃말사전’도 있다한다. 어느 꽃이든 꽃말을 한 개라도 기억하는 ‘6학년 중반’ 남자들이 몇 명이나 될까? 꽃말의 주제는 대부분 ‘사랑’이다. 좋은 일이다. 대중가요 노랫말처럼 “사랑 밖엔 난 몰라”가 아닌가. 누이야, 고맙다. 고이 모셔놓았다가 내년에 잘 키워볼게. 이 통신을 누이가 보면 분꽃의 꽃말처럼  '아이 참, 오라버니도' 두 뺨에 수줍음으로 홍조를 띠리라.     마지막으로 ‘호턱’을 이렇게 현찰을 우편으로 받은 경우(90%가 ‘번개팅 술’이었는데)는 처음이라는 말로 광주 누이 얘기는 여기서 접자. 질투하는 친구들의 눈초리가 떠올라 무섭다. 흐흐.   얼마 전 아들의 혼사를 치른 친구가 보낸 또 하나의 택배를 보자. 주소를 보내달라 하여 거절했는데, 누구누구 친구에게도 보낸다며 이미 구입을 해놓았으니 군말말라고 한다. 대상자와 명분이 노모와 노부를 고향에서 ‘홀로’ 모시는 친구들이란다. 영광 어느 가게에서 보내온 항아리 속에 든 ‘고추장 굴비’다. 말하자면 ‘효자孝子친구’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寸誠’이라는데, 참 고마운 일이나, 그 대상자에 내가 낀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세상에 얼마나 효자가 없으면 나보고 효자라 하는 걸까? 노인네 마음 하나 편하게 못해드리고, 날마다 티격태격 마음에 상처를 주는(돌아가시면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나에게 효자라고 하면, 이 시대 진짜 효자들은 분명히 ‘억울해' 할 듯하다. “부담이 가 큰일났다”며 황감해 하는 아버지께 “아들을 잘 둬서, 아들이 세상을 잘 살아서 그렁개, 잘 드시기만 허먼 돼요” 농弄으로 말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친구야, 고맙데이’는 말이 절로 나오는 행복한 날의 일기. 새벽 3시 10분에 일어나 쓰다. 눈 좀 붙여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