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꽃뱀2부 30회/ 메르스때문에

[BLUEBOAT/불루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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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메르스 1

“머시냐? 메리스라고라? 아니여! 메리야스랑께!”

목소리 큰 최사장의 말 한마디에 식당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주춤주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허지만 의심 가득, 불안한 눈초리는 여전했다. 얼마나 긴가민가했으면 그 눈초리들이 도로표지판의 야광처럼 빤짝거렸다.

“최사장님 메리야쓰는 내복이잖아요?”

“흐미. 환장하겄네. 메리스가 아니랑께!”

“메리스가 아니구요. 엠M. 이E 알R. 에스S 메르스에요. 메르스요.”

“흐미. 뿌리쌰는 다 유식헌디. 중동 쪽엔 너무 어둡소. 본인이 사우디에서 전자제품 안팔았소? 제비사장 안 그렇소?”

“그렇지 최사장이 리야드Riyadh사우디의 수도에서 전자제품 세일즈했던 건 내가 잘 알지. 한 10여일 있었나?”

“11일이지라. 긍께, 본인은 중동통이다 이말일시. 알겄소? 뿌리쌰?”

“쁘리쌰 말이 맞아유. 메르스 맞아유.”

진회장이 쁘리샤의 발음이 맞다고 하자 최사장이 핏대를 세웠다.

“흐미, 흐미, 아랍에서 메리스나 메르스라면 아는 사람 하나도 없소. 정 못 믿겠으몬 오바마한테 물어 보시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 옴시로 변태한것이랑께. 메리야스를 빨리해 보시오. 내말이 틀리능가?”

진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리야스를 빠른 속도로 읊어 대기 시작했다.

“메리야스 메리야쓰 메릭스 메립쓰메리스메르스. 어? 메르스 맞네유?”

“긍께, 우리나라 국민문화가 머씨요? 빨리빨리 아니랍디요? 메리야스를 빨리 하다봉께 메리스가 된거이요. 안그렇소? 제비사장?”

제비는 최사장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최씨와 강씨 고집은 꺾을 수도 없고, 오죽했으면 앉은 자리에 풀도 나지 않는다했던가?

허지만 최사장은 중동에서 11일 체류했던 자신을 제비가 인증했기 때문에 한층 기가 올랐다. 물론 한 대도 팔지 못했지만 중동에서 전자제품세일즈 했다는 사실을 인증받자, 금방 배장로의 주먹이 날아 올까봐 잔득 움츠렸던 어깨도 펴고 의기양양해졌지만 여전히 술잔 쥐고 있는 그의 손은 배장로의 손에 잡혀 있는 상태였다.

쁘리쌰는 최사장이 중동에서 전자제품 팔았다는 말에 더 토를 달지 못했다.

남대문도 안 가본 놈이 이긴다는데.

어느 놈이 남대문 안 가본 놈인지 분간이 잘 안 되는 가운데 입을 봉쇄한 쁘리쌰에게 아기 어르듯 최사장이 샤바샤바하게 말했다.

“뿌리쌰? 삐졌소? 메르스도 맞소. 맞고 말고라. 메리야스가 전 세계를 주름잡는디 이름이 하나 뿐이겠으라? 일본가몬 메르꼬가 될꺼이고 중국가몬 메이띵이 될거인디.”

“전 오늘 처음 알았어요. 메리야쓰가 중동말인걸요. 호호호.”

“뿌리쌰. 세상에 같은 말이 좀 많소? 허지만 말이어라. 중동말로는 메리야쓰가 아니고라. 메리야스 라하는겨. 흐흐흐. 인자 확실히 알았소?”

메리야스가 중동말인지 지어낸 말인지 확인해 볼 수도 또 확인해 봤자 뭐하겠냐? 제비가 끼어들어 메르스 언쟁확산을 진정시켰다.

“그래 누구 말이 맞던 그건 그렇고 배장로아버님이 메르스 요? 언제 걸렸어요? 몇 번째 환자요?”

“메르스 언제 확진 받았는데유?”

언제나 조심스럽고 소곤거리기를 좋아하는 진회장의 목소리가 카랑카랑 아주 높아졌다. 충청도 사람이라도 충격적인 대목이나 비상사태에는 동작도 빠르고 언성도 커지는 게 당연하지? 맞지? 조용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자 그 효과음은 엄청났다.

진회장의 목소리에 지금까지 조마조마 힐끔힐끔 두리번두리번 쫑곳쫑곳 귀를 세우고 이쪽 동태를 예의주시하던 손님들이 일제히 식당입구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일대의 혼란이 삽시간에 벌어졌다. 너무 급하게 빠져 나가려다 옷이 찢어지는 사람. 의자에 걸려 넘어지는 여자. 앞 선 사람들 허리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남자. 우당탕 우지직 꽈당탕 삐이익 의자 넘어지고 테이블 끌리는 소리에 엉켜 혼란은 완전 무질서로 바뀌었다.

“메르스다! 메르스가 왔다!”

좁은 출입구를 동시에 빠져 나가는 손님들의 아우성과 외침을 바라보며 다섯 사람은 영문을 모른 체 한마디씩 했다.

“불났나벼유?”

“아니요. 연기도 안나는데?”

“정은이가 미사일 날린 거 아니에요?”

“흐미. 워디서 선착순 이벤트 하는 가벼? 우리도 가야 하는 거 아녀라?”

그때였다.

종업원과 주인이 수건과 행주로 각각 입과 코를 틀어막고 함께 달려왔다. 행주에서는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메르스입니까?”

“메르스라니요?”

“어서 신고하세요. 메르스보균자가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지금 메르스 때문에 세상이 개판인데 보균자들이 이렇게 설치면 우리 식당은 물론이고 이 나라 진짜 망합니다.”

제비가 어처구니없어 주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메르스라는 겁니까?”

“여기 메르스 환자 있다고 방금 도망치는 손님들 못 봤어요? 왜 메르스 걸려 놓고 시침 떼요?”

처음엔 기가 막혔지만 오해의 소지가 메르스 인만큼 제비가 차근차근 식당주인에게 설명했다. 허지만 주인은 제비의 해명을 전혀 믿으려 들지 않았다.

“제발 어서 나가요. 얼릉 삼성의료원으로 가봐요. 그곳에 메르스들 전부수감한대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도대체 누가 메르스라는 거죠?”

“자진해서 안 나가면 신고할거요!”

식당주인이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은 체 발끈 성질을 돋구었다. 코를 틀어막은 노란타월의 남청색글자가 선명했다.

개코노래방.

그 글자를 보고 쁘리쌰가 웃었다. 쁘리쌰가 웃자 식당주인이 한걸음 물러서며 호통쳤다.

“웃어? 메르스들이 웃어? 메르스는 양심도 없소?”

“무슨 양심?”

“야! 이 메르스들 신고해라!”

“어디에 신고합니까? 경찰서요? 아니면 특수부대에요?”

“임마! 이 메르스들 잡아 가는 데면 아무데나 해!”

식당주인의 명령에 종업원이 물기 떨어지는 행주를 입에 틀어막고 카운터로 뛰어 갔다.

[달빛사람]

주인공들도 메리스에대한 입씨름이 있었네요..
잘 보았슴니다.

[BLUEBOAT/불루보트]

요즈음 이슈가 메르스 아닙니까?...ㅎ
이 소설은 일상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일들로 웃어 보자는 컨셉입니다
좋은날 되십시오

[도레미]

메리야스인가?
메리스인가. ?
주인공들의 대화 내용이 웃깁니다.

[BLUEBOAT/불루보트]

살다보면 헷갈릴 때가 참많습니디
오늘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죠?
남은 오후 멋지게 보내세요

[악동클럽]

사회 이슈가되는 글이네요..
메리스 즐검게 봤슴니다.

[BLUEBOAT/불루보트]

악동클럽님 오랜만이네요
이 소설은 그때 그때 이슈를 담아 쓰는 소설이며 골프소설이라지만 가능한 웃기 위해 쓰여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심심풀이 웃음거리로 읽으세요.
허지만 스릴도 있고 눈물도 있고 사랑의 탄식도 있을 겁니다
고운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