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사를 바꿔버린 대사건 10.26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극비리에 촬영을 마치고 편집 등 마무리 작업을 통해 내년 설날 시즌을 겨냥,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영화팬들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제작비 60억원이 투입된 영화 ‘그 때 그사람들’은 1979년 10월 26일 당일 벌어진 박정희 시해 사건의 전모를 담고 있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박정희 전대통령의 복잡했던 여자관계와 친일을 암시하는 대목이 담겨있어 과거사청산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보수세력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21일 AM7에 따르면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캐스팅된 배우들은 물론 전 스태프들도 영화 내용은 물론 제작에 관계된 발설을 금지하는 '비밀 서약'까지 했다고 한다. 미리 알려질 경우 보수세력들을 자극해 집단행동 등으로 제작 자체가 무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 1968년 12월에 가족사진을 찍은 박정희 대통령. ⓒ 박정희 대통령 인터넷 기념관
70년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알려지지않은 사생활의 단면인 여자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은 이 영화 곳곳에서 보여지는데 ‘영화의 첫장면 한 아주머니가 중앙정보부에서 “우리 딸이 아침에 속옷만 입고 어르신을 모시는데 어르신이 힘이 좋아 오전부터 성관계를 하더라”는 요지의 대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전직 대통령의 문란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로 '서울무지개'가 있지만 '서울무지개'가 개봉된 시기만 해도 군사정권의 암울했던 제약이 있었던 터라 아주 우회적인 암시 정도의 수준이었다.
또 가수 심수봉역을 맡은 김윤아 씨가 술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엔카를 부르는등 박정희 전대통령이 일제시대 일본군 장교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장면도 삽입되어있는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신시절을 산업화의 초석을 닦은 시대였다고 칭송해온 보수세력들의 비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 그 사람들’의 주요 배역은 영화의 화자로 등장하는 주과장(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오른팔) 역에 톱스타 한석규 씨를 비롯, 박정희 전대통령 역에 브라운관에서 자상한 아버지 역을 주로 맡았던 탤런트 송재호 씨, 또한사람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김재규 중정부장 역에 만년 조연에서 일약 주연으로 발돋움한 백윤식 씨 등이 맡았으며 무엇보다 10.26 당일 안가의 술자리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 심수봉 역에 자우림의 김윤아 씨가 맡아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함께했음을 알 수 있다. 극중에서는 명예훼손 소송을 피하기 위해 모두 가명으로 처리됐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데뷔, '바람난 가족'으로 평단의 칭송을 받은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박정희 전대통령의 암살이 일어난 1979년 10월 26일 하루를 온전히 쫓아가고 있다. 배급은 우여곡절을 겪은끝에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