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빛이 내려앉은 암스테르담(Amsterdam)의 운하
1 뾰족첨탑과 강렬한 붉은빛이 위엄을 더하는 암스테르담(Amsterdam) 중앙역 전경.
2 암스테르담 중앙역 부근에서 바라본 성 니콜라스 성당. 성당 일대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전거 렌트다.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다’는 소문은 과장이 아니다. 다리에서든 도로에서든 난간이 있으면 주차된 자전거 가 있고, 자전거 라이더는 자동차만큼 질서 있게 움직인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우측통행으로, 전용도로가 끊기면 도로 가장자리로, 오토바이를 피해 조심조심 달리면 된다. 자전거만 있으면 웬만한 암스테르담 명소는 하루만에 다 둘러볼 수 있다. 물론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나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등 예술가에 관심이 있거나 안네 프랑크(Anne Frank, 1929-1945)에 호기심이 있다면 2박 3일로도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1 렘브란트의 소장품과 작품을 전시한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
2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반 고흐의 생애를 아우르는 반 고흐 미술관. 모던한 건축미로도 유명하다.
렘브란트의 전성기부터 고흐의 전 생애까지
자전거는 도보보다 빠르고 자동차보다 느리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발견하면 언제든 멈출 수 있다. 자전거를 빌린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출발점으로 잡고 명소를 체크했다. 대략 시계 방향으로 돌면 웬만한 명소를 다 돌 수 있을 것 같다. 점찍은 스폿 중 가장 먼 폰델공원까지도 직선거리로 4km가 채 안된다. 페달을 밟기 전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사진에 담는다. 입구를 중심으로 웅장한 탑 두 개가 양쪽을 수호하는 형태다. 역을 바라봤을 때 왼쪽 탑에는 풍향계, 오른쪽 탑에는 시계가 있다. 암스테르담은 서풍이 부는 날 흐려질 때가 많아 풍향계가 큰 도움이 된다.
역을 등지고 서면 10시 방향에 둥근 지붕과 종탑이 눈에 띈다. 자전거로 2분, 도보로 6분 거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이다. 역과 비슷한 듯하지만 지붕이 곡선 으로 이루어져 부드러워 보인다. 성 니콜라스 성당은 산타클로스의 모델이자 선원의 수호성인인 성 니콜라스(St. Nicholas)를 기리는 곳으로, 바다에 면한 네덜란드에서 특히 추앙받는다. 가까이 다가간 성당은 생각보다 더 웅장하고 정교하다. 내부 역시 빈자리 없이 문양과 그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해놓았다. 건축물을 짓 고 그림을 그리고 문양을 장식한 예술가는 모두 ‘신의 손’을 빌린 게 아닐까.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5분 정도 바람을 가르며 본격적인 예술 투어를 시작한다.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부터 국립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까지 동선이 이어 진다.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은 1639년 렘브란트가 구입한 5층짜리 대저택이 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미술가로서 부와 명성을 얻은 그는 생애 대부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는데, 말년에는 가세가 기울고 투자에 실패하면서 1658년 이 저택까지 팔고 만다. 저택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하며, 렘브란트의 호화로운 삶을 조명한다. 화려한 산호와 동물 박제 등 렘브란트의 수집품, 에칭과 소묘 등 작품 2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야경(The Night Watch)〉, 캔버스에 유채, 1642, 363×438c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유태인 신부 Jewish Bride>, 캔버스에 유화, 121.5×166.5cm, 1662~1668,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 〈자화상(1889)〉, 캔버스에 유화, 57.8×44.5cm.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Jan Vermeer, 1632-1675), 〈우유를 따르는 여인〉, 1658~60년경, 캔버스에 유채,베르메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에, 네덜란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미술관이 자리한다. ‘레이크스 뮤지엄(Rijksmuseum)’이라고 하는 국립미술관이다. 전시실 80여 개와 작품 8,000여 점을 소장한 곳. 렘브란트의 ‘야경’과 ‘유대인 신부’, 반 고흐의 ‘자화상’,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Jan Vermeer, 1632-1675)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뤼카스 판 레이던(Lucas van Leyden)의 ‘최후의 심판(Last Judgment)’까지 여러 작가의 원작을 전시한다. 작품뿐 아니라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반듯한 정원, 1885년 미술관 전용으로 지은 건축물까지 예술적이다. 혹 시간에 쫓긴다면 2층으로 직행할 것. 세계적 명화만 모아놓은 ‘명예의 전당’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레이크스 뮤지엄의 지척에는 반 고흐 미술관도 있다. 유화 200점, 소묘 500여 점, 편지 700여 통 그리고 고흐의 수집품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소장한 곳이다. 이곳 역시 본관 2층은 필수 코스다. 고흐의 초기작을 비롯한 전 생애 작품을 연대순으로 전시해 작풍 변화를 한눈에 짚어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촘촘하게 둘러볼 예정이라면, 아이 암스테르담 시티 카드나 홀란드 패스를 미리 구입하면 유용하다. 특히 아이 암 스테르담 시티 카드는 24~120시간 동안 입장료 무료 또는 할인, 트램·버 스·지하철 무료, 레스토랑·카페 할인, 보트·스쿠터·자전거 할인 등 혜택 이 많다. 홈페이지(iamsterdam.com)에서 신청한 뒤 이메일로 카드 고유 번호를 수령하고, ‘I amsterdam city card’ 앱에 고유 번호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키오스크로도 구입할 수 있다.
1 암스테르담 운하에서는 물가에 정박한 보트를 흔히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인의 생활 공간으로,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모두 갖춘 어엿한 주거 시설이다. 2 암스테르담 운하의 명물 ‘네모’는 네덜란드의 대표적 과학 박물관으로, 아이들과 즐길 거리가 많다. 3 풍차 마을 잔서 스한스(Zaanse Schans)의 목가적 풍경.
물과 더불어 사는 삶
네덜란드를 누비다 보면 절로 흥이 난다. 암스테르담만 해도 건물이 아기자기하면서 알록달록하고, 운하가 흐르고, 풀꽃과 나무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배 위에서 모종을 판매하던 데서 유래한 싱얼 꽃 시장, 운하 위 생활 공간인 하우스보트 등도 이색적이다. 운하를 따라 산책만 해도 고유의 수상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토막 상식을 전하자면, 운하를 따라 늘어선 건물의 앞면이 좁은 이유가 있다. 원래 암스테르담은 거대한 만에 조성한 간척지다. 16세기 들어 이 곳에 정착하는 인구가 늘자, 암스테르담시에서는 거주지를 확보하기 위해 운하를 조성하고 건물을 짓게 했으며, 정면 폭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건물주는 세금을 아끼려고 건물을 좁게 높이도 지었다. 그 대신 처마와 지붕을 화려하게 장식해 개성을 드러냈다. 이 시기 건축한 수상 가옥을 ‘카날 (Canal) 하우스’라고 한다. 케이제르 운하와 레휠리르스 운하에서 카날 하우스의 백미를 접할 수 있다.
물과 더불어 사는 지혜는 풍차에도 깃들어 있다. 물뿐 아니라 바람도 함께 활용한다. 눈으로 감상하면 목가적이기만 한 풍경 이면에 생활을 위한 꾀가 어려있다. 암스테르담 북서쪽 15km 지점에 위치한 잔서 스한스(Zaanse Schans)는 풍차 4개가 회전하는 작은 마을이다. 강한 바람으로 날개가 돌아가면, 날개와 연결된 톱이나 공이가 상하 운동을 하면서 나무를 썰거나 곡물을 빻았다.
잔서 스한스의 풍차가 생활의 편의를 도모한 도구라면,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과 인접한 킨데르데이크의 풍차는 생존을 위한 설비에 가깝다. 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운하의 수량을 조절하기 때문. 강한 바람이 날개를 돌리면, 날개와 연결된 스크루도 함께 회전하면서 운하의 물을 이동시킨다. 풍차는 간척지의 삶을 보호하는 소중한 유산인 셈이다.
네덜란드 풍차는 한때 1만 기가 넘었지만 현재는 1,000여 기만 남아있다. 그중 킨데르데이크의 풍차 19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4~10월에 방문하면 풍차 내부까지 구경할 수 있다. 7~8월에는 토요일마다 풍차 19기가 동시에 돌아가는 장관을 연출하니 네덜란드 여행을 계획한다면 일정을 맞춰도 좋겠다.
유럽의 봄’이라 불리는 쾨켄호프 꽃 축제에서 형형색색 구근식물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알고 봐도 놀라운 ‘유럽의 봄’
쾨켄호프 꽃 축제는 네덜란드를 ‘튤립의 나라’로 알린 주역이다. 구근 식물을 중심으로 700만 송이가 꽃을 피우는데, 규모가 얼마나 광대 한지 전망대에서도 한눈에 담기지 않는다. 규모도, 꽃의 양도 가히 독보적이라 ‘유럽의 봄’이라고도 한다. 3월부터 5월까지, 튤립뿐 아니라 수선화, 히아신스, 백합이 따로 또는 같이, 대지를 형형색색 물들인다. 풍차와 나막신 등 네덜란드의 상징도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장식돼 있다. 축제는 단 두 달간 열리지만, 이날을 위해 네덜란드 전역의 화훼 종사자가 나머지 열 달을 쏟아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쾨켄호프 꽃 축제는 암스테르담 레이던 중앙역에서 공원까지 셔틀버 스를 운행해 편안하게 오갈 수 있다. 축제장이 굉장히 넓으니, 운하를 운항하는 ‘속삭임 보트’ 또는 자전거를 타거나, 돗자리와 도시락을 챙겨 피크닉 등을 즐기길 권한다. 팬데믹 전에는 하루에 6만 명까지 입장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2만 명으로 제한해 한층 여유로울 것이다. 알면서도 놀랄 수밖에 없는 화려한 자연의 향연을 네덜란드에서 누려 보자.
✺ 네덜란드(The Netherlands)의 공식명칭은 네덜란드 왕국 (Kingdom of the Netherlands)이다. 유럽에 있는 국가. 수도는 암스테르담(Amsterdam)이고 행정부는 헤이그(Hague)에 있다. 공식어는 네델란드어이지만 영어도 사용된다. 화폐단위는 유로다. 강하고 잘 정돈된 혼합경제로 금융업, 경공업, 중공업 및 무역업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1648년 30년 전쟁 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다. 양원제를 운영하는 의회제도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면적 41,850㎢, 인구 17,231,612(2023 추계) 1984년에 국민총생산(GNP)은 1,224억 4,800만 달러, 1980년대 중반에 다소 감소한 1인당 GNP는 8,492달러.
[참고문한 및 출처: 글과 사진: 《KB 국민은행 GOLD &WISE, 2023년 05월호(에디터 장새론여름)》, 《Daum, Naver 지식백과》|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