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어느분께서 군대얘기를 하셨는데여...
군대야 머... 상당히 주관적인 곳이고...
전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기에 조심스레 글을 올려봅니다.
행여 밑에 올리신분과 다른 맥락의 글이라고 불쾌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냥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려니 해 주시길...^^
남자라면 거의 공감하는 술자리 메뉴 일번은 군대 얘기일테다...
재미있는지 없는지 이야기 보따리 풀듯 술술 나오는 무용담에(사실여부에
관계없이)여자들도 솔깃해 하고 남자들은 말할 나위 없고...
하지만 언제 부턴가... 군대경험담의 대화를 의식적으로 피할때쯤...
나 자신 스스로도 군대는 어딜가나 다 똑같이 힘든곳이라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곳이기에 가장 힘들게 느끼는것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가슴 한켠 찜찜함을 느끼는건 아마도 뿌리깊은 우월감인지도 모른다...
군입대를 앞둔 이들을 만날때마다 난 얘기한다...
절대... 가지 않을 수 있는 터럭만큼의 가능성만 있다면...
절대 가지 말라고...
군에 있을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사회에서 무슨일을 해도... 하다못해 백수로
그냥 놀기만 해도 군대가는것 보다 훨씬 나은일임을 강조하곤 한다.
내가 간 군대는...
나를 위해 무엇을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얻어지는게 있는 그런곳도 아니었다.
그냥 선임과 후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고...
힘든 훈련과 막막한 내무생활이 있었으며...
순간순간 짜증으로 도배되는 시간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게 해 준 내 유일한 희망은 그저 체념이었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것에 대해 무감각 해지게 마련이기에
오로지 그것으로 난 2년을 버텼었다...
군대에서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은 참으로 의외였다.
본드와 가스로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 흔히들 말하는 조직원이었던 사람,
오토바이에 다방레지 태워서 커피 배달했던... 맘 내키는 대로 다방 종업원
대려다 #%#^%$^%했다는 사람,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동네 여자아이를 @#!%
했다는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인신매매 하다가 군대 왔다는 사람까지... (실제로 여자를 납치하다가 강금
하고 폭행하고 파는 일이 했다더군여...-_-;;;)
변태는 또 얼마나 많은가...
얼마전 군대내 성추행 경험자가 14%라는 리서치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성추행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
나 스스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얘기인 데다가 어차피 말을해도 믿지
않을테니...
한두번 언급 했다가 '설마!!'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짜증나 그 뒤로 어지간히
술먹지 않고서는 말한적이 별로 없으니까...
구타와 얼차레??
훗... 이런것들조차 언급할만큼의 여유는 쓰는 나나 읽는 사람이나 없지
않은가...
문제는 2년간이나 서로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끼리의 동화다.
착하고 바른것 보다 추하고 더러운 것의 동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전염성을 가진다.
처음엔 고운 눈길로 보지 않았던 인신매매 후배 경험담에 나도 모르게 솔깃
하고 웃기까지 하던 스스로를 보고 놀랄때...
소름끼치도록 군대에 있는것을 무서워했다.
군대에서 정상(normal) 이상의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치다.
나의 의지가 어떤것이던, 나에게 생각이 있던 없던...
군대는 나를 허락하는 곳이 아니다.
나 역시 그런 군대를 향해 무언가를 바래서도, 바랄수도 없다.
군대는 생각이 아닌 체념을 가지고, 생활이 아닌 버티는 곳이었다...
그리고 군댄... 할 수 없기에 가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p.s
군대를 재대하고 이젠 예비군도 끝난 요즘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꿈은 군복을
입고 있는 꿈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재대하고 얼마 안되서 꾼 꿈이었는데...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에게 후임 한명이 오더니 복무기간이 2년
더 늘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젠 조금 있으면 집에간다는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그 녀석의 말을
듣는순간 내가 취했던 행동은 식당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군대는 개인에게 칼이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칼을 구하기 위해선 식당밖에 없었다.
난... 칼을 구해 자살할 생각으로 정신없이 식당으로 뛰었고...
그 순간 꿈에서 깨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곳이 군대 침상이 아닌, 따뜻한 내 방임을 감사하며
자다말고 울기까지 했었던... 그런 기억이 난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