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고 아버지학교 이야기 모두

[최관하]

영훈고 아버지학교 이야기

아버지학교를 수료하고
2002년 4월 서부2기 아버지학교에 등록하여 5주를 다녔을 때, 나는 한 가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며 학교나 교회에서 잘 적응하며 생활하게끔 할 수는 있었지만 이 아이들이 가정에서 받는 상처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봉착한 어려움이었다. 그 중심에 아버지가 서 있었고, 많은 아버지들이 독재자로 권위자로 폭력자로 이중적 인물로 서 있음을 발견했다.
하나님께서는 아버지학교 기간을 통하여 내가 현장에서 행할 수 있는 지혜와 방법을 주셨다. 학교와 교회의 동료 교사들과, 아버지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을 아버지학교로 가도록 인도하게 하셨고 그 결과는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낳았다. 아버지들이 살아났고 그러다보니 아내와 자녀인 우리 아이들이 살아난 것이다.
동시에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아 아버지학교를 기피하는 아버지들을 위한 해결의 지혜를 주신 것이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였다. 아이들을 통해 시행한 이 방법의 성과도 매우 컸다. 이것은 그 실례 중심을 근간으로 의미와 방법, 그 결실을 정리한 ‘아버지가 사랑스러운 스무 가지 이유(예향 출판사)’라는 이름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이 방법을 통해 아버지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고 아버지학교로 가는 길이 되었다.
2002년도부터 아버지학교를 소개하고 가까운 분들부터 보내드리기 시작한 결과 영훈고 선생님들이 10여명, 학부형들이 20여명 수료하였다. 이 분들은 현재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스탭으로 봉사하고 계시기도 하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어도
2002년 아버지학교에 다니는 가운데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 영훈고에서 아버지학교를 열게 해달라고, 그래서 먼저 수료하신 학부형과 교사들이 스탭으로 봉사하고 지원자들은 일차적으로 학부형과 교사들이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이렇게 운영할 때 우리 아이들의 가정은 살아나고 학교는 살아날 것이라는 결론에서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훈고에서 아버지학교를 한다는 것은 완전 불가능처럼 보였다.
먼저 불신자인 이사장님의 사택이 학교 안에 있고 이 분은 선친이 만들어 놓았던 종교반을 모두 없앤 분이시다. 만약 기독교적인 아버지학교를 위해 우리가 두 달 이상을 학교에서 기도하며 찬양한다는 것만으로 보아도, 더욱이 기독교가 바탕이 있는 행사이기에 이사장님이 처음부터 반대할 것은 당연히 예상되었다.
둘째는 교사들의 인식이었다. 매우 보수적이고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모여 있는 학교, 전공 지식으로는 최고를 자랑하는 분들이 모인 엘리트급들의 집결체가 교육 현장인지라 이분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로 생각되었다. 특별히 이사장님과 동행하는 불신자인 교사들의 반대 움직임도 예상할 수 있었다.
셋째는 물질적인 어려움이었다. 학교에서 이 아버지학교를 위해 물질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지원자들의 회비만으로 아버지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교회가 아니기에 여러 공간을 새롭게 세팅해야 하고 필요한 물품 등을 준비코자 한다면 회비 이외에도 최소 3, 4백만원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째는 강의실, 예식실, 식당 등의 공간에 관한 것이었다. 학교이다보니 덩그러니 있는 교실만 즐비하고 조명등 하나 없는 삭막한 공간 그 곳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공간이었다. 각 공간을 꾸며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섯째는 시기의 문제가 있었다. 학교이다 보니 아이들의 수업과 자율학습 등이 이루어지고 더욱이 영훈고는 외부 시험 장소로도 많이 사용되어 공간을 사용하는데 날짜를 정하는 데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가 필요했다.
그 외에도 아버지학교 홍보와 스탭들의 구성 등 여러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꼭 이루신다는 것과, 우리가 보기에는 불가능해보여도 그것을 가능케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요건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 문제보다 더 큰 하나님이 행하실 기대감을 갖도록 하나님은 강한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위의 사항을 기도 제목으로 바꾸어주셨고 나는 만나는 분들에게 영훈고의 아버지학교를 위한 중보기도를 부탁드렸다.

가정세미나와 영훈아버지학교
하나님께서 일을 하고 계셨다. 2004년도에 영훈학교를 위한 10대 비전 프로젝트를 주시며 가도하게 하셨고 그 가운데 구체적으로 가정세미나와 학원아버지학교 개설에 대한 확신을 주신 것이다. 결국 2005년 5월 23일에 영훈고에서 가정세미나가 개교 사상 처음으로 열리도록 인도하셨다. 아버지학교본부장이신 김성묵 장로님과 어머니학교 본부장이신 한은경 권사님 부부를 초청한 하루 저녁의 세미나에 좌석이 넘칠 정도로 많은 학부모들이 자리하셨고, 그 만족도는 98%를 상회하였다. 이런 경이적인 결과로 인하여 하님께서는 영훈고 아버지학교에 대한 행보를 더욱 빠르게 진행하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이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이사장님께 아버지학교 개설의 필요성을 말씀하셨다. 생각해보자는 이사장님의 말씀을 전해들었을 때 성령께서 이사장님을 만지고 계신다는 확신을 다시금 갖게 되었다.
영훈고 기독학생들은 든든한 중보기도자가 되고 있었다. 근 4년간을 함께 기도하며 오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기도 때문에라도 하나님께서는 분명 영훈고에 아버지학교를 허락하신다는 마음을 주셨다. 더욱 기도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몇 주 후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최선생, 이사장님이 허락하셨어. 아버지학교 말야. 최선생 뜻대로 진행해.”
이 짧은 말씀은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아들아, 걱정말고 진행해라. 내가 기뻐하고 다 행하고 있으니까...”
내 눈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근 4년간을 끊임없이 기도하게 하시고 결국 하나님의 때에 그 비전을 이루시는 분. 벌써 아버지학교를 통한 감동이 내 마음과 몸을 휘감았다. 성령님의 입김이었다.
이사장님의 마음을 만지시고 나아가게 하시는 하나님.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아버지학교를 통하여 이사장님도 예수님을 영접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늦출 수가 없었다.

준비과정에 임하시는 하나님
그러나 교장선생님께서는 완전 기독교적으로 하는 아버지학교에 대해서 전적으로 알고 있지 못하셨기 때문에 다소 걱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원자들을 믿는 분들 중심으로 하자고 하셨고 기독학생들의 아빠들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을 때 아버지학교로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 기도하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영훈아버지학교에 꼭 필요한 분들을 보내주실 것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준비 과정 가운데 사학법 개정으로 인한 어려움이 국가적으로 발생했다. 영훈학원 이사장님이 한국사람중고법인연합회 회장이신지라 동분서주 다니느라 학교에 계시지 않았다. 교장선생님도 함께 움직여야만 했다. 급기야 교문 앞에서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그 무렵, 나는 아버지학교 스탭 형제님들과 강의실에서 준비 모임을 갖고 있었다. 국가적으로 교육의 큰 위기가 있음에도 하나님께서는 영훈고에 아버지학교를 허락하시며 희망의 통로를 열어가고 계셨다. 그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눈물이 솟구쳤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이사장님을 책임지고 계셨다. 아버지학교 형제님들이 이사장님을 위해 기도하는 소리는 영훈학원을 휘감고 있었던 것이다. 기도의 용사들의 기도 소리는 천상의 화음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모교인 영훈고에 그것도 아버지학교를 통해 두 달 이상 기도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감격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필요한 물질을 심어주시고
아버지학교릉 진행하는 동안 필요한 앰프시설은 학원아버지학교 운영위원장이신 현대고등학교 김두성 교장선생님의 열정적인 기도와 관심 속에 준비되었다. 선뜻 학교의 것을 사용토록 해주시었고 섬세히 이것저것을 챙겨주셨다.
또한 형제님들이 거의 매일 영훈고에 오셔서 장비를 나르고 조명등을 설치하고 청소를 하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묵묵히 자신들의 할 일을 찾아 섬기는 그 모습 자체가 은혜였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 가운데 진행으로 섬기는 임인호 형제님을 기독학생들의 예배실에서 잠시 만났다. 영훈초등학교 학부형이기도 한 임인호 형제님은 큰 두 눈에 감동의 빛이 역력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형제님, 영훈에서 아버지학교를 하는 것에 하나님께서 너무나 큰 감동을 주십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물론 진행으로 섬기지만 물질로도 심고 싶습니다. 100만원만 제가 심도록 할게요...”
나는 임인호 형제님의 손을 붙잡고 썰렁한 예배실에서 뜨겁게 기도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학교를 돕는 신성교회 이희수 목사님께서 스탭 준비 모임에 참여하시어 귀한 말씀을 전해주셨다. 그리고 300만원의 물질을 건네주셨다. 당회에서 결정한 사실이라고 하시며 전해주시는 그 물질, 그러나 그것보다 더 감사하고 귀한 것은 이어지는 말씀이었다.
“여러분, 여러분은 하나님의 말뚝입니다. 그리고 아버지학교의 말뚝입니다. 이 물질은 우리 교회 장로님들께서 단 한 분도 반대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영훈아버지학교를 후원토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더 필요하면 더 드리도록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진행하십시오. ”
스탭 형제님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나님께서는 물질적인 면도 아무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며 신성교회와 여러 형제들을 들어 사용하고 계셨다.
아버지학교 5주 중 첫 주가 시작되는 화요일 마지막 스탭 모임 날은 영훈기독동문회의 기도 모임과 겹치는 날이었다. 각각 모임을 갖고 아버지학교가 진행될 강의실에 모두 모였다. 그곳에 본교 일회 졸업생인 지경준 동문과 권명숙 동문도 참여하였다. 모교에서 기독활동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와 더불어 아버지학교가 시작되는 감격에 이 초창기 졸업생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특히 믿음의 선배들로 개교 때부터 기도로 심은 영훈고 초기의 기도의 용사들.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적이었다. 기도 모임은 은혜 가운데 끝났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 날 기도 모임에 참여하였던 영훈고 일회 지경준 선배가 전화를 해 왔다. 영훈고 총동문회장까지 하셨던 분이며 영훈에 큰 애착을 갖고 있고 또한 하나님을 위해 사업을 하시는 귀한 분이다.
“최선생님. 제가 그 날 기독동문 기도 모임하고 아버지학교 준비 모임 때 큰 은혜를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작지만 물질을 좀 보내려고 해요.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0만원만 통장으로 보낼게요.”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다는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물질을 하나님을 위해 쓸 수 있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아무 염려하지 말라고 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가 비단 물질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전화로 지경준 선배님과 같이 기도했다. 칠 배로 갚아주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첫 주차의 은혜
2006년 1월 14일 드디어 첫 주 아버지학교가 열렸다.
모든 스탭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특히 대전, 분당 등의 지역에서도 올라와 스탭 형제들이 70명, 지원자는 68명중 네 명이 결석하여 64명이 참석하였다. 그래서 지원자 참석률은 98%를 상회하였다. 이것은 아버지학교 첫주차로 볼 때 매우 놀라운 참여률이라고 하였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마음이 열린 지원자들을 느낄 수 있었고, 집중도가 높다는 사실도 감지되었다.
스탭 형제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식사가 모자라서 결국 스탭 형제님들 몇 분은 자장면으로 배를 채워야했지만 즐거운 비명이었고 은혜의 배고픔이었다.
박소수 장로님의 기도와 박진기 목사님의 아버지의 영향력 강의, 그리고 송태동 형제의 간증 등 예식에 이르기까지 은혜의 파도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리저리 다니는 내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쉴 새 없이 기도가 흘러나왔다. 폭포수처럼 흘러넘치는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 내 모교인 영훈고 뿐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학교에 아버지들의 회복이 일어나길 기도했다. 가정의 회복이 일어나길 기도했다. 영훈아버지학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에 파장될 그 힘이 느껴졌다.

식사팀의 환한 미소
2006년 1월 21일에 영훈 아버지학교 둘째 주가 진행되었다. 이 날의 강사는 민만규 목사님이고 간증은 이재무 형제님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하는 스탭 형제님들의 분주한 모습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였다. 지원자들은 한 사람씩 두 사람씩 학교로 들어서고 있었다. 교회보다는 아늑함이 덜 할 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스탭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강의실, 그리고 복도에 막을 만들고 할로겐 조명등을 설치해 제작한 예식실, 교실을 사용한 식당 등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중고등학교는 아버지학교를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라 그런지 지원자 아빠들의 학습 태도, 집중력은 최고였다.
무엇보다 기도로 쌓게 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스탭들을 사용하시고 복을 부어주시며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에 찬양과 기도의 소리, 하나님의 말씀을 심고 계신 것 아닌가.
지원자들의 95% 출석률과 더불어 이 날도 60여명의 많은 스탭들이 참여하였다. 학교 앞 오동도에서 식사를 준비하였고 얼큰한 육개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식사팀의 수고가 남다른 것은 그 양의 조절에 있었다. 실제로 식사팀 자신들은 가장 늦게 식사를 하곤 했다. 음식이 모자라면 간식으로 때우고 그것도 없으면 굶기도 하는 식사팀들. 아버지학교의 형제들은 그야말로 헌신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많은 분들이 와 기쁘고 은혜스럽다며 웃음을 날리는 형제님들이었다.
강의와 간증, 그리고 나눔 모두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날씨가 다소 추워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큰아들이 하늘나라로 갔어요
지원자 중 영훈고 학부형 한 분이 단 위에 불려 올라갔다. 그분의 성함은 정00. 가족 소개와 아버지학교에 오게 된 경위를 질문한 진행자의 물음에 한참 동안 대답을 못하던 정00 형제는 울먹이며 말했다.
“제가... 여기 아버지학교에 오게 된 건요... 영훈고등학교 다니는 우리 둘째.... 선생님께서 안내해주셔서 왔는데요...”
이미 눈물을 쏟고 말을 잇기조차 힘든 끄을음이 묻어났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는 정00 학부형은 이미 가슴이 터질듯한 마음을 안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이 지 형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어요...”

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아도 그 비통한 아빠의 심정이 우리들에게 절절하게 전해졌다. 지원자들과 스탭 모든 형제들이 모두 이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울고 있었다. 나 역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 둘째 아들은 내가 담임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모범적이고 착하며 공부도 잘하는 여린 성격의 아이가 형과 장난을 하다가 그런 사고가 났기에 아무런 말도 덧붙일 수가 없었다. 현재 보호소에 있는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눈물은 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아빠의 입에서는 술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재판이 잘 되어서 현재 보호소에 있다는 얘기와, 신앙이 없는 자기로서 감당하기 어렵고 특히 아빠로서 무엇을 하며 살았나 하는 죄책감이 자신을 억누른다고 고백했다. 나는 성령님께서 만지고 계심을 느꼈다. 이제 이 아빠를 만나주시고 가정의 제사장으로 바로 설 때 하나님께서 이 가정의 아픔을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을 마치고 내려오는 이 형제를 향해 모든 지원자들과 스탭들이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두 팔을 벌린 내 품에 안겨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하시는 학부형 아버님을 붙잡은 나의 눈에도 그치지 않는 안타까움과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감사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기독학생들의 기도
영훈아버지학교 3주차가 진행되는 2월 4일은 매우 추운 날씨라고 하였다. 날씨를 두고도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난방이 만족스럽지 않게 되지 않은 학교 공간에서도 뜨거운 성령의 불길을 체험하는 감동과 은혜로 우리를 몰아넣으셨다.
매주 토요일은 기독학생들의 예배가 있는 날이다. 방학 중이지만 10여명의 아이들이 모였고 예배를 드린 후 아버지학교가 진행되는 강의실에 모였다. 오후 1시경 되는 시각인데 스탭 형제님들 몇 분이 벌써 오셔서 준비를 하고 계셨다. 기독학생들은 단을 중심으로 빙 둘러 섰고 서로 손을 잡은 후 함께 소리 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공간에서 아버지들의 마음이 회복되고 좋은 아빠로 다짐하는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감동과 은혜의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 가운데에는 영훈아버지학교에 참여한 지원자의 자녀인 예진이와 슬기도 있었다.
이렇게 기독학생들의 눈물로 심은 3주차 영훈아버지학교가 시작되었다.

화합과 조화
진행자 임인호 형제님은 볼 때마다 평안함을 갖게 된다. 부드러움 속에 느껴지는 여유와 그 속에서의 치밀함이 잘 조화된 형제님을 보게 된다. 이 날 강의는 이천제일교회의 박명수 목사님이었고 간증자는 함명완 형제님이었다. 설을 한 주 쉬어서인지 결석자가 몇 분 있는 듯 했지만 거의 모든 분들이 참여하였다.
가장 힘들게 수고하시는 형제님들 중 눈에 띄는 분은 주차팀이었다. 잠시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교문 주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지원자들을 맞이하는 형제님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내렸다. 이런 분들의 수고로 아버지학교는 은혜의 연속인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현장의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을 느낄수록 그것은 기도 제목으로 바뀌고 우리 자녀들이 있는 현장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열기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전압이 낮아 염려되었고, 그 가운데서도 순발력과 지혜로 감당해내는 형제님들은 그야말로 화합과 조화의 움직임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전체 나눔 시간.
이미 두 분의 형제님이 올라오셔서 아내에게 쓴 편지와 자녀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로 눈물과 감동이 얼룩진 상태였다. 세 번째로 올라온 지원자는 김00 형제. 자기의 소개를 하는데 남다른 면이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과...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서 의아하게 생각된 진행자가 물었다. 보통은 사랑하는 아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질문이었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 아내라고 표현하셨는데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으신지요?”
진행자가 질문했을 그 때였다. 감자기 김00 지원자는 어쩌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눈물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놀라고 있었다. 김00 지원자는 간헐적인 목소리로 울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흐흑... 지금까지 살면서 ... 단 한 번도... 사랑해보지 못해서...흐흑... 그래서 솔직하게 말할 수 밖에 없어서...”
김00 지원자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라고 지칭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말을 그렇게 잘하는 자신인데 말문이 막혔다고 하며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인 김00 지원자의 마지막 말은 이러했다.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로 자신있게 말하라 수 있습니다”
모든 스탭 형제들과 지원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눈에는 똑같은 감동의 눈물을 담고. 나 역시 흘러내리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추위마저 녹이는 성령의 뜨거움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추운 것이 은혜네요
스탭들의 헌신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아버지학교 기간 동안 스탭 형제님들의 삼김은 기도와 봉사뿐만이 아니라 물질적인 면에서도 나타났다. 지원자 스탭들의 식사를 제공한 한 형제와 과일 간식과, 떡 간식을 기쁨으로 준비한 두 형제님들이 있었다. 본인들의 뜻대로 이름을 밝히지는 않지만 하나님의 칠 배의 은혜가 넘쳐나기를 기도하였다.
그래도 강의실은 따뜻함이 있었지만 예식이 다소 염려되었다. 복도의 한 켠을 잘라 휘장을 만들고 할로겐 조명등을 설치한 그 곳은 복도인지라 난방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곧 해결되었다. 스탭 형제님들이 발 빠르게 전열기를 준비하여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촛불예식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복도에 도열한 스탭 형제님들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추위를 맛보면서도, 지원자들이 나가고 들어올 때까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함께 선 내 다리도 후들거렸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내가 얼마나 죄송하고 미안하던지.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불평하는 형제님이 없었다.
“형제님, 죄송해요. 너무 추우시죠?”
하는 나에게 한 형제님은 복도 바닥에 있는 촛불에 반사된 얼굴에 미소를 가득히 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형제님, 괜찮아요. 추운 것도 은혜지요. 이렇게 은혜가 넘치는데... 나중에 영훈아버지학교는 많이 기억될 겁니다...”
내 눈에서 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은혜 가운데 한 주 한주 아버지학교를 마치고 마무리 하는 시간, 나는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형제님들은 사람이 아니시지요? 형제님들은 섬김에 미친 분들이라고 해야겠어요. 이 추위 속에서 불평 한 마디도 없이... 우리 학교이지만 저 역시 아버지학교의 한 형제로 형제님들과 똑같이 섬기고 있다는 것으로 저의 미안함과 죄송한 마음을 받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형제님들! 정말 감사해요... 하나님께 정말 감사해요...”

은혜가 넘쳤어요
4주차는 2월 11일, 강사로는 박진석 목사님과 간증은 내가 하였다. 그리고 마지감 5주차는 2월 18일이었고, 신성교회 이희수 담임목사님이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제목으로 남편과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권면의 말씀을 하셨다.
교장선생님의 인사 말씀이 예상외로 길어져 있을 때쯤 지원자 한 분이 일어나서 자제를 요구했다. 아버지학교와 무관한 사학법에 관련된 이야기였고, 또한 제한된 시간이 무척 길어져서 어찌해야 하는 즈음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말씀을 마무리하셨고 상기된 표정으로 나가셨다. 아버지학교의 시간은 1분이 아까울 정도인데 약 15분 이상을 사학법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니 지원자들과 스탭들 모두 안타까움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하 지원자를 사용하셔서 잘 해결해주셨다.
이것은 끝까지 기도하라는 신호였다. 영훈아버지학교 5주차까지 올 때까지 그리고 이제 마무리하는 이 때까지도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원하고 계셨다.
중보기도실에 달려가 기도요청을 하였고 함께 기도했다. 그 후에 이어지는 순서마다 하나님께서는 은혜와 회복, 감사의 눈물을 허락하였다.
특히 마지막 주에는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과 순결서약식이 있다. 지원자 아버지들은 눈물로 아내의 발을 씻겼고 아내들은 눈물로 남편을 용서하고 있었다. 그날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한 결신, 재결신자는 모두 24명이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하게 쏟아진 영훈아버지학교였다.
====================================================================영훈아버지학교(북부23기)를 위해 기도하며 섬겨주신 동역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신성교회(이희수 목사님)와 현대고(김두성 교장님) 그리고 국내외 스탭 형제님들, 물질로 기도로 도우신 형제님들 동문들, 특히 북부23기를 위해 헌신하신 형제님들 가슴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아버지학교를 통한 더 큰 하나님의 비전이 꼭 이루어질 것이고, 그곳에서 저 역시 섬길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버지학교가 끝이 아님을 믿습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이 땅의 아버지들이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아버지로 살아가실 수 있도록 끝까지 기도하며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영훈고 기독교사
최관하 형제(017-264-5097)

[영봄돌]

관하형제의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사역을 이렇게 자세하게 소개해 주심에 더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