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마음
박은정
그 노래가 끊기고
개는 비를 맞고 있었다
멍청한 것, 아직도 그를 기다리다니
젖은 몸으로 낯선 곳을 헤맸지
아름다운 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배우려고
치마를 펄럭이던 소녀가 퍽큐를 날리며
어린 소년을 유혹할 때
같은 불행을 사이에 두고
너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네
내가 아는 마음이란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 흔드는 꼬리 같은 것
소년과 소녀가
운명보다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작은 몸뚱이를 부비면
우리는 병약한 고백을 혀로 녹이며
아침이 올 때까지 취했지
이것 봐, 의도하지 않아도
이 세계의 서사는 꽤 비극적이잖아
회오리가 나무들을 덮치고
나쁜 꿈이 잠든 짐승을 깨우듯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미쳐가는 거야
누구도 묘사할 수 없는 표정으로
예배당의 불빛이 꺼지고
까마귀가 떨어진다
네가 죽는다고 그가 슬퍼할 것 같아?
백태 낀 창문이 흔들려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소년과 소녀가
교훈을 버리고 서로의 입술에
미숙한 사랑을 자랑하듯
불행을 증축하다 어깨가 빠진
마음을 꿈에서도 믿을 수 없었다
—웹진《시인광장》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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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1975년 부산 출생. 창원대학교 음악과 졸업. 2011년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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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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