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접] 제5장 -3 ★ 딴 소리 안할 거지?
■ 철화접 1권 제5장 첫 살행(殺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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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그는 어두운 밤하늘에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보아온,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검
은 색 천을 바탕으로 그려나갔다.
그것은 인물화였다.
그것도 철화접이었다.
이제 막 독설을 퍼부었던 대상인 그녀의 얼굴을 정성을 다하여 그
려나갔다. 잠시 후 마음속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가녀린
목, 둥근 어깨와 가지런한 양팔까지 그려졌다.
"......."
밤하늘을 바라보는 화천세의 눈가에는 옅은 홍조가 떠올랐다.
이제 그 아랫부분을 그리려니 쑥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젖가슴은 물
론 매끄럽고 탄력 있는 하체에 이르기까지 단숨에 완성시켰다.
마음속에 그린 그림의 주인공 철화접은 이제 실오라기 한 올 걸치
지 않은 나신이었다.
화천세는 방금 강렬한 충격으로 동공에 들어왔던 그녀의 반라를
밤하늘에 재현한 것이다.
소년 시절에 보았던, 그 이후 한시도 뇌리에서 지우지 않고 기억
해 두었던 그녀의 나신을 연상하여 젖가리개와 고의를 제거하고
마침내 나녀도(裸女圖)를 완성시킨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이제껏 금기(禁忌)였던 그의 마음이 반란을 일으킨
것인지도 몰랐다.
"......."
밤하늘에 떠오른 나녀도를 넋을 잃은 채 바라보는 화천세의 눈빛
이 몽롱해졌다.
늘씬한 지체를 뻗은 채 가릴 것 하나 없이 그를 바라보며 미소짓
는 아름다운 여인.
남들은 무지막지한 해결사 철화접을 그토록 두려워하건만 지금 그
의 눈에 박혀있는 철화접은 너무나 부드럽게 달콤한 모습이었다.
두려움에 상상이 그치곤 하였던 그녀의 알몸까지 모두 그려버린
화천세는 그만 온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누님......!"
"어디예요? 귀곡삼흉의 소굴이?"
"정말이지? 딴 소리 안할 거지?"
"아니, 이 노인네가 이제 말을 배우나? 왜 자꾸 같은 소리를 되풀
이하는 거야? 어서 묻는 말에나 냉큼 대답해요!"
"끌끌, 알았다. 내 곧 그 악귀들의 소굴이 어디인지 소상히 일러
줄테니 우선 자리에 앉거라."
동이 트기가 무섭게 날렵한 경장차림으로 반점으로 달려온 철화접
이었다. 우노의 입은 그만 귀밑까지 찢어져 다물어질 줄을 몰랐
다.
"응큼한 노인네와 잡담이나 하러 온 게 아니에요. 그럴 여유도 없
고요. 지금 바로 출발할 생각이니 어서 그놈들이 어디 처박혀 있
는지나 말해봐요."
"아무리 바빠도 먼길을 떠나는데 배는 채워야 할 게 아니냐? 물어
보나마나 아침식사 대신 강물 한 바가지 퍼먹고 왔을 게 뻔하지.
내 어찌 첫 살행에 나서는 널 그리 보내겠느냐? 사양 말고 앉거
라. 기념으로 오늘은 각별한 식탁을 차려주마."
철화접은 고개를 저었다.
"난 괜찮으니 어제 한 약조대로 아이들 끼니나 신경 써 주세요."
"그건 걱정 말아라. 네가 떠나면 바로 아이들을 이곳으로 초대하
여 잔치를 열 생각이다. 네가 돌아오는 날까지 매 끼니를 그리 하
마. 그러니 아무 말 말고 앉아 있거라. 잠시 후면 하늘이 내려준
요리의 신(神)이 정성을 다해 만든 천상의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게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듯, 우노는 기묘한 걸음으로 주방으
로 사라졌다.
철화접은 그런 우노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으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납덩이 같았다.
'오직 이번 한 번에 그칠 살행이거늘.......'
그녀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비록 우노의 뜻대로 살행에 나서기로 결심은 하였으나 이번이 처
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한 것이다.
그녀는 만취한 상태에서 어젯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숙고에 숙고
를 거듭했다. 그래서 마침내 결심한 것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우노에게 얽혀 있는 원한의 골이 매
우 깊고, 그 원한을 자신을 통해 풀기를 갈망하는 그의 애절함을
고려하여 자신의 생각을 바꿔볼까도 진지하게 고뇌했던 철화접이
었다.
하지만 백 번을 고뇌해 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그것은 결코 무림
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무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샛강에 살고 있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오직 자신만을 믿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살벌한 무림계에 자신을 던질 수가 없
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지금 부양하고 있는 아이들이 자립할 나이가 될 때까지는
늘 곁에서 건재해야만 한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노에게는 형용키 어려운 미안함을 느끼고 있어 그녀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특히 그가 어린아이처럼 기뻐 날뛰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것이었다.
철화접은 밤을 새운 데다 이런저런 번민에 휩싸여 머리가 지끈거
렸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다가 주방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무슨 요리를 하기에 아직도 안 나오는 거지?'
그녀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어떤 요리든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
는 우노가 주방에 들어간 지 한 식경이 지난 것이다.
"이 늙은이가 요리를 하다 가마솥에 빠져 버렸나? 뱃가죽이 등에
가 붙었는데 뭐 하느라 아직 콧배기도 안 비치는 거지?'
참다 못한 그녀가 엉덩이를 들어올리려는 순간, 드디어 우노가 주
방에서 걸어나왔다. 양손에 커다란 그릇과 접시를 받쳐 든 모습으
로.
"자, 나왔다! 황제도 맛보지 못한 천상의 요리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철화접을 향해 우노는
목에 잔뜩 힘을 주고 허풍을 떨어댔다.
"앉아라, 앉아. 천리 밖의 송장도 이 냄새를 맡으면 벌떡 일어나
달려온다는 일룡이주탕(一龍二珠湯)을 해 왔느니라."
그가 내려놓은 그릇에는 탕이, 접시에는 고기가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한 탕은 두 개의 고기 경단이 가늘고 긴 고기 덩어리를 사
이에 둔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 그대로 한 마리 용이 두 개의 여
의주를 가지고 노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접시에 담겨 있는 것은 흰 파와 함께 볶은 땅콩으로 모양을 내어
만든 닭고기였다.
첫댓글 ㅈ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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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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