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좀 씹으셨습니까?
'껌 좀 씹어 본 여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는데 요즘 껌을 훨씬 덜 씹는 것 같습니다. 교실 바닥에 붙은 껌 때문에 열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요즘은 그럴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이 껌을 바닥에 버려서가 아니고 껌을 씹다가 책상 밑에 붙여 놓은 것들이 며칠 지나면 떨어져서 바닥에 붙습니다. 가끔은 녀석들이 씹던 껌을 돌돌 굴리다가 천정에 던져 붙이는 놀이를 해서 교실 천정에 껌이 붙어 있다다 저한게 걸리면 경일 쳤습니다.
서울시내 보도불럭 위에 껌이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것 때문에 제가 늘 아이들에게 닥달을 했는데 요즘엔 보도불럭 위에도 껌이 별로 붙어 있지 않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겁니다.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 왠지 입이 심심할 때, 껌이 ‘딱’이죠. 씹는 재미에 다양한 맛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국내에 처음 껌이 소개된 것은 1950년대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껌이 들어왔습니다. 알음알음 유통된 껌은 큰 인기를 끌었죠.
국내 최초의 껌은 해태제과가 1956년 출시한 ‘해태 풍선껌’입니다. 원료는 물론이고 기술력도 부족한 시절이었습니다. 해태제과는 모든 공정을 사람 손으로 해결했습니다. 이어 59년 ‘해태 슈퍼민트’가 나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양산 껌이죠. 해태제과가 자체 제작한 설비를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설비가 갖춰지자 다양한 껌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셀렘민트껌(66년), 해태쥬스껌(67년), 쿨민트껌(67년), 그린껌(67년) 등입니다. 아카시아껌(76년)은 은은한 꽃향기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죠.
67년 롯데제과가 설립되면서 껌 시장이 커졌습니다. 쿨민트껌, 바브민트껌, 쥬시민트껌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천연 치클을 껌 베이스로 사용했고 특수한 향료를 첨가했습니다. ‘황금 과일껌’으로 불렸던 오렌지볼껌은 포장지를 벗기면 모양과 색이 싱싱한 오렌지를 닮아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슈퍼맨풍선껌은 만화 주인공 이름을 넣어 어린이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68년 엽록소가 함유된 그린껌이 나왔습니다. 기능성 껌의 효시라고 볼 수 있죠. 엽록소가 입안에서 살균 작용을 해 입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72년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를 출시하면서 껌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라는 CM송이 인기몰이를 한 덕이 컸습니다.
85년 국내 첫 무설탕껌 해태 노노껌이 나왔습니다. 이어 출시한 무설탕껌인 덴티큐(94년)는 월 매출이 40억원을 넘었습니다. 국내 껌 최초로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죠. 이어 뽀뽀틴(96년), 아이스쿨(2008년)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이스쿨은 정사각형 모양의 껌입니다. 이전의 판 형태의 껌에 비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죠. 씹으면 민트캡슐이 톡톡 터지면서 상쾌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죠.
2000년 자일리톨이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휘바 휘바~’라는 CM송도 인기를 끌었고 충치에 좋은 자기 전에 씹는 껌이라는 광고가 제대로 먹혔죠. 기존의 껌과 달리 정사각형의 딱딱한 식감도 주목을 끌었습니다. 포장도 병 모양의 케이스로 바꿔 고급스러움을 추구했고 현재까지 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다. 2012년엔 기존 풍선껌보다 풍선을 크게 불 수 있는 '왓따'가 나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풍선껌에서 자일리톨까지…국내 껌 최강자는 누구?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제가 어릴 적에 2원하던 담배껌이 처음 나왔습니다. 처음 나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처음 구경했습니다. 포장지가 담배처럼 생긴 것인데 한 통이 아니라 낱개로 팔던 거였습니다. 그때는 껌을 구해서 씹으면 금방 버리지 않고 벽이나 책상 아래에 붙여 놓았다가 다시 씹고 또 그렇게 했습니다.
한 때는 주머니에 껌을 넣어 다니는 것이 신사와 숙녀의 기본 예절로도 얘기가 되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 없는 것 같습니다. 입냄새를 줄이기 위해서 껌을 가지고 다닌 것 같았는데 아마 담배를 피운 뒤에 씹느라 그랬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껌을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씹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차를 타고 갈 때 껌을 주면 그거 단물 빠진 뒤에 버리는 것이 아주 귀찮아서 웬만하면 씹지 않습니다.
요즘 교실에서는 정말 껌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기가 드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왜 그렇게 껌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