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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가을은 고등부 팀들이 숨을 고르는 시기다. 굵직한 일정들이 끝난 만큼 내년을 위한 팀 재편에 나서야 한다. 변화의 과정인 만큼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질 수 있다. 가을 학기를 슬기롭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ONSIDE가 다섯 명의 고등부 지도자들에게 물었다.
거침없이 한해 레이스를 달려온 고등부 팀들은 가을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속도를 줄인다.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과 각종 전국대회 등 굵직한 경기들이 대부분 종료됐기 때문이다. 내년을 위한 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존 고학년 선수들이 빠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가을 학기에 접어든 감독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어수선함이 길어지지 않도록 새롭게 올라오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또 그동안 리그, 대회를 정신없이 치르느라 미처 알지 못했던 선수의 재능을 발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변화를 조금씩 준비해야 하는 가을,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이 시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의 경험과 팀 운영 노하우가 빛을 발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수선한 가을, 바쁘게 움직이는 감독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가을을 보내는 풍경은 대부분 비슷했다. 특히 기존 주축 멤버였던 고학년 선수들이 진학으로 빠지면서 남아있는 선수들로 남은 경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숙제가 됐다.
화성시U18의 김태영 감독은 “경기도의 경우 꿈나무 축구대회가 남아있어 현재도 흔들림 없이 훈련 중이다(*편집자 주-10월 말 기준). 하지만 3학년은 8월을 끝으로 모든 일정이 끝났고 9월부터 대학 수시를 쓰고 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팀들은 후반기 고등리그, 지역별 대회 정도만 남아 있어 경기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서울중앙고 이낙영 감독은 “팀 사정이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 팀은 후반기 리그를 저학년 위주로 내보내고 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서 주요포지션에 들어갈 선수들을 체크하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반적인 준비를 지금부터 하려 한다”고 전했다. 보통 한 해의 첫 전국대회가 2월경 시작하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이 감독은 “첫 대회가 빨리 개최되는 만큼 지금부터 팀 리빌딩에 들어가야 한다. 9월부터 11월까지 부족한 점들을 체크하고 12월에 체력 훈련, 내년 1월에 경기 위주의 동계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10월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영등포공고 김재웅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을 대비한 긴장감은 늦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3학년 선수들이 최근까지 대회를 소화했고 (전국체전을 끝으로) 이제 막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면서 “후반기 고등리그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 만큼 2주 정도 휴식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1, 2학년 선수들이 새로운 시즌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동기부여 차원에서 내년 대비 훈련을 일찍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적인 팀 재편, 선수 동기부여는 필수
2학년과 3학년은 무게감이 다르다. 3학년 때 보여주는 경기력과 퍼포먼스가 진학, 진로의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오는 선수들이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ONSIDE와 인터뷰한 대부분의 감독들은 선배들의 활약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평택진위FCU18 고재효 감독은 “프로에 간 선배들, 대학을 가기 위해 면접과 실기를 준비 중인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목표 설정을 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재웅 감독도 비슷했다.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선수들은 1학년 때 선배들이 6관왕, 2학년 때 5관왕을 하는 모습을 봤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감독이 선수에게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보다 이렇게 선배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팀에 대한 자부심이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소속팀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영 감독은 동기부여 방법으로 일대일 대화를 적극 활용한다. 그는 “아이들과 개별 면담을 자주 하는 편이다. 취업, 진학한 선배들의 모습이 좋은 거울이 된다. 이 거울을 보고 아이들이 동기부여를 얻게끔 대화를 많이 한다. 올해 우리가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내년에는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고 더 많은 걸 준비하도록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성남FC U-18(풍생고) 김근철 감독은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팀의 문제점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다.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내년을 대비할 수 있고 여기에 맞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은 리그나 대회를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실점도 많이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지더라도 내년을 위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동계 훈련 때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고, 내년 주축이 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 좋은 팀 되려면 철학이 분명해야
고등부를 비롯한 유소년 축구는 1년 단위로 크고 작은 변화들이 반복된다. 익숙한 얼굴이 빠지고 새로운 얼굴이 전면에 나선다. 내년에도 팀의 목표를 흔들림 없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선수 동기부여 이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감독의 팀 운영 철학 혹은 원칙이다.
철학과 원칙은 사실 개인마다 다르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해진 것이 없기에 각양각색이다. 팀을 재편하는데 있어 감독의 운영 철학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감독으로서는 새롭게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이 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가을 학기에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김재웅 감독은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내 철학과 원칙은 정말 단순하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특히 전술적인 것보다는 멘탈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전술은 평소 훈련에 녹아 있기 때문에 따로 강조를 하지는 않지만 태도와 자세는 매번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을 학기에는 선수뿐만 아니라 같이 팀을 이끄는 코치진들에게도 이러한 내용들을 강조한다. 김 감독은 “코치진들 뿐만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계속 말한다. 올해 잘했다고 해서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기본을 지켜야 내년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낙영 감독의 철학은 ‘팀 퍼스트(Team First)’다. 이 감독은 “언제 어디서든 ‘하나된 팀, 하나된 목표, 하나된 생각’을 잃지 않도록 강조한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팀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더높은 무대로 갈 수 있다. 선수들에게 이 점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가을 학기인) 지금부터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싸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주문한다. 팀을 위한 희생, 사랑, 감사하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김근철 감독의 철학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아이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팀이 우선이라는 것을 항상 강조하려 한다. 힘든 걸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팀으로 뭉쳐 어려운 걸 해냈다면 칭찬을 많이 해 줘야 한다. 지속적으로 팀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내년을 준비하는 것도 수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태영 감독은 내년을 위해 팀으로서 긴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 선수인 만큼 훈련이나 대회 때문에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이 대표적이다. 그는 “가을 학기에는 선수들이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학교 생활에 충실하도록 돕는다. 올해 남은 기간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수업,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일반 학생과 교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축구와 축구 외적인 활동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긴장 상태에 있던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다음 시즌을 위한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것도 필요
팀의 좋은 성적과 개인 발전은 따로 갈 수 없다. 감독으로서는 팀이 잘 되기 위해 챙겨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개인의 재능 향상이다. 유소년 레벨에서는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포지션을 고정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을 받는다. 팀이 재편되면서 지난해와 포지션이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해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갈 수 있다. 가을 학기에 감독들은 선수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는 일에 집중한다. 이 시기는 내년을 대비한 선수 장단점 파악, 선수 포지션 이동 등 다양한 실험을 하기 적절하다.
물론 포지션 이동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고학년이 빠지면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선수를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개인이 가진 장단점에 따라 이동 여부를 결정한다. 이낙영 감독은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선수의 미래까지 봐야 한다. 졸업 후 좀더 좋은 무대로 가는데 도움이 되는 포지션을 우선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수비는 안정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원들을 발굴하고 조직력을 구축하는데 집중한다. 반면 공격 자원들은 멀티 능력이 중요하기에 측면이나 최전방, 미드필드 등 위치를 자주 바꾼다. 이 감독은 “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선수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쪽으로 포지션 변화를 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근철 감독도 이낙영 감독과 비슷했다. 그는 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성장이라고 했다. “(포지션을 이동시킬 때) 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장도 고려해야 한다. 이 선수가 어느 포지션에 섰을 때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편이다. 선수가 프로에 올라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도자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이 밖에도 부상 선수나 출전 정지 선수가 나올 때를 대비해야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저학년 때부터 2~3개의 포지션을 경험했기 때문에 변화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웅 감독은 영등포공고 졸업생으로 현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에서 뛰고 있는 김재우를 예로 들었다. “김재우는 원래 윙포워드였지만 키가 크고 빨라서 우리 팀에 있었을 때 센터백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센터백은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고 이 선수를 중점적으로 지도했더니 결국 빠르게 성장했고 수비 유망주로 유럽(오스트리아 SV호른)에 갔다”고 말했다. 결국 선수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고 포지션을 변경한 것이 도움이 됐다는 뜻이다.
김태영 감독은 새롭게 3학년이 되는 선수들에게 포지션 변경 기회를 먼저 주는 편이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화성시U18에도 멀티 포지션을 보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변경도 유연하다. 김 감독은 “팀을 재편하면서 포지션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3학년이 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먼저 주고 그 다음 저학년 중 우수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우리는 항상 선수들이 두 가지 이상 포지션을 볼 수 있도록 훈련하기 때문에 변화에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포지션을 이동하면 기존 선수들과 당연히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을 이겨내야 팀 재편의 주축이 될 수 있다. 고재효 감독은 “팀을 재편하면서 포지션 경쟁을 강조하는 편이다. 우리처럼 구성원이 많은 팀들은 경쟁이 필수이며 여기에서 이겨야 주축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선수들도 나오는데 그러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전학을 보낸다”고 이야기했다.
가을 학기를 보내는 모습은 이처럼 다양하다. 변화가 시작되는 가을, 혼돈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리더인 감독의 역할이다. 기본적인 원칙과 철학 위에서 선수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결국 내년 팀 농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영 감독은 “우리나라도 프로와 대표팀에 데뷔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만큼 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가을 학기에 팀을 재편해 내년에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아이들이 나중에 나라를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개인 기량 발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1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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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