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공백, 내가 막는다.”
‘왕년의 에이스’ 이대진(32)이 부활의 청신호를 밝혔다.
이대진은 4일(한국시간) 하와이 알로하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하는 완벽한 피칭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 슬라이더는 136㎞였고 투구수는 모두 28개.
지난해 5월22일 부산 롯데전 이후 9개월여 만의 실전 등판이었지만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호투였다.
첫 타자 이영우를 1루 앞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이대진은 2번 임재철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2루에서 도루자로 잡아냈다. 이어 3번 데이비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간단하게 이닝을 마쳤다.
이대진의 호투는 2회에도 계속됐다.
첫 타자 김태균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앤젤 페냐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페냐는 올 시즌 한화가 우승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메이저리거 출신의 강타자. 특히 페냐를 삼진으로 잡을 때 던진 몸쪽 직구는 이날 최고 구속을 기록한 142㎞짜리였다. 이후 김종석을 2루 땅볼로 간단히 처리하며 2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선배 이강철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대진은 경기 뒤 “감독님이 첫 등판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70∼80% 정도로만 던지라고 했다”며 “던지는 동안 오른쪽 어깨에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내일(5일) 아침에 일어나 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괜찮다”고 밝혔다.
이대진의 투구를 지켜본 김성한 감독은 “당초 20개 정도를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괜찮아 2이닝을 맡기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등판시키지는 않을 생각이다. 투구수를 철저히 조절해서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릴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김성한 감독은 이대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에이스 노릇을 해줄 것으로 믿었던 김진우가 예기치 않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선발 로테이션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기 때문. 그러나 이대진이 부상을 털고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그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기아는 이날 이현곤의 만루홈런과 심재학의 3점홈런 등으로 10-2 대승을 거두며 이대진의 호투에 화답했다. /김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