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팥빵을 보면 코끝이 찡해집니다. 어린 시절 마당에서 동생들과 뛰어놀고 있으면 해 질 무렵 길모퉁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우리 맏손주 어디 있나?” 하고 저를 애타게 찾으시는 할머니 목소리입니다.
그러면 저는 놀던 것을 멈추고 곧바로 할머니에게 달려갑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달려오는 저를 향하여 엄지를 척 들어 올리시며 “우리 맏손주가 최고지!” 하시고는 몸뻬 바지 속주머니에서 단팥빵을 꺼내시어 제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새참으로 나온 빵을 챙겨 두셨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맏손주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하루는 맛있게 빵을 먹다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안 드세요?” “응, 나는 욕지기가 나서 안 먹어도 돼.”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느 날 단팥빵을 먹다가 할머니가 주신 빵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농사일하시느라 허기지셨을 텐데 손주에게 주시겠다는 생각으로 참으셨구나!’ 그 순간 목이 메어 그 빵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라고 하십니다. ‘내려온’이라는 단어는 과거 시제로, 사람이 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실 때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파스카의 어린양으로 당신의 목숨을 스스로 내어놓으신 것을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속죄 제물이 되셨을 때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 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어린양으로서 당신의 살을 빵으로 내어 주신 것입니다.
“나의 살”은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어 당신의 생명을 바치신 희생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오신 예수님께서는 희생과 사랑으로 당신의 살을 내어 주시어 세상에 생명을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