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한없는 은혜
감사절 예배 위해 강단 꽃을 선 결재하신 분,
밭에서 무를 뽑아 교회 계단에 놓고 간 할머니,
떡값을 말없이 주신 집사님,
오토바이에 귤과 대봉 상자 싣고 온 장로님,
‘목사님! 과일과 배추 좀 차로 실어 가세요’ 전화한 권사님,
감사절 봉투 보고 미리 절기 헌금 한 분들이 고마웠다.
감사 주일 예배드리기 위해 광주 나오신 은퇴 장로님을 모시러 갔다.
감과 감식초를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
뒷좌석 김정애 집사님이 ‘목사님! 차를 타서 편하고 좋네요.
우리 차는 세 사람이 운전해요.’ ‘세 사람요?’
‘장로님, 네비 아가씨, 내가 옆에서 지정 속도를 말해도 소용없어요.
속도위반 딱지가 한 달에 한 번 날라 와요.
팔십 넘으면 운전 감각이 떨어지나 봐요.
벌금 내려면 아깝지요.
남창 계곡 오가는 길이 불편해요.
차를 갖고 있어도 불안해 탈 수가 없어요.
주변에서 걱정한 사람도 많고요.’
성품 좋은 두 분은 무슨 말을 해도 웃고 끝냈다.
눈 깜짝할 사이 교회 앞에 섰다.
낮익은 성도들과 어울림 속에 행복이 묻어났다.
장로님 대표 기도 후 특송에 은혜를 받으셨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목사님! 하 집사님 찬양 잘하시데요.’
‘예, 일주일 내내 기도와 말씀과 삶으로 준비하셔요.
은혜로운 찬양에 말씀 전하기도 편하고요.’
올해도 감사절 헌금을 선교사님 자녀 장학금으로 보냈다.
파송 후 8년간 지속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송금하고 격려의 글을 썼다.
‘선교사님! 금년에도 그분 주신 선물,
넉넉한 햇살로 알곡을 모아 곳간에 들이는 감사절 날,
영혼의 때를 위하여 수고한 선교사님 가정 생각했어요.
함께 못함이 아쉬웠네요.
강단 과일 넘치고, 떡과 유자청 나눔이 풍성했어요.
모두가 마음 두고 드린 예물(일백만 원) 장학금으로 보냈어요.
마른 바위에 물 구르듯 부족한 손길이어요.
최선을 다한 열매로 여기네요.
어려운 처지에 참여한 신광 식구들이 큰 힘을 실었어요.
사역 이어가게 하신 아버지의 마음 알기에 기쁘네요.
두 자녀 교육에 보탬 되길 바라며 더 기도로 후원할게요.
늘 행복한 가정 복된 사역 누리세요.’
선교사님 답글이 떴다.
‘가을걷이의 풍성한 열매로 채워졌을 신광의 강단이 상상됩니다.
여기서도 토요일에 한국 선교사들이 모여 예배하며
이 땅에 하나님께서 행하시고 계신 일들을 찬양하고 감사했습니다.
함께 이 일에 기도와 섬김으로
지금껏 동행해 주신 신광 식구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늘 평강이 넘치시길 소망하고 신광 식구들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또 주님의 승리로 채워지는 한 해가 되길 원합니다.
목사님! 예물 귀하게 받고 주님 부르심 향해 기쁨으로 달려가겠습니다’
누군가 물었다.
‘목사님, 감사절 선교사님 장학 후원금 채워졌어요’
‘아니요’ ‘나머지는 제가 보탤게요.’
목회의 어려움은 돈보다 신뢰하던 분들이 무심코 떠난 때였다.
다음 날, 쇠약한 어머니 어깨에 다시 통증이 뚫고 들어왔다.
약효가 4개월 갔다.
완화시키는 주사 처방 위해 센트럴 병원으로 모셨다.
골절 치료 전문 병원이라 휠체어 환자가 넘쳤다.
엑스레이 촬영실 앞에 대기시켰다.
촬영 후 어깨 손상센터 정영우 원장을 만났다.
특이한 증상은 안 보였다.
이전 처방대로 간호사가 초음파 영상 유도 하에 주사를 놨다.
진료비가 만만치 않아 어깨가 무거웠다.
어머니 분위기 전환 위해 효령 노인 복지 타운으로 갔다.
김 장로님 부부가 목욕탕을 이용한 날이었다.
전날 깜박 잊고 못 드린 달력을 들고 가서 만났다.
‘아이 참! 목사님이 이것까지 챙겨 주시고..’
장로님이 웃으면서 남창 계곡 별장으로 떠났다.
무등산 뒤를 감싸 주는 학봉 산자락의 효령 복지 타운!
옛날 효자가 많이 나온 천혜적인 입지의 효자동이요,
노인의 삶을 디자인한 곳이었다.
등록비 내고 각각 회원증을 받았다.
필수 기본 교육 후 시설을 둘러봤다.
미용실, 목욕탕 이용도 거저였다.
볕든 작은 도서관이 맘에 들었다.
교육 프로그램 중 박영수 강사의 서예 과목에 눈길이 끌렸다.
도서관 입구에 걸린 유당 기호중 작가 작품
壽山福海(수산복해; 산 같은 수명과 바다 같은 복) 옮겨 쓰며
어머니의 장수를 바라고 싶었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의 꿈이었다.
당장 필요한 곳은 물리 치료실이었다.
최신 장비들인데 싼 이용 요금에 놀랐다.
친절한 자원봉사자의 도움과 설명을 곁들었다.
점심 식사도 잘 나왔다.
큰 식당이 친교의 장이었다.
할머니들의 왕 수다에 시끌벅적하여 잔칫집 분위기가 풍겼다.
약 없는 외로움, 그리움, 서러움의 처방전은 이웃과 만남이었다.
어울림은 삶의 원천이요 동력이었다.
행복한 밥상인 식판 앞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어머니가 사랑의 눈빛을 담아 밥을 덜어 냈다.
‘휠체어 미는데 많이 먹어!’라는 표정이었다.
된장국과 나물에 밥 드시고 기운을 차렸다.
눈언저리와 홀쭉한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쌀쌀한 날, 따끈한 생강차가 그리운 때
시골 풍경 깃든 산기슭 양지바른 곳을 다녔다.
마지막 남은 잎새에 바람 불어 날려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
언젠가 막내가 부른 찬양이 스쳤다.
‘꽃들도 구름도 바람도 넓은 바다도 찬양하라 찬양하라 예수를
하늘을 울리며 노래해 나의 영혼아 은혜의 주 은혜의 주 은혜의 주..’
도중에 홈플러스에서 브로콜리, 물만두, 상추, 삼겹살을 샀다.
어머니가 딸과 며느리를 불렀다.
모처럼 어머니 집서 삼겹살을 먹었다.
꿀에 잰 생강차도 주셨다.
다음 날, 전주 사촌 누님 초청에 동생이 모실 참이다.
그리운 사람 만나 얼굴 비비고 깔깔거렸으면 좋겠다.
훗날, 지나왔던 모든 것이 한없는 은혜였음을 고백하도록 말이다.
2023. 11. 25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
첫댓글 감사합니다.
귀하신 독자로
흔적 남기심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일 맞이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