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
뒷산을 올랐다. 나거네 인생길은 하루하루가 망설임의 연속이다. 노년의 먹고 사는 것이야 장기수처럼 선택 의사 포기하면 그만 이라지만, 아직은 살아 꿈틀거리는 사지의 방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어떻게... 내일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말 그대로 오늘이 '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형국이랄까.
산의 초입에 들어서자 정상 부위에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다.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뻐꾸기 울음이다.
어릴때는 물론, 집근처에 산이 있어 도심에 살아도 예전부터 뻐꾸기 소리는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새 우는 소리가 멀어진 것이다.
어느 해던가 집앞 교회 십자가 철탑에 까치가 집을 지었는데, 공중권을 침범하여 산에서 날아온 까마귀떼에 대항하여 까치네가 치열한 방어전을 벌렸다. 게다가 지상권 설정도 하지 않은 까치네가 불법건축 행위에 대한 교회측 강제집행 행사에 항의하며 한동안 골목이 시끄러웠다.
이후에도 까치네는 한동안, 아니 다음해에도 아쉬웠던지 동정을 살피려 와서는 한동안 시위를 해댔었다.
뻐꾸기 소리는 점차 멀어져 갔고, 하늘엔 요란한 비행기 소리가 고요하던 숲속을 깨웠다. 비행기와 뻐꾸기를 연상하니 어릴적 6.25때 활약했다는 '호주기'란 전투기 생각이 떠올랐다.
연합국의 일원인 호주는 미국 5공군에 편입되어 공군 제77전투비행중대를 포함한 다양한 비행기 및 군사력을 파병하여 한국 전쟁에 참여했는데, 비행기가 얼마나 빨랐던지 전쟁에 참여하신 어른들은 빨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호주기라고 하셨다.
젊은 시절 이맘때쯤 시골 고향을 가서 마을 뒤편에 올라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뻐꾸기 부부가 호주기처럼 빠르게 날아와 나를 위협했다. 나는 그 뻐꾸기들이 동네 대밭의 소나무 위에 집을 지어 새끼를 직접 키우거나, 아니면 다른 새의 둥지에다 자신들의 알을 낳아 대신 키우게 하는 탁란(托卵)을 준비 중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젠 산에서도 거의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숲속에 무엇인가 움직이는게 있어 살펴보니, 비둘기와 더불어 왕년엔 인간에게서 사랑깨나 받다 졸지에 유해조수로 낙인찍혀 산으로 밀려난 까치였다.
까치가 하루 아침에 틀어져 버린 인간들의 심사를 알리 없고,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던 옛시조가 어째 귀에 익숙해진다.
능선에 오르니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하늘에 제를 지낸후 불었다던 그 동남풍인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들녘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계절의 변화가 이쯤에서 멈추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은 바위에 걸터 앉아 잡념에 잠겼다. 그런데 산에서 듣기 힘든 중국말소리, 호젓한 산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중국 외노자 한쌍 같았다.
미중 패권다툼의 일환으로 요동치는 환율전쟁도 그렇고, 군사적 측면에서도 국제 정세는 매우 불안하다.
'핵 가진 北, 전차·미사일 신기술도 장착… 국지전 도발 가능성 커져'(오늘 신문)
이러다 설마 호주기 뜨는 엇저녁 보았던 영화 그 인천상륙작전이 또 다시 재현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피식 웃었다.
중국, 덩치 큰넘 곁에 있으면 바퀴에서 튀는 빗물이라도 막아줘야 하는데, 오물만 더 뒤집어 쓰는 꼴이다.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지만 그들의 정책이 싫었던, 신문에서 보았던 기사 내용을 펼쳤다.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는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전기변환장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 통신장치가 발견돼 미 에너지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인버터는 태양전지에서 나온 직류(DC) 전기를 교류(AC)로 변환해 가정이나 전력망으로 보내는 장치다. 전력망에 물려 있는 만큼 해커가 이 장치를 통해 전력망에 침투하거나 송전 시스템을 끊어버리면 '대정전' 등 전력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인버터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발전기, 전기차용 2차전지 등에도 붙는데, 미 당국은 중국산 2차전지에서도 제품 설명서에 없는 셀룰러 라디오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동안 중국산 CCTV와 청소기 등이 개인정보 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았는데, 미국과 유럽이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또한 중화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보건 당국은 지난 4주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30명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중증 성인 환자 81명 가운데 약 40%가 숨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 비율도 지난달 6∼12일 6.21%에서 이달 4∼10일 1년 만에 최고치인 13.66%로 늘었다.
한 홍콩 공공병원 소아감염병 병동 책임자는 이날 SCMP에 “최근 어린이 확진자가 급증했다”면서 “전에는 코로나19 환 “전에는 코로나19 환자가 없었는데, 지금 병동은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 환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조선일보 기사내용 옮김)
전문가 아니라지만, 태양광 부품은 대부분이 중국산이고, 코로나는 국가가 인접하니 기분 찜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
산을 오름은 A팀을 선택하든, B팀을 가든 쉬어감도 자유스럽다. 그러나 삶은 갈수록 우리를 압박하며 선택을 제한한다.
70 나이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던 공자 말씀, 법도엔 어긋나지 않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세월감에 대한 감각을 잃고 산다. 꽃피고 지고 또피고, 다만 폭군으로 변한 기후에는 심사가 뒤틀릴 뿐이다.
잠식당해 가는 세월도 모르냐고? 아침에 믹스커피 한잔, 저녁엔 막걸리 한컵... 믹스커피 100개입 한박스면 100날이 가고, 막걸리(생탁) 5병이면 보름이 간다는 습관적 인지가 나의 살아가는 세월계산법이다.
사명(使命)은 자의적이고, 소명(召命)은 의무감에 있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삶이란 여정에는 그 구분이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래도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려 애써야 한다. 옛시절로 돌아가려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다시 돌아갈 배를 불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별 웃을일 없는 팍팍한 세상 살다보니 이래저래 게걸스럽게 한심한 개똥철학만 늘어 가는 것 같다.
뭔 소리냐고? 생각이 한바퀴 돌고나면 육신도 따라 도는걸... 어젯밤 1년만에 차에 올라 기어를 'N'에다 넣고 차가 안움직인다고...ㅋㅋ 좋은 세상 위해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