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를 지나 겨울을 재촉하는 주후반 강한 바람과 함께 한파가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전일 아침부터 금일 새벽까지 마른대지를 흠뻑 적신 늦가을 단비가 지나간 세상에 쌀쌀하고 짙은 안개 드리운 세상이 펼쳐졌다.
(운해위의 관악산. 청계산과 북한산 능선과 주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풍경)
남한산 서남쪽 산성역에서 오랜만에 동행하는 창수.무영님과 반가운 인사와, 쌀쌀한 날, 명철표 커피나누고
쌀쌀해진 날에 평일보다 산객 드문, 작은공원처럼 아담하게 조성해 놓은 계단을 올라 산길에 들어섰다.
짙은 안개 드리운 촉촉한 흙길, 수북한 낙엽 위로 단풍과 어우러진 초록의 잣나무숲이 펼쳐지는 고즈넉한 산길에 울긋불긋 화려한 물감을 들이고 스러져 가는 스산한 계절에 우리도 늦가을 서정의 풍경에 일부가 된다.
이 고즈넉하고 그윽한 풍경을 안으며 천천히 이동, 휴식하며 현철표 케잌과 영찬표 뜨끈한 유자차를 나누고,
소리없이 흐르는 세월에 모습을 바꾸는 자연. 만물이 비워가는 스산한 계절을, 이승의 이세월에 온몸으로 안으며, "잘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법륜스님의 에세이를 만나며, 푸르던 잎들이 마지막 남은 온힘을 다하여 일제히 타오르며 환하게 세상을 밝히고, 근원으로 돌아가는 옅은 안개 속 그윽한 풍경안에서
자연에 학습하며, 사색하고. 명상하고. 관조하며 살아갈 날들을 위한 성찰의 길을 걷는다.
완만하게 오르는 고즈넉한 산길에서 만물이 서서히 비워가는 깊어가는 가을 풍경과, 스산한 겨울의 문턱에서 사각사각 낙엽을 밟으며 소시를 추억하며, 이세월에 프랑스 시인 구르몽의 '낙엽'을 정겹게 읇조려 본다.
시몬 나무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며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벏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해질무렵 낙엽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벏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오고 바랍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가파른 경사면에 자연친화적으로 운치있게 조성된 나무데크길을 올라 쉼터에서 한차례 휴식을 더하고,
완만해진 산길을 올라 숲을 벗어나 도로 옆길 평탄한 길을 걸어 병자호란 20여일간 마지막 치욕적인 투항의 현장이었던 남한산성 남문가까이 당도하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하늘이 열리고 따스한 햇살이 출현했다.
이 푸근한 산에 오를때 마다 병자난의 치욕과 백성 3분의1이 죽거나 끌려간 아픈 역사에 가슴이 시렸다.
남문에서 서문 방향으로 오솔길을 따라 서서히 오르니, 산성역에서 버스로 올라온 대환님과 빠른 산행으로
선착한 진홍님이 숲속 가장자리에 넉넉하고 편안한 자리를 준비하고, 풍경주를 맛보고 있었다.
대환님이 산행하면서 손수 채취하여 담은 4년산 귀한 야관문주 1.5리터와 순대. 현철표 족발.떡.김밥. 영한표 추억의 술빵에 감사하게 막걸리 곁들이며 진홍님 자작시 까지 들으며 넉넉하게 기분좋게 장시간 즐기고,
산성내 서문방향 오솔길을 따라 올라 성곽에 서니 멀리 운해의 바다위에 수려한 청계산. 관악산의 풍광과 산아래 운해 속에 한폭의 그림처럼 흐릿한 세상과 둥지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내어주고 있었다.
송림 숲안 남한산성 최고봉 청량산의 조선시대 수어청의 군관들이 군사들을 지휘하던 수어장대를 관람하고,
서문으로 내려와 성밖 전망대에서 멀리 서울을 두른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과 그 아래로 운해 속 희뿌연하게 가리운 도심을 보며 문명의 이기로 우리가 마시는 서울 도심 공기의 질을 확인하였다.
마천역 방향 가장 완만하고 긴코스로 하산길을 정하고, 전일 비에 수북히 쌓인 낙엽 길을 스로우로 하산하며 좌우로 펼쳐지는 산과 도심, 전원 풍경과 스러져가는 화려한 산길을 기분좋게 즐겁게 힐링하며,
운무가 물러간 산 아래 풍경과 마지막 화려한 빛깔을 내고 있는 단풍 숲길에 흠뻑 취하며 한차례 휴식하며, 현철. 무영표 간식과 영한표 뜨끈한 도라지 차와 수영표 21년산을 다 비우고 기분좋게 산책하며 하산했다.
위례 신도시 북쪽 아파트공사로 혼잡한 5호선 종점인 마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방이역으로 이동하여
방이역 인근의 능이 오리.백숙과 삼계탕으로 3개월간 뉴질랜드로 건강위해 힐링 떠나는 명철님 응원 곁들여 깊은 가을, 서정의 산길에 맛난 음식과 야관문주 곁들인 흥겨웠던 산행에 감사하며, 식사하고 일정을 마쳤다.
깊어가는 가을. 겨울의 초입 11월 중순! 인생사 희노애락 담긴 도심을 벗어나 안개드리운 꿈결같은 산길에서
스러져가는 단풍속에도 아직 푸른 잎을 만나며, 인디언 달력에 “11월은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의 의미를 음미하며, 히늘과 땅과 사람이 합력하여 풍성하게, 곱게, 결실을 맺고 비워가는 아름다운 계절에,
씨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묻는 ‘碩果不食’ 근원으로 돌아가는 ‘葉落歸根’ 씨알과 양분이 되어 새생명을 내는
하늘의 이치와 자연의 살핌을 만나며,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학습하는 산책이었다.
동행해 준 님들! 감사합니다.
흐르는 세월속에 더욱 정겹게 만나는 서정의 계절에, 모두 함께한 장거리 산책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기해년 건강한 모습으로 첫 출전해 주신 창수대표님! 참으로 기쁘고,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강건하세요.
♠귀한 야관문주와 맛난 영양 간식과 뜨끈한 차를 준비해 주신 대환.현철.무영.영한.명철.영찬님.아름다운
추억 만들어 주신 현철 아트사님! 모두 감사합니다. 더 가득하시어 좋은세상, 행복한 세상을 응원합니다.
♣ 동 헹
고창수. 김무영. 김성여. 김진홍. 노수영. 마상현. 송몀철. 오진모. 윤대환. 이영한. 이현우. 최영찬
첫댓글 고느적한 산성길 산행을 음율에 실은 듯한 글에 담았습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