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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13
S#1. 기풍집. 거실
수족관에 움직이는 물고기들.
기풍, 얼굴 들이밀며..
기풍 : 니들도 들었지? 이 사람,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흐흐. 또, 뭐라고 그랬다구? 최승우보다 백배 더 소중한 사람이야?
정말? 너도 그렇게 들었어? 엉? (하다가)
창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본다. 채린과 영숙 보인다.
S#2. 거리. 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영숙.
채린, 오히려 담담하다.
영숙 : (채린 안으며) 아이구, 채린아~ 니가 어쩌다 이렇게 됐니? 아빠 품에서 재롱만 부리던 니가 왜 이렇게 됐어~ (운다)
채린 : (영숙 떼어 놓으며) 괜찮아. 엄마.
영숙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 기집애야~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저런 사채꾼 놈한테 걸려서,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채린 :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지금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은 기풍씨 밖에 없어. ..그 사람.. 좋은 사람이야.
영숙 : 채린아~ 그러지 말고, 엄마랑 가자. 응? 엄만, 이제 백화점이고 뭐고 다 싫다.
니 아빠 뺏어가고, 너 까지 이렇게 만든 백화점.. 엄만 싫어. 채린아~ 엄마랑 가자. 응? 엄마랑 가아~
S#3. 거실.
창밖을 내려다 보는 기풍, 얼굴이 쓸쓸해 진다.
고개 돌려, 수족관 발길로 툭툭 차는 기풍.
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기풍, 짐짓 모른 체 뒷짐 지는데..
채린 들어와,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S#4. 채린 방.
가방에 엉망으로 구겨진 옷가지들을 꺼내 펴는 채린. 엄마를 그렇게 보내는게 힘들었는지, 고개 숙인다.
주방쪽에서 물끄러미 보는 기풍.
기풍 : (딱딱하게) 송사장!
채린 : (고개 들어 보면)
기풍 : 그만 가.
채린 : 뭐?
기풍 : 집으로 들어가라구.
채린 : 무슨.. 말이야?
기풍 : 당신 돈 떼먹지 않을 거라는 거, 충분히 알았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라구.
채린 : 아니.. 여기 있을 꺼야. 당신 빚 다 갚구, 백화점 살릴 때까지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갈꺼야.
기풍 : 당신 생각해서 하는 소리 아냐~ 나, 누가 귀찮게 하는 거, 딱 질색이야~
채린 : ..알았어. 앞으론 이런 일 없을꺼야. 미안해. 대신 사과할께.
기풍 : 언제든지, 가고 싶으면 말 해. 붙잡진 않을테니까..
S#5. 거실.
소파에 몸을 날려 눕는 기풍. 한 편으론 채린이 고맙고, 한 편으론 안쓰러워서 뒤척인다.
(F. O)
S#6. 신우 그룹 전경.
승우E : 오늘부로, 전 계열사 비상체계에 들어 갑니다.
S#7. 신우그룹 회의실.
회의 주제하고 있는 승우.
뒷편에 앉아 있는 최회장.
승우 : 신규사업 확장 건은 모두 중단하고, 계열사 여유자금은 모두 끌어 모으십시오. 신팀장님!
신팀장 : 예. 실장님.
승우 : 현재 유동 가능한 자금이 총 얼맙니까?
신팀장 : (서류 보며) 계열사 통틀어서 350억입니다.
승우 : 삼송백화점 지분이 25%입니까?
신팀장 : 장기풍이 사모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저희 지분도 22. 5%로 하락합니다.
승우 : (끄덕) 적어도 45%이상이 되어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즉시 퍼시픽 아시아펀드 이름으로 삼송백화점 공개매수 들어가십시오. 공개매수가는 만오천원입니다!
신팀장 : 알겠습니다.
승우 : 양미라 부사장한테 연락해서 나머지 지분도 인수하세요!
신팀장 : 예!
승우 : 공개매수 신청 허가 나기전에 임시주총 소집신고 준비도 함께 진행하세요!
신팀장 : 예?..예.
S#8. 회장실.
최회장 : (앉으며) 공개매수를 하면서, 임시주주총회를 같이 준비하는 이유는 뭐냐?
승우 : 이젠 자본력과 시간 싸움입니다. 삼송 백화점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채업자인 장기풍 그 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릅니다.
최회장 : 백화점 하나 인수하는데, 출혈이 너무 크구나.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인수하도록 해.
승우 : 알겠습니다. (나가는데)
최회장 : 승우야..
승우 : (돌아보며) 예.
최회장 : 지난 번 일은 내가 경솔했다. 이제 니들이랑 함께 부대끼기엔 너무 늙어버린 것 같구나.
승우 : .....
최회장 : 니 뜻대로 추진 해라!
승우 : 예. (고개 드는 표정이 비장하다)
S#9. 기풍집. 아침
화면 밝아지면,
소파에 누워서 잠이 들어 있는 기풍. 달그락대는 소리에 일어 난다.
채린 : 어~ 일어 났어? 빨랑 씻고 와. 아침 먹자.
기풍 : 아침? (부시럭대며 다가가면)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로 꾸며진 식탁.
기풍 : (창가 보더니) 오늘 동쪽에서 해 뜬 거 맞어?
채린 : 며칠전 일 사과하는 뜻으로 차린 거야.
기풍 : 사과? 사과가 어딨어? (손으로 음식 집어 먹으려하며) 이거 애플파인가?
채린 : (탁 치며) 드럽게.. 빨리 씻고 오래두 ?
기풍 : 엊저녁에 씻고 잤잖아. 그리고, 너무 자주 씻으면, 몸에 기름기 빠져 나가 안 좋은 거야. 이 싸람아~
(음식 집어 먹으며 앉는다)
채린 : (어이 없게 피식 웃으며 앉는다)
탐스럽게 먹는 기풍 보며,
채린 : 어때, 괜찮아? 맛있어?
기풍 : 맛으로 먹냐? 성의를 생각해서 드셔주는 거지.~
채린 : (얄밉고)
기풍 : (먹으며) 빨랑 말해 봐.
채린 : 뭘?
기풍 : 돼지도 잡기 전에 잔뜩 먹여서 호강시켜주잖냐. 나 부려 먹을려고 아침 준비해 준 거 아냐?
채린 : (미소) 오늘 집 좀 같이 보러 가줬음 해서..
기풍 : 집? ... 여기서 나갈려구?
채린 : 아니, 우리 엄마 살 집.
기풍 : 당신 엄마가 왜? 집 없어? 어디 얹혀 살어?
채린 : ...지금 엄마 계신 집. 최실장이 구해준 집이야.
기풍 : ....
채린 : (부러 밝게) 집 같은 거, 구해 본 적이 없어서.. 기풍씨가 좀 도와줬으면 해.
기풍 : 일당은 주는 거지?
채린 : 아침 해줬잖아.
기풍 : 야~ 이딴 빵쪼가리 하나로 떼울려고 드냐?
채린 : (일방적으로) 해준다고 그럴 줄 알았어. 고마워. 커피 더 줄까? ( 기풍 잔 들고 가는데)
기풍 : (어이없게 보다가) 당신 예전에 살던 집은 어땠어?
채린 : (그릇 옮기며) 그 정도까진 여유 없어. 그냥, 엄마 혼자 지낼 원룸이면 돼.
기풍 : 궁금해서 그래~ 사업하는 인간들 망하기 전엔 얼마나 호의호식하며 살았는지..
채린 : (뚝 굳지만, 차분하게) 그렇게 큰 집은 아니었어. 조그만 정원이 있었어.. 아빤 틈 날 때 마다 잔듸를 직접 깎았고..
가끔 맨발로 아빠 뒤를 좇아 다니던 생각이 나. 맞아. 어렸을땐 그네도 매달아 주셨던거 같다~ 조그만 연못도 있었구..
기풍 : (물끄러미 뒷 모습 보다가) 있을 건 다 있었구만?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기풍 : 여보세요~ 어, 할마이? 할마이가 웬일로 아침부터 전화를 다 때리셨습니까, 하하~
채린 : (돌아보고)
S#10. 백부자 거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기풍.
부자 : (냉랭한 얼굴로) 내 뭐라고 했더냐. 찬비 눈에서 눈물 나면, 니 눔 눈에서 피 눈물 나게 한다고 했지?
기풍 :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할마이?
부자 : 시끄러워! 니가 뭘 어쩌지 않았으면, 왜 저 애가 사흘이나 지 방에 틀어 박혀서 꿈쩍도 안해?
삼부 : (과일을 집어 먹는다)
기풍 : (덩달아 탁자의 과일에 손을 뻗치면)
부자 : (철썩 치면서) 지금 그게 목구멍에 넘어가니? 찬비는 사흘동안 물 한 모금도 안 먹었어, 이 눔아! 애가 불쌍하지도 않아?
삼부 : (과일 슬그머니 내려놓고)
기풍 : (갑갑하다) 나한테 어쩌라구?
S#11. 기풍집. 거실
캐쥬얼 차림을 하고 있는 채린. 거울을 보다가, 시계를 본다. 1시가 가까와져 온다.
기풍E : 할마이한테 갔다가 금방 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전화벨 울린다.
채린 : (반갑게받으며)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왜 안 와?
충선E : 사,사장님. 저 김실장입니다.
채린 : (당황) 아, 김실장님. 오늘 휴일인데.. 웬일이세요?
충선E : 웬일이나 마나, 지금 큰 일 났습니다. 사장님. 빨리 좀 나와 보세요!
채린 : 예? 공개매수요?
S#12. 찬비방.
문이 열리면, 기풍 삐죽 고개 내밀고 들어온다.
창백한 얼굴로 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 찬비.
기풍 : 찬비야~ 에이~ 소찬비. 왜 그래~? (장난스럽게 건드려 보지만)
찬비 : (여전히 창밖만 바라보고)
기풍 : 배 안 고파? 사흘 굶었대며? 넌 마, 다이어트 안해도 이뻐~
찬비 : (여전하고)
기풍 : 오빠랑, 데이트하러 갈까 ? 야~ 소찬비. 제발 말 줌 해라~ 속 터져 죽겠다. (재롱떨며) 찬비야~
찬비 : (기풍, 물끄러미 본다)
기풍 : (얼굴 만지며) 왜 뭐 묻었어?
찬비 : 오빠..
기풍 : 응! 뭐? 말만 해. 오늘 니 소원 다 들어줄께! 응?
찬비 : 이럴 필요없어..
기풍 : 무슨..소리야, 임마?
찬비 : 오빠.. 억지로 이러는 거 알아. 할머니 땜에, 백화점 땜에 이러는 거, 나 너무 자존심 상해..
난 그냥 소찬비야. 오빠한테 동정이나 받고, 그걸루 신나해하면서 살만큼 어리석지 않아.
이젠 그런 짓 더 안할꺼야.. 오빠 좋아하지만.. 이런 식은 싫어. 내가 너무 비참 해지거든. (일어난다)
기풍 : (뜨끔하지만..) 야, 어디가?
찬비, 풀린 다리로 겨우 문을 열며.
찬비 : 나가 줘..
기풍 : 야아~
찬비 : 말할 기운도 없어.. (버럭) 빨리 나가란 말야!
기풍 : 아, 알았어.. 갈께. 가면 되잖아. (나가다가 돌아서서) 야.. 소찬비..
하는데, 문이 쾅하고 닫힌다.
힘들게 문고리를 붙잡고 서 있는 찬비. 통증 느끼며, 왼 쪽 가슴을 짓누른다. 식은땀 흐르고..
S#13. 찬비방 밖
기풍 : (인상쓰며) 저게.. 오냐오냐 봐 줬더니, 그냥 콱 줘 박어 버릴까부다.
하면서, 가려는데, 안쪽에서 쿵하는 소리 들린다.
기풍, 멈칫하더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본다.
S#14. 찬비 방.
바닥에 쓰러져 있는 찬비.
기풍, 찬비 안아 일으키며.
기풍 : 찬비야! 찬비야! (볼 때려보지만, 의식없다) 할마이! (찬비 들춰 업으며) 할마이!
S#15. 사장실.
달평,충선 앉아 있고..
채린 : 퍼시픽 아시아 펀드라는게 어떤 회사죠?
달평 : 현재 알려진 바로는, 말레이지아 리구안에 있는 외국계 펀드회삽니다.
채린 : 외국계 펀드회사가 왜 우리 주식을 공개매수 한다는 겁니까?
달평 : 아마도, 신우그룹이 뒤에 있을 겁니다.
충선 : 시,신우가요?
달평 : (끄덕) 적대적 M&A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죠. 역외펀드!
채린 : 역외펀드요?
달평 : 나라신용금고로 공략에 실패하니까, 의결권 금지 조항을 피하기 위해서, 외국계 유령 펀드회사 이름으로
백화점 주식을 옮기고, 공개매수를 신청한 거겠죠. 우리도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채린 : .....
달평 : 장사장님은 같이 안 오셨습니까?
채린 : (전화기 돌아본다)
S#16. 병원 입구.
차에서 내리는 기풍. 뒷문을 열고, 찬비를 업는다.
병원을 향해 뛰어 들어가는 기풍. 핸드폰 울리지만, 받을 정신이 아니다.
뒤쫓아 오는 부자와 삼부.
S#17. 응급실.
눕혀지는 찬비.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
의사, 청진기로 확인하고..
의사 : 어떻게 된 겁니까?
기풍 : 모,모르겠어요. 가,갑자기 쓰러졌는데.. 이 바보같은게 사흘이나 물 한 모금도 안 먹고 잠도 안잤대나봐요.
의사 : (확인하는데)
기풍 : 서,선생님. 괘,괜찮겠죠,예?
의사 : 다른 병력은 없죠? (하는데)
부자 : (들어오며) 얘가 심장이 안 좋아요.
기풍 : 심..장?
의사 : 정확히 병명이 뭐였습니까?
부자 : (한숨처럼) 승모판막협착증 이랍디다. 부원장에게 연락좀 해주구료. 얘 담당이니까.. 성북동에서 왔다고 하면 알겝니다.
의사 : (간호사에게) 부원장님께 연락하고, 환자는 ODW 달아 투입하고, 심장초음파실로 옮기세요!
간호사 : 예.
간호사1.2 찬비 이동침대 옮기는데..
기풍 : (얼이 빠진 표정으로 보다가) 할마이.. 승모판막 협착증이 뭐야?
부자 : 심장판막증이야.. (원망스럽게) 그러게 내 뭐랬어, 이놈아. 찬비한테 잘하라고 했잖아!
기풍 : (미안한 마음에 좇아가 이동침대며) 내가, 내가 밀께. (간호사들 만류하면) 어이~ 씨. 내가 민다니까!
기풍, 침대차 밀고 가며 안쓰럽게 찬비 내려다 본다.
S#18. 레스토랑.
마주앉아 있는 미라와 신팀장.
미라 : 공개매수라~ 본격적인 지분 전쟁을 시작한다는 건가요?
신팀장 : 그렇습니다.
미라 : 제가 할 일은 뭐죠?
신팀장 : 가지고 계신 주식 10%. 저희에게 넘겨 주십시오.
미라 : 설마, 주식만 갖고, 절 내치시진 않겠죠?
신팀장 : 물론입니다. 대표이사 자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라 : (눈짓하면)
복규 : (서류가방에서 종이 꺼내 건낸다)
신팀장 : 이게..뭡니까?
미라 : 뭐,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해두고 가는게 좋겠다 싶어서 미리 준비해 봤습니다. 일종의 각서죠.
백화점 대표이사 자릴 저한테 넘기겠다는 각서.
신팀장 : (끄덕) 알겠습니다. (받아 들고 서명하려하면)
미라 : 아니, 서명은 신우그룹 대표가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팀장 : (고개 끄덕하고)
복규 : (신이 나서 미라 본다)
S#19. 복도
미라 : 장기풍이 어디 있나 확인해 봐.
복규 : 장기풍이 그 자식은 왜요, 부사장님? 그 자식, 지난 번에도 우리한테 엉터리 정보를 주는 통에 드립다 고생만 했잖습니까?
미라 : 내가 왜 신우그룹에 각서까지 받은 줄 알아?
복규 : 웹니까, 부사장님?
미라 : 내 지분을 몽땅 넘기고나면, 난 종이호랑이가 되고 말아. 신우쪽이 자르면, 잘릴 수 밖에 없지.
나한테도 우호적인 지분들을 확보해 둬야 돼.
복규 : 그 자식이 우리한테 넘어 올까요? 꼴을 보니까, 송사장한테 맘이 있는 것 같던데..
미라 : 내가 송채린보다 못한 거 같애?
복규 : 송채린, 갸가 어떻게 부사장님의 미모를 따라 오겠습니까? 택도 없는 소립니다. 설마, 부사장님이 미인계를..
미라 : (찌릭 노려보고) 장기풍이 찾거든, 나한테 연락이나 똑바로 해! (앞서 간다)
복규 : 예. 부사장님.. (하면서 맘에 안드는 눈치다) 가까운데 있는 싸나이는 못 보고, 걸치는 놈마다 껄떡대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거울 꺼내보며) 내가 장기풍이 그 자식보다 못한게 뭐야? (머리 만지며) 스타일을 좀 바꿔 보까?
S#20. 병실.
주사를 꽂은 채, 쌔근쌔근 누워서 잠든 찬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기풍과 부자,삼부.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부원장.
부원장 : 오셨습니까?
부자 : (고개 끄덕끄덕 하고) 우리 애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부원장 :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던 모양이네요. 심장에 무리가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기풍 : (찔리고)
부원장 : 며칠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 질겁니다. 아니, 젊은 아가씨가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았답니까, 허허.
전 회진시간이 돼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가면)
부자 : (걱정스럽게 찬비 돌아본다. 수건 들어 땀 닦아주려 하면)
기풍 : (부자 손 잡으며) 내가 할께.. (닦아주며) 할마이랑 할배는 집에 가서 쉬어.
삼부 : 부자야~ 가자우.
부자 : 저 놈을 어떻게 믿고 찬비를 맡기누?
기풍 : (부러 밝게) 에이~ 할마이까지 아프면 어떡할라 그래?
찬비야 젊으니까, 금방 일어나지만 할마인 한 번 쓰러지면, 책임 못지잖아~
부자 : 이런 메친 눔!
기풍 : (헤헤) 걱정 붙들어 매고, 들어가~ 어?
S#21. 병원 앞. 오후
걸어나오는 부자와 삼부.
햇볕을 보더니, 휘청하는 부자를 붙잡는 삼부.
삼부 : 괘,괜찮네?
부자 : 빈혈이 좀 있어서 그래.
삼부 : (부자 기분 바꿔주려는 듯 밝게) 야~ 거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
부자 : 뭐가 말이 안 돼?
삼부 : 부자 너처럼 온갖 보약 다 먹고, 살결도 뽀송뽀송한 할망구가 빈혈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중에 빈혈환자 아닌 사람이 하나도 없겠다야.
부자 : (삼부 휙 밀치고) 다 필요없다우.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앞서 간다)
삼부 : 부자야~ 삐졌네?
부자 : (버럭) 니들 장가 놈들은 우리 집안 속 못 뒤집어놔서 다들 안달이 난 놈들이네? 대체 왜들 이래?
삼부 : 그래~ 이제야 부자 너 같구만~ 기케 소리질러야 부자답지. (어깨 손 올리며) 가자우~
부자 : (뿌리치며) 어딜 가?
삼부 : 빈혈에 개고기가 최고야~ 내가 살테니께니, 날래 가자우~
부자 : (미워서 노려보고)
삼부 : 피양식으로 하루동안 푹푹 삶아서 내놓는데 알고 있어. 뭐하네? 안 갈꺼이야?
부자 : (삐죽대면서도 따라간다)
삼부 : (빙긋 웃고)
S#22. 병실. 밤
찬비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는 기풍.
'오빠..' 잠꼬대 같은 신음소리를 내는 찬비.
물끄러미 보는 기풍.
찬비E : 내가 오빠 옆에 있을께. 아무데도 가지 않을께, 오빠..
찬비E : 이제부턴 내가 오빠 지켜줄꺼야!
기풍 : (가슴 아프게 웃으며) 비응신~ 지 몸 하나도 못 지키는게..
시트를 올려 덮어주고, 의자에 털썩 앉는다. 핸드폰이 울린다.
찬비 깰까 봐, 잽싸게 꺼내드는 기풍.
기풍 : (돌아 나오며) 여보세요?
채린E : 기풍씨?
S#23. 사장실.
달평 : 연결 됐습니까?
채린 : (끄덕) 도대체 어디야? 왜 연락이 안 돼!
기풍E : 그럴 일이 좀 있어.
채린 : 어쨌건 빨리 백화점으로 와 줘. 급한일이야!
기풍E : 미안해. 나 당분간 못 가.
채린 : 뭐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 끊긴다)
달평 : 뭐,뭐라고 그럽니까? 지금 오겠답니까?
채린 : (다시 재발신 버튼 누르는데)
S#24. 동 병실.
핸드폰 울리면, 전원을 눌러 끄는 기풍.
찬비 눈을 찡그리면, 불을 꺼준다.
찬비 옆에 앉는 기풍. 어둠속에서 찬비 손을 잡아 준다.
S#25. 기풍집 거실. 밤
불안하게 왔다갔다 하는 채린. 시계를 보면, 3시가 넘어간다.
창밖을 내려다 보지만, 인기척도 없다.
채린 : 나쁜 자식..
(F. O)
S#26. 승우 집무실.
신팀장, 들어와 서류 내려 놓는다.
신팀장 : 공개매수 신청은 받아 들여졌어.
승우 : (끄덕) 퍼시픽 아시아 이름으로 임시주주총회 신청해!
신팀장 :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이제 공개매수 시작인데. 벌써..
승우 : (O.L) 공개매수 기간은 최소 20에서 60일이고. 임시주총도 6주나 걸려! 공개매수가 끝나는 즉시, 몰아쳐야 돼! 신청해!
신팀장 : 알았다. (나간다)
승우 : 이번이 끝이야, 끝! (굳는다)
S#27. 병실.
햇살이 비쳐들면, 눈을 뜨는 찬비. 침대 곁에 잠들어 있는 기풍을 본다.
기풍의 얼굴을 살며시 만져본다. 히죽 웃는 찬비.
(경과)
기풍의 얼굴에 고양이 수염을 그려넣고 있는 찬비.
기풍이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벌떡 고개들더니..
기풍 : 어~ 찬비야.. 괜찮아? (심장에 귀 대보려 하면)
찬비 : (밀치며) 뭐 하는 거야?
기풍 : (손 잘못 짚으며 휘청하고) 이 기집애야, 깜짝 놀랐잖아. 너 한 번만 더 쓰러지면, 그땐 증말 죽을 줄 알어?
찬비 : (끄덕끄덕, 하면서 웃음)
기풍 : 왜 자꾸 히죽거려?
하는데, 부자와 삼부 들어온다.
찬비 : 할머니~
부자 : (와서 안아주며) 어이구, 내 새끼~ 이제 괜찮어? 꼬박 사흘 동안 잠만 자서, 안 깨어나는 줄 알았다, 이놈아.
찬비 : (끄덕) 할아버지,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삼부 : (보따리 내려놓으며, 웃음) 나까지 챙길 정신 있는 거 보니까 다 나았구만 기래.
부자 : (기풍 보더니) 이 놈 상판은 왜 또 이래?
기풍 : (얼굴 만지며) 내가, 뭐 ?
부자 : (미소) 가서 거울 좀 봐라, 이놈아. 고양이가 형님 하겠다.
기풍 : (얼굴 부비며, 욕실로 가면서) 고양이? 고양이가 왜?
부자 : (찬비 혼내는 시늉하며) 못 써~
찬비 : (히죽 웃고) 재밌잖아요.
S#28. 욕실
들어오는 기풍.거울을 보더니
기풍 : (어이없다) 어이~ 씨! 야, 소찬비 이 기집애야! 내 얼굴이 도화지냐? 엉!
S#29. 동 병실.
찬비 : (혀 낼름 내밀며 웃고) 참, 할머니 세원바이오 주식 어떻게 됐어요? 며칠 신경 못 썼는데.. 핸드폰 어딨지?
삼부 : 아파서도 주식 챙기는 거 보니까, 부자 니 손주가 맞긴 맞다이~
침대맡에 놓여 있는 기풍 핸드폰 보인다.
전원을 넣는 찬비. 핸드폰 울린다.
찬비 : 어~? 전화 왔네? (받으며)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건 장기풍씨 핸드폰이구요~ 전 기풍오빠 애인 소찬비입니다.
부자,삼부 웃고..
찬비 : 혹시 딴 맘 있어서 전화 하신 여자분이면 지체없이 끊어 주시구요~ 다른 용건이면 말씀 하세요.
S#30. 사장실.
묵묵히 전화기를 들고 있는 채린.
찬비E : 여보세요?
채린 : (망설이다가) 찬비씨? 나 송채린이예요.
찬비E : 웬일이시죠? 송채린 사장님?
채린 : 기풍씨..랑 통화할 수 있어요?
S#31. 동 병실.
굳은 표정으로 전화 받고 있는.
찬비 : 오빠, 지금 씻으러 갔어요.
채린E : ..그럼.. 백화점으로 전화 좀 해달라고 전해줄래요?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찬비 : (마지못해) 그러죠..
채린E : 고마워요! 꼭 좀 전해 주세..
찬비, 핸드폰 뚝 끈다.
음식 보따리 풀던 부자, 그런 찬비를 심상찮게 보고
찬비, 차갑게 핸드폰 노려본다.
나오는 기풍.
기풍 : (찬비 쥐어 박으며) 너 한 번만 더 까불면 그땐 니 온몸에다 낙서해 놓는다. 알았어?
찬비 : (삐죽하고)
기풍 : (음식 보며) 우와~ 이거 맛있겠다. (주워 먹으며) 할마이~ 이거 죽음인데~
부자, 찬비를 물끄러미 보고..
찬비, 부자를 외면한다.
기풍 : 무,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찬비 : 암 것도 아냐~
S#32. 사장실.
전화기를 손에 들고 있던 채린. 꾹 눌러 내려 놓는다.
달평 : 연락이 됐습니까?
채린 : (끄덕)
정주 : (급하게 들어오며) 사장님. 지시하신대로 금융감독원에 확인했는데요.
퍼시픽 아시아로 나라금고의 지분이 모두 옮겨졌습니다.
달평 : 예상대롭니다. 이제 어떡하시겠습니까?
채린 :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달평 : 서두르셔야 됩니다. 사장님.
채린 : (마음이 급한데)
S#33. 병실.
환자복을 벗고, 옷을 갈아 입는 찬비.
기풍, 뒤돌아 서 있고..
찬비 : 오빠~ 돌아보면 안돼?
기풍 : 안 봐, 임마.
침대 위에 놓여 있는 로보트 강아지 푸치 눈에 하트가 그려지며 멍멍 짖는다.
찬비, 강아지 위에 환자복 휙 걸쳐 놓는다.
찬비 : 진짜 보면 안돼, 오빠~
기풍 : 야~ 이 기집애야, 너처럼 삐쩍 마른게 뭐 볼게 있다고 보냐?
찬비 : 뭐?
기풍 : 아, 아냐~ 빨랑 가자.. 놀이 공원 도착하면 해 지겠다, 임마.
찬비 : (단추 잠그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 지 히죽 웃고) 오빠~
기풍 : 다 입었어? (돌아보는데)
찬비 : 이래두 볼 게 없어? (블라우스를 활짝 연다)
기풍 : (휘둥그레, 고개 외면하며) 야~ 이 기집애가 지금 뭐하는 거야? 빨랑 안 가려? (슥 돌아보면)
찬비 : (블라우스 안에 탱크탑을 입었다)
기풍 : 이게~ 사람 놀리고 있어~
찬비 : 속았지? (기풍, 팔짱 끼며) 가자~ 오빠..
기풍 : 으이그~ 웬수! (머리 쥐어 박고 나가려는데)
기풍, 핸드폰 울린다.
기풍 : (핸드폰 받으며) 여보세요~ (당황하는 얼굴) 어.. 송사장.. 나 오늘 바쁜데.. 공개매수? 아,알았어. 지금 갈께! (끊는다)
찬비 : (노려보고 있고)
기풍 : 차,찬비야.. 오늘 놀이공원 가기로 한 거.. 담에 가면..
찬비 : (O.L) 싫어! 아까 약속했잖아! 오늘은 하루종일 나랑 있는다고 그랬잖아. 오빠, 나랑 약속은 하나도 안 중요해?
기풍 : 너도 들었잖아. 신우그룹에서 공개매수를 신청했대잖아.
찬비 : 그것 때문이야? 정말 그것 때문에 지금 백화점에 가겠다는 거냐구 ?
기풍 : (시선 피한다) 그래.. 그 것 때문이야.
찬비 : (물끄러미 보다가) 그래.. 그럼 가. 오빠.
기풍 : 괜찮겠어?
찬비 : (알통 만들며) 까닥 없어! 난 푸치랑 놀꺼니까, 걱정 말구 가. 오빠.
기풍 : 그래.. 그럼.. 오빠 간다. 전화할께~ 응?
찬비 : (끄덕이고)
기풍 : (미안한 마음에 한 번 돌아보고)
찬비 : (부러 밝게 웃어준다)
S#34. 병원 앞.
달려 나오는 기풍. 택시를 잡으려고, 마구 손을 흔든다.
S#35. 병실
창문으로 기풍이 택시 잡는 모습 보이고..
쓸쓸하게 내려다 보는 찬비.
찬비E : 오빠 맘.. 다 알아.. 그래서.. 말리고 싶지만.. 오빠 사랑하니까.. 오빠 마음 안 아프게 하고 싶으니까.. 보내주는 거야..
오빠 슬프면.. 나는 오빠보다 더 슬퍼지니까..
로봇강아지, 우는 얼굴을 한다.
찬비 눈에서 주룩 눈물 흐르고..
들어오던 부자. 그런 찬비를 물끄러미 본다.
돌아보는 찬비.. 쓸쓸하게 웃는다.
찬비 : 할머니.. (부자에게 안긴다)
부자 : (등 두들겨주며) 그러길래.. 왜 그렇게 아픈 걸 시작했어.. 속이 까맣게 타 들어 가는 그런 걸.. 왜 시작했어. 이것아.
찬비 : 오빠 보내고 싶지 않아요.. 정말 보내고 싶지 않아. 할머니.. (운다)
부자 : (안쓰럽게 등 두들겨주고) 그래, 내 새끼.. 보내지 말아라. 보내지 마..
S#36. 복 도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기풍.
복규, 세나와 얘기하다가 기풍 오는 것 보고.. 잽싸게 몸 숨긴다.
기풍, 들어가면..
복규 : (몸 내밀며) 나쁜 자슥~
S#37. 사 장 실.
기풍 : (들어오며) 어떻게 된거야?
달평 : (반갑게 일어서며) 사장님!
채린 : (반가우면서도, 원망스럽다) 도대체 며칠째야? 파트너란 사람이 백화점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신경이나 쓰고 있어?
기풍 : 화는 다음에 내고 상황부터 얘기해 봐. 빨리!
채린 : (어이가 없다)
달평 : 그게 말이죠, 사장님.
S#38. 부사장실.
복규 : 지금 장기풍이 사장실로 들어갔습니다. 부사장님.
미라 : 그래~
복규 : 이,이제 어떡하실겁니까?
미라 : 만나봐야지~ (일어나, 거울 보며) 장기풍.. 그 친구 나인 어리지만, 제법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아? 귀엽기두 하구..
복규 : (질투심에) 능력은 무신 능력입니까? 뭐~ 똥침 하나는 기차게 놓대요.
S#39. 사장실.
기풍 : 자식들. 역외펀드로 공격해온다. 이거지?
채린 : (끄덕)
달평 : 어떡하실겁니까?
채린 : (기풍 보며) 우리도 공개매수 해야 되는 거 아냐?
달평 : 카운터 공개매수 말씀 이십니까?
채린 : 예.
기풍 : 아니, 지금 그게 급한게 아닐지도 몰라.
사람들, 무슨 소린가 싶어 보면.
기풍 : 신우자식들,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 줄 뻔히 알고 있을꺼야.
충선 : 마,맞아. 양미라 부사장이 있으니까..
채린 : 그럼 이제 어떡하지?
기풍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리도 그 자식들 꿍꿍이를 알아 내야지.
채린 : 무슨 방법 있어?
기풍 : 나, 믿으란 말 따윈 하지 않겠어. 두고 보면 알테니까.. (씨익 웃는다)
S#40. 부사장실.
노크 소리 들리면, 돌아보는 복규.
기풍, 쓰윽 고개 내민다.
기풍 : 안녕하쇼~
복규 : 부,부사장님. 자,장기풍입니다.
미라 : (거울 보다가 돌아서더니) 어머~ 장기풍씨. 그렇잖아도, 한 번 만나볼까 했는데..
기풍 : 역쉬~ 나랑 그 쪽이랑은 뭔가 필이 통해~ 필이~ 응? 필 쏘 굿~
복규 : (낮게) 필 같은 소리하고 있네.
미라 : (눈 흘기고) 어때요. 오늘 저녁식사라도 같이 할까요?
기풍 : 내가 그랬잖습니까? 미인하고 저녁식사는 언제든지 콜이라고~ 가시죠~ (정중하게 문 열고 기다리는데)
미라 : 그럴까요?
복규 : (붙잡으며 낮게) 부사장님. 저 자식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닙니까? 안 그러면 왜 지 발로 여기까지 기어 왔겠습니까?
미라 : (낮게) 내가 저런 핏덩이 하나 요리 못할 것 같애? 심과장이 얘기했지? 걱정은 찜질방에 눕혀 놓으라고. 갈까요? (간다)
복규 : (쳐다보며) 그래 젊은 삭신이 좋나~ 나도 운동 좀 댕기면 살껍데기가 좀 펴질라나~
(팔굽혀 펴기 하려고 소파 짚으면, 와락 넘어지는 소파)
S#41. 술집. 밤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기풍과 미라.
기풍, 잘도 마신다.
빈 잔 채워주며,
미라 : 젊어서 그런지, 술도 쎄신가 봐요?
기풍 : 에이~ 술만 쎈게 아니지~
미라 : (눈웃음) 그럼, 뭐가 또 쎄지요?
기풍 : (안주 퍽 집으며) 요, 안주발. 안주발도 쎄지~ 하하. (먹는다)
미라 : (실망스럽지만 미소) 어때요? 제가 제안한 조건은?
기풍 : 뭐? 아~ 부사장 자리 준다는 거?
미라 : (끄덕) 어차피, 백화점 신우에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데.. 공연히 줄 잘 못 서서, 새 경영진이랑 갈등할 필요 없잖아요?
기풍 : 신우가 그렇게 쎄나?
미라 : 신우 전 계열사가 자금을 동원해서, 총력전을 펼친답니다. 적어도 삼송지분 45%까지 매입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어요.
기풍 : 그럼, 송채린인 진짜 한 방에 갈 수도 있겠네? 공개매수 가격은 얼마나 되는 건가?
미라 : 만 오천원.
기풍 : 그럼, 송사장이 공개매수가를 더 쓰면, 이기는 거 아닌가?
미라 : 송채린한텐 그럴 자금이 없죠. 게다가 기관투자가들 대부분은 신우에 매수됐어요. 공개매수는 백프로 성공한다고 봐야죠.
기풍 : ....
미라 : 더 재밌는 건 뭔지 알아요? 공개매수와 더불어서, 임시주주총회까지 한꺼번에 열 계획까지 세우고 있어요.
기풍 : 임시주총?
미라 : (끄덕) 송채린이 방어할 시간을 안 주겠다는 거겠죠. 어차피, 삼송 자본이야 빤히 알고 있으니까..
기풍 : 언니, 하나만 물어볼께. 진짜 나 부사장 시켜 줄꺼야?
미라 : 기풍씬 재무에 밝고, 현금 동원 능력도 뛰어나니까, 백화점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죠.
기풍 : 나도 솔직히 말하는데~ 송채린 그 기집애 처럼, 쬐그만하고 꼬장꼬장한 애 보다는,
언니 처럼, 늘씬하고 나긋나긋한 여자가 딱 내 스타일이거든~ 게다가, 숨가쁘게 아름답기까지 하잖아~
(바짝 들이대며) 이건 비밀인데~
미라 : (귀 갖다 대고)
기풍 : 언닌 내가 사춘기때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인이랑 너무 닮았어~ 언닐 보면, 문득문득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애~
미라 : (미소 지으며) 기풍씨만 내 편이 되주면, 원하는 건 뭐든지 해 줄 수 있어.
기풍 : (히죽) 뭐든지? (잔 들며) 우리 밤새 한 번 망가져 볼까요?
미라 : 원하던 바예요.
동시에 마시는 두 사람.
기풍 눈, 싸늘해지고, 미라 눈도..
마주치면, 눈 웃음을 지으며.. 원샷~
S#42. 채린방. 밤
주주명부 자료를 보고 있던 채린. 집중이 되지 않는 지, 덮어 버린다.
승우E : 나만 믿어. 삼송이란 이름, 절대 안 없어지게 할꺼야.
기풍E : 나 믿으란 말 따윈 하지 않겠어. 두고 보면 알아.
채린, 보석함을 열어 본다. 승우와 기풍이 준 목걸이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기풍이 준 목걸이를 꺼내보는 채린.
점원E : 이 탄생석 목걸이를 바꿔 메면,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를 지켜준답니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는 채린. 걸어 본다.
기풍E : 아 괜찮다니까~ 나 까닥없어~
S#43. 호텔룸.
기풍의 어깨를 걸치고 들어오는 미라. 기풍을 침대에 눕힌다.
기풍 : (일어나 안으려 하며) 언니~ 미라 언니~
미라 : 아이~ 기풍씨.. 젊은 사람이 이렇게 술에 약해서 어떡해?
기풍 : 까닥없어~ 까닥없다니까~ 언니~
미라 : 자,잠깐만.. 나 좀 씻고.. 씻고 올께. 응?
기풍 : (끄덕끄덕) 씻어야지~ 흐흐~ 언니 내가 등 밀어줄까?
미라 : 짖궂긴.. (하면서 욕실로 간다)
욕실문 닫히면..
기풍 : (얼굴 표정 진지해지며) 흐음.. 공개매수가가 만오천원에, 임시주총까지 몰아부친다, 이거지?
고마워, 부사장. 나도 뭔가 선물을 해야 할텐데.. 뭐가 좋을까? (생각 난 듯,핸드폰 꺼낸다) 아, 마사장. 나 기풍인데..
S#44. 채린 방.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채린.
문 열리는 소리 들리면, 후다닥 목걸이를 빼, 보석함에 집어 넣는데..
기풍, 들어온다.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꺼내 마시며.
기풍 : 어~ 아직 안잤어?
채린 : 당신같으면 잠이 올 것 같애?
기풍 : 왜, 내가 부사장이랑 어떻게 할까 봐?
채린 : 지금 농담할 때야?
기풍 : (피식) 하긴 당신이 그거 걱정할 여자냐?
채린 : 부사장 만난 건, 어떻게 됐어? 뭐 좀 알아 냈어?
기풍 : 거럼~ 내일 맑은 정신으로 작전 짜자구! 굿나잇~ (간다)
채린 : (그런 기풍이 믿음직 해보여, 슬며시 미소)
S#45. 찬비 방.
물끄러미 핸드폰만 보고 있는 찬비.
부자, 들어온다.
부자 : 여직 안자고 뭐해?
찬비 : (핸드폰 보며) 할머니. 오빠한테 연락이 안 와요. 금새 전화한다고 해놓구선..
부자 : (안쓰럽게 보고) 그만 자.
찬비 : 나 잠 많잖아요. 자고 있을 때 오빠한테 전화오면 어떡해..
부자 : (혀 끌끌 차고, 한 숨쉬며 나가고)
찬비 : 오빠.. (핸드폰 만지작 거리며 눈물 뚝 떨구는 모습에서)
S#46. 호텔 욕실.
거울을 보고 있는 미라.
미라 : 나이도 어린 놈이 계속 반말이야~ (하면서도 미소 지어 보이고) 하긴, 그게 매력일 수도 있지.
얼굴 단장을 하고, 가운을 슬며시 조이며 나온다.
S#47. 호텔 방.
미라를 따라 가면, 남자의 뒷모습 보인다. 술을 마시고 있다.
미라 : 뭐해~ 술 마셔? (간지럽게 어깨 짚으며 정면을 보면)
고개를 돌리는 남자. 석철이다.
미라 : (놀라서, 헉) 누, 누구시죠?
석철 : (벌떡 일어나 절 꾸벅하며) 안녕하십니까? 마석철입니다.
미라 : 다,당신 누,누군데요?
석철 : 장기풍씨가 소개해서 왔습니다. 이,이런 자리에서 맞선 보긴 첨 입니다.
더구나.. 그, 그런 복장을 하신 분이랑은.. 어쨌건 반갑습니다! (다시 절을 꾸벅하면)
미라 : (어이없고, 열이 뻗쳐) 장기풍~ 이 자식~
(F . O)
S#48. 사장실.
화이트 보드에 글씨를 쓰며..
기풍 : 현재 퍼시픽 아시아가 갖고 있는 우리 주식 지분은 25%야.
하지만, 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놈들의 지분율은 22.5%로 줄어들지.
달평 :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실 겁니까?
기풍 : (끄덕)
채린 : (고맙다)
기풍 : 우리가 가진 지분도 22%에서 19.8%로 하락해. 거기다 내 지분 9.6%를 더 하면, 29,4%. 놈들 보다 지분이 앞서.
하지만, 양미라는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신우에 주식을 넘기기로 했으니까, 9%가 더 합쳐져서, 신우는 31.5%.
우리 보다, 2.1% 앞서게 돼.
달평 : 근소한 차이네요.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기풍 : 놈들은 마지노선을 45%로 잡고 있어. 어이~ 뚱땡이 아이씨. 백화점 매출이익이 얼마나 돼?
충선 : 어, (서류 보며) 이, 이 번달까지 합치면 40억 흑자야.
기풍 : 송사장. 160억 몽땅 떡 사먹은 거 아니지?
채린 : (끄덕) 그대로 있어.
기풍 : 그럼, 우리들 총알은 200억이야. 놈들은 만오천원에 공개매수를 신청했어. 우린 만육천원으로 신청하는 거야.
달평 : (계산기 두들기며) 이백억을 만육천으로 나누면..
충선 : (기웃대는데)
기풍 : 백이십오만주. 11. 3%야.
달평 : 예. 맞습니다.
채린 : 그럼, 다해서 40. 7% 잖아. 신우그룹이 45%를 매집하면..
기풍 : 나머지 4,3 %에 플러스 알파. 그건 내가 책임진다.
채린 : 당신이 어떻게 그걸 다..(마련할려구)..
기풍 : (O.L) 내가 누군지 벌써 까먹었어? 나 사채업자잖아~
채린 : ...!
기풍 : 이 싸움은 나한테 맡겨! 당신은 백화점 살릴 궁리나 하면 돼.
채린 : (끄덕) 오변호사님.. 역공개매수 신청하세요! 공개매수 가격은 만육천원입니다!
달평 : 알겠습니다.
기풍 : (씨익 웃어주는데)
S#49. 신우그룹 전경.
신팀장E : 삼송이 역공개매수를 신청했다!
S#50. 승우 집무실.
승우 : (예견했다는 듯이) 주당 얼마씩 신청했지?
신팀장 : 만 육천원! 우리보다 천원이 많아.
승우 : 이상하군.. 자금이 충분하지 않을텐데.. 지난 달 삼송백화점 매출 신장률 데이터 뽑고, 삼송이 운용가능한
모든 자본 출처를 알아내! 한별은행에 전화해서, 삼송에 제공한 신규여신에 대해서 압력 넣도록 지시하고,
특히! 사채쪽 감시 게을리 하지 마!
신팀장 : 알았다.
승우 : 임시주총까지 고작 3주 남았어. 45%에서 부족한 지분이 얼마지?
신팀장 : 4.8%!
승우 : 계열사 동원 가능 자금이 얼마나 돼지?
신팀장 : 신우통운하고 신우건설쪽에 자금이 좀 있는데..
승우 : 끌어 와.
신팀장 : 이틀 후, 돌아 올 어음 막을 돈이야.
승우 : 만기연장 시켜!
신팀장 : 승우야.. 이러다가 만에 하나 인수에 실패라도 하면..
승우 : (차갑게 노려본다)
신팀장 : 아, 아니.. 내 말은..
승우 : 그런 일 절대 없어! 형은 시키는대로 일이나 똑바로 진행시켜!
신팀장 : (승우의 기세에 질려) 아, 알았어.
신팀장 나가려고 문 열면, 최회장 들어온다.
승우 : (일어난다) 웬일이십니까?
최회장 : 작전은 잘 진행되가고 있나?
승우 : 걱정 마십시오.
최회장 : (끄덕) 오늘, 저녁이나 함께 하려고 왔다.
승우 : 예?
최회장 : 오늘 일 많은가?
신팀장 : 제가 처리하면 될 문제들입니다. 급한 일은 없습니다.
최회장 : 가자.
승우 : (나가면서) 지시한대로 추진해!
S#51. 레스토랑 안.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는 최회장과 승우.
지배인 별실 문을 열어준다.
S#52. 별실 안.
들어오는 최회장과 승우.
일어나는 승우모와 수인. 그리고 수인부,모.
놀라는 승우.
최회장 : (앞서가며) 어이구~ 이사장님. 벌써 오셨습니까? (악수하며)
수인부 : 제가 좀 성격이 급해서요. 우리 수인이가 십 년 가까이 짝사랑 하던 친구라는 말에, 어디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요.
최회장 : 하하. 그러셨습니까?
수인 : (승우 보고, 가볍게 목례 한다)
승우 : (인사 하지만.. 인상 굳어진다)
최회장 : (승우보고) 인사드려라. 선암재단 이사장님이시다.
승우 : (목례한다)
수인부 : 어이구~ 우리 수인이가 반할만 했구먼. 반가워요. (악수 청한다)
승우 : (악수 받지만, 달갑지 않다)
최회장 : 자~ 자리 하시지요.
수인부 : 그럴까요? (자리 앉는데)
수인 : (승우에게, 낮게) 부담 갖으실 필요 없어요. 어른들께서 벌이신 일이니까..
승우 : ....
S#53. 석철 사무실
자리에 앉는 기풍.
기풍 : 마사장. 지난 번 주식투자해서 번 돈 있지?
석철 : (끄덕) 있어.
기풍 : 얼마야?
석철 : 원금까지 해서, 10억쯤 될 꺼야. 왜, 돈 필요해?
기풍 : (끄덕)
석철 : 그럼 가져다 써.
기풍 : 그걸론 어림도 없어. 동원가능한 자금이 얼마나 돼?
석철 : 글쎄.. 너 만난 후로는 물장사도 접었고, 나이트 기도 세우는 것도 다 풀어줘서, 여기 보증금 정도 밖에 안될꺼야.
기풍 : (푸우~ 한숨을 쉬는데)
석철 : 많이 필요 해?
기풍 : 4.3% 플러스 알파니까, 적어도..70억.
석철 : (놀라며) 칠십억?
기풍 : 그래, 칠십억..
석철 : 그 정돈 아니지만, 돈을 마련할 방법은 있어.
기풍 : 뭔데?
석철 : 요즘 주부도박단 한참 성행이잖아. 거기 열 댓군데 털면, 가능할 수도 있어.
기풍 : 거기 털면, 마사장 무사할 것 같애?
석철 : (미소) 도박단 뒤 봐주는 놈들이랑 몽땅 전쟁 벌어지겠지.
기풍 : 됐어.. (일어나는데)
석철 : 너만 괜찮다면, 우린 괜찮아.
건달1 : 형님 뜻대로 하십쇼. 형님.
기풍 : 아니.. 그런 돈으로 싸우고 싶지 않아. 송사장, 그런 식으로 도와주면.. 내가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 (나가는데)
석철 : 마음 바뀌면 연락해.
기풍 : (씨익 미소 짓고) 맞선은 잘 봤어?
석철 : (넥타이 고쳐매는 시늉하고) 이,이쁘더라..
기풍 : (씨익 웃고) 간다~
S#54. 별실.
식사를 하는 일행들.
승우, 불편하기만 한데..
수인부 : 삼송백화점 인수하신다고 들었는데, 잘 되가십니까?
최회장 : 저야, 이제 곁방 늙은이 신세 아니겠습니까? 우매한 아이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인부 : 별 말씀을요. 저렇게 잘난 아들님 두셨다고, 시위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최회장 : 하하. 그렇게 들렸습니까?
화기 애애한데..수인, 승우 눈치 살핀다.
수인부 : 최회장님. 우리 이렇게 만난 김에, 날짜를 잡는게 어떻겠습니까?
최회장 : 아, 저희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저렇게 어여쁜 영양을 주신다는데, 마달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하.
수인모 : 사부인. 그럼 저희가 날짜를 잡아 볼까요?
승우모 : 예. 언제든지 좋습니다.
승우 :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아버님. 드릴 말씀이..
수인 : (O.L) 제가 말씀 드릴께요. (승우부,모에게) 죄송합니다만, 저흰 아직 준비가 덜 됐습니다.
사람들 보면,
수인 : 승우씨, 인수합병 성공리에 끝내는 날, 그때 날을 잡았으면 합니다.
승우 : (뚝 굳고)
최회장 : (승우모에게) 허허~ 우리 수인양 마음 씀씀이 좀 보게. 속이 꽉 찬게, 승우 저 녀석 복이 터진 모양이야.
승우모 : 그러게요.
수인부 : 수인아, 아빤 벌써 섭섭해질려고 그런다.
웃는 사람들.
수인, 승우 살펴보면.. 승우 굳은 대로 굳어있다.
S#55. 레스토랑 앞. 밤.
화면에 들어오는 승우. 인상 찡그리는데..
수인, 옆화면으로 쓰윽 들어온다.
수인 : 아까 당황스러우셨죠?
승우 : 왜.. 그런 식으로 말했습니까?
수인 : 솔직한 제 심정이니까요.
승우 : 제가 말씀 드렸을텐데요. 전 채린이랑 분명히..
수인 : (O.L) 채린씨.. 만났어요.
승우 : (뚝 굳어 보면)
S#56. 차 안.
운전하고 있는 달평.
기풍 : 야~ 달팽이. 우리가 깔아 둔 돈이 얼마나 되냐?
달평 : 사장님 주식투자한 거 하고, 어음 받은 거 다 해서 한 이 억정도 될 것 같습니다.
기풍 : 현금으로 바꿔서 공개매수 자금으로 넣어!
달평 : 예. 나머지 50억은 어쩌실겁니까? 이제 임시주총도 이제 겨우 삼주 밖에 안 남았습니다. 사장님.
기풍 : 알어, 마~ (갑갑하다)
S#57. 차 안
운전을 하고 있는 승우. 핸드폰을 눌러 보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수인E : 승우씨, 기억에서 놓은 지 오래라더군요.
급하게 차를 돌리는 승우.
S#58. 기풍집. 거실
소파에 앉아, 계산에 열중인 기풍. 한숨이 절로 난다.
채린,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채린 : 잘 되가?
기풍 : (감추며) 꺽정 마셔~ 당신이나 잘 해. (배 만지며) 송사장, 출출한데 우리 라면이나 한 그릇 때릴까?
채린 : 끓여주면~
기풍 : 얼씨구~ 공주 나셨구만~ 공주. 못난이 공주~
채린 : (싫지 않게 노려 보는데)
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돌아보면, 승우다.
기풍 : (굳으며) 당신이 여긴 웬일이야?
채린 : (놀라 보며 일어난다)
승우 : (기풍 무시하고)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채린 : 나가서 얘기하죠. 여긴 당신 같은 사람, 들어 올 데가 아니니까.
기풍 : ....!
S#59. 거리 밤.
싸늘한 얼굴로 서 있는 채린.
승우 : 그렇게 쉽니? 니가 날 그렇게 쉽게 기억속에서 지울 수 있어?
채린 : (표정 없다)
승우 : 내가 그랬잖아! 미워해도 좋다고, 그런 마음으로라도 날 기억에서 놓지 말라고 했잖아!
채린 : 놓지 않았어요.
승우 : 그럼 왜 그런 말을..(한거야 ?)
채린 : (O.L) 내가 놓은 건.. 내가 사랑했던 남자였지.. 내가 무너뜨려야 할 남자는 아니니까!
승우 : 뭐?
채린 : 최승우씨. 당신은 절대로 잊지 않을꺼야! 절대로! (싸늘하게 돌아선다)
승우 : (붙잡으며) 채린아!
채린 : (멈춤도 없이 걸어간다)
승우 : (넋을 잃은 채 보다가, 인상이 굳는다)
S#60. 옥상.
내려다 보는 기풍. 히죽 미소를 짓는다. 샌드백을 툭툭 치면서,
기풍 : 다 줄 수 있어~ 내가 가진 거 다~
미소 띤 얼굴로, 샌드백을 날리는 기풍.
S#61. 승우 방.
침대에 털썩 앉는 승우.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어 던진다.
침대맡에 놓여 있는 채린의 사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승우E :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넌 기필코 내 손으로 데려 온다. (액자의 불을 꺼버린다)
(F. O)
S#62. 승우 집무실
승우 : (들어오며) 삼송백화점 지분 매집상황 보고해!
신팀장 : 기관투자가들 지분 다 흡수하고, 개미군단 일부까지 포함해서 총 45% 매집 끝냈다.
승우 : 삼송쪽 움직임은 파악했어?
신팀장 : 양미라 통해서 알아낸 걸론, 고작 41. 5%야.
승우 : 됐어..
신팀장 : 근데 말야.. 나머지 지분 인수하느라고, 계열사 어음 만기 신청한 거 있잖아.. 은행쪽에서..
승우 : (O.L) 내일이면 끝나! 내일이면..
신팀장 : (더 이상 말 못하고)
S#63. 사장실.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채린과 달평,충선.
채린 : 더 매집할 방법은 없나요?
달평 : 자금이 모두 바닥났습니다.
채린 : (걱정스럽게) 신우랑 얼마가 차이가 나죠 ?
달평 : 신우가 45%를 매집했다고 계산하면, 3.5% 차이가 납니다.
채린 : 기풍씨는요?
S#64. 백부자집. 거실.
무릎을 꿇고 있는 기풍.
백부자 : 싫다!
기풍 : 할마이.
백부자 : 내가 니 놈들 뒷치닥거리 해주는 사람이네? 지난 번 송사장 무릎꿇고 빌때 내 뭐랬네?
기풍 : ..찬비한테 잘 해주라고..
백부자 : 근데! 근데 이 놈아, 니 놈이 어떻게 했네? 눈물 짜게 하는 것도, 부족해서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구.. 이제 와서 뭐 어째?
기풍 : 미안해, 할마이.
백부자 : 내 뭐랬니? 나한텐 백화점 보다 더 소중한 애라고 했지?
기풍 : ..앞으로 잘 할께.
백부자 : 듣기 싫여, 이 놈아. 김집사, 이 놈 날래 내보내라우.
집사 : (다가와 일으키려고 한다)
기풍 : 할마이!
백부자 : (돌아 앉는다)
기풍 : 내가, 내가 어떻게하면 돼? 응? 할마이 시키는대로 할께! (넙죽 엎드리며) 죽으라면 죽을께. 이번이 마지막이야~ 할마이, 응?
백부자 : 니가 왜 백화점에 목숨을 거네? 넌 주식 내다 팔면, 니 원금에 한배 반은 버는 거 아니네?
기풍 : 돈이 문제가 아냐. 그 자식들.. 돈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는 놈들 한텐.. 절대 지고 싶지 않아. 절대!
백부자 : (기풍 결심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럼, 이번엔 정말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갔어?
기풍 : (끄덕) 뭐든지, 할마이가 원하면..할께!
부자 : (삼부 보고)
삼부 : (눈 감으며) 부자, 니 뜻대로 하라.
부자 : 좋아, 내 조건을 제시하갔어. 너, 배추벌레 기억나네?
기풍 : 배추..벌레?
S#65. 백부자집. 앞
걸어나오는 기풍.
집사, 문을 닫으며 기풍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준다.
씁쓸하게 웃는 기풍. 하늘을 보며, 푸우~ 한숨을 쉰다.
S#66. 백부자 정원.
기풍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는 삼부와 부자.
뒷쪽으로 찬비, 걸어오는게 보인다.
삼부 : 바람같은 놈이야. 지 애미 죽고..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건 처음이야..
부자 : 이게 아닌거 알아. 하지만 어쩌누. 난 그 애 핼민데.. 이렇게 라도, 도와줄 수 밖에..
삼부 : (끄덕끄덕, 기풍 방향 보며) 기풍이 저 놈.. 고민이 많갔구만.. (안쓰럽게 본다)
찬비 : 할머니, 기풍이 오빠 왔다 갔어요?
부자 : (돌아보고, 끄덕)
찬비 : (원망스레)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요?
부자 : 다시 올꺼야. 걱정말라우.
S#67. 포장마차. 밤
깡소주를 마시고 있는 기풍. 취했다.
잔을 드는데, 달평 만류하며..
달평 : 그만 하십시오~ 내일 주주총횐데, 이러고 계심 어떡합니까?
기풍 : (손 뿌리치며) 놔, 임마~ (마신다. 잔을 탁 내려 놓으며) 야~ 달팽이.
달평 : 예. 사장님.
기풍 : (히죽 보더니) 너. 내가 누군줄 알아?
달평 : 예?
기풍 : 내가 말야.. 배추벌레였어. 배추벌레.. (기풍의 굳은 얼굴 위로)
부자E : 기래, 배추벌레 말이야.
S#68. 기풍 회상 / 부자 거실.
기풍 : 배추벌레가 왜?
부자 : 이제 내가 니 인생에 배추벌레가 되갔어.
기풍 : ..그럼..?
부자 : 백화점 지분 줄테니까니, 너 평생 찬비 뒷바라지 하라우.
기풍 : ....?
부자 : 찬비가 결혼하자고 하면, 결혼하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하면서, 평생 찬비 곁에 붙어있으란 말이야. 이놈아.
기풍 : 그,그게 무슨 말이야, 할마이? 찬비랑 내가.. (기막혀) 할마이.. 농담 좀 하지 마. 찬비 핏덩이잖아. 동생같은 애라구.
부자 : 니 눈엔 송채린만 여자로 보이지 ?
기풍 : (뜨끔) 하, 할마이..
부자 :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송채린이 살리는 방법이 뭐인지.. 내 얘긴 끝났어. 가보라우.
S#69. 동 포장마차.
기풍 : (잔을 채우는데)
달평 : 그,그럼 그 제안을 받아 들이시겠다는 겁니까?
기풍 : 너라면 어떡하고 싶냐?
달평 : 그,글쎄요..
기풍 : (히죽 웃으며) 야~ 달팽아~
달평 : 예. 사장님.
기풍 : (씁쓸한 표정으로 잔을 들며) 배추벌레가 크면.. 나방이 되는 건가? 이쁜 나비는 될 수 없는 건가?
지가 좋아하는 꽃 찾아 날아가는 이쁜 나비..
달평 : (기풍이 안됐다)
S#70. 기풍집. 밤
와당탕 소리와 함께 술에 취해 들어오는 기풍.
채린, 탁자에서 일어나 기풍을 부축한다.
채린 : 뭐야~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마신 거야?
기풍 : 어~ 송사장~ 이쁜 송사장.
채린 : (긴장하며) 왜? 일이 잘 안됐어?
기풍 : 안되긴~ 쒸~ 너무 잘돼서 마신 거야. 너무 잘 돼서..
채린 : 정말 다행이다.
기풍 : 다행? 다행이지. (부러 밝게) 내가 누구야? 천하무적 사채업자! 피도 눈물도 없는 장기풍 아니냐, 이거야~
채린 : (미소 짓는다)
기풍 : 그래서 말이지~ (품에서 샴페인 꺼내며) 짜잔~ 축하주 한 잔 할라구 이렇게 준비해왔지. 잔이 어딨더라~
채린 : 그만 해. 취했어. 자, 옷 벗고 자. (기풍 소파 정리해 주려는데)
기풍 : (채린을 당겨서 와락 안는다)
채린 : (흠칫 놀라는데)
기풍 : 잠깐만.. 이렇게 잠깐만 있자..
채린 : (심상찮다) 무슨.. 일 있어?
기풍 : 아냐.. 아무일 없어. 아무 일..
채린 : (이러는 거 싫지.. 않다)
기풍 : 송사장.. 당신 말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말야..
백화점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어디 도망가서 살자고 하면. 어떡할래?
채린 : 예전같음 따라갔겠지. 하지만, 이젠 안 그래.
기풍 : ....?
채린 : 나한텐 기풍씨가 있잖아. 든든한 보디가드.
기풍 : (피식 웃지만, 슬프다)
채린 : (다독이며) 자, 그만 해. (기풍의 몸 슬며시 밀치면서 보는데)
기풍 : (채린 얼굴을 물끄러미 본다)
채린 : (보는데)
기풍 : (채린 얼굴 감싸쥐고 키스를 한다)
채린 : (읍읍 거리며, 기풍을 밀친다)
기풍 : (끈질기게 끌어안고)
채린 : 그만 해..! (기풍을 휙 밀친다) 미쳤어, 지금?
기풍 : (와당탕 떨어진다, 히죽 웃으며) 왜~ 어때서 그래? 내가 당신 백화점 살려줬잖아. 그럼 키스 정도는 해줘야 되는 거 아냐?
채린 : (모욕스럽다) 당신.. 정말이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인간이야! (휙 가버린다)
기풍 : (비틀 일어나며.. 쓴 웃음 짓는다)
S#71. 옥 상. 밤
난간에 털썩 앉는 기풍. 밤 하늘을 바라다 본다.
기풍E : 미안해.. 그렇게 라도 기억하고 싶었어. 머리속으로만 그리는 엄마 얼굴.. 이제 기억도 안 나거든..
당신만은.. 내 입술로.. 감촉으로 그렇게 새겨두고 싶었어. 오랫동안..
(F. O)
S#72. 기풍집. 아침
잠들어 있는 채린을 물끄러미 보는 기풍. 밤을 샌 모양이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만져주려다가 만다.
쓸쓸하게 쳐다보는 기풍. 일어난다.
굳은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기풍의 얼굴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