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조상기
오늘도 내 어린 동심은
눈꽃 핀 가지 위에서 떤다
어둑한 종소리에
귀 밝은 내 사랑은
측백나무 그늘에 앉아 있더니
가랑잎 밟고 오던 기억이 아파
바람의 깃을 접어
등피(燈皮)를 닦는다
얼마나 큰 무지개를 잡으면
바람의 뒷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여름내 무성했던
우리들 꽃밭에 가서
동그라미 음계를 그리고 오는
내 새끼 비둘기들이여
오늘도 내 어린 동심은
눈꽃 핀 가지 위에서 떤다.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조상기: 1938년 충북 진천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신년대(新年代)》동인이며 동덕여고 교사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밀림 이야기」「겨울이야기」「일식(日蝕)」「눈 오는 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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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13년 고향에서 보고 들은 것만 생각납니다.
도시의 생활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고향에서 살았던 그때였습니다.
봄이면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를 불렀습니다.
여름이면 개울이나 저주지에서 물놀이를 하였습니다
가을이면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겨울이면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를 흥얼거리며
하얀 꽃이 가득 핀 산을 넘어갔습니다.
모두 하얀 꽃이었습니다.
검둥개 "쭁"은 앞장서서 뛰어갔습니다.
훗날 알았습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해서 좋아서 그랬다는 것을.
강아지는 흑과 백으로만 보이는 까닭이었습니다.
아파트 뒷산에 초록과 연초록이 참 아름답습니다.
평화로운 날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