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부병에 대하여[펌]
어느 난(蘭) 관련 싸이트나 책자에 병해(病害)에 관한 자료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춘란의 병해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술하고 올바른 방제방법을 제시한 자료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의 자료는 외국 서적을 번역하였거나(번역 오류가 많고 원저자 역시 식물병리 전문가가 아닌 것이 많음), 다양한 경로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부정확한 정보를 계속적으로 전파 답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사모의 청구난초병원에서는 앞으로 난초병해에 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파하는 사명을 조금씩 감당해 나가고자 합니다.
난사모님들의 즐란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애란인들이 가장 중요한 병해라고 생각하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연부병(軟腐病)을 시작으로 난에 발생하는 주요병해의 발생생태와 방제대책에 관한 자료를 한가지씩 올리고자 합니다. 난사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을 기대합니다.
□ 연부병(軟腐病)
1. 병명(病名)을 바로 알자.
애란인들이 연부병이라고 부르는 병해의 정확한 병명은 '무름병'이다. 연부병은 일본(한문)식 병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Erwinia carotovora subsp. carotovora에 의해 발생되는 모든 식물병을 '무름병'으로 공식명명하고 '무름병(軟腐病, soft rot)'으로 표기하고 있다. 병원균은 특이하게 식물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여 조직을 물컹하게 연화(軟化)시키므로 무름병(=연부병)이라 부르는데, 병든 조직은 물컹하게 썩고 악취를 풍기는 것이 연부병의 가장 큰 특징이다.
2. 병원균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나?
무름병(軟腐病)균은 어위니아 카로토보라(Erwinia carotovora subsp. carotovora)라는 아주 작은(0.7×2.0㎛) 세균(細菌)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식되며(20분마다 두 배) 임의혐기성(任意嫌氣性)으로 산소가 있거나 없거나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병원성 곰팡이와 같이 직접 식물세포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로 뿌리, 잎, 구경 등에 생긴 상처를 통해서 침입하는데 기공, 수공, 밀선 등의 자연개구(自然開口)를 통해서도 침입 할 수 있다. 다른 병원균과 달기 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고 있는 펙틴과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기 때문에 세포를 물컹하게 썩히며 썩은 조직에서는 악취를 풍기게 된다. 무름병균은 6 ℃에서 38℃ 사이에서 생장하며 생육 최적온도는 28±2℃이다.
3. 병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무름병(軟腐病)은 춘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채소, 화훼, 과일 등 수 백 종의 식물에 발생하며 엽채류, 마늘, 양파, 감자 등에는 수송과 저장 중에도 많이 발생하는데 병원균은 모두 동일하다. 춘란에는 주로 잎의 땅가 부위나 구경에 발생하며 병 발생초기에는 새 촉이 생기를 잃고 물에 데친 것 같은 암록색의 수침상(水沈狀, 물에 데친 것 같이 보임) 반점이 나타나 급격히 진전된다. 고온다습할 때 병반은 잎의 아래 윗 쪽과 구경으로 썩는 부위가 점점 커지면서 포기는 결국 미아라처럼 말라죽는다.
4. 어디서 오고 언제 발생되나?
무름병(軟腐病)균은 토양전염성 세균으로 토양 속에 살며 토양으로부터 오염된다. 따라서, 산채묘나 토양으로부터 난실로 유입된다. 휴면구조(休眠構造)가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 토양이나 공기 중에 살아남는 기간은 매우 짧지만, 뭉쳐져 덩어리가 되거나 난의 조직(물관부=물이 이동하는 통로) 속에서는 수년간 생존하기도 한다.
무름병은 6월 하순부터 9월 사이의 고온다습시(28-30℃)에 주로 발생하며 장마 이후 8월이 발병 최성기이다. 병원균은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번식과 침입이 가능하며 건조에는 매우 약하다. 물 주기를 할 때 물방울과 함께 튀어서 주변의 건전한 난으로 전파되지만 작은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으로 분산될 수도 있다.
5. 병 발생 요인이 무엇인가?
무름병(軟腐病)균은 건전한 조직을 직접 뚫고 침입하지 못하고 주로 상처를 통해 침입하거나 다른 병원균에 의해 이미 감염되어 파괴된 조직을 2 차적으로 침입한다. 따라서, 난이 다른 병원균에 의해 1 차적으로 병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 뿌리의 상처는 산채, 분갈이, 분주 등과 각 종 해충에 의해 생긴다. 생장이 느리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한 난의 뿌리에는 각 종 미소(微少) 곤충들에 의해 구멍이 생긴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해충을 방제해야 무름병(軟腐病) 발생을 막을 수 있다.
6.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① 산채묘에 묻은 흙은 깨끗이 씻어 내고 소독 후 입실시키며 흙이 난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한다.
② 상처를 통해 침입하므로 해충을 철저히 방제하고 한 여름에는 분갈이 분주 등으로 구경이나 뿌리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③ 1차적으로 다른 곰팡이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④ 여름에는 질소질 비료 과용을 피하고 영양을 고르게 공급한다. 질소질 비료를 과용하게 되면 난의 조직 속에는 수분함량이 많아지고 연약하게 자라므로 각 종 병해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고온기에는 난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구성하는 칼슘성분이 체내로 잘 흡수이행 되지 않아 조직이 연약하게 되고 칼슘 부족으로 잎 끝이 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므로 액상 칼슘을 2회 정도 엽면 시비한다.
⑤ 수분(水分)과 무름병(軟腐病) 발생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물을 자주 주더라도 물기가 난의 표면에 오래 머물지 않고 빨리 마르도록 해 주어야 하므로 밀식을 피하고 통풍과 배수가 잘되게 한다.
⑥ 무름병(軟腐病)이 발생한 화분은 즉시 난대에서 격리시키고 병 증상이 이미 외부로 나타난 촉은 즉시 분리하여 불에 태워 없앤다.
7. 어떻게 방제할 것인가?
무름병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무름병과 같은 세균병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우수한 농약이 많이 개발되어 않으며 식물은 동물과 같은 순환계가 없기 때문에 농약이 식물체내로 분산 이행되지도 못한다. 모든 세균병의 방제전문 농약은 항생제(마이신류)와 구리를 포함한 동제(銅製)이다. 하지만, 항생제와 동제는 약해 발생의 우려가 높은 것이 단점이며 난 무름병(軟腐病) 방제 전문으로 등록된 농약은 없다. 춘란 무름병(軟腐病) 방제를 위해서 '바리문'(=아문다, 용마루, 한우물)과 '일품'을 추천할 수 있다. '일품'은 배추, 고추, 담배에 발생하는 '무름병', '반점세균병', '줄기속마름병' 등의 세균병 방제 전문농약으로 마이신이 아니기 때문에 약해의 우려가 낮고 침투이행성으로 치료효과도 조금은 기대할 수 있으며, '바리문'은 곰팡이에 의한 벼잎짚무늬마름병(문고병) 방제 전문농약이면서 배추, 복숭아, 감자에 발생하는 각 종 세균병 방제 전문농약으로도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곰팡이병과 무름병을 동시에 방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 농약 사용 방법은?
① 희석농도: 1000-2000배 희석(등록 작물에는 1000배 희석으로 되어 있음)
② 살포간격: 7-10일 간격으로 2-3회 연속 방제
③ 살포시기: 병이 발생되기 전부터(장마기 전후)
④ 살포방법: 맑은 날 오전에 물을 흠뻑 준 뒤 고압분무기로 잎의 앞뒷면과 뿌리가 흠뻑 젖을 수 있도록 충분히 골고루 살포한다.
위에 언급한 농약들이 춘란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약해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으므로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9. 무름병(軟腐病)에 대한 고찰
많은 애란인들은 4월 이후 새 촉의 땅가 부분부터 잎이 검붉게 썩고 쉽게 뽑히는 증상이나 고온다습한 여름철 난의 땅가 부위 잎부터 갑자기 혹은 서서히 검붉게 썩고 말라죽는 것을 무름병(軟腐病)이라고 오인한다. 지금까지 애란인들 스스로가 무름병(軟腐病)이라고 진단하여 청구에게 보낸 난은 모두 다른 병이었으며 무름병(軟腐病)으로 죽은 난은 단 한 분도 없었다. 많은 애란인들이 무름병(軟腐病)만 잡을 수 있다면 난을 재배하는데 아무 걱정이 없겠다고 하는 그 흔한 병을 왜 아직 한번도 보질 못했을까? 물론, 호접란이나 덴파레 등 잎이 넓고 엽육질이 두터운 서양란에서는 무름병(軟腐病) 발생이 흔하고 많이 보아왔다.
춘란에 무름병(軟腐病)이 발생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름병(軟腐病)은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춘란에 흔히 대 발생하는 병해가 아니다. 왜냐하면, 무름병(軟腐病)은 난과 유연관계가 가까운 화본(벼)과 작물에는 거의 발생되지 않고 배추, 상추, 양파 등 엽육이 두껍고 육즙이 풍부한 연약한 식물조직에 주로 발생하며 상처가 없이는 식물체를 침입하거나 병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뿌리에 각 종 해충에 의해 상처가 많이 생겨 있거나 다른 병원균으로 인해 뿌리와 구경 조직들이 많이 파괴된 상태의 춘란에서는 가끔 무름병(軟腐病)균이 분리되기도 하지만 이는 주원인(primary cause)이 아니며 이미 병든 조직을 더욱 빨리 부패시키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무름병(軟腐病)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해충을 먼저 방제해야하고 다른 병해부터 먼저 방제해야 한다. 청구는 난을 배양하면서 무름병(軟腐病)에 대한 염려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으며 무더운 여름철에 광범위 소독제로 1-2회 난을 소독할 뿐이다. 혹시, 무름병균이 관수시 수돗물로 오염되지 않을 까 염려하실 수도 있으나 이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