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실험정신을 발휘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저의 실험정신은 늘 하늘을 찌르니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다행히 준이가 아주 안정모드라서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정신과약물 약발은 딱 3개월이었던 듯, 준이에게 적용해보았던 경기약과 우울증치료제 SSRI 중에서 우울증 약물의 반작용이 심화된다 싶을 때 딱 중단하고 원래 그 역할을 해주던 세인트존스워트로 돌리자 과거보다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감정기복과 공격성도 말끔히 사라지자 처음으로, 정말 처음같은 느낌이 드는데, 준이에게서 희미하게나마 제게 애착을 드러내는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긴 세월 그리도 투명인간 대하듯 하더니 저라는 존재감이 서서히 의식되는 듯, 그런 유대감의 느낌을 보여줍니다. 뭐하나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는 듯 늘 고통은 선물을 남기곤 합니다.
근래의 취미생활이 된 4, 5, 6잎 클로버 발굴과 말리고 코팅하는 작업에 푹 빠지면서, 제 마음은 시들고 상처입고 볼품없어진 네잎클로버에도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대하듯, 그들의 상처와 볼품없음을 복원하고 더 멋지게 만들어 주고자하는 마음가득! 색도 입혀보고 클로버의 한 종류인 자운영을 그대로 말려 함께 조화를 해보기도 하고...
이제 '글쓰기'에 이어 '4잎클로버들과 놀기'라는 즐거운 취미가 하나 추가되었으니 제주도가 준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이 취미는 눈과 손을 부지런히 놀리게하니, 특히 손을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써야하는 작업이라 노년 건강에 딱인듯 합니다. 자연이 준 선물이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클로버 박사될 날 멀지 않은 듯 합니다.
한달살이 예정으로 머물던 부부는 어제 서둘러서 원래 날짜보다 앞당겨 떠나버리고... 요즘 핫한 분야의 대학교수이고 성격도 좋지만, 손님과 주인으로 만난 관계라 그런지 뭔가를 요구할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은 상처받기 쉬운 제 성격 탓입니다. 아내가 결벽증이 있는 듯, 하루 세탁기를 두 번이상 돌려대는 통에, 그녀의 세탁시간에 지장을 주지않고 살짝 세탁기 돌리느라 짬짬 시간이 더 분주했습니다.
해방이다! 싶지만 금요일부터 제주도에 오는 태균아빠 수발이 묵직하게 추가되니 이것도 현명하게 상처받지 않게 잘 다스릴 일입니다. 인간관계란 끊임없는 상처주고받기의 단련이니, 이런 현실에서 태균이는 제게 얼마나 보배인지요! 상처를 아물게해주는 치료제이자 한없는 위로제입니다. 희미하게나마 추상세계의 개념들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세상을 보고 대하는 폼새가 더 세련되어지는 듯해 그것도 보기좋습니다.
요즘은 하원차량을 집으로 오지않게 하고 아예 수산한못에 내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준이도 어쩔 수 없이 수산한못 세바퀴돌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제가 기다리지 않고 둘이서 알아서 하라는 방식으로 했더니 더 열심히 합니다.
제가 해주어야 하는 일은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 '이렇게하니 좋은 보상이 따라오네' 라는 인식은 그 행동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훌륭한 대책이기에 준이를 위해서라도 일부러 뒤늦게 나타나서 보상물을 줍니다.
오늘부터 제주도는 장마비 시작이라는데 장마철 시작 전, 서서히 한라산으로 손을 뻗듯 다가오는 구름들이 한라산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이런 풍경이 있어 더욱 감사하고 행복한 또다른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수산한못에서의 하차는 정말 굿 아이디어입니다.
준이는 정말 운동이 필수처럼 보이거든요.
뭐니 뭐니 해도 태균씨의 발전이 가장 기쁩니다. 희망을 갖게 하니까요. 추상 영역에 조금이라도 접근이 되고 감각이 싹트기 시작한다는게 얼마나 큰건지 우리 부모들만이 아는 거조.
클로바 작업과 장마철 이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