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개 메아리
보조개는 볼과 조개가 합해져 생긴 말이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도 볼조개가 실려 있다. 볼조개의 ㄹ이 탈락하여 보조개가 된 것이다. ㄷ,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일반적인 현상이 적용된 것이다. 훈몽자회에도 頰(협) 자를 풀이하여 ‘보조개 협’이라 적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볼우물이란 말이 보조개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다. 볼우물이 순수한 고유어로 되어 있고, 또 언어란 게 원래 세력을 얻으면 자리를 굳히기 마련이니, 쓰는 것을 굳이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이 볼우물이란 말은 일본어 에쿠보(えくぽ, 笑窪)의 직역으로, 근자에 생겨난 말임을 알고나 써야겠다. 에쿠보(笑窪)는 글자 그대로, 웃을 때 생기는 움푹 파인 곳이란 뜻이다. 이로 보면 보조개가 볼우물보다 더 참한 말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일본말을 우리말로 껍데기만 바꾼 말은 의외로 많다. ‘도토리 키 재기’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도 그러한 예이다. 주식투자를 크게 하는 사람을 가리켜 ‘큰손’이라 하는 것이나, 젖을 가리키는 아이 말인 ‘찌찌’도 다 일본말을 가져와 형식만 바꾸어 쓰고 있는 것이다.
메아리는 ‘뫼사리>뫼리>뫼아리>메아리’로 변한 말이다. 국어 음운 변화 법칙인 ㅅ>ㅿ>ㅇ의 변화 과정을 적용하면, 뫼리의 이전 형태는 뫼사리로 재구할 수 있겠다. 뫼는 산의 고유어요, 사리는 사뢰다와 관련지을 수 있다.
옛 편지글에서 윗사람에게 사뢴다는 뜻으로 쓰인 상사리[上白是]란 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러므로 메아리는 산이 사뢰는 소리라는 뜻을 머금고 있는 예쁜 우리말이다.
그런데 근자에는 메아리보다 산울림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는 듯하다. ‘산울림’이라는 동아리나 상호를 주위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울림도 예쁜 말이기는 하지만, 이 말은 일본어를 직역한 말이라는 것쯤은 알고 써야겠다. 일본어의 야마나리(やまなり, 山鳴リ)를 글자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이 말은 글자 그대로 산이 운다는 뜻인데 화산의 분화 따위로 인한 산울림을 말한다. 일본은 화산, 지진이 많아서 산이 울리는 소리가 잦아, 이를 산울림이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듯, 우리말의 메아리와 일본어의 산울림은 전혀 다른 것이다. 종전에는 쓰이지 않던 이 말이, 일제침략기 때 나온 조선어사전에 실려 있음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니 메아리가 산울림보다는 더 결이 고운 말임을 알고 쓰는 것이 좋겠다.
능선(稜線)은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을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산등성, 산등성이로 순화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능선의 지점을 가리리킬 때 칠부 능선, 팔부 능선, 구부 능선이란 말을 자주 쓰는 것을 본다. 이때의 ‘부’는 ‘분(分)’의 일본음이다. 하도 오래 입에 익어 무심코 쓰고 있으나, 이는 반드시 고쳐 써야 할 말이다.
분은 시간, 각도, 경위도 등의 단위로 1/60을 나타내거나, 1할의 1/10을 가리키는 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순 고유어로는 푼이다. 시간, 각도, 경위도 등의 단위로 쓸 때는 분으로 굳어져 쓰이며, 그 밖에는 분과 푼을 함께 쓸 수 있다.
그러므로 팔부 능선은 일본식 말이기에, 팔분 능선 혹은 팔 푼 능선으로 바꾸어 써야 한다. 칠부 바지, 3부 이자, 5부짜리 다이아몬드 등도 전부 일본식 말이므로 위와 같이 바꾸어 쓰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