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해상 국경선인 NLL
해병대가 끝까지 사수한다
글 : 공정식 해병대전략연구소 이사장 (前 해병대사령관)
▷ 대한민국 NLL은 현실적 해상 국경선
국치(國恥) 100년, 광복 65년, 6·25전쟁 60년, 4·19의거 50년이 지난 2010년도 지나고 새해 2011년 신묘년으로 전기를 맞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통적 이상과 염원이 있다면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분단된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일이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조국이 우리 세대에 와서 분단되었으니 그 원인이야 어쨌든 우리는 다시 하나로 통일해야 할 책임과 사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소망과 염원만으로 통일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한 해도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사일을 수 차례 발사하는 동시에 “어떤 사소한 적대행위도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침해로 낙인하고 즉시적이고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것”이라고 협박하였다.
북한은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이전인 2010년 1월 27, 28일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방에 포 사격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해병대도 즉각 ‘경고사격’을 했다.
휴전선의 해상연장선인 NLL은 엄연한 현실적 국경선으로서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일관성 있게 국권을 행사해 왔으며, 북한도이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반영한 이상, 대한민국의 정당한 영역으로 응고(凝固)되어온 것은 기정사실이다. 북한의 ‘NLL이 휴전협정 조항에 포함되지 않은, UNC(유엔군사령부)가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한 잠정선임으로 무효’라는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북한이 NLL을 부정한다 해도 분명한 사실은 NLL이 1953년 8월 30일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이후 남북간에 지난 50여 년간 지켜져 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다.
최근 서해 연평도 포격 사건과 NLL을 겨냥한 북한의 해안포 도발은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도서의 군사적 가치를 재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백령도와 연평도를 지키는 해병대의 전력을 증강 배치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혹만 하나 더 붙이는 격이 되었다.
▷ 서해도서 국가전략 전진기지(前進基地)
서해 5도 중에서 특히 백령도와 연평도는 북한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는 떠있는 불침 전함이다. 적에게 목 앞에 비수(匕首)를 겨누고 눈에 박힌 가시와 같다. 백령도와 연평도는 북한이 수도권 서쪽으로 침투하는 진입로가 되기 때문에 서해 도서의 전략적 가치는 중요하다.
서해 도서와 NLL을 양보하면, 우리 인구의 과반수와 국가전략 자원의 태반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 대한 전수방어가 불가능해진다. 서울 서측방 한강하구가 적의 해상 접근에 완전히 노출되어 거대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및 평택 항만 시설이 북한의 테러 표적으로서 언제 마비될지 모르는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
휴전 후 반세기 이상 서해 6도와 강화도 및 그 서측방 섬들과 김포반도를 적의 침공위협으로부터 지켜온 해병대와 해군 부대들의 국방안보의지를 고취시키고 이곳 도서에서 국군을 믿고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줌이 국가가 할 일이다.
특히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최북단 영토인 백령도는 천혜의 전략도서로서 6·25전쟁시에도 지켜낸 해병대와 해·공군의 전진기지이며 불침항모의 역할을 해온 요새진지인 것이다.
일단 유사시 이곳에서 적도(敵都) 평양의 관문인 남포항까지 최단시간 내에 신속대응군 해병대가 수평, 수직, 그리고 초수평 상륙수단으로 강압 진공(進攻)작전을 감행한다면, 제2의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전략적 전술적 효과의 극대화가 성취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백령도는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해변 천연활주로가 있어 작전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6·25전쟁 3년여의 엄청난 피의 대가로 얻은 우리 영토는 황해도의 옥토를 잃고 강원도 산악의 3,900 ㎢를 더 차지한 것에 불과했다.
만약 북한이 설정한 해상경계선대로 NLL을 양보한다면, 서해 6도를 포함한 많은 섬들과 해역 및 황금어장 수만㎢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6·25전에 우리 영토였던 개성 및 옹진반도에서 피난해 온 실향민들이 북한에 빼앗긴 고향땅을 생각하면서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11·23 연평도 포격도발
북한이 이번에는 물 밑에 숨어서 공격한 것이 아니고 대낮에 보란 듯이 해병부대와 민간인 주거지역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전시에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불법이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온 것은 오후 2시 34분쯤이었다.
연평도 북쪽 10㎞ 안팎 거리의 북측 무도와 내륙인 개머리 해안포 인근 진지 등에서 해안포와 곡사포가 불을 뿜었고 곧이어 연평도 곳곳에 소나기 포탄이 떨어졌다. 북한군의 1차 포 공격은 오후 2시 34분부터 55분까지 21분간 계속됐다.
초기 피격 때에 우리 K-9 자주포 2문이 피해를 입었다. 1문은 적 포탄에 직접 맞았지만 다행히 불발탄이었고 또 1문은 포 왼쪽 4m지점에 떨어진 파편이 포를 때리면서 불이 붙었다. 사격통제장치가 고장이 나자 포대안에 있던 통신병이 유선복구장비를 들고 뛰쳐나갔다. 100여m를 뛰어가 불붙은 자주포에 케이블을 연결했고 유선통신 재개로 지시를 받을 수 있었다. 최초 포격을 받은 지 불과 13분 만의 반격이었다. 북한의 2차 포격이 시작된 직후인 오후 3시12분 막사 옆 발전기가 고장났다. 정전으로 지하 벙커 지휘소에 있던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주포에 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게 불가능해졌다. 이때 해병 한 명이 북한군의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20여m를 뛰어가 외부에 설치됐던 발전기를 고치고 돌아왔다. 포대 내부의 포탄 조립 공간과 자주포까지는 10여m 정도였지만 파편이라도 튀어 자주포 포탄을 건드리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연평부대 제7포병 중대장 김정수 대위의 활약이 빛난다. 또 포탄에 찧어 발가락 한 개가 골절된 채로 해병들과 함께 포탄을 나르던 정비담당 상사, 그리고 의연한 해병 포병 ‘해포’들의 무용담이 지난 2010년 12월 15일 국방일보에 소개됐다.
1차 소나기 공격 이후 간간이 포를 쏘던 북한군은 오후 3시 10분 또다시 일제 공격을 가해왔다. 이번 공격은 3시 41분까지 31분이나 계속됐다. 이에 맞서 해병연평부대의 K-9 자주포도 무도와 개머리 진지를 향해 번갈아 가면서 불을 뿜었다.
이러한 해병포병들의 모습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촬영한 정훈 사진부사관의 용기로 영상화되었다. 혹시나 발생할지도 몰랐던 연평도에 대한 양치기소년의 늑대 우화(寓話)와 같은 오해(誤解)를 잠재운 압권이었다.
중국 신화사 통신까지도 이 사진 하나로 모든 걸 전 세계에 전파했다.
“눈길을 뗄 수 없는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자욱한 포연 속에서 처참히 불타오르는 연평도. 화염이 치솟는 K-9 자주포 위에서 대응포격에 나서는 해병대원 모습도 인상적이다. 더할 나위 없이 절박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기가 막히게 포착한 사진들이다. 많은 현대전이 사진 한 장으로 승부가 갈렸다. 태평양전쟁도 마찬가지다. 1945년 2월 이오지마(硫黃島)에 성조기가 솟아올랐다. 미 해병대원들은 2만여 명의 희생을 딛고 수라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 깃발을 꽂았다. 이 사진은 미국민의 가슴을 흔들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쟁의 종식을 알렸다.”고 한 언론매체가 극찬했다.
▷ 국민들은 우리 군을 믿는다-국군들의 격려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은 대북 규탄과 응징(膺懲)이라는 여론을 비등(飛騰)시켰으며 국군 장병들도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필자는 여러 보도에서 많이 개진되었기에 그중 몇 가지만 간추려 보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평도처럼 고립된 섬의 우리 해병대는 북의 집중포격만으로도 자칫 무력화될 수 있기에 공군 전투기와 해군 함대가 북의 진지를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려면 국민의 힘을 한 곳에 모아 안보태세를 강화하며 전쟁도 감수하여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해병대에 대한 국군 전우들의 격려와 응원이 메아리쳤다. 육군35사단 신창대 중령은 연평도 기습적인 포격도발에 당당하게 맞서는 강한 해병대의 진면모를 격려했다. 폭염(暴炎)과 포성의 공포감도 있었을 텐데 차분하게 포차의 해치 뚜껑을 열고 들어가 대응사격을 한 것은 진정 애국애족의 정신을 실천한 것이라고 칭찬하면서 “오늘도 나는 두 주먹 불끈 쥐고 전투화 끈을 고쳐 맨다.” 고 썼다.
해군1함대 김시정 소령은 ‘한 장의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라는 장병문예에서 포탄 파편이 튀고 불길이 번지는 사진에 대해 그 메시지를 정리했다. 첫째, 뜨거운 불길에도 K-9 대응포격 준비에 나서는 해병의 모습에서 ‘영원한 해병’인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천안함 폭침 이후 이번엔 우리 영토를 포격한 비양심적인 북한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서해 5도 분쟁은 국가 존망(存亡)의 문제
북한은 앞으로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등 서해 5도를 북한의 트집과 도발로 국제분쟁 지역화를 획책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NLL을 무효화하고 서해 5도를 공동(空洞)화시킨다는 전략과 연동될 것이다.
서해 5도 분쟁은 서해라는 한 개 해역(海域)이나 방어하고 있는 해병대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므로 서해 5도 방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해병대의 장비와 병력을 우선적, 획기적으로 증강하여 전력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해병대가 신속대응군이 되어야 한다는 선진화추진위의 시의적절한 건의는 즉각 실천되어야 한다. 이에 덧붙여 해병대가 하늘과 땅,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우선 공지기동전략부대로 재창설하여 ‘앉은뱅이 해병대에 날개’를 달아 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군은 북한이 어떤 형태로 언제 어디서 도발을 하든지 그 원점(原點)을 타격해 근원을 제거해야만 재도발을 막을 수 있다.
진정한 평화는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농락하는 세력에 대해 희생을 불사하고 단호하게 맞설 때 얻어질 수 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아울러 향후 어떠한 전장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해병대에 대한 해군과 공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방개혁과 군 사기앙양에 대통령의 고뇌(苦惱)어린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야만 외부조건이 어찌되었건 서해도서에 뼈를 묻는다는 국민의 군대, 해병대 장병들의 결의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출처 : '해병대' 제38호, 해병대사령부, 2011년 3월
[출처] 현실적 해상 국경선인 NLL, 해병대가 끝까지 사수한다 (대한민국 해병대 연구 Republic Of Korea Marine Corps RESEARCH) |작성자 트로이반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