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최근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눈에 띌 것이다. 그것은 <앤트맨과 와스프>와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이다.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현대자동차가 스폰서를 해 벨로스터가 마블의 히어로들과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면, 개봉이 임박한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은 늘 이 시리즈에서 그래왔듯 BMW가 스폰서를 하며 ‘톰 아저씨’의 화려한 액션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건 BMW와 현대자동차의 영화를 통해 벌어진 마케팅 대결이다. 영화 담당기자가 아닌 자동차 담당기자를 나란히 초대해 시사회를 가졌던 것. 두 회사는 영화를 통해 어떤 성과들을 가져갈 수 있을까.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이야기를 나눴다.
강희수(이하 강) : 요즘 눈길 끄는 TV 광고가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와 경찰차가 교통신호 정지선에 나란히 서 있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엔진 배기음이 들린다. 경찰이 ‘치기 어린 도전’으로 여기고 벨로스터 운전자를 째려 보자 운전자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그 사이 양 차 사이에 있는 벨로스터 미니어처로 포커스가 옮겨지고, 작지만 강한 ‘벨로스터’의 질주장면과 함께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영상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앤트맨과 와스프 7월초 대개봉’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정덕현(이하 정) : 사실 그 광고를 보고 “저게 뭐지?” 했다. 벨로스터가 등장하기에 그저 광고 콘셉트로 <앤트맨과 와스프>의 캐릭터를 일회적으로 쓴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글로벌 시대이긴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현대자동차가 등장한다는 건 아직까지 상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알았다. 이 광고가 영화와 아예 연계를 갖고 협업을 했다는 걸 말이다.
강 : 이 광고는 이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저 영상의 광고주는 누굴까? 현대자동차일까, 영화사일까? 정답은 현대차였다. 이쯤 되면 영화사와 자동차 협찬사의 환상적 협업 케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광고가 자동차 CF이고, 자동차 CF가 곧 영화 광고가 됐으니 말이다.
정 : 애국심이 그리 강한 사람도 아닌데 영화를 보면서 내심 뿌듯했다.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물 그것도 마블 영화에 벨로스터가 종횡무진 달리고, 코나나 싼타페 같은 차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런데 더 좋았던 건 벨로스터가 가진 스포츠카의 외형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에 들어가서도 전혀 이물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최근 슈퍼히어로물로서는 보기 드문 가족영화의 훈훈함까지 담고 있어 정서적으로도 우리 관객의 마음을 잡아당긴 면이 있다.
강 : 마블사의 히어로 액션영화 <앤트맨과 와스프>가 흥행 대박을 터트리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현대자동차 라인업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모두 3대의 현대차가 ‘출연’한다. 소형 SUV ‘코나’와 ‘싼타페’, 그리고 앤트맨카 ‘벨로스터’다. ‘코나’는 영화의 첫 장면, 엄마와 딸이 이별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평화롭게 등장한다. 싼타페와 벨로스터는 스릴 넘치는 액션 영화에서 왜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두 주인공 앤트맨, 와스프가 만나는 장면에 등장해 아찔한 속도감을 자랑한다. 벨로스터 앤트맨카는 이 영화의 코믹 담당 루이스가 모는데, 특유의 장난기 어린 표정과 함께 벨로스터 N에 ‘코너링의 악동’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를 확인시킨다. 벨로스터의 고성능 버전인 ‘벨로스터 N’을 개발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시험-고성능차 담당 사장은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코너링 악당(Corner Rascal)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차의 주행 밸런스를 자랑했다.
정 : 현재 이 영화는 500만 관객를 돌파할 만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데 나는 벨로스터도 그 흥행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가 외제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빠져 있는데다, 그 차를 갖고 하는 액션이 너무나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어서다. 물론 한국 영화 관객들이 가진 마블에 대한 관심을 마블 측에서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선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들어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시장을 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우선적으로 개봉을 한다거나 직접 주인공 배우들이 내한해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일 같은 게 당연한 영화개봉의 통과의례처럼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현대차의 등장은 그런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강 : 그런데 때마침 BMW도 명불허전의 액션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대표 차종을 협찬해 의도치 않게 ‘장외 대결’을 펼치게 됐다. 2011년 개봉작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부터 차를 제공하기 시작한 BMW그룹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을 대거 투입시켰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는 BMW ‘뉴 M5’와 7시리즈, 그리고 BMW 바이크 브랜드인 모토라드의 ‘R nineT 스크램블러’가 등장한다. 또한 1986년식 5시리즈도 나와 눈길을 끄는데, 30년이 지나도 디자인 감각이 뒤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쌩쌩 잘 달린다고 강변한다. 이 차는 6세대까지 진화한 M5의 원형이 되는 모델이라 특별히 선택 된 것으로 보인다는 BMW코리아 관계자의 설명도 있었다.
정 :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위해 한국을 사랑하는 톰 아저씨 톰 크루즈도 내한했다. 공항에 들어오면서부터 큰 화제가 될 정도로 톰 크루즈에 대한 우리 대중들의 반응은 대부분 호감 일색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런닝맨>에 톰 크루즈가 출연한다고 한다. 톰 크루즈와 유재석의 만남이 이색적이면서도 훈훈했다.
강 : 재미있는 것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와 BMW코리아의 마케팅이다. 개봉을 앞두고 영화사에서 영화 담당 기자들을 불러 시사회를 갖는 일은 예사로운데, 이번 두 영화는 현대자동차와 BMW코리아가 영화 담당이 아닌,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불러 따로 시사회를 가졌다. 특히 BMW코리아는 시사를 앞두고 영화와 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와 BMW 코리아 상품 담당자들을 내세워 토크쇼 형식의 사전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정 : 사실 시사회를 잘 가지 않아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못 봤는데 강 기자가 이 영화까지 아울러서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조금 놀랐다. 언제 시사회까지 챙겼지 했는데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위한 시사회가 있었던 걸 몰랐다. 이젠 그런 시사회 있으면 나도 불러주도록(웃음).
강 :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앤트맨과 와스프>를 통해 두 회사가 밀고 있는 차종도 재미있다. BMW는 당연히 ‘뉴 M5’다. BMW의 ‘M’은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처럼 고성능 라인업을 의미하는 알파벳이다. ‘뉴 M5’는 8기통(V8) 트윈터보 엔진으로 608마력을 뿜어내는 ‘머신’이다. 제로백은 3.4초면 충분하다.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표출 되는 강력한 퍼포먼스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추구하는 액션과 안성맞춤이다. 지난 5월 국내에도 출시(1억 4,510만 원)된 ‘뉴 M5’는 M 모델 최초로 사륜구동 시스템(xDrive)도 채택해 후륜, 사륜, 사륜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전 세대는 후륜구동이었다. 현대차는 <앤트맨과 와스프>를 통해 ‘N’ 브랜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현대차 글로벌 R&D센터가 있는 남양연구소의 ‘남양(Namyang)’과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주행코스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 서킷’에서 첫 글자 ‘N’을 따왔다고 현대차는 작명의 배경을 설명한다. 해석하자면 남양에서 태어나 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 된 차라는 의미가 된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N은 당장 BMW의 M이 연상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 : M과 N의 대결이라니 뭔가 대단히 있어 보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보는 입장에서는 자동차 회사에서 이렇게 영화와의 브랜드 협업을 이제는 글로벌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 차도 해외의 콘텐츠 속에서 잘 어울릴 정도로 세련되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 : 어쨌거나 ‘벨로스터 N’은 결코 국수적이지 않은 자동차 기자들에게도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 준 차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N 전용 6단 수동 변속기, 고성능 브레이크를 장착해 별도의 튜닝 없이 바로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 됐는데,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f.m 이상의 주행감이 느껴진다. 수동 변속기는 왕왕거리는 배기음과 함께 스포츠 주행의 쫄깃한 맛을 내는 천연의 재료다. 고성능 라인업의 빠른 정착을 위해 가격을 2,965만 원으로 책정한 점도 꽤나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