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통일백서 1992년.

[조돌쇠]

한반도에 두개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이전부터 북한은 '민주기지론'을 내걸고 전한반도를 무력으로 적화통일하기 위하여 인민군을 창설하는등 군대의 조직과 강화에 착수하였다. 한편 남한은 건국초기 정치적 혼란과 빈약한 경제상태,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 그리고 좌익세력과 책동으로 군대를 창설하고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북한이 무력적화통일을 위한 준비를 갖추어 나가는 가운데 1950년 1월 12일 에치슨 미국무장관은 한반도를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하는 '에치슨라인'을 발표함으로써 북한은 무력남침의 의지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북한은 남침을 불과 며칠 앞두고 '평화통일호소문'을 발표한다거나 조만식선생과 남노당총책 이주하·김삼룡의 교환을 제의하는 등 일련의 위장평화공세를 전개함으로써 남한의 경계심을 약화시키고 남침의도를 은폐하고자 했다.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38선 전역에 걸쳐 일제히 기습공격을 감행함으로써 3년간의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되었으며, 6·25전쟁 발발 사흘만에 북한군은 서울을 점령하고 계속 남진하였다. 유엔은 1950년 6월 27일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하여 북한의 남침을 유엔헌장을 위배한 '평화의 파괴행위'로 규정하고 적대행위의 중지와 38선 이북으로의 철수를 명령하였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국제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군사적 제재를 가할 것임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의 결의를 무시하고 공격행위를 계속함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이 유엔군을 구성·파견하고 유엔군은 한국군과 연합하여 동년 10월말 압록강까지 진격하였다. 그러나 10월말이후 1백만이 넘는 중공군이 개입하기 시작함으로써 6·25전쟁은 더욱 국제화되었고 약 2년반 동안 막대한 소모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951년 7월 10일부터 휴전협상이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체결하게 됨으로써 일단 정전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다.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 또는 '정의의 전쟁'이라고 합리화 하려고 하나, 이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민족적 비극을 가져왔다. 6·25전쟁은 남북한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철저히 파괴하고 전국토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남북한을 합쳐 500만 이상의 인명피해를 초래하였다. 또한 6·25전쟁을 계기로 300만 이상의 북한주민이 남으로 넘어오게 됨으로써 전쟁이전의 월남자와 북으로 납치된 사람을 포함하여 실로 1천만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이 생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6·25전쟁은 민족내부에서 증오와 갈등을 유발하여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의식을 파괴하였으며, 남북한간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이에 따른 군비경쟁을 야기함으로써 한반도에 전체적인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대, 민족전체의 발전과 번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6·25전쟁은 남북한내에서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평화통일론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남북한간에 평화통일논의가 다시 재현되기까지에는 한세대의 시일을 필요로 하였다.

한편 휴전협정 제4조 제60항에는 휴전협정 발효후 3개월 이내에 외국군의 철수와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참전 각국의 정부대표가 참가하는 정치회의를 개최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1954년 4월 26일 우리나라와 유엔군측 참전 16개국 및 소련·중국·북한의 정부대표가 참가하는 정치회담이 제네바에서 열렸으나 아무 결실을 맺지 못한채 1954년 6월 15일 회담이 결렬되었다.

유엔군측 참전 16개국은 '참전 16개국 선언'을 발표하여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유엔에서 다루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유엔군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이 이루어져 전쟁재발의 위험이 없어질 때까지 한반도에 잔류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로써 우리 민족은 6·25전쟁의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도 분단을 청산하지 못했으며 단지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분단과 6·25전쟁을 거치며 남북한은 철저히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서로 다른 발전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남한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보장되고 선거제도에 의해 국민대표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의회주의와 법치주의, 다원주의를 원리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정치이념으로 채택하였다. 우리 역사이래 최초로 갖게된 민주정치의 경험과 북한의 남침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생존, 그리고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근대화 과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기본적으로는 개방사회를 부정하지 않았고 자유민주이념을 근간으로 하였다.
그리하여 80년대부터는 성숙된 국민의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민주정치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하였으며 오늘날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과 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혀 가고 있으며 정치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공산주의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일당독재체제를 구축해 왔다. 노동당이 국가기관과 각종 정치조직을 지도하고 통제하며 사회활동의 전영역에 당의 영향력이 침투되도록 하였다. 또한 북한은 유일 이데올로기에 입각하여 사회활동의 모든 영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이에 방해가 되는 민족진영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한 것을 비롯하여 남로당계에 대한 숙청, 연안파와 소련파, 그리고 1960년대 후반에는 갑산파와 군부에 대한 숙청을 차례로 단행하였다.
이리하여 북한은 김일성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주체사상을 정립하기 시작하였으며 1967년부터는 "주체사상은 모든 정책과 활동의 확고부동한 지침"이라고 선언하였다. 주체사상은 "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하면서도 "인민대중은 사회정치적 집단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며 "수령이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뇌수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일인독재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을 통해 정치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독특한 발전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되었을 때만 해도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남한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남한은 농업이 주산업이었고 공업은 미미한 경공업시설이 있었을 뿐이었으나, 북한은 중공업위주의 광공업이 발달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하자원과 공업시설 및 발전시설은 북한지역에 편재해 있었다.

남한은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개인의 창의와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1962년부터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정부가 기간산업과 중요경제부문에 개입하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매년 10%에 가까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또한 내외자를 효율적으로 동원하였으며, 무역면에서도 적극적인 개방체제를 추구하여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살리고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써 남한은 개발도상국중 가장 성공적인 경제적 결실을 맺게 되었으며, 오늘날에 와서는 세계경제의 국제화 추세에 대응하여 본격적인 산업구조 조정과 대외경쟁의 강화를 통한 선진경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분단과 동시에 생산수단의 사유를 금지하고 이른바 사회적 또는 협동적 소유에 의한 생산수단의 공유에 기초를 두고 계획경제를 추구하였다. 공산정권이 수립되기 전인 1946년 3월에 토지개혁이 실시되고 같은 해 8월에는 기간산업과 주요산업의 국유화가 단행됨으로써 공유재산제도의 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6·25전쟁후 1958년까지 기간중에는 농업의 협동화와 개인 상공업부문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를 확립하였다. 이러한 생산수단의 사회주의화와 계획 경제는 6·25전쟁후의 복구사업과 초기 산업화를 이룩하는 단기간에는 비교적 효율성을 발휘하였으나, 공업화의 진전과 더불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역기능이 심화되었다.

북한경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경제건설이 공산독재체제의 완성 및 대남적화통일의 물질적 기초 마련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인식됨으로써 중공업 우선 정책이 추구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술부문의 전반적인 낙후와 더불어 중·경공업간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어 산업부문간 연관효과를 살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주민들의 생필품 부족현상이 심화되었다.
북한은 자립적 경제건설 원칙하에 외부세계로의 개방을 피하고 폐쇄적 고립정책과 자급자족 경제의 기조를 고수한 나머지 과학기술의 도입 기회를 봉쇄하고 모든 나라의 경제가 국제화되는 오늘날의 추세에 적응하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북한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우위의 논리속에서 많은 재원을 정치적 상징조작과 선전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경제의 확대재생산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으며 과도한 군사비투자도 경제적 낙후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날 북한은 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자원배분의 왜곡, 사유재산의 금지로 인한 개인의 창의와 자율성의 약화 등 북한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심화되어 성장잠재력이 고갈되고, 주민들의 의식주문제마저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통일부 1992 통일백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