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624호]
구절초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
일찍이 정지용 선생께서,
"北에 소월이 있고, 南에 목월이 있다"고 했다지요.
이를 두고 누군가는,
"... 그리고 중도(中都)에 용래가 있다"고도 했다지요.
또 누군가는,
"북에 백석이 있고, 남에 용래가 있다"고도 했다던가요.
출퇴근 길, 아파트 화단에 활짝 핀 구절초를 보면서
박용래 시인의 구절초 한 구절을 혼자서 흥얼거리게 되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 모양입니다.
'머리핀 대신 꽃아도 좋을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구절초 지고 나면 가을도 가고 말겠지요....
시월의 첫 월요일 아침입니다....
시월은 詩月... 시월은 시의 계절, 시를 읽는 시간이지요.
시월은 時越... 시월은 시간을 넘어선 계절, 시간을 넘어서야 하는 시간이지요.
암요....
2018. 10. 1.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음력 구월 구일이면 절정을 이루는 아홉마디 구절초.
공주의 영평사에 가면 산이 온통 구절초입니다.
다음주 주말쯤 가면 절정이 아닐까 싶네요.
구절초차를 마음껏 마실 수도 있고 영평사에서 주는 국수공양은 최고입니다.
줄이 워낙 길어서 한번 더 먹으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하죠.ㅎ
장독대 위에 국수그릇을 올려놓고 열무김치에 먹는 국수는 정말 맛있습니다.^^*
아시겠지만 구절초는 꽃이 아니라, 풀.
풀이던 꽃이던 이쁘먼 된 다는 것은 다래 생각이구요.
구절초는 아홉개의 슿픔이 있는 것 같아,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다래투올림
유독 눈물이 많았던 시인.
그래서 그런지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